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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좋은 아내 - 마지막 회

페이지정보

글쓴이 19가이드 조회 11,574 조회 날짜 20-04-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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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그 말을 끝으로 춘식이는 입을 다물었고, 저도 아내도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세 사람은 바다를 향해 나란히 

앉은 채 잠시 어색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의 왼쪽에는 아내가 그리고 제 오른쪽에는 아내를 안고 싶다고 말하는 과거 아내를 안았던 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저를 가운데 두고, 아내와 춘식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마치 발정기에 들어선 동물의 암,숫컷이 짝짓기를 하기 이전에 

미리 서로를 탐색하는 듯한 미묘한 감정의 교류, 그걸 피부로 느끼면서도 남편인 저는 마냥 침묵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만약 춘식이가 지금 당장 이 해변에서 아내를 안는다해도 저는 말리긴커녕 오히려 흥분 속에 그걸 지켜보고만 있을 것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것은 초현실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데도 그런 망상이 야기한 흥분으로 저의 피부엔 땀이 흘렀고, 심장의 고동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모래사장과 바다는 여전히 평화로워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 오고 있었습니다. 


여름, 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있어 여름의 기억은... 작년 일본의 온천에서의... 

불쑥 춘식이가 일어섰습니다. 


"야, 수영 더 안 할래?"


수영팬티의 엉덩이 부분을 손으로 털어내며 춘식이가 하는 말에 대답했다. 


"나는 그만 됐어. 아까 충분히 헤엄쳤다."

"쳇, 이래서 노땅은 싫다니까." 


동갑인 주제에 춘식이는 그런 말을 하더니, 이번에는 아직도 얼굴에서 붉은 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 아내를 보았습니다.


"제수씨는 아직 젊으니까 괜찮겠죠? 수영하러 가시죠."

"저는..." 


아내는 저를 보았습니다. 

아까까지 묘하게 들떠 보였던 아내였지만, 춘식이가 나타나고 부터는 평소의 조심스러운 상태로 돌아가 버린 것 같았습니다.


"일일이 남편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어요.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더니 춘식이는 갑자기 아내의 팔을 잡았습니다. 

아내는 놀라 팔을 빼려고 했지만, 춘식이의 억센 손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자, 가죠."


아내는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춘식이를 만류해 주길 바라는 듯한, 간절해 보이는 아내의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뭔가가 제 속에서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그 순간, 아내의 입술에서 한숨이 새어 나오는 것이 들렸습니다. 춘식이에게 이끌려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마치 줄에 매달려 있는 인형처럼, 그녀의 전신에서 완전히 힘이 빠져 버린 것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춘식이에게 억지로 끌려가듯이 팔을 붙잡힌 채 물가로 걸어가는 아내의 뒷모습 아내의 그 새하얀 등의 살결과 딱 벌어진 

춘식이의 구릿빛, 용이 포효하는 근육질 등판이 신기하게도 절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백과 흑. 부드러움과 강함. 말랑말랑함과 딱딱함. 그 두 몸이 서로 얽혀 하나가 되었던 그 밤이.....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그 기억이 제 뇌리에서 다시 한번 검은 불꽃처럼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그 열기는 제 폐부를 활활 태우고, 제 마음을 재로 만들어 버리는 데도 그 위험한 불꽃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저는, 

여름 밤에 뜨거운 백열전등 앞에서 춤을 추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불 속으로, 그 불 속으로.... 그 유혹이... ....바꿔줄께.... 유혹...

그리고 지금 물가에 서 있는 아내와 춘식이의 뒷모습 그날 밤, 아내의 저 하얗고 날씬한 몸을 움켜잡고 마음대로 휘어지게 

만들던 춘식이의 굵은 팔이 오늘 드디어 아내의 동그란 어깨를 다시 감싸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뜨거운 숨을 내쉬었습니다. 

길고 길게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춘식이에게 순순히 어깨를 안긴 채 천천히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태양은 정오를 지나 조금 기울어져서 두 사람의 그림자는 제가 있는 모래사장을 향해 뻗어 있었습니다. 

아내와 춘식이가 바다로 들어가 수영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전 비닐시트 위에 드러누웠습니다. 

