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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착한 사랑 - 6부

페이지정보

글쓴이 19가이드 조회 3,687 조회 날짜 20-11-04 17:39
댓글 0 댓글

내용

대충 사태파악이 된 민기였다. 사실 우식의 집에 찾아간 이유가 바로 이 둘 때문이었다.

민기의 권유로 우식의 식구로 받아들이려 했지만, 민기의 생각보다도 더 의리로 뭉친 이들은 길상이를 그렇게 만든 

철민파를 곱게 들어갈 리가 없었고, 우식의 밑으로 끌려가다시피 불려갔어도 끊임없이 반항과 저항을 해가며 소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민기가 우식에게 직접 찾아가게 된 것이었다. 대충 어질러진 물건들을 천천히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민기의 행동에 이 사무실 주인임을 인지한 강철이라는 놈이 먼저 욕을 하기 시작한다.


" 오호라.. 너냐? 우리 형님 그렇게 만든 놈이!! 이 쳐 죽일 놈아! 왜? 나도 그렇게 반 병신 만들려고 끌고 왔냐?!! 

다이다이 뜨면 쪽도 못 쓰는 게... 쪽수 믿고 그렇게 나대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골로 가는 거 모르지?!! 이 시부럴놈아!!" 

" ......."

" 흥신소 간판 보고 뭐냐고 생각했는데... 아주 이 새끼들 제대로 놀고 있네... 뭐야? 여기 척살조라도 되냐?!!"

" 그렇다면..."


천천히 의자에 앉은 민기는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는 시선을 옮겨 강철을 부드럽게 노려본다. 본능적으로 강철은 이 

남자가 위험한 놈임을 감지하곤.. 역시 감이 좋은 놈이었다. 잠깐 망설이다가 이판사판으로 다시 욕을 하기 시작했다.


" 왜?! 죽이기 전에 뭐 볼게 있다고 뜸을 들이냐고!! 빨리 죽이라고!!" 

" 죽고 싶냐?"

" ...무..뭐?"

" 죽고 싶냐고.. 자꾸 죽여 달라고 하니까.. 소원이면 들어주고.."

" 이..새끼가.."

" 길상이가... 너희한테 칼받이 시키든?"

" ...무..뭐라고?!! 이 새끼가 어디라고 울 형님을!!"

" 그것도 아니면.. 호위호식하게 돈다발이라도 건네주든?"

" ...너 죽을래?!! 이거 풀어!! 이 좇만한 새끼야!! 나랑 붙자!! 입만 살아서 나불대지 말고!!"

" 한기라고 했던가? 넌? 넌 길상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 ......" 

" 무..뭔데!! 이 새끼가 뭔데 우리 사이 갈라놓는데!! 야 한기야! 저 새끼 말 듣지 마! 저거 전부 감아언설이야..!!" 

" 무슨 삼파극 찍냐? 그리고 감언이설이겠지...."

" 삼자극? 그..그게 뭐야?!"

" ......한기야.. 넌 대충 알고 있어서 그렇게 쉽게 잡힌 거 아니냐?"

" ......" 

" 한기야 뭔데? 저 새끼가 뭘 나불 되는 건데?!!" 

" 길상이가.... 네가 모시는 형님이 말이다.. 고딩들 돈 삥 뜯으려고 마약이나 팔고.. 지 주제도 모르고 여자들 뽕으로 

낚아채서 고사장 꼬셔서 나이트 몇 개 접수하고 나서도.. 정신 못 차리고 거기에 약까지 풀었는데... 

넌 모르냐? 그 많은 돈은 구경도 못했고?"


" 무..무슨 소리야! 울 형님이....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이 새꺄!! 중간모약을 하려면 제대로 알고 구라를 쳐라 이 새꺄!!"

" 중상모략이겠지..."

" ..이.. 새끼가..자꾸... 지금 말장난 하냐? 빨리 죽이라고!!"

" 넌 듣던 대로 무식하구나... 그래도 쌈 하나는 기똥차게 한다던데...아직도 기운 팔팔한 거 보니까 그건 맞는 거 같고.."

" 이..씹새야!! 그러니까 다이다이 뜨자고!!"

