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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착한 사랑 -29부

페이지정보

글쓴이 19가이드 조회 6,385 조회 날짜 20-12-02 17:10
댓글 0 댓글

내용

처음 쓸데없는 얘길 나눌지 모를 둘의 동거에 마음을 졸이게 된 민기였지만, 정작 그 다음날부터 출근한 수지의 모습과 평소처럼 사장을 안심시키며 다시 일을 시작한 수지의 모습에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을 억지로 하며 한발자국 떨어져 수지를
지켜보게 되었다. 분명 강간이라는 사건 자체가 그냥 넘길 수도 넘겨서도 안 되는 사안이었지만, 지금 민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애써 꿋꿋이 강직한척 하는 수지에게 민기는 이유모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삼일이라는 시간은 민기에겐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정작 아리는 수지의 집에서 어느 때보다 집중해 공부를 할 수 있었는데 민기는 자신이 수험생마냥 괜히 책상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일어나 사무실 안을 서성이기를 반복한다.

몇 번이고 핸드폰을 들고 단축번호 1번을 누르려다 말기를 반복하며 시간만 죽이게 된다. 철민의 지시도 없었기에 어떠한
분풀이도 할 수 없는 상태의 민기였기에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날을 세우며 흥신소 사무실 안을 살 떨리게 만들게 된다.

그런 하루를 이틀 동안 보내게 된 민기에게 바로 아리의 시험 전날 저녁에 동민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입을 연다.


" .....형님." 

" ...."

" 철민형님이 저녁에 시간 좀 내라고 하셨습니다."

" ...그래?"

" ...예.. 9시에 지원당으로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 ...차 대기 시켜라."

" 벌써 말입니까?"

" .... 애들도 몇 명 불러서 대기 시켜라."

" 예??"

" 시키는 대로 해라."


민기의 말에 동민은 짱개에게 차를 대기시키라고 말을 하곤 전화로 콜을 때리기 시작했다. 민기의 표정에서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질 거 같다는 낌새를 느낀 동민의 재빠른 행동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지원당이라는 고급 요정 집은 민기의 예감대로
심상치 않은 공기가 이미 흐르기 시작했다. 민기 일행이 도착한게 8시라는 이른 시간에도 이미 여러대의 검은색 승용차들이 대기해 있었고, 그 모습은 동민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9시가 되기 전 처음에 도착한 차에서는 고만이가 내려 미리 대기시켜놓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으며 나오는 모습을 동민에게 보여줬고, 그 후에 우식이 도착했으며 마지막으로 철민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어느새 동원장의 가장 고급스러운 방안에는 서울을 지배하고 있는 윤철민파의 서열 1,2위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공민과 철민이 자리 잡고 앉게 되었다.

처음 분위기는 평소의 회식과도 같은 좋은 기운이 맴돌게 된다.


나서기 좋아하는 우식이었고, 무슨 꿍꿍이인지 조용히 술을 마시며 철민과 공민의 눈치를 살피는 고만이었다.

철민의 열굴엔 연신 미소를 띠며 그런 우식의 말을 듣고 웃기를 반복하다가 네 명의 남자들은 어느 정도 술이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 네 명의 남자들 외에 평소엔 생각할 수도 없는 예외적인 두 명의 남자가 한쪽 벽에 등을 돌리고 무릎 꿇고 앉아 있게 된다. 꿈쩍도 하지 않고 두 시간여의 술자리에서 철민의 뒤를 지키고 있던 민기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우식이 술자리의 분위기를 깨며 철민에게 동생으로서의 투정을 부리게 된다.


" 그런데 말입니다 형님... 저 우식이가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게 있습니다." 

" 응? 뭐가?"

" 저기 저 놈 말입니다.."

" 누구?? 기민이?"

" 예 형님.."

" 기민이가 왜?"

" 형님 비서란 놈인데.. 하는 짓을 보면 비서 이상인거 같은데.. 아닙니까?"


거하게 취한 우식은 이전에 자신의 집에 찾아와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된 기민에게 호기심을 갖고 있었고, 고만과 우식 그리고 공민이 까지 모인 술자리에서 철민에게 그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 저 놈은 아무리 봐도 범상치 않은 놈인 건 분명한데... 그렇다고 조직에서 이렇다 할 두각도 드러내지 않고....
 슬쩍 나타나서 슬쩍 사라지는 게 기분이 나쁘다 이겁니다."
 

" ...크크크."


" 솔직히 저도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이겁니다."

" 고만이 넌 또 왜?"

