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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섹스 게임 - 13편

페이지정보

글쓴이 19가이드 조회 4,766 조회 날짜 21-01-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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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몇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민혁은 여전히 검은 두건을 쓴 채로, 차에 앉아 있었다. 차 안에서는 컴퍼니 직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오로지 자동차 엔진 소리만이 민혁의 귀에 들려올 뿐이었다.


‘씨발... 죽겠네.’ 민혁이 그동안 차안에서 한 건, 아니 당한 건 컴퍼니 직원들에 의한 몸수색이었다. 이건 이제 민혁에게
익숙했다.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행해졌던 것들이다. 그러나 검은 두건을 여전히 벗지 못하는 건 매우 갑갑했다.


민혁은 소변이 마렵다는 핑계로 답답한 검은 두건을 벗으려고 했다. 그러나 컴퍼니 직원은 검은 두건을 벗도록 허락하지 않고
음료수통을 건네며 볼일을 해결하라는 지시만 내려졌을 뿐이다. 차안에는 남자들만 있는 듯 했지만,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소변을 보려고 하니, 나오려던 오줌도 다시 방광으로 들어간 듯 민혁은 소변마저 해결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데 이 지랄이야.’ 시간의 흐름마저 느낄 수 없었다. 오직 어둠만이 세상의 전부인 듯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민혁은 갑갑한 마음에 지쳐, 정신이 혼미해져서 얼마의 시간동안 기절도 했다. 체력적으로도 지쳐갈 무렵, 민혁은
오히려 자동차의 움직임에 대해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체력이 있을 때는 오직 귀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썼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한 것이 오히려 득이 되었던 것이었다.


‘좌회전을 하고.... 우회전... 그리고 우회전... 좌회전... 좌회전, 좌회전... 또 좌회전 그리고 우회전.. 우회전.. 우회전... 아!’ 

민혁이 느끼기에 자신을 태운 차는 일정 지역을 8자 형태로 주행을 하는 듯 했다. 일정 시간을 두고 좌회전과 우회전을 반복
했는데, 그때마다 머릿속으로 차의 동선을 그려보니 8자가 그려졌고, 그것은 결국 똑같은 곳을 반복해서 돌고 있다는 뜻이다.
 

‘... 주행 중인 자동차의 소리도 들리고... 밖의 인도로 다니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 생각해 보면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로 운전을 한 것 같지도 않고... 이거 도심인 것 같은데...’ 
민혁이 추측하기에는 자신이 도심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 1-2라운드 게임 장소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외지였던 반면, 이번 3라운드 게임은 도심 속에서 이뤄짐을 예상
할 수 있었다.


‘보는 눈이 많고, 우리가 그 장소를 알면 안 되니까... 이렇게 차를 뺑뺑 돌리고 있구나...’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민혁은 계속
해서 자신의 추측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둠속의 고요는 너무
지루하고, 너무 답답했다.


끼이익..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민혁을 태운 승합차가 멈췄다. 그리고 컴퍼니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다 왔나 보군...’ 


“내리겠습니다.” 


누군가 민혁에게 차에서 내려야 함을 알렸다. 민혁은 컴퍼니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차에서 내렸지만, 여전히 검은 두건을
벗겨주지는 않았다.
 


“여기가 어디요?” 


민혁이 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컴퍼니 직원들은 그저 민혁의 양팔을 잡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민혁은 컴퍼니 직원들에게 이끌려가는 중에도 자신의 동선으로 이곳이 어디일지 짐작하기 시작했다. 


‘꽤 큰 건물 같은데.. 그런데 정상적인 입구가 아닌 것 같고.. 그리고.. 울린다.. 발걸음 소리가.. 또..서늘한 느낌도 있어..’ 

민혁은 자신이 걷고 있는 곳이 어느 건물의 지하 주차장임을 확신했다. 지하가 아니고서는 발걸음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리지
않을 것이며, 더구나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서늘한 느낌마저 받고 있었다.
 


‘젠장... 어느 큰 건물의 주차장 같은데... 어디지... 어디일까...’ 그 이상 민혁은 알 수가 없었다.


철컥.. 민혁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민혁은 컴퍼니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엇!” 

“조심하십시오. 계단입니다.” 


바닥이 사라짐을 느끼며 민혁이 헛발질을 했다. 컴퍼니 직원의 말을 듣고 계단임을 알게 된 민혁이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 딛었다.
 