" 강철아... 조용히 해라...." 

"  하..한기야.."

" 저분.. 기민씨다.."

" 기민이 누군데!!"

" 오호라.. 날 알아?" 

" 민이파 두목 아니십니까?" 

" 허어... 날 아는 사람은 극소수인데... 거기에 민이파라...."

" ... 맞지 않습니까? 제가 짐작하기론.."

" 더 이상 나불거리는 거... 잘 생각하고 해라... 진짜 여기서 못나가는 수가 있으니까..."

" ......"


" 누..누군데?"

" 강철씨는 날 모르는 거 보니까... 길상파에서도 내 정체는 모르는 거 같고.. 넌 어떻게 아는 거냐?" 

" .....강남 나이트 사건하고.... 고만파에서 골치 아파 하던 스켈렙톤 애들 조져놓은것도.. 당신이 맞죠?" 

" ....허.... 너 진짜 이대로 못 돌려보낼 거 같다는 생각이 조금씩 드는데... 차라리 모른채를 하던가...."

" 이번 길상형님건도... 솔직히 당신 솜씨가 아닌가 짐작했었는데... 맞군요.."

" ...."

" 애들 말 들어보니.. 한명이서 사무실로 조용히 들어와서 갑자기 길상형님 반 죽여 놓고.. 같이 있던 형수님이 찌른 칼에도

 웃고 그냥 넘어간 모습에 쫄아서 전부 전의를 상실케 했다던데.. 지금 보니까.. 이해가 갑니다.."


" .....그래서? 소문이라도 내려고?"

" 궁금한 게... 왜 길상형님을 살려두셨습니까? 아니면 아킬레스건이라도 하나 자르지..."

" 하..한기야..." 

" 불필요하더라고... 그 놈이 만약 정말로 울 큰형님한테 위협적인 존재였다면.. 그대로 안 왔지....

 차라리 너나 저기 강철이가 길상파를 이끌었다면 더 어려웠지 않을까 한다.." 


" 큭큭.. 길상 형님은요.. 사람이 욕심에 눈이 멀기 전에는 참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동생들도 잘 챙겨주시고... 

 약에 손대기 전까진.. 부모처럼 우릴 돌봐주셨죠... 그런데 당신이 나타나서 제 손을 덜어주셨네요.."


" ........ 그래서.. 지금 품에 숨겨놓은 칼로 날 찌르려고?"

" 알고 계셨군요......몸수색을 안 한다 했더니......들어올 땐 그 생각도 했습니다."

" 그런데?"

" 그냥 죽으려고요.. 어차피 이 생활 접고 다른 일 찾아본다고 해도 잘 될 거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우식파에 들어가서 우식이라는 놈 보고나니까...딱가리 노릇하기는 죽어도 싫고 말입니다.."


"정말 죽으려고?"

" ......예. 그런데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 뭐?"

" 여기 강철이는.. 기민형님 밑에 받아주십시오.."

" ..... 내가 왜 그래야지?"

" 이 놈은 저랑 중딩때부터 같이 사고 치던 놈이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짜 멍청이에.. 미련하지만.. 

의리하나는 끝장입니다... 비록 길상형님이 우리를 버린 격이 됐지만, 그래도 이 새끼는 끝까지 따라갈 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옆에 두시면 도움이 많이 될 거란 말입니다.."


" 무..뭐야.. 지금 무슨 말하는 건데! 누가 누굴 버렸다는 건데!"

" 이 새꺄.. 너 언제까지 고딩처럼 살건데! 모르면 좀 조용히 있으라고!! 우리 벌써 26이야!!! 정신 차리라고 이 새끼야!!"

" 내..내가 뭘!! 이 씨발!! 야 너!! 기민인지 민이인지!! 나랑 다이다이 뜨자고!!! 왜 이상한 말만 하는 건데!!!"

" 그럼 이렇게 하자..." 

" ...." 

" ..뭐!! 뭔 소리를 또 하려고!!"

" 내가 너희 둘하고 붙어서 이긴다면... 둘 다 내 밑에 들어와라.." 

" 미...미친놈!! 야! 넌 내 한주먹거리도 안 돼!! 이거 풀고!! 그거 알아듣게 해 줄 테니까!!"