" 저희가 형님을 모신지 벌써 몇 년쨉니까? 그런데 저 놈이 우리보다 형님하고 더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겁니다..."

" 허허~~.. 기민아..."


가만히 눈치만 보던 고만이도 이제는 술이 취했는지 우식의 말을 거들고 나선다. 


" 예 형님." 

" 너 진짜 내 아들 허야겠다...."

" ...예?"


" 아..아들?" 

" 아들?!!"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철민의 입에서 아들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튀어나오자 몹시 당황하는 고만과 우식이었다.. 다만 이미 기민의 정체를 알고 있던 공민만이 방안이 떠나갈듯 크게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 고..공민 형님.. 형님은 저 놈에 대해서 알고 계셨습니까?" 

" 글쎄다... 큰형님이 귀여워 하는 건 알고 있었지.."

" 큰형님.. 이게 말이 됩니까?!! 아들이라뇨!! 지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하시는 거냔 말입니다!"


" .... 너 목소리가 너무 크다."

" ....지금 목소리 안 크게 생겼습니까? 저랑 고만이가 왜 티격태격... 하여튼 그게 지금 형님 의중이십니까?"

" 크크크.. 뭘 그렇게 당황하냐..."

" 형님!!"

" 기민아.. 넌 혹시 내 자리 탐나냐? 이 버러지 새끼들처럼?"


철민의 말 한마디에 방안은 급격하게 싸늘해 졌다. 자리란 단어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다음에 철민의 입에서 나온 버러지라는 단어는 아무리 철민이라도 우식이나 고만이에게 사용할 단어가 아니었기에 두
남자도 놀라 커진 눈동자를 뒤로하고 시선을 민기에게 옮기게 된다. 
그러나 정작 민기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드리워진 정적에 너무도 안 어울리는 냉정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오히려 위압감을 주기 시작했다.


" ......전 형님 옆에서 비서로 살다가 죽는 게 소원입니다." 

" 그래?,.. 그런데.. 난 널 아들로 만들어야 갰는데 말이다..."

" ..형님!"

" 어떤 방법과 수단을 써서도 널 아들로 만들고 싶다는 말이다.."

" 큰형님.. 형님 아들이 되기엔 제 자질이나 성품도 너무 모자랍니다.."

" ......"


" 형님!! 지금 이게 무슨 쇼이신 진 모르겠는데.. 이건 아니지 말입니다!!"

" 그렇지!! 이건 아니지!! 갑자기 어디서 뒹굴던 놈인지도 모를 놈한테 갑자기 후계자라니.. 요즘 세상에 세습이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 그렇지!! 저 놈을 아들로 삼아서 형님이 계속 이어간다는 건데!! 말이 나와서 그렇지 저희가 왜 버러집니까?!! 당연한 걸.."


" ....그래서? 내 말에 토를 달겠다?"

" ....."

"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형님.. 그 뭐시냐.. 친 아들도 아니고.. 우리가 아무리 힘 하나로 먹고 사는 놈이라고
 해도 다 늙은 마당에 그게 통하겠습니까? 당연히 가장 세력이 크고, 아랫것들 관리 잘하는 사람이... 안 그렇습니까?!
 우식형님!!"


" 허허.. 자~~알 한다.. 지들끼리 눈치 보느라 뒤처리도 못해서 내가 나서게 하더니.. 이제 와서 뭐?!! 너 고만이!!
 나랑 맞짱 함 뜰래?!!!"

" .....참나.. 애들도 아니고....."

" 이 자슥이.. 나 아직 안 죽었어!!"

" 예~~예~~.."


" 크크크크크크.."


" 아니!! 공민형님.. 뭐라고 말씀 좀 해보란 말입니다.. 고만이도 저랑 같은 생각 같은데.. 그렇게 웃기만 하시니...."

" 나야 뭐.. 힘 있냐? 다이다이 뜨고.. 개떼들처럼 패싸움할 때가 좋았지.. 난 요즘 우리 조직간에도 무시당하는 거 아니냐..."

" 에이~~ 공민형님을 누가 무시한단 말입니까.. 아직 무투파 하면 그래도 공민형님이 최고신데.."

" 크크크크크크... 이놈은 그저 웃지요~~다.."

" 그렇다고 치고.. 너 기민인가... 하여튼 넌 이런 큰형님 생각을 알고 있었냐?"


" 아닙니다......"

" 그럼? 예상은 했다는 거냐? 그래서 내 집에 와서 건방지게 그렇게 뻣뻣했고?"

" .....전 큰형님이 시키신 일만 했습니다 우식 형님.."