‘지하에서... 또 내려간단 말이야?’ 지하 밑의 지하, 민혁은 의아함을 느끼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계단수를 셌는데, 약 70개였다. 이 정도면 지상으로 3층 높이였다. 내려왔으니, 지하로 3층을 더 내려간 셈이었다.


“아직 멀었습니까?” 


답답한 마음에 민혁이 다시 되물었지만, 역시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하로 내려온 민혁이 컴퍼니 직원의 안내로 다시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철컥.. 또 문이 열렸다.


‘또 지하는 아니겠지?’ 민혁이 천천히 문안으로 발걸음을 내밀었다. 다행히 지하는 아니었다.


“여기에 대기합니다.” 


민혁의 귀에 컴퍼니 직원의 말이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민혁의 양팔을 잡고 길을 안내하던 컴퍼니 직원들이 그의 팔을 풀어
주었다.
 


철컥.. 문이 다시 닫혔다. 어리둥절한 민혁이 입을 열었다.


“두건을 벗어도 됩니까?” 


컴퍼니 직원의 허락을 기대하며, 민혁이 질문을 했지만, 대답을 한 사람은 뜻밖에도 여자 목소리였다. 


“여... 여보.” 


서영의 목소리가 들리자, 민혁은 지체할 것도 없이 검은 두건을 벗었다. 밝은 세상이었지만, 민혁의 눈은 좀처럼 떠지질
않았다. 어둠속에만 있던 눈이 빛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이었고, 민혁은 시야가 확보가 되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아져.” 


민혁은 고개를 숙인 채, 시력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서영이 민혁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민혁의 시야에는 하나 둘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와 있었네?” 

“20분 정도... 된 것 같아...” 

“진짜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나도... 그런데 여긴 어딜까?” 


서영과 대화를 하며 민혁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민혁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집의 평범한 안방 크기의 방이었다.
 


“우리 집 안방 같은데...” 

“나도 둘러 봤는데... 에어컨, 침대, 벽시계, 스크린 그리고 감시카메라 2대... 이것 외엔... 없어.” 


서영의 말을 들으며 민혁이 방안을 둘러보았다. 서영이 말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 다른 물건이 없었다. 


“이곳이 게임 장소인가 보군.” 

“그런가 봐.” 

“그런데 지금 몇 시지?”

“자... 잠깐...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는데...”


서영의 말을 듣고 민혁은 자기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씨발. 닭대가리 새끼...” 

“왜?” 

“내가 오면서 생각했는데... 이곳은 우리 집과 멀지는 않아. 고속도로를 탄 적도 없었고... 어느 특정지역을 계속 8자 모양으로
 돌았단 말이야. 우리가 새벽 3시에 잡혀 오다시피 했는데... 8시간이나 지났잖아... 젠장... 8시간이나 차에서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나도... 한 곳을 계속 돈다는 느낌은 받았는데...” 

“닭대가리 새끼. 뒤가 구린 새끼가 분명해. 그러니까 숨길게 많지.” 


차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무려 8시간이나 고생을 한 민혁이 컴퍼니에 대해 불만을 쏟고 있었다. 


“내가 2라운드 게임 장소부터 알아봤어. 이 자식들 건물을 불법 건축하고, 불법 개조하고... 여기 지하 중의 지하야.” 

“한참을 내려왔는데...” 

“지하로 따지면 족히 5-6층은 내려왔을 거야... 우리 위에 지하주차장이 있는 것 같으니...” 


서영이 민혁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그렇고... 좀 쉬어야겠다.” 

“응. 언제까지 대기할지 모르니...” 


민혁은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서영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일단 컴퍼니 직원이 대기하라고 했으니, 자신들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뿐 이었다. 서영은 지속해서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이 천천히 1초, 1분씩 지나고
있었고, 기약없이 대기만 하고 있는 건 참 지루한 행위였다.
 


“12시 다 되가는데... 12시 쯤 부를 것 같지 않아?”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던 민혁이 말을 했다. 


“후훗... 그럴까?” 

“내 생각에는 그럴 것 같은데?”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12시가 되었을 무렵, 방안의 스크린에는 여지없이 치킨 박의 모습이 등장했다.
 


- 하하하하.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치킨 박입니다. 

“거봐? 내가 말했지?” 