" 그럼 넌 두말 할 필요 없는 거고... 한기씨는?"

"......." 

"어차피 죽어도 철민파 밑엔 들어오기 싫은 거 같은데.. 내가 말한 민이파는 철민파에서 어느 누구밑도 아니다.. 

오로지 철민형님만 모시지....그러니 둘이서 같이 덤비라고... 그리고 내 주먹을 이해하겠으면 내 밑에 들어오던 나가서

뒤지든 생각하라고...." 


" 아무리 그래도.. 나하고 강철이하고... 2대1은 힘들 텐데요.."

" 그놈.. 주댕이로 먹고사나... 넌 이 직업 택할 때 입사면접 보고 들어왔냐?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남자라면 주먹이 말보다

빨라야지.. 그런 말도 모르냐? 백 마디 말보다 한방의 주먹과 한잔의 술이 남자를 더 통하게 만든다는 말?" 


" 처... 음 듣는 말입니다.."

" 크크크.. 그래 이새꺄.. 처음 듣겠지.. 민이 가라사덴데!!.....그래서 할껴? 안할껴?"

" 저희가 이기면요?"

" 그럴 리 없어.."

" 저희가 이기면... 이 흥신소 저희가 가져도 됩니까?"

" 어!~.. 여긴 내 밥줄인데.."

" 역시....당신도 말 뿐.."

" 그냥 여긴 나주고.. 네가 민이파 오야봉해라.. 그럼 됐지?"

" .,..무..뭐?"

" 싫으면 자빠지던가..."

" ....후회하실 일입니다...저도 한 따까리 한다고 소문났는데요.."

" 야!! 동민!! 들어와서 이것들 밧줄 좀 풀어라!! 그나저나.... 저 새끼 말 졸라 많아요....." 


" 헛!! 아..아저씨..." 

" 퇴근 안 해?"

" 어..얼굴 왜 그래요?"

" 으.응?? 얼굴?"

" 코..피.....입술도 다 찢어졌어요..."

" 그..그래?? 다 닦았는데....."

" ...헉!!"

" 오..왜??"

" 이마.. 또 찢어졌다... 피..피 좀 봐.."

" 피???....이..새끼들... 살살 좀 하지.. 안되겠다.. 버릇을 더 고쳐놔야지.. 밟는 김에 아주 조져... 아리야 잠깐만 있어봐.. 

내가 갔다 와서 맛있는 거 사줄게.."


" 어딜 가요!!"

" 자..잠깐이면 되는데.."

" 참나.. 무슨 보디가드가 맨날 줘 터져서 나타나냐.... 솔직히 말해요.. 혹시 맞고 돈 버는 거 아니에요?"

" 뭐? 아..아니야.. 아저씨 쌈 잘해.."

" 잘하긴.. 그런데 이렇게 쥐어 터져요?"

" ..야!.. 내가 이정도면 상대방은 어떻겠냐!"

" 예! 예~~ 알았으니까 앉아 봐요.. 아휴.. 입술 안까지 다 터졌네.... 꼼짝 말고 앉아 있어요!!"

" ......"


아리는 민기를 주방의 무를 썰 때 쓰는 쪼그려 앉는 의자에 앉혀두곤 황급히 걸어 나간다. 이 시간에 손님이 부적되는 가게

안에서 주방 밖으로 아리를 내보내길 껄끄러워 하는 민기였지만, 너무 단호하게 말을 한 아리의 모습에 어느새 얌전한 양이 되어 양복차림에 그대로 쪼그려 앉아 있게 된다. 곧 돌아온 아리는 손에 구급상자를 들고 와선 소독제를 솜에 묻혀 민기의

얼굴을 씻기기부터 한다. 


" 아..아야야야..."

" 엄살 부리지 말아요!.. 이렇게 엄살 부릴 거면 왜 이렇게 맞고 다니는 건데?"

" .... 나만 맞은 게 아니라니까.."

" 그놈의 허세는.. 알았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요.."

" ...아야!... 그런데 아리야..."

" ...예?"

"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니?"

" 아저씨한테만 잘해주는게 아닌데요.."

" 응?"