눈을 감고 있자니, 지난 여름 두 남녀의 나체가 얽혀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구체화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망상으로, 어쩌면 오늘 다시 재현될 아내와 춘식이의 정사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다시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을 때도 여전히 여름의 내리쬐는 햇살은 따가웠고, 해변 물가에는 튜브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바다로 뛰어드는 청춘남녀들, 즐겁게 거니는 일가족들이 여전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바다 위를, 모래사장 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조금 전까지 바닷물에서 헤엄을 치던 아내와 

춘식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얼마간 기다리면서 점차 저의 머릿 속에서 흥분에 가득찬 망상은 사그러들고, 두려움과 분노의 망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춘식이 두 사람이 도망이라도 간 건가? 

바로 눈이 맞아 어딘가 은밀한 곳을 찾아 들어가 지금 섹스라도 하고 있는 건가? 아님, 춘식이에게 강제로 끌려가버렸나?


춘식이의 커다랗고 육중한 몸 아래 깔려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발버둥치고 있는 아내가 보이는 것같았습니다.

조바심이 인 저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사라진 두 사람을 찾기위해 일어나 파라솔 그늘을 나섰습니다. 


한참을 해변가 인파 속을 헤집고 다니며 아내와 춘식이를 찾을 때였습니다. 

저 앞,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의자 위에 앉아 있는 한 남자의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벌거벗은 아까와 달리 상체에 흰색 바탕에 감청색 줄무늬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그 건장한 남자는 춘식이가 확실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동그란 나무의자에 앉은, 다리를 쩍 벌리고 있는 춘식이의 앞에 삼각수영복을 입은 맨살의 

녀석 가랑이 사이에 아내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놀랍게도 아내는 어느샌가 춘식이와 같은 모양의 커플룩을 위에 입고 있었습니다. 

같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의 다정한 포즈는 마치 처음부터 함께 휴양지에 놀러 온 부부처럼 보였습니다. 


춘식이의 것과 똑같이 디자인된 하얀 바탕에 분흥색 줄무늬의 티셔츠를 위에 입은 아내는 춘식이의 굵은 두 팔에 허리를 

감싸인 채 뒤로 당겨져, 춘식이의 그것이 있는 부분, 툭 튀어나온 사타구니에 조금의 틈도 없이 통통한 엉덩이를 밀착하고 

있었습니다. 

춘식이의 엉덩이는 미세하게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내의 엉덩이 골 사이에 위치해 있을 녀석의 페니스의 

움직임을 짐작케 했습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의 아내는 가끔 불편한 듯 몸을 뒤척여 녀석의 사타구니에서 벗어나려는 미약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춘식이의 두 팔은 그 때마다 굳세게 다시 아내의 허리를 끌어당겨 그녀의 엉덩이 골짜기가 춘식이의 페니스에서 떼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아내의 앞에선 그 움직임들이 가려져 있었지만, 뒤에서 다가가는 제 눈엔 아내와 춘식이의 그런 하체의 작은 밀고 

당김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두 분 잘 어울리시네요. 올 여름 제가 그린 커플 중에서 두 분처럼 완벽한 한쌍은 처음 봅니다." 

"그래요? 하하하." 


의자에 앉은 아내와 춘식이의 앞, 캐리커쳐를 그리고 있는 스물 중반의 젊은 화가의 아부성 멘트에 춘식이가 기분좋은 듯 

호탕하게 웃어보였습니다. 

아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부끄러운 듯 발그레한 얼굴을 약간 숙이고 춘식이의 품 안에 얌전히 안겨 있었습니다.


젊은 화가의 말이 접대성 멘트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다정히 껴안고 앉아있는 아내와 춘식이는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습니다. 

외국인같은 높은 콧대와 쌍꺼풀 진 눈, 호남형의 얼굴에, 큰 체격의 근육질 남자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가냘프고 작은 

몸매에, 하얀 피부, 순한 눈망울, 그럼에도 모델 못지않은 콜라형 몸매를 가진 여자는 그 자리의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부러움을 자아내는 다정하고 사이좋아 보이는 부부였습니다.


"애는 있으세요?"