침대에서 일어난 민혁이 말을 하며 스크린 속에 등장한 치킨 박을 쳐다보았다. 서영 역시 치킨 박에 집중했다. 이제 본격적인
3라운드 게임이 진행되려고 하였다.
 


- 오시느라 수고하셨을 겁니다.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하하하. 

“어휴...” 


치킨 박의 말을 듣자면, 속만 터지는 민혁이었다. 


- 핑계를 대자면, 저희 컴퍼니에서는 지금 현재 여러분들이 있는 곳을 밝히기 어려운 사정이 있답니다. 하하하.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이런 장면들을 연출해보고 싶기도 했고... 하하하. 재미는 없으셨는지요?
 


‘지켜보는 너나 재밌지. 이 닭대가리 새끼야.’ 한심한 말을 계속하는 치킨 박에게 민혁이 마음속으로 향했다.
민혁이 겉으로 할 수있는 건 없었다.


- 하하하.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 할 텐데요. 그런데 여기까지 오시느라 여러분들이 모두 지쳐 있을 것 같고...
 점심 식사 시간도 됐으니... 방에서 다들 나오시길 바랍니다. 하하하. 식사가 준비되어 있으니... 지금부터 딱 2시간 후에
 게임을 시작하도록 하지요. 편안히 식사하시면서... 게임 참여자들과 서로 인사도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하하하.
 


치킨 박이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저 닭대가리는 밥은 잘 챙기더라. 밥 먹고 피 터지게 싸우라는 건가.” 

“배가 고프기는 해. 새벽부터 차에서 시달렸으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긴 해야겠는데... 이번에는 어떤 사람들이 우리와 싸우게 될까?” 

“나가보면 알겠지... 뭐.” 


민혁과 서영은 앉아 있던 침대위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민혁이 방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며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민혁이
먼저 앞장을 섰고, 그 뒤를 서영이 따랐다.
 


“어?” 

“왜?” 


문을 열고 두어 발자국 걸었을까? 갑자기 민혁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서영이 멈춰서 움직이지 않는 민혁 옆으로 다가갔고,
그때서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눈에 비쳐짐을 알 수 있었다.
 


“몇... 팀 인거야?” 


3라운드 게임도 일대일로 생각했던 민혁이 중얼거렸다. 자신의 눈에는 각자의 방에서 나오는 부부들이 보였는데, 총 5쌍의
부부였다. 서영 역시 생각보다 많은 부부에 약간은 당황했다. 더구나 자신이 아는 부부도 있었다.
 


“영수, 은희 부부도 있는 걸? 

“미친...” 


서영의 말에 영수와 은희를 확인한 민혁이 욕설을 내뱉었다. 

각 방의 스크린을 통해 치킨 박의 지시를 받았던 6쌍의 부부가 거의 동시에 방문을 열고 나온 상황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
하자, 그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못했다. 방문 앞에 서서 경쟁자 부부들을 관찰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마치 어렸을 적, 얼음
게임이라도 하듯이 방문 앞에 서 있던 부부를 움직인 건 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여자가 나서면서였다.


“쳇. 동물원 구경 왔어? 뭐해? 밥 안 먹을 거야?” 


희자였다. 


희자가 선수를 치며 먼저 움직였고, 그 뒤를 남편인 영철이 따랐다. 묘하게 얼음처럼 서로를 붙잡고 있던 분위기가 희자로
인해 깨졌고, 그 뒤로 하나 둘씩 음식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구조가 독특하네.” 

“그러게...” 


모든 참여자가 있는 곳, 지금의 지하 구조를 한눈에 확인한 민혁이 말을 했다. 비교적 공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서영이
보기에도 현재 자신이 있는 지하 구조는 매우 특이함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배부터 채우자. 저 사람들이 다 먹기 전에...” 

“응.” 


아직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기에 민혁과 서영은 자신들의 의문을 뒤로하고, 음식이 있는 식당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컴퍼니가 준비한 식사는 뷔페였다. 게임 참여자들이 각자의 접시에 여러 음식들을 적당히 골라서 먹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기만을 달래려는 듯 음식을 많이 먹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맛은 괜찮은데?” 

“그래? 난 입맛이 없어서 그런가... 별로인데...” 