" 곰팅아저씨하고도 아까 집에서 싸온 쿠키 같이 먹었어요.."

" 쿠..쿠키??"

" 예.. 그리고 여기 직원 분들하고도.."

" 쿠키라니!!.. 그거 어딨어?"

" 다 먹었죠!! 입이 몇 갠데.."

" 야!!"

" 깜짝이야.."

" 내 껀!! 내껀 어딨는데!!"

" 헐.. 누가 늦게 오래..본인이 늦게 출근해놓고는... 출근시간은 폼인가? 혼자 무슨 벼슬도 아니면서...."

" ......내일도 싸와.."

" 안 돼요.. 고시원 주인아줌마가 얼마나 눈치를 주는데... 취사 금지에 식비 안내면 밥도 없어요..."


아리가 민기의 얼굴을 닦아내며 무심히 말을 하다가.. 자신의 처지를 들어낸 거 같은지 입을 다문다. 


" 고시원에서 사니?" 

" ...아니에요.. 엄마랑 같이 사는데.. 공부할 때만 고시원에서 있어요.. 엄마가 특별히 끊어주신 건데....."

" ......."

" 헛.. 이빨 흔들려요.."

" 뭐??"

" 아니구나..큭큭... 놀라긴.. 무슨 남자가 이렇게 겁이 많냐.."

" ...."

" 휴.. 빨간약이.......여기 있다.."

" 아프다..."

" 풋~~.. 증말.. 아저씬 보디가드보다 주방이 더 잘 어울리는거 같은데.. 여기서 같이 일하는 건 어때요?"

" 그럴까?"

" 제가 사장님한테 한번 말해볼까요? 요즘 사장님이 절 얼마나 이뻐하시는지...처음엔 변태돼지뿡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절 친딸처럼 생각해 주신 거더라고요.. 음~~.. 처음에 절 보고 저세상에 간 마누라가 돌아온 줄 알고.. 

너무 놀라서 실수를 했다고 울면서 말을 하는데..."

" 그.. 너구리 새끼......"

" 예?? 너구리??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딱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일하는 곳 사장님을 너구리라고 말해요?큭큭.."

" ....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내가 다 사줄게.."

" 됐네요.. 아저씨 이 양복만 며칠짼 줄 아세요? 냄새가 안 나니까 다행이지...쓸데없는데 돈 쓰지 말고.."

" 나.. 똑같은 양복만 입는 거야.. 집에 많아.."

" 풋~~큭큭... 알았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요.."

" 진짠데..."

" 누가 뭐래요?...아고... 눈썹 안까지 터졌다...."


자신의 얼굴을 호호거리며 입김까지 불어주는 아리의 모습에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 민기였다. 


그날의 교도소에서의 출소일이 생각난다. 민기가 교도소에서 출소를 하던 그날 지금처럼 얼굴이 엉망이었다. 

출소기념빵이라는 일반 재소자들에겐 생소한, 듣기에도 생소한 축하빵으로 인해 얼굴 여기저기에 멍이 들었었고, 그런 

모습에 작은아버지는 혀를 차며 집으로 안내했던 그날이 말이다.


입술 안이 다 찢어져서 밥을 먹기 불편한 민기를 보며 작은 아버지와 작은 엄마는 무서운 존재라도 대하듯 눈을 마주치기

힘들어 했고, 그런 두 사람의 행동에 민기는 그날 밤 야반도주하듯 그 집을 나오게 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민기에겐 이미 작은엄마의 시선은 남이 되어 있었고, 작은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리의 시선만은 자신을 귀여워하던 오빠의 기억이 남았는지 부모님들의 눈치를 보며 내게 말걸 길 머뭇거리기만 할뿐.. 

연신 민기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는 듯 큰 두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14살의 세상물정 모르는 아리였기에 교도소의
무서움이나 살인미수라는 죄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듣기만 했지 막상 전해지지는 않은 듯 어색한 짧은 머리의 땜빵까지 있는
민기를 자신을 예뻐하던 오빠라고만 인식하며 또랑또랑한 두 눈으로 훔쳐보길 반복했다.