" 이 새꺄!! 그러니까!! 큰형님이 '옛따~~ 너 서울 가져라~' 하시면 넙죽 받아 먹는다는 거 아니냐고!!"

" ....제가 말씀드렸듯.. 전 그럴 위인도.. 제몫도 못됩니다."

" ....그럼? 큰형님이 시키셔도 마다하겠다?"

" 큰형님이 농이 심하셨습니다. 그런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형님."

" 아따!! 이 새끼 말 어렵게 하네.. 그러니까 싫은 거야? 좋은 거야?!!"

"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제가 생각하는 두목은 더럽고 치사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앞에서 떳떳하게 나서서 아이들을 챙기는 남자라고 생각합니다 형님."


" .....그런데?"

" 전... 그림자입니다."

" ..그림자?"

" 음지에서 큰형님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입니다."

" ........"


일순간 술집의 룸 안이 조용해진다. 민기가 꺼낸 그림자라는 말은 결코 햇빛 앞에 나설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남자들이었고, 그 그림자에 숨어 있는 뜻까지도 알고 있었기에 민기를 다시 찬찬히 훑어보게 된다. 이제 겨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민기가 꺼낸 단어는 결코 이 자리에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고 새파랗게 젊은 민기가 꺼낼 말도 아니었기에
일순간 조용해 진 룸 안이다.


" 쯧쯧쯧...." 

" ........."

" 넌 그렇게 싫으냐?"

" .....죄송합니다 형님..."

" 그럼.. 네가 말한 그림자란 게... 내가 말하는 건 다 한다는 말로 들어도 되겠지?"

" 예 큰형님.."

" 그래?.."


혀를 차던 철민이 가만히 우식과 고만을 노려보듯 차례로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 눈빛에서 살기를 느낀 둘은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르게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 그렇단 말이지...." 

" ..."

" 그럼.. 이 자리에서 저 건방진 두 놈의 목을 따버리라고 하면??"

" ......"

" .........."

" ..................."

" 당연히 한단 말이고?"

" 명령을 내리신다면 말입니다."

" 오호~~ 자신은 있고? 바로 문 밖에 네 명이나 더 있는데 말이다.."

" ...시키신다면 자신 있습니다."

" 허~~너 장비도 없잖냐.. 아까 여기 들어올 때 다 빼고 들어오게 시켰는데.."

" ....."

" 왜? 공민이 밑에 있던 놈 목 그어버리듯 맥주잔이라도 깨서 그어버릴라고?"

" ...."


순간 고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우식도 마찬가지였다. 철민의 말투가 심상치 않게 변해가기 시작했고, 그 내용이 점점
삭막해지자 둘은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철민의 마지막 말을 듣게 된 둘은 그동안에 선뜻 조사할 수 없었던 둘의
싸움의 해결 과정을 이제야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둘 중 고만은 그 흙빛이 더 해갔다.
 


" 기민아...말 나온 김에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듣고 싶구나..... 네 말대로라면.. 울 가족 중에 장난친 놈이 다른 곳도 아닌
 여기 앉아 있다는 건데... 그게 아무리 개족보에 인간쓰레기들 집합소인 우리라고 해도 용서가 되겠냐?"
 

" ...."

" 왜 대답이 없냐?? 내한테 보고한 게 다 거짓부렁이었냐?"

" 아닙니다 형님..."

" 그렇지... 공민아.."


" 예.."

" 참.. 우리가 이 생활도 이제 접을 때가 된 거 안 갔냐?"

" 크크크크크크크크..."

" 저 놈은 만날 웃기만 하내.. 이렇게 같이 살 맞대고 있던 놈한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드는 내 심정을 진짜 모르는 건지..   에휴~~.."

" 제가 뭔 말을 하겠습니까.. 그나저나.... 정말 말나오신 김에 어떻게 하실 겁니까?"

" 글쎄다... 우식이 저 놈은 너무 나대고.... 고만이 저 놈은........어떻게 할까? 고만아..."


" .....혀..형님."

" 왜? 고만이는 왜 갑자기 날 불러 쌌냐?"

"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말입니다.."

" 오해? 뭔 오해?"

" 그러니까.... 무슨 오해신지는 모르겠는데.....저한테 화를 내시기 전에 우선 오해부터 푸시고.."

" 허허.... 너한테 화를 내야 하냐? 내가?"

" 그게..."

" 왜? 찔리는 거라도 있더냐?"

" ......아..아닙니다 형님....."

" ......전갈이라는 놈이.....네 식구지?"

" 예?? 저..전갈 말입니까?"