민혁과 서영이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민혁과 서영을 포함한 6팀의 게임 참여자들은 다들 따로따로
앉아서 식사를 하였지만, 눈 만큼은 서로를 관찰하는데 쓰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 와중에도 좌우로 고개를 돌리는 일이
잦았고,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벌써 몇 번이나 서로 눈이 맞은 사람들도 있었다.
 


“나이대가 다양한데...” 

“미성년자처럼 어려 보이는 애들도 있고...” 

“저 나이든 여자는 마치 제집처럼 지내는데...” 


민혁과 서영은 자신들만이 들을 수 있도록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었다. 이건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분위기가 불편했던 것일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마치 자기 집에서 먹는 것처럼 식사를 하던 희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쳤다.
 


“눈알 돌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던데... 여기는 수캐와 암캐가 넘치는 것 같네...
 밥 맛 떨어지게...”
 


희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두 분류로 나뉘었다. 몰래 관찰을 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사람들은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식사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분류의 사람들은 이제 대놓고 서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에잇.” 


식당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희자가 자리를 벗어났고, 그 뒤를 남편 영철이 따랐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바라
보았다.
 


“나이든 여자가 기가 세네... 남편은 무슨 애완견마저 졸래졸래 따라다니고...” 


민혁이 말을 했다. 


“어떤 게임이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저 나이든 여자 부부가 가장 위험하겠는 걸?” 


서영이 말을 했고, 민혁이 의아한 얼굴로 질문했다. 


“왜?” 

“재수 없잖아. 우리야 영수와 은희를 가장 싫지만... 이미 한 번 겪었으니...” 

“그렇지.” 

“나머지 부부들은 우리가 전혀 모르잖아. 아마 그들도 같을 거야.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저렇게 눈을 돌리며 관찰하는데...
 저 나이든 여자는 반말로 재수 없게 행동을 하니... 가장 먼저 탈락할 확률이 높지. 경쟁 팀들이 적이기는 하나, 저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면.. 은연중 나머지 팀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나이든 여자 부부부터 탈락시킬려고 생각하고 있을 걸?”
 


“뭐... 틀린 말은 아니네. 나도 별로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서영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민혁이었다. 3라운드가 어떤 게임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최초의 탈락 팀이 생긴다면
나이든 여자의 부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자신 역시 나이든 여자의 행동을 보며 불편해 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방금 생각났는데...” 

“응?” 


다시 서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영수와 은희가 있는 것을 보면... 다른 부부들도 2라운드에서 경쟁했던 팀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닐까?” 

“서로 아는 체를 하지 않던데?” 

“바보. 아는 체를 할 필요가 없지. 우리도 아는 체 안하잖아. 솔직히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사람들인데... 여기서 아는체를
 할 필요가 없지. 아는 체 해봐야, 다른 팀들에게 ‘우리는 2라운드에서 경쟁했지만, 서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어하는 적
 입니다’라고 광고하는 꼴인데... 그러면 불리하지. 아마 내 생각에는 서로 아는 사이도 있을 거야. 단지 아는 체 하면 불리할
 수도 있으니, 다들 처음 만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아하.” 


서영의 추측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약에 영수와 은희와 게임 전에 서로 안면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적의 적은 아군과 같지 않던가. 괜히 적이 하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영수와 은희는
공작에 능하다.
 


“다 먹었어?” 

“별로 안 들어가네...” 

“일어나서 좀 걸을까. 이곳 구경 좀 하고...” 

“응.” 


민혁과 서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하 구조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 저기까지 50미터는 되겠는데? 다른 쪽도 30미터는 되어 보이고...” 

“난 여자라 거리 감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꽤 넓어.” 


현재 민혁과 서영이 있는 지하의 구조는 직사각형의 모양을 갖춘 큰 로비였다. 로비의 좌측 상단에는 방금 식사를 한 식당이
있었고, 그 밑에는 샤워실 및 화장실이 있었다. 나머지 공간에는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쇼파와 테이블이 있었다. 이미
희자와 영철이 우측 하단의 쇼파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넓은 공간치고... 별달리 특별한 건 없네... 그런데 여기에 설치 된 카메라만 10대가 넘는 것 같은데...” 

“그러게... 직원들이 또 캠코더로 영상을 찍을 텐데... 왜 이렇게 영상을 좋아하는 걸까?” 

“알 수야 있나... 미천한 우리들이...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영화라도 보여주려나? 왜 이렇게 스크린이 커? 닭대가리 모습을
 저렇게 큰 화면으로 봐야 해?”
 