그리고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끝낸 작은엄마마저 안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홀로 거실에 남겨진 민기에게 그 작은 아이가

자신의 작은 이불을 들고 다가온 모습에 왠지 모를 눈물이 눈가를 적시기 시작한 민기다.


" 넌?" 

" 오빠.. 나랑 같이 잘까?"

" 아니.. 그럼 작은 아빠나 엄마가 싫어하실 거야..."

" 왜?"

" 너도 다 컸는데.. 그리고.. 날 탐탁지 않게 여기시거든..."

" 탐탁지 않게? 왜?"

" 그런게 있어...."

" 많이 아파?"

" 응?? 아니....."

" 난 넘어져서 좀만 까져도 눈물 나던데..."

" .. 난 괜찮아......."

" ..이거 덥고.."

" 고맙다..."

" 피~.. 엄마랑 아빠는 왜 오빠한테 저러지?... 이상해.."

" 아니야.. 엄마 아빠가 이상한게 아니야.. 그런 생각 하지 말고... 엄마아빠 말 잘 들어야지 울 아리는...."

" .....난 오빠가 좋은데.."

" 나도... 얼른 들어가라.. 엄마 나오시면 혼나겠다..."

" .......응."


" 어머.. 아저씨..." 

" 으..응??"

" 많이 힘들구나.."

" 응??.."

" 에휴.. 이리 와 봐요.."

" ..."


아리가 갑자기 쪼그려 앉은 채 민기를 끌어 안아준다. 보기보단 제법 풍만한 가슴의 감촉에 깜짝 놀라 민기가 머리를 빼려

했지만, 두 손을 맞잡곤 그대로 꼭 끌어안아준 아리는 등까지 토닥여주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영문인지 민기는 이 황당한

아리의 행동에 잠시 어리둥절해하지만, 그 가슴의 품은 어느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포근했기에 잠시 동안 가만히 있게 된다.


" 바보.. 아무리 힘들어도 다 큰 남자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냐.." 

" ....."

" 에휴.. 그렇지 않아도 맞고 버는 돈이 얼마나 서럽겠어요... 괜찮아요.. 제가 비록 나이는 어려도.. 아저씨 맘 다 알아요..."

" ...많이 컸구나....."


그제야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민기는 아리의 말에 황당했고, 자신의 모습에 당황한 채 어이없어 한다.
그러면서도 이 와중에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아리의 가슴 볼륨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다 말고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 놀라 아리를 힘으로 밀어내곤 머쓱해하며 일어난다. 그리곤 황급히 자리를 피하게 된다.
 


" 어머!.. " 

" ....나 간다."

" 아저씨!.. 맛나는거 사준다면서요!"

" ..나...나중에..."


" 형님? 얼굴이 왜 그렇게 뻘거세요?" 

" 으.응? 뭐?!"

" 와~.. 많이 맞으신거에요? 나가실 때만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열나시는 거 아닙니까?"

" 누..누가!.... 나 피곤하다 차 준비해라.."

" 예? 벌써요? 아직 아리 학생 퇴근 안했는데요.."

" 아리가 뭐!??"

" 아..아닙니다 형님..."

" 차 대기시켜!"

" 예....그런데 형님..."

" 뭐?!!!!!"

" 아따.. 놀라라.. 도대체 지금 기분 좋으신 겁니까? 아니면 나쁘신 겁니까??..."

" ....그건 왜 물어보는데?"

" 웃으시면서 화내시니까.. 좀 무섭습니다 형님.."

" 무..뭐?"

" .....이상해...."

" 이..새끼가.."

" 큭큭... 좋은데 말입니다.."

" ...."

" 형님 진심으로 웃으시는 거.. 처음 봅니다...."

" ........잔말하지 말고.. 출발하자.."

" 예~~ 형님~~"

" ...웃지 마 새꺄!"

" 크크크...옙~~"

" 그래도.. 저 새끼가..."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이게 미쳤나.."

"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왜 이러는지...크크.."

" ......"


'끼~익~~~' 

막 차가 출발하는데 갑자기 짱개가 차를 황급히 세우며 동민이 앉아 있는 운전석의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이게 미쳤나.. " 

" 죄송합니다 형님... "

" 뭔데?"

" 그..그년이..."

