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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모자들의 행진곡 - 60편

페이지정보

글쓴이 19가이드 조회 6,451 조회 날짜 22-05-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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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그후에도 선생님에게서는 아무런 변화를 찾아볼수가 없었다. 그러나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날, 그녀는 반학생들에게 떠난다는 말을 했다.
선생님은 그동은 고마웠다는 말을 한뒤 놀라면서 동요하는 아이들을 일일이 쳐다보다가 선규에게 와서 잠시 눈길이 멈추었다. 그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서글픈 빛이 서려있었다. 그것을 본 선규도 별안간 가슴이 메어지며 그녀의 눈길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태수를 먼저 보낸 그는 교문앞에서 선생님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동료교사들과 나오던 선생님은
그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그런다음 동료교사들과 잠시 말을 나눈뒤 혼자서 그에게 다가왔다.
 

"아직 집에 안갔어?"

"....."

"날 기다리고 있었니?"

"네"
 

잠시동안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다른 선생님들이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해서 말을 나누기가 어려워... 미안해"

"....."

"대신 다음주 화요일에 우리집에 와줄래? 그날 집에서 나가거든"

"언제 떠나시는데요?"

"집을 나와서 그다음날"
 

그러자 선규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와 헤어지는 날이 이렇게나 빨리 다가올줄은 미처 예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그의 손을 잡고 간절히 부탁하듯이 말했다.
 

"꼭 와줘... 알았지? 떠나기전에 네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어서 그래"
 

그녀의 말이 끝나자 선규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화요일날, 선생님집에 가보니 이삿짐들을 모두 실은 트럭과 승용차 한대가 있었고 대문앞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선생님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와 인부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고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남자는 선생님의 친오빠였고
선규가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자 그들을 데리고 차안에 올라탔다. 그런다음 선규는 선생님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짐들이 모두

나가 텅텅 빈 집안은 쓸쓸한 적막만이 남아있었다. 그동안 함께 연주를 하던 거실에서 선생님은 피아노가 있었던 자리에 가더니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슬픔과 함께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이곳에 너와 같이 있는것도 마지막이구나... 너를 처음 본게 바로 1년전이었는데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갔다"

"....."
 

선규가 아무말을 못하고 고개를 떨구자 선생님은 다가와서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선규야, 너를 만나게 되서 얼마나 감사한줄 몰라... 네가 없었다면 아마 지난 1년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나혼자 감당하지 못했었을거야"

"....."

"그동안 내옆에 있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웠어"

"저도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선규가 목이 잠긴 소리로 말하자 그녀는 그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 올려다 보았다.
 

"너를 자세히 알게 된뒤로 한번도 네가 어리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 언제나 고민을 같이 나눌수 있는 친구나 음악동료로 여겼거든...
그마음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거야"
 

그말에 선규는 가슴속이 저려오는걸 느끼며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꼭 가셔야 돼요?"

"응... 너와 나를 위해서... 다음번에 만날때는 우리 떳떳한 성인으로 만나자"

"....."

"나와 있었던 일은 그냥 추억으로 간직하고 거기에 얽매이지 마... 네가 잘못되면 난 많이 괴로울거야"

"그럴게요"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한다... 네가 그렇게 되리라고 난 믿어"

"네... 선생님도 원하시는거 이루시고요...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들을 항상 가슴속깊이 간직할게요"
 

선규의 떨리는 음성을 듣던 선생님은 조용히 그를 껴안았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체취를 맡는 그도 그녀를 힘주어 안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저도 선생님을 영원히 잊지 않을거에요"
 

선규의 품안에서 그말을 들은 선생님의 두눈에서는 글썽거리는 눈물이 가득 고이고 있었다.
 

다음날, 하늘은 유난히도 맑았다. 선규는 선생님이 탄 비행기가 떠날 시각에 창문을 열고 구름한점 없는 푸른하늘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이 떠나간 후 선규는 크나큰 허전함으로 마음한구석이 텅 빈것 같았다. 그녀가 있었을때는 깨닫지 못했었는데 그의 마음속에 생각
보다 더 특별한 존재로 남아 있었을줄은 미처 짐작하지 못했었다. 선생님집을 한번 찾아가 보았으나 아직 아무도 살지않는 집은 그에게
공허함만 안겨주어 심정을 더욱 쓰라리게 만들었다. 마음을 잡아볼려고 기타를 쳐도 한쪽이 비어있는듯한 기분이 들어 예전처럼 연주에
몰두하는것이 힘들 정도였다. 엄마도 그의 우울한 기분을 눈치챘는지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선규야, 자니?"
 