“진짜 극장에 온 것 같다.” 


로비의 중앙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가 되어 있었다. 마치 극장의 스크린처럼 매우 큰 스크린이었는데, 민혁은 벌써부터 큰
스크린으로 치킨 박을 볼 생각을 하니, 구역질이 나오는 듯 했다.
 


“진짜 마음에 드는게 없다니까...” 


민혁과 서영은 로비를 한 바퀴 둘러본 후, 중앙 하단으로 걸어갔다. 중앙 하단에는 약 5-6미터 정도 되는 통로가 있었는데,
그 길이는 약 25미터 정도 되는 듯 했다. 통로의 끝에는 철문이 있었고, 그곳은 컴퍼니 직원 2명이 지키고 있었다.
 


“저기로 내려왔나 봐.” 

“응.” 


민혁과 서영이 통로에 들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통로의 좌우측에는 각각의 방이 있었는데, 점심 식사 전에 게임 참여자들이
머물렀던 곳이었다. 민혁과 서영은 통로를 천천히 걸어가면서 방 개수를 세었는데, 총 12개임을 알 수 있었다. 좌측에 6개,
우측에 6개...
 


“방마다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응. 좌측 방 입구부터 마지막 방에 1부터 6이라고 적혀 있어. 그리고 우측도 마찬가지야, 마주보는 방은 번호가 같은데?” 

“우리가 6팀이라.. 방이 6개인 건 이해가 되는데.. 왜 2개의 방씩 12개가 필요하지? 각 방에 한 명씩 들어가나? 그러면
 게임이 돼? 아... 모르겠다.”
 


“고민한다고 알 수야 있나...” 


민혁과 서영은 12개의 방의 비밀을 알려고 머리를 굴렸지만, 결코 치킨 박의 입에서 게임 설명이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 그만! 더 이상 오시면 안 됩니다.” 


어느덧 통로 끝에 다다랐고, 철문을 지키고 있는 컴퍼니 직원이 민혁과 서영을 제지했다. 


“알겠어요.” 


서영이 대답을 했고, 민혁과 뒤를 돌아 다시 로비로 걷기 시작했다. 


“구조가 참...” 

“........” 


민혁의 말에 서영이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점심 식사 전에 방을 나오면서 알 수 있었지만, 이곳 지하 구조는 남자 성기를
본 따서 만든 것 같았다. 치킨 박이 나타날 로비의 대형 스크린을 기준으로 보면 정확히 남자가 발기한 모습으로 구조를
만든 것 같았다.
 


“훗... 욕일 수도 있어.” 


서영이 살짝 웃으며 민혁에게 말을 했다. 


“무슨?” 

“서양 애들이 하는 거 있잖아. 가운데 손가락 욕...” 

“아하... 그만큼 게임이 좆같다는 건가.....” 


지하 구조의 형태가 남자의 성기를 본 딴 건지, 퍽 유라는 욕설을 본 딴 건지, 민혁과 서영이 알 길은 없었다. 또한 알 이유도없었다. 하지만, 이건 분명했다. 그만큼 험난한 게임이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6팀의 부부들은 각자 로비의 쇼파에 자리를 잡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대화를 할 의지는 없는 듯, 마냥
눈으로만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먼저 움직인 쪽은 참가자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명진과 수영이었다.


“힘들어도... 참아야 해. 알았지?” 


수영이 명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느릿하지만 또박또박 발음하며 말을 했다. 그리고 명진은 수영의 입술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명진은 말을 하지 못했다. 또한 듣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난 수 년 간의 노력 끝에 사람 입술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상대가 누구든지 말을 하면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지는 게... 이기는 거래... 두 번? 아니, 이번 라운드만 버티면... 운이 좋으면 다음 라운드에서 게임을 포기할 수도 있어...
 그러면... 우리 아기는 살릴 수 있을 거야. 알았지?”
 


다시 한 번 명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명진에게 수영이 활짝 웃어 보이며 손을 잡았다. 그리고 수영이 명진을 어디론가
이끌기 시작했다. 수영이 명진을 데려간 곳은 영수와 은희가 앉아서 쉬고 있는 쇼파였다.
 


“안녕하세요.” 


수영이 고개를 숙이며 영수와 은희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뒤를 따라 명진도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러나 뜻밖의 인사를
받아서였을까? 영수와 은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영수는 인사는커녕 대꾸도 하지 않고 손으로 저리가라며 휘저었다.
 