" ........그래."

" ...저..전갈이란 놈이 한두 놈이 아니라서..."

" 나랑 말장난 하고 싶냐?"

" 아..아닙니다 형님..."

" 요즘 나와바리가 비대하게 커졌지.. 우리가...... 옛날엔 한집에서 살면서 같이 소주잔 기울이기도 했는데 말이지.. 이젠..
 아랫것들 시켜서 치사한 짓이나 하고 말이야.. 차라리 옛날처럼 정정당당하게 맞짱 떠서 물러나게 하던가... 그게 뭐냐....
 안 그냐 공민아.."


" 크크크크크크..."


" 내가 왜 기민이 저놈을 좋아하냐면 말이다.. 사람이 속하고 겉이 똑같아요.... 나한텐 거짓말은 단 하나도 못하면서 정작
 지 숨기고 싶은 얘기 나오면 얼굴이 뻘게진단 말이지....그런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가족 뒤통수를 치려던 놈이
 있다는데... 그게 말이 되냐?"

" ........."


" 복잡하게 일도 벌여놔서.. 그거 찾아내고 헤집어 내는데.. 기민이가 고생 좀 했지....서울에 양아치들 끌어다가 조직이라고
 간판 하나 세워주고.. 꼴에 연막 친다고 수원에 아는 놈 시켜서 중국 놈들하고 인천 놈들한테 약 받아내서 그걸 그 또 양아치
 새끼들한테 풀고... 문제는.. 그 양아치 새끼들이 우식이랑 고만이 너 중간에서 난리를 치면서 자꾸 시끄럽게 한다는 게..
 좀처럼 그냥 놔둘 수가 있어야지 말이다... 정작 지 밥그릇 챙기느라 손도 못되는 거 같아서 말이지.."


" .....혀.형님."

"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사실은... 그게 단순히 문제를 일으키려던 게 아니란 게 더 황당하단 말이야.. 참..
 이런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이 조직 안에 있다는 것도 어찌 보면 좋은 일인데.. 그걸 가족한테 쓰다니..쯧쯧쯧......"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하시는 말씀은.. 이 고만이 새끼가 일부러 그 뒤에서 조종을 했...."

" ...."

" ....."


" 참.. 요즘 조폭들 무서워... 아무리 X세대와 발맞춰 간다고 해도 말이야.. 어떻게 짭새랑 붙어먹고 가족 뒤통수를 칠
 생각을 했냐고..."
 

" ..형..형님.. 아닙니다.. 정말 그렇게까지는..."

" 뭘 믿고 그랬냐? 우리가 법테두리 안에서 원래 놀던 새끼들이냐?"

" ...."

" 왜? 또 조폭과의 전쟁이라도 벌여보게? 너만 살아남아서 서울을 깡그리 손에 넣어보자는 심상이었냐?"

" 그..그게 아닙니다 형님.. 우식이 이 새끼가.. 지주제도 모르고 계속 날뛰니까.. 이 새끼만...."

" ..허~~"


" 뭐?!!! 이 새끼가!!! 너 뒈지고 싶지!!! 이 새끼를!!"

" 우식아!."

" ...놔두십시오.. 이런 새끼는 아주 모가지를 따버려야 합니다!"

" 우식아!!"

" ...."

" 너도 똑같아 새끼야.. 눈치만 보고.. 넌 뭐가 없냐? 병대가 없냐? 나와바리가 없냐?!! 뭔 놈의 겁은 그리 많아가지고..."

" 혀..형님."

" 내가 오죽 답답했으면 정말 저기 기민이를 내 뒤에 앉히고 싶겠냔 말이다!!.. 새파랗게 젊은 저 놈을 말이야!"

" ......"

" ...."


" 기민아...."

" ...예 형님."

" 정말 고만이 말이 맞냐? 단지 우식이 놈만 혼내주려고 그런 거냐?"

" 접촉한 놈들하고 일 벌인 놈들 중에 전갈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 그 놈들 말 말고.. 네 생각 말이다."

" 만약에 고만형님이 우식형님을 제대로 치려고 했다면 그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

" 거기다가 큰형님 말씀대로 서울 전역을 다 쓸어버릴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큰형님이 계신 강남부터 작업 하는 게 더
 빠르고 신속했을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 그래??.......음.. 그건 꼭 나를 치면 다 칠 수 있다는 얘기 같은데.."

" 그 전에 싹을 밟아 버릴 겁니다. 형님..."

" 네가?"

" 예.."