" 뭐?!!"


갑자기 민기에게 말하기 곤란한지 손을 올려 귓속말로 동민에게 말을 건다. 


" 뭐?!! 나인이 년이?!!" 

" 예.. 형님.. 지금 스테인바에서 소동을 부리고 있다는데요..."

" 뭐냐?" 

"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형님.." 

" 형님.. 어쩔까요?"

" 어쩌긴 뭘 어째!! 그냥 쫓아내 버려!"

" 그게.. 스테인바는 공민파 나와바리라서.....저희가 끼어들면 좀 복잡해지는데 말입니다..."

" 뭐가 어째? 야! 가족끼리 나와바리가 어디 있어!"


" 동민아..."

" 예..형님.."

" 네가 가 봐라..."

" .....아닙니다 형님,..그게.."

"짱개가 너한테 귓속말 할 정도면.. 너하고 인연 있는 여자 같은데.. 여긴 됐고.. 가 봐.."

" .......형님."

" 됐으니까... 가보라고..."

" 죄송합니다..형님.. 그럼 짱개한테 운전시켜서 모시겠습니다.."

" 아니다.. 난 사무실에서 한 숨 잘란다..."

" ..형님. 몸상하십니다.... 오늘 맞다이도 뜨셨는데..."

" 미친놈.. 네가 내 마누라냐?! 결혼이나 하셔요~... 좋은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 얼른 가봐.."

" ..예 형님.."

" 짱개는 다시 차 대놓고..."

" 예..형님." 


너털걸음으로 힘겹게 사무실로 다시 올라가는 민기였다. 아무리 민기라고는 해도 이름 꾀나 날리는 강철과 한기를 한 번에

상대한 후였기에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무실로 걸어 들어간 민기는 자신의 사무실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영문을 모른 채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방금 전 자신과 맞짱을 떴던 한기와 강철이가 민기가 큰형님에게 

선물을 받은 비싼 양주를 민기를 안주삼아 거의 다 마신 모습에 기가찬 민기였다.


" 이..것들이.." 

" 엇!~~~ 새로운 형님... 아니지 보쓰!~~ 아직 집에 안가셨음까~~" 

" 한기야.. 이 새낀 왜 이러냐.." 

" 큭큭큭.. 그러게 말입니다.. 어이없게 깨지고 나더니...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그렇게 쪽도 못쓰고 당할 진.. 예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크크크.."


" 허.. 너도 취했냐?"

" 끄~~.. 아닙니다.. 제가 무슨... 딸..꾹~~"

" 자~~알 한다... 야!! 짱깨!!! 너 이리 와봐!!! 야!! 짱개!! 아나.. 이 새끼는 또 어디 간 거야..."

" 어이~~ 쌔보쓰~~ 한잔 하자고~~ 나 지금까지 태어나서 이렇게 기분 좋게 술먹어본적이 얼마나 됐는지 기억도 안 난다." 

" ...참나.. 아주 야자 트고 지랄이시네요.."

" 응?~~ 크크크.. 지랄이지!!.. 모시던 형님을 아작낸 놈을 형님이라고 모시려는데... 제 정신에 할 수 있겠냐?~~"

" 그러냐?? 하긴 이렇게라도 해야지.. 그래야 사람새끼지...."

" 오~~ 너도 말이 통하는구나..."

" 크.. 너라.... 하긴 나이도 비슷한데... 하지만 아그들아.. 이건 꼭 기억해둬라..."


"....."

"....."


술이 끝까지 취한 와중에도 갑작스런 민기에 목소리 톤의 변화에 본능적으로 말을 멈추고 민기를 바라보는 두 남자였다. 


" 오늘만 봐준다... 내일부터.. 네놈들 형님인 나한테 이놈 저놈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아라..

너희도 이 생활 처음이 아니니까... 두말하지 않겠다.. 알겠냐?" 

" ......예."

" ......"

" 크크.. 쫄기는.....오늘은 계급장 때고.. 속에 있는 거 다 풀자.. 가자.. 내가 2차 쏜다.." 

" 와~!~~~!!!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다니까..크크크"

" 미친놈.. 야 강철! 아깐 형님한테 이 새끼 저 새끼하면서 맞짱 뜨자고 소리지른 게 누군데!" 