영수와 은희의 반응에 수영이 명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은희가 중얼거렸다. 


“남자가 병신인가 봐. 아까부터 봤는데... 말을 못해.” 

“누가 알아? 연기라도 하는 것일지... 저렇게 어린 새끼들이 더 지독하거든...” 


명진은 듣지 못했지만, 수영은 확실히 두 귀로 자신들을 욕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영은 어떤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표정이 변하면 명진이 그것을 읽어낼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수영과 명진이 다음으로 찾아간 사람들은 영호와 효진이었다. 수영과 명진이 인사를 다니는 모습을 봤던 영호와 효진은
영수와 은희와는 다르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영호와 효진의 반응에 수영이 살짝 수줍은 미소를 띠었다. 분위기가 생각보다 화기애애함을 느낀 명진도 기분이 풀어지고
있었다.
 


“잘 부탁드려요.” 

“우리야 말로....” 


간단한 인사를 마친 수영과 명진이 다음 부부를 찾았다. 이번에는 민석과 지민 부부였다. 


“안녕하세요.” 


수영이 인사를 하고, 명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 본 민석과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손을 각각 덜썩
잡았다.
 


“아유... 이런 어린애들이... 왜 이런 곳에...”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민석과 지민의 얼굴이 울상이었다. 정말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민석과 지민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 한 수영이 괜찮다는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바라 본 민석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 기도할까? 이런 시련이야...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은혜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단다. 기도를 통해서 이런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하나님께 보여드리고, 또 감사드리며...”
 


민석은 마치 목사나 되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명진과 수영에게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수영은 민석의 말을 다 알아듣고
있었지만, 명진은 그러지 못했다. 민석의 말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충 분위기는 감지할 수
있었다. 기도라는 말이 수없이 반복되었기 때문이었다.
 


“교회 다니니?” 

“그건... 아니지만...” 


지민의 물음에 수영이 대답을 했다. 


“우리 기도를 통해서 서로 영적인 교감을 주고받자꾸나. 그러면 이런 시련이야 함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수영은 당황해서 대답을 할 수 조차 없었다. 민석과 지민이 각자 명진과 수영의 손을 꼭 잡은 상태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민석의 인도 아래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느님 아버지. 이 지옥 같은 어둠 속에 두 어린 양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명진과 수영은 얼떨결에 민석과 지민의 손에 잡혀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민석과 지민의
뜻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희자가 로비가 울릴 정도로 소리를 쳤다.


“지랄한다... 아주...” 


명진과 수영이 각 참여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니던 모습을 바라 본, 민혁과 서영은 각자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 어린 애들 뭐야... 도대체... 순진한 거야... 아니면 영악한 거야...” 

“남자 애는 말을 못하는 것 같은데?” 

“그걸 믿을 수가 있어? 연기라도 하는 것일지...” 


비교적 민혁은 의심이 많았다. 각 참여자들에게 인사를 다니고 있는 명진과 수영의 모습이 의심스러웠고, 도대체 무슨 의도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에 반하여 2라운드때 배신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지만, 서영은 명진과 수영의 모습이 조금 안쓰럽다고
생각을 했다. 그녀의 생각은 명진과 수영이 미성년자라고 보일만큼 어리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건 그렇고 저 사람들은 뭐야...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모였네... 예수쟁이라니...” 

“좋은 뜻으로 기도할 수도 있지.” 

“좋은 뜻은 개뿔. 이런 곳에 무슨 하느님의 은혜와 뭐? 시련? 좆 까라 그래.” 


민혁의 말이 험했지만, 결코 틀리지는 않았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곳에 직접 참여를 하면서
고작 하는 것이 기도라니... 더구나 이런 상황도 하나님의 은혜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련이라나. 참여자들이 듣기에는 분통이
터지는 말이었다.
 


“기도 끝났나 봐?” 

“그러게... 참 길게도 한다.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어? 이제 우리에게 와.” 

“쩝.” 


명진과 수영이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민혁은 왠지 어린 그들이 반갑지는 않았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기
전이라 불편한 기색은 내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어느새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 온, 수영이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옆에서 명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서영 역시 웃음을 띤 표정으로 명진과 수영에게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민혁의 생각은 달랐지만, 서영은 수영 부부와의 첫 인사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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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UBOARD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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