"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고놈.. 참..... 그럼.. 기민이 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그래서? 고만이 넌 어쩔 테냐?"


" ..예??"

" 그냥 우식 이한테 잘못했음다~ 하고 끝낼 순 없잖냐.. "

" 그..그럼.."

" 솔직히.. 여기 기민이한테 네 목이라도 따라고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인데...."

" 예??!!!"

" 아따.. 놀라긴..... 아직 붙어 있구먼.. 그 목.."

" ......혀..형님.."

" 아무리 생각해도.. 그 검사 나부랭이 새끼랑 붙어먹은 건 용서가 안 된단 말이다.. 형제 싸움이야 가족 간에도 있을 수
 있는 거고, 우리한테 그런 일 하루 이틀도 아니었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데 말이지.. 네가 한 방법은
 너무 비겁하고 치졸하단 말이다... 하긴.. 우리 같은 새끼들이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 ....."


철민의 목소리는 너무도 낮은 톤으로 살을 애리는 듯 한 섬뜩함까지 품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도 쉽게 입을 열수가 없었다.
당사자인 고만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상 깡패도 깡패의 룰이 있었고, 가족에겐 지켜야 할 선이 당연히 있었다.
그 모든 걸 자신의 이익과 백으로 이용하기 위해 깨버린 고만의 행동은 민기가 아니라면 밝혀질 리도 없었고, 밝혀질 수도
없었을 일이었을 만큼 고만이 딴에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을 한 것이다. 우식만 없다면 서열상으로도 다음 철민의
후계자로서 자신이 명백한 사실일거라는 생각에 이 모든 일이 우식을 치기 위한 과정이었는데, 어디서부터 틀어진 것인지
다시 생각을 해보며 철민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 어쩔까나... 기민아 네 생각은 어떠냐? 이 자리에서 옛날처럼 확 조질까?" 

" ...."

" 왜? 말을 못하냐? 너도 쫄았냐?"

" 아닙니다."

" 그럼?"

" ...제가 감히 제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화를 내실 거 같아서 말입니다...."

" 화?? 내가 화낼 얘기냐? 네가 하는 말이?? 허허~"

" ..."

" 그래 말해봐라..."

" 고만형님을 치시는 건 섣부른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 ......"


" 뭐?!! 야 이 씹새꺄!! 날 치려고 했던 놈인데!! 뭐라고? 그리고 지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막 지껄이냐?!! 섣부른??
 섣부... 이 새끼가!!"

" 어허!~~ 우식아 지랄 좀 그만해라.."

" 예???.. 혀..형님!"

" 차라리 박 터지게 싸우고 나서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지껄이던가.. 넌 쪽팔리지도 않냐?!!"

" 형님~~..."

" 그래서.. 왜 그런지 이유를 한번 말해봐라."


" ....고만이 형님이 우식형님을 치기로 한 것도 철민형님에게도 책임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 .......그건 왜냐?"

" 큰형님께선 아직 후계자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신데.... 요즘 약한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 ......"

" 원래 인간이라는 동물이 자리가 나면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을 따르는 것이 차라리 이 세계에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당연한 이치인데 말입니다.. 큰형님께서 약한 모습을 보이시고 거기에 후계자 문제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시지 않으시니   철민형님 다음으로 나와바리가 가장 큰 두 형님이 그 자리를 넘보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 ..."

" 그 이유로 저 새끼가 검사 나부랭이랑 손잡고 한 가족 친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냐?"

" 그건 아닙니다.. 어떠한 처분이라도 큰형님이 내리셔야 하는 건 당연한 결과지만.. 그렇다고 고만형님을 당장
 묻어버리는건 좋지 않은 꼴을 아랫사람들한테 보여주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어쩌냐? 배신자를 그냥 놔두란 말이냐?"

" 제가 올리는 말은... 고만형님이 꼭 배신자는 아니란 말입니다."

" 뭐?? 그럼 뭔데?"

" 큰형님이 말씀하셨듯.. 형제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강한지... 사실상.. 이번 일에 가장 큰 피해자는 두 형님이 아닌
 공민형님이십니다. 아무리 이용을 당했다고는 해도 제 손으로 걷어 들인 그 가오리를 잃으신 게 가장 큰 손실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정작 고만형님이나 우식형님의 가족들은 눈치 보기 바빠서 별다른 피를 안 봤으니까 말입니다..."

" ......."

" 말씀드린 대로 정말로 배신을 한다면 저 같으면 큰형님부터 잡았을 겁니다."

" 큭...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 그게 다냐?"