" 내가?? 내가 언제 크크크크"


둘을 어렵게 부축하며 민기가 사무실을 나간다. 차를 대고 늦게 들어오던 짱개가 그런 민기의 모습을 보곤 황급히 대신

부축하려 하지만, 민기는 됐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기분 좋게 웃어준다. 짱개도 민이파에 들어와서 오늘만큼 기분 좋게 

웃는 민기를 본적 없었기에 질투심마저 느끼게 된다. 그런 짱개를 본 민기는 속내를 알겠다는 듯 불 끄고 나오란다. 

같이 2차 가자며 즉흥적인 거의 동민이 주도하던 회식이 아닌 민기가 불러내는 이례적인 회식자리가 되어버린 출발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게 된다. 시계가 1시를 넘긴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막 넷이서 사무실을 나가는데 짱개가 동행 허락을 받고 굳이 민기의 어깨에서 둘을 때어놓고 짊어지고 나가는데 갑작스런

여자의 목소리에 발을 멈추게 된다. 두꺼운 시계로 시선을 옮긴 민기는 1시가 넘은 시각을 보며 아리에게 말을 한다.


"아저씨!!" 

" 으..응?? 아..리?" 

" 뭐에요!.. 갑자기 그렇게 나가고.. 참나.. 친구들하고 술 마실려고 저한테 맛나는거 사준다는 약속 깨버린거에요?"

" 지금.. 끝났니?"

" 옙!~~"

" 이렇게 늦게?"

" 오늘은 손님이 좀 많았어요.. 아줌마 혼자 놔두기도 뭐하고.."

" 그렇다고... 교복을 입고 집에 가게?"

" 괜찮아요.. 차라리 이게 더 안전 빵이라니까요.."

" ...."

" 엇... 뭐..야... 이 아저씨들 얼굴은 또 왜이래요....아저씨보다 더 아프겠다...."

" 크크크크~~.. 아가씨!~~~이렇게 날 만든 사람이 다름이 아니고 어버 버버버 버버윽!~~" 

" 하하하하하.... 가자.. 내가 데려다 줄게.." 


술에 취해 말을 하는 강철의 입을 막은 민기는 서둘러 아리에게 데려다준다는 말을 한다. 


" 아씨.. 왜 이래요.. 왜 말을 못하...윽!~~" 

" 많이 취했네.. 짱개야.. 먼저 데려가라.. 난 아리씨 모셔다 드리고 갈 테니까... 전화 넘기고 문자로 어딘지 보내라.."

" 예 형님!.."


겨우 셋을 떼어놓고 아리의 손을 잡고 황급히 자리를 피한 민기는 진땀을 빼게 된다. 


" 아..파요." 

" 응? 아!.. 미안.." 

" 치~... 뭐가 그리 급하다고...."

" ....."

" 근데.. 동생이 몇 명이에요? 죄다 형님이래.."

" ...아는.. 동생....그냥 동네에서 같이 살다보니까 알게 된 동생들이야..."

" 참나.. 제가 그렇게 눈치 없어 보여요?"

" 무..뭐?"

" 아저씨 보디가드하면서 혹시 자해공갈단 같은 거 아니에요?"

" .....그게 무슨."

" 그렇잖아요.. 전부 얼굴은 메주덩어리처럼 죄다 얻어터졌고... 거기에 짱개면.. 중국 사람이에요?"

" ...뭐?"

"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엘르가 일당이 좀 짜긴 하지만... 다 사람 좋은 곳인데.. 그런 거 하면 벌 받아요...."

" 내가 뭘 한다고?"

" 제가 비록 아저씨보다 적게 살았지만, 그러는 거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게요.. 사람은.. 

아니 인간은 하는 짓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댔어요... 그렇게 나쁜 짓하면 꼭 벌 받는다는 거 몰라요?"


"...돌려받는 다라..."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아리의 말이 꼭 자신의 직업에 대한 충고를 하는 듯 들렸었기에 그에 대한 대꾸를 못하게 된다. 언제든 민기는 자신도 당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아리의 말이 더 가슴에 와 

닿게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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