어두운 방안에서 선생님과 함께 연주하던 때를 회상하던 선규는 엄마의 물음에 힘없이 대답했다.
 

"안자"

"요새 네가 말이 좀 없는거 같은데 선생님이 떠나셔서 그래?"

"응"
 

그러자 엄마는 옆으로 돌아누워 그를 응시했다.
 

"네가 선생님을 그렇게까지 생각했는줄은 몰랐다"

"....."

"하긴 너에게 각별히 잘해주셨으니 섭섭하겠지"

"그런가봐... 엄마와 태수엄마말고 나에게 그렇게 잘해주셨던 분은 없었거든"

"선생님이 떠나실때 너에게 아무말씀이 없으시든?"

"나중에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서 다시 만나자고 하셨어"
 

그말을 듣고 엄마는 살며시 그를 안아주었다.
 

"지금은 네마음이 많이 섭섭하겠지만 선생님말씀대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해... 그러면 선생님도 너를 자랑스러워 하실거야"

"엄마는 내곁을 떠나지 않을거지?"

"그럼... 내가 널 놔두고 어딜 가겠니?"

"언제까지나 내옆에 있어줄거야?"
 

엄마는 곧바로 대답을 하지않고 잠시 그의 머리결을 쓰다듬어주다가 입을 열었다.
 

"응"

"엄마마저 떠난다면 난 정말 외로워서 살기가 힘들거야"
 

그소리에 엄마는 그를 가슴품안으로 더욱 끌어안았다.
 

"내가 옆에서 널 지켜둘테니 안심해"
 

따듯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은 마음속에 있었던 허전함과 외로움을 채워주고 커다란 위안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는 엄마의 존재가 새삼스럽게 느껴져서 고마움과 다행스러움이 들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사랑을 몹시 갈망하게 되어
포근한 젖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일요일날, 명숙은 약국창문으로 이제는 추위가 상당히 수그러들은 바깥을 내리쬐는 햇살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선규가 많이
우울해보이는것으로 보아 선생님이 떠났다는 사실에 꽤 충격을 받은것 같아서 놀랍기도 하고 의아스럽기도 했다. 그는 선생님집에 갔을때
그냥 음악만 배웠다고 말했었으나 그사이 선생님에게 상당히 정이 들었던 눈치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문득 지난번에 선규가
선생님이 학교를 떠난다고 알려주었을때가 기억났다.

물론 명숙도 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었던 선생님이 떠난다는데에 무척이나 섭섭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왠지모를 안도감도
드는 것이었다. 지난연말에 문병을 왔을때 선규를 바라보던 선생님의 시선이 명숙의 뇌리속에 늘 남아있었다.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이상한 불안감이 들곤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선규의 우울함도 예사스럽게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이미 떠나신 선생님에게 내가 질투를 했나?] 그생각에 명숙은 쓴웃음을 지으며 도리질을 했다.
 

[선규가 남한테 정을 못받고 자라서 선생님에게 각별한 정이 들었을수가 있었겠지... 그러고보면 애한테 그렇게나 잘해주신 선생님에게
고마워 해야 하는데...] 
그러자 선규가 측은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래서 그가 쓸쓸함과 우울함을 하루빨리 잊을수 있도록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오럴섹스때문에 선규와 한밤중에 난리를 쳤었던게 떠올랐다. 그뒤로 선생님이 떠나신 일도 있고해서 그런지
선규는 그녀에게 그다지 섹스를 요구하지 않았었다.

아들과 섹스를 안할수록 그만큼 죄의식을 덜 가져다 주었으나 그가 이렇게나 심란해 하는데 뭔가를 해주지 않는다는것이 심히 미안하고
엄마로서 책임을 못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기에 그가 그녀에게 바라는것은 물질적이 아니라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고민을 하던 명숙은 무심코 길건너 혜영의 집을 바라보다가 시계를 쳐다보았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집에 있겠지?]
곧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명숙은 잠시 약국문을 닫고 혜영의 집으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있다가 손에 고무장갑을 낀 혜영이 문을 열어주었다.
 