" ..고만형님이 괘씸하다고 하셔도.. 밑에 있는 아이들의 수도 그렇고 그 넓은 구역을 당장 통솔할 적당한 인원도 마땅치
 않을 거고 말입니다.. 이치대로라면 우식형님에게 그 나와바리를 건네드려야 맞겠지만.. 서로 눈을 부라리던 사이인
 고만형님의 떨거지들이 우식형님을 충심을 다해 모실 리도 없기에 분명 문제가 발생할거라는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 하긴 어떤 새끼가 그곳을 맡아도 문제가 생기겠지... 여우같은 새끼지만.. 고만이 저 새끼가 데리고 있기에 편하긴 하지..."

" 예 형님..."

" 그런데.. 들어보니 그 검사놈 때문에 네 가족이 다쳤다고 하던데.. 그것도 용서하려고?"

" 그건 아닙니다."

" ....넌 지금 하는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 하지 않냐? 나보곤 용서하라는 식으로 말하고.. 넌 아니다?"

" 조사결과 이 아이디어를 낸 것도 그 새끼라는 생각이 듭니다."

" 뭐? 그 검사새끼가?"

" 고만이 형님이 머리가 아무리 좋으셔도.. 중국 놈들이 대놓고 세관 통화할 물건들의 양도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그 새낀 우리 가족을 버러지처럼 이용하고 버리길 반복했었습니다. 장기판 졸처럼 말입니다..."

" ......"


" 아무리 저희가 인간쓰레기 취급을 받아도... 인간 이하의 짓은 하지 못하도록 동생들한테 못 박아 둔 저입니다. 그런데...
 그 새끼는 그런 제 신념에도 위배되는 놈입니다 형님.."

" 뭐가 그리 복잡하냐.....에휴~...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고만이 넌 그 검사새끼랑 이제 그만 손 놔라.. 안 그러면 나도
 더 이상 참질 못하겠으니까....그 검사새끼는....기민이가 알아서 하게 놔두고 일체 상관하지 말라고 새끼야!!.......
 그리고 그 후에 기민이 넌 그만 손 털어라.."


흘려듣기엔 너무나 황당한 철민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 말에 갑작스럽게 조용해진 방안에서 민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다시 한 번 철민에게 확인하듯 묻게 된다.
 


" ......예?" 

" 손 털라고..."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조직에서 나가란 말이다."

" 가..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

" 이제는 이 두 새끼가 다 알아버렸는데.. 널 가만히 두겠냐?"

" ....."

" 그러니까.. 손 털고 흥신소나 제대로 운영하란 말이다.. 지금 흥신소에 몇명있냐?"

" ....여..일곱 있습니다."

" 그래?? 음~..고만이 너!."

" ..예." 

" 네가 이 놈 은퇴기념으로 총알 좀 줘야 쓰것다.." 

" 제..제가 말입니까?"

" 그럼? 우식이한테 달라고 할까?"

" 아..아닙니다.. 당연히 줘야지 말입니다."

" 그럼 얘긴 다 끝났고.. 고만이 일은 우식인 당분간 입 다물어라.. 차후에 술 한잔 더 하면서 생각해보자... 괜찮냐 우식아?"

" 형님이 그러시라면.. 그래야지 뭐 별수 있습니까?.." 

" 크크크크크크.."

" 그리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기 기민이 놈 은퇴하고 나서 건드는 새낀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아니다!.. 저 놈한테 손 데려다가 먼저 쥐도 새도 모르게 당하겠구나..크크크.."


술잔을 들어 고만을 향하며 웃는 철민의 모습에 고만이 주춤거리며 술을 따른다. 철민의 의도를 이제서야 파악한 민기는
누구보다도 당황하며 동민을 바라보게 된다. 동민도 사색이 되어 그대로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일이 이런 방향으로 진행 될 줄은 전혀 예상도 못한 민기였기에 갑작스럽게 잡힌 자리에서 예상 못한 철민의 명령에 복잡한 머릿속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고 앉아 있게 된다.


술자리는 그렇게 계속 이어졌다. 눈치를 살피며 연신 한숨만 쉬던 고만이는 결국 모든 걸 체념한 듯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술을 받아먹고는 그동안의 아쉬웠던 얘기를 철민에게 털어놓게 되었고, 그 대화 내용은 우식에게도 남 같지 않은 내용이기에
고만의 행동을 괘씸해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조폭이라는 놈들의 특성 중 벌리고 보자는 행동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난 행동양식이었기에 철민도 내심 저 고만이 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고 또 했던 것이다. 쉽게 찾지 못하는 답이었고, 단칼에 처내기엔 그 세력의 규모도 만만치 않았기에 고만의 목을 딴 후의 일에도 고심하던
철민이었는데, 민기가 대신 자신의 속내를 밝혀주자 그 말을 받아 넘기듯 그대로 넘어가게 된다.


정작 중요한건 민기의 거처였다. 말버릇처럼 죽을 때까지 철민의 그림자로서 살아가려던 민기였는데 다시 한 번 철민에게
심사숙고해달라고 부탁을 하려던 민기는 철민의 말대로 서열1,2위의 고만과 우식 앞에서 의도치 않게 후계자로 지명된
민기였기에 어찌 보면 이 세계에서의 은퇴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복잡한 생각을 접기로 하고 차후에 김검사놈만 생각하기로 한 민기였다. 우선 아리가 시험을 끝내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 이쌔꺄!! 안 일어나면 깨웠어야지!!" 

" ...깨웠었는데..아무리 해도 일어나시질 않으셨는데 말입니다.."

" ...너.. 아리 시험 못 보면 나한테 뒈질 줄 알아!"

" 아니 아리 학상이 시험 못 보는 거랑 제가 뭔 상관이라고.....죄. 죄송합니다."


황급히 옷을 챙겨 입던 민기가 동민을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한다. 7시에 깨우러 오라는 민기의 지시에 6시30분부터 민기의
집에 들어와 흔들어 깨우던 동민이었는데.. 손만 대면 주먹을 날리려던 민기였기에 눈치 보며 조금씩 흔들다 도망가길
반복했던 동민이었기에 억울함에 군시렁대며 옷을 다 입은 민기를 모신다. 
가뜩이나 통제심한 고등학교 시험장 앞에 겨우
도착한 민기와 동민은 이미 정문이 닫히는 모습에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리곤 뒷걸음질 치는 동민을 무섭게
노려보며 괜히 화풀이를 하는 민기였다.


" 넌 뒈졌어.. 너 이리....야!!." 

" ....넌.. 어쩐 일이냐?"

" 어!... 수지야..."

" 아리 시험 보러 들어가는 거 배웅 왔냐?"

" ...."

" 아주 효남 났네.. 효남 났어.."

" ....아리.... 들어갔어?"

" 그럼 벌써 30분은 지났다.."

" 그래..... 근데 넌 왜 기다리고 있어?"

" 학생들한테 커피 한잔 얻어먹고 있었다! 왜?!! 늦게 온 주제에.."

" ...... 그거.. 어디서 났냐?"

" 저기.. 어!~ 철수하네.."

" ....그거라도 줘봐.. 입 텁텁해 죽겠다.."

" 됐거든.."

" ......"

" ...."

" ...그동안 수지는 공부 열심히 했어?"

"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 ...같이 있었잖아."

" ..몰라! 난 낮에 자고 밤에 일하러 가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 ........"

" 난 이제 갈란다.. 넌 남아서 기다리던 말든.."


종이컵을 들고 수수한 차림으로 서 있던 수지가 그대로 발을 옮겨선 동민에게 향한다.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민은 그런 수지를 멀뚱히 쳐다보기 시작했고 아무렇지 않게 차에 오른 수지의 모습에 그 시선을 민기에게 돌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으로 물어본다. 손을 내저으며 데려다 주라는 민기의 손짓에 동민은 차에 시동을 걸게 된다.
 


가만히 닫힌 철문 앞에서 서 있게 된 민기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철문에 엿을 붙이기 시작한 아줌마와 함께 하게 된다. 어느새 덕지덕지 붙게 된 엿들을 보며 민기도 머리를 긁적이며 발을 옮기더니 근처의 편의점에 들려 봉지를 하나 들고 나오게 된다. 그리곤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철문 앞으로 걸어가더니 눈을 부라리며 아줌마들에게 삿대질을 하기 시작한 젊은 경비원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철문 안에서 엿을 때라며 화를 내고 있는 경비원의 시선을 피해 민기가 조심스럽게 측면으로 다가가더니 봉지에서 사온 엿의 비닐을 조심스럽게 뜯기 시작한다. 연신 눈치를 살피며 귀퉁이에 얼어붙어 잘 붙지도 않는 엿을 억지로 붙이기 시작한다.


" 아저씨!!" 

" ...예..예???"

" 지금 아줌마들 혼나는 거 안보여요?! 지금 뭐하는 건데요?!"

" 아..아니.... 그게 아니고요.."

"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그 엿 당장 떼라고요!"

" .,...."