"여긴 왠일이야? 약국은 어떻게 하고"

"점심시긴이고 해서 잠시 문닫고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구나... 어서 들어와"
 

명숙과 같이 들어온 혜영은 고무장갑을 벗고 마실것를 내왔다.
 

"찬은 별로 없지만 여기서 점심먹고 갈래?"

"그러자... 집에서 혼자먹기도 심심하거든"

"선규는 집에 없어?"

"응... 친구만난다고 나갔어... 태수는 책방에 갔지?"

"응... 나도 혼자 먹어야 됐었는데 마침 잘됐다"
 

점심을 간단하게 차려먹은 그들은 커피와 과일을 들면서 마주 앉았다.
 

"태수가 알주일에 하루라도 책방에 나가주니까 편하지?"

"밀린 집안일을 할수가 있어서 좋기는한데 그래도 집에서 공부해 주는게 나한테는 마음이 편하지"

"자식이니까 물론 그렇겠지"
 

중얼거리며 커피를 마시던 명숙은 잔을 내려놓고 말문을 열었다.
 

"애들 담임선생님이 떠나신거는 들었지?"

"응... 태수한테서 들었어... 좋으신 분이었는데 섭섭하더라"

"태수는 많이 섭섭해하든?"

"그러지... 애한테 잘 해주셨었나봐... 떠나실때도 우리 사정을 생각하섰는지 다음 담임선생님되실분한테 도 말씀을 하셨대"

"그래?"
 

속으로 선생님의 마음씀씀이에 탄복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혜영이 물었다.
 

"그래도 제일 섭섭한 사람은 선규겠다. 선생님댁에 자주 찾아뵙고 그랬었잖아"

"응... 그동안 선생님께 정이 많이 들었나봐... 요새 애가 별로 말이 없어"

"저번에 길에서 선생님댁에서 오는 애를 우연히 마주쳤었는데 얼굴이 어두워 보이더라"

"그때 애가 뭐라고 하든?"

"별다른 말은 없었는데 그때 네가 책방에서 했던 말도 있어서 평소 쾌활하게 보이던 애가 그러니까 이상하더라.. 마치 처음보는 애 같았어"
 

혜영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명숙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있잖아, 태수는 혹시 달라진게 없니?"

"뭐가?"

"너와 이렇게 된다음부터"

"....."

"행동이나 말이 달라진게 없어?"
 

빨개진 얼굴을 숙이고 있던 혜영은 조그만 소리로 대답했다.
 

"글쎄... 없는거 같애... 있다면 나한테 더 친근하게 대하는거겠지"
 

그말을 듣자 저번에 길가에서 혜영과 태수가 연인들처럼 다정히 키스하던게 기억나서 명숙의 얼굴에서도 홍조가 나타났다.
 

"그게 다야?"

"응"
 

명숙에게는 혜영과 태수가 암만 생각해도 신기한 사람들로 느껴졌다. 근친상간을 저질렀다하면 무슨 가책이나 충격이 있을법한데 혜영의
얼굴에서는 그러한것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선규에게는 변화가 많니?"

"그냥 내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런거 같애.. 저번에 말했었잖아"

"네가 걱정이 많이 되겠다"
 

아들에 대한 근심이 올라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명숙은 혜영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있잖아, 이런건 묻는다는게 실례라는걸 아는데..."

"뭔데?"
 

명숙이 차마 말을 못끄내며 우물쭈물하자 혜영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무슨일인데 말을 꺼내다 말어?"

"저기, 잠자리에 관해서 그러는데..."

"....."

"너희들은 그거 해?"

"뭘?..."

"오..오럴말이야"
 

그러자 혜영의 안색은 순식간에 새빨개지며 입은 커다랗게 벌어졌다. 친구의 그러한 반응에 명숙도 몹시 당황해 하며 황급히 말했다.
 

"마..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그..그냥 궁금해서....."

"....."

"미..미안해, 혜영아... 원래 남의 그러한 사생활은 묻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실수했어"
 

창피함으로 어쩔줄을 모르던 혜영은 진정이 됐는지 벌어졌던 입을 다물고 조용히 명숙을 응시했다. 그러나 안면에는 홍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서..선규와 무슨 문제가 있어?"

"선규가 그걸 원하는데 내가 원래부터 그런걸 싫어해서 못하겠어"

"그럼 여지껏 한번도 안했단 말이야?"

"아니... 선규에게는 해주는데 나에게 해주는거는....."
 

명숙이 말을 못끝내고 고개를 떨구자 혜영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 나이에는 호기심이 많을때니까 해보고 싶겠지"

"그럼.. 너희들은 서로에게 해줘?"

"응"
 

그저 어렴풋히 짐작만 했던 명숙은 그말을 듣고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태수가 너한테도 해준단 말이야?"

"그래"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이상하지 않냐고"

"처음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아..."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한다는게 매우 어색하고 창피했으나 혜영이 너무나도 신기해서 명숙의 입에서는 저도모르게 좀더 구체적인 질문들이
나왔다.
 

"태수가 그걸 요구했어?"

"그냥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어"

"그럼 네가 먼저 해줬단 말이야?"

"아니... 그애가 먼저"

"안놀랐었어?"

"정신이 없어서 뭐가 뭔지를 몰랐어"

"그 다음에는 태수가 해달래?"

"그애는 나한테 불결하다며 거부했는데 내가 억지써서 해줬어"

"뭐?"

"주고 받는건데 나만 받기에는 미안하잖아"
 

혜영은 몹시 부끄러워 하면서도 말은 또박하게 나왔다. 그말을 듣고 명숙은 어안이 벙벙해서 할말을 잃고 그저 입만 벌리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와 저렇게나 정반대냐?] 선규에게 오럴섹스를 해줄때도 무척이나 망설였던게 떠올라서 명숙은 혜영의 말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기엄마를 생각해주는 태수의 헤아림에 혜영이 다시한번 부러웠다.
 

"태수가 해줄때 좋아?"

"....."
 

홍조를 가득띤체 명숙의 질문들을 듣고있던 혜영의 안면은 조금씩 굳어져 갔다.
 

"왜 그렇게 자세한걸 묻는건데? 네얘기 좀 들어보자"
 

약간 차갑게 들리는 친구의 어조에 명숙은 당혹스러워졌다.
 

"미..미안해"

"그게 잘 안돼?"

"으..응... 사실은 선규아빠와 있었을때도 싫어서 안했었거든"

"선규에게는 해주면서 그애가 해주는거는 싫다는 말이야?"

"그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의 그곳을 보고 만진다는게 불쾌해서..."

"이미 보여줄건 다 보여줬는데 뭐가 불쾌해?"

"그냥... 내마음이 그래"

"너, 선규를 사랑하긴 사랑하니?"

"무슨말이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애가 원하는걸 네가 싫더라도 들어줄수 있잖아... 더군다나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데"
 

명숙은 그말이 자식를 향한 마음이 부족하다는걸로 들려 모욕감이 들고 기분이 나빠졌다.
 

"누가 자식을 그런식으로 사랑하니?"

"너와 내가 보통 엄마들과 같니?"

"....."

"이미 저질러진 일이잖아... 오늘당장 선규와 예전으로 돌아갈 자신있어?"

"....."

"선규는 아마 그말을 들으면 반대할테고... 그러니 네가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지, 어떡하겠어?"

"....."
 

현실적으로 말하는 친구의 말을 듣고 명숙은 할말을 잃어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혜영도 굳어졌던 표정을 풀고 부드러운 소리로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1년이나 됐는데 선규와 같이 자는게 그렇게 어색하고 싫지는 않을거 아냐... 그렇지?"

"그건 그래"

"어차피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계속 그런식으로 나가면 선규는 불만이 생기겠고 너는 너대로 힘들어지잖아"

"....."

"애들보다는 어른인 우리에게 더 책임이 있는거야..... 이왕 이렇게 된거 이 상황에 맞춰가며 자식을 길러야지..... 잘못되면 아이들이
이상해지는것뿐만 아니라 부모자식간의 관계도 나빠질수 있어.. 그러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너도 네자신을 바꿔봐.. 이건 어떻게 보면
남녀관계잖아"
 

명숙은 놀라움과 감탄의 눈으로 혜영을 쳐다보았다. 혜영이 아들과의 관계를 부모자식이상으로 생각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선규가
원하는것도 정확히 짚어내고 있어서였다.
 

"넌 어떻게 그런말들을 담담하게 말할수가 있니?"
 

그러자 혜영은 고개를 돌려 햇볕이 내리쬐는 창문을 잠시 바라보더니 그상태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 그랬잖아... 운명이라고"
 

말이 끝났어도 혜영이 여전히 창문을 바라보고 있어서 명숙도 친구의 말을 되새기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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