" 말 안 들려요?!! 여기가 무슨 당신 안방도 아니고.. 왜 남의 학교 정문... 뭐요?! 왜 노려보는데?!!"

" ..."

" 빨리 띠라고!!"

" 이거 뗬다가... 울 아리 시험 떨어지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 무..뭐라...?"

" 왜 초면인데 반말이나 찍찍 싸대냐고! 나 알아? 나이도 별로 차이 안나는 거 같은데 언제 봤다고 입 함부로 놀리는데!!..
 확 아가릴 찢어 벌라..."


" ...이..사람이...."

" 뭐!!? 또 뭐라고 씨부릴라고 하는데?!!!!"

" ..."

" 확! 엿같이 철문에 붙여버릴까보다.."

" ..어..어흠... 말세야.. 말세.. 에휴.."


흥분한 민기였다. 

의도치 않게 아줌마들의 환호를 받게 되자 숙인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민기는 그 자리를 꼬박 시험이 끝날 때까지 지키게 된다.


시간이 길고 지루하게 느끼며 하나둘 점심을 먹으러 사라지는 아줌마들을 뒤로하고도 민기는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시험한파라고 하더니 살을에리는 날씨에도 그 자리를 한참 더 지키고 있을 때.. 열릴 거 같지 않던 철문이 열렸고 곧 마지막
종소리가 민기의 귀에 들려왔다. 
하나둘씩 건물에서 나오는 학생들을 보게 된 민기는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울며 나오는
학생도 그리고 웃으며 나오는 학생도 아무 표정 없이 나오는 학생들의 얼굴엔 민기는 상상도 못할 고뇌들이 담겨 있는 듯
보였기에 조금씩 뒷걸음질을 쳐 몸을 숨기게 된다.


" 오빠??" 


몸을 돌려 담배를 입에 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민기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 어!.. 맞네.. 여긴 어떻게 왔어요?" 

" ..지..나가다가..."

" ,....저 기다린 거예요?"

" 아니야.. 정말 지나가다가.."

" 에휴.. 손이 얼음장이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아리가 민기의 썰렁한 양복차림에 덥석 손부터 잡아 본다. 


" 하루 종일 기다렸어요?" 

" 아..아니야.." 

" 치~ 아니긴.."

" 시험은?? 시험은 어떻게 됐어?"

" 어떻게 되긴요.. 봤죠.."

" 잘 봤어?"

" 눈으로야 잘 봤어요."

" ... 잘 치렀냐고!?"

" 크크.. 글쎄요.. 아는 문제가 많이 나오긴 했는데.. 다른 사람도 다 쉬웠다고 하는 거 보니까...뭐 결과가 나와 봐야지 알죠.."


" 아리야!!"

" 어!! 미슬아... 어땠어?"

" 에휴.. 나야 만날 그렇지 뭐.. 반만 맞아라다!!"

" 하하~~ 됐네. 반만 맞으면 실기만 잘 보면 되잖아."

" 넌?"

" 나야 뭐.. "

" 잘 봤군... 저 자신 없는 표정이 답이다.. 너 항상 그랬잖아.."

" 몰라.."

" 시험지 맞춰 볼까?"

" 됐어.."

" 칫!.. 자신 있다는 거지?! 지지배.. 하여튼.... 어!.. 아..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그제야 민기를 발견한 미슬이 인사를 하자 옆에 멀뚱히 서있던 민기가 인사를 받아 하게 된다. 


" 배고프지?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내가 다 사줄게.." 

" 진짜요?? 와!! 미슬아 가자!"


" 난 집에 가야지.. 아빠가 엄청 궁금해 하시잖아.."

" 아~...맞다..........엄마랑...아빠가 기다리시겠다....."

" ....미안.. 나 먼저 갈게 아리야.. 오빠한테 맛나는 거 많이 얻어먹어.."

" 응.. 수고했어!!!! 들가!~~"

" 그려!~~"


미슬의 아빠라는 말에 아리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고, 그 모습에 민기가 생전하지도 않던 아리의 팔짱을 스스로 끼게 된다. 


" 가자!.. 뭐 먹고 싶어?" 

" 치~.. 음~~~~"

" ..."

" 칼질!!"

" .....뭔 섬뜩한 단어냐.. 그건.."

" 참나.. 뭔 생각을 해요?! 스테이크라고요!!"

" 아~~...하하하하..그래 가자...."


" 음.. 근데요..우리 원조로 안보일까요?" 

" 켁켁!~~~ 켁~~~"

" 풋~큭큭.. 뭐야? 찔렸어요?"

" 야!..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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