앞에 앉은 가짜부부를 눈으로 힐끌힐끔 쳐다보며 캔버스 위 하얀 종이에 손을 잽싸게 놀리면서, 젊은 화가가 춘식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아직."

"아깝네요. 이렇게 멋진 두분의 유전자를 섞어 태어나면 완전 천사였을 텐데. 내년에 다시 오실 땐 아기도 데려오세요. 

그땐 제가 반값에 그려 드릴 테니까요." 


"뭐야? 겨우 반값? 그땐 오히려 이쪽이 모델료를 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 안 그래, 현수야?"


부끄럼쟁이 아내는 달아오른 얼굴로 춘식이의 유쾌한 농담조의 말에 맞장구도 치지 못하고, 간신히 젊은 화가를 향해 

앞 쪽으로 고개를 들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가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런 인연이 되면 제가 무료봉사해 드리죠. 성심성의껏 그려드릴테니 꼭 찾아와 주세요. 

아마도 몇 년 동안은 여름마다 여기서 장사를 해야 할 것같으니까요."


선하게 생긴 젊은 화가가 웃으면서 앞의 다정한 가짜부부에게 얘기했습니다.


"야, 이거 큰 일이네. 내년 여름이면 하루빨리 아이를 만들어야겠는 걸. 어때, 현수야? 오늘밤이라도 우리 한번 힘 좀 써볼래? 

너만 괜찮다면 내가 밤새 아이 만드는 일에 협조할 테니까. 그러자, 응?"


전혀 보통 때의 녀석답지않은 달달한 목소리로 춘식이가 아내에게 조르듯 말하자, 주위 전시된 캐리커쳐 그림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그 짓은 성적 농담에 깔깔거리며 웃어댔습니다.

아내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발갛게 익은 얼굴을 푹 수그리고 몸을 비비 꼬았습니다. 

흔들리는 아내의 엉덩이가 딱 밀착해 있는 춘식이의 팽창해 단단해진 그것을 골짜기 사이에 파묻고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고 

있었습니다. 


그건... 그건... 누가봐도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아양의... 애교의 몸짓이었습니다.

남편인 전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조바심에 그렇게 불안해 하며 찾아 다녔는데.. 아내는...

아내는 그 시간 동안 춘식이와 수영을 하고, 다정한 부부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커플룩을 사입고, 이렇게 둘만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피가 끓는 것같았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솟아난 분노는 오히려 제 감정을 싸늘히 식혀 버렸습니다.

전 젊은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앞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내와 춘식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오직, 지금 그려지고 있는 두 사람의 캐리커쳐가 궁금한 것처럼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다가 갔습니다.

젊은 화가는 의외로 솜씨가 좋았습니다. 

두 사람의 특징을 잘 잡고, 거기에 행복이라는 분위기를 덧 씌운 잘 그린 캐리커쳐였습니다. 


제가 화가의 옆에 서서 그림을 구경하는 동안,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고개를 드니, 창백하게 핏기 하나 없는 얼굴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내와 그런 아내의 

모습에 화가나 주위에 모여 있던 몇몇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이상하게 여기는 눈치까지.... 

그 와중에도 춘식이는 여전히 당당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애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짖은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아, 형님, 저희들 찾고 계셨나 보군요. 이것만 그리고 금방 돌아가려 했는데. 넌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야, 

주위사람들 다 놀라게. 저기 저 분은 여기 제 사랑하는 와이프의 오빠랍니다. 이번에 같이 피서를 왔죠. 

이봐요, 화가선생 그림 좀 서둘러 그려줘야겠어. 저 분 형님이 혼자 계셨다고 화가 나셨나봐, 

예전부터 엄하신 분이라서 아내가 이렇게 시집와서도 여전히 오빠 눈치를 본다니까, 하하하."


떠벌거리며 해명하는 춘식이의 말에, 아내의 사색이 된 얼굴 긴장된 반응을 이상하게 여기던 주위 사람들이 간신히 수긍하며 

이 상황이 넘어가는 듯했습니다. 

젊은 화가도 앞의 아내와 춘식이 그리고, 갑작스레 등장한 나 저희 세 사람을 수상쩍게 번갈아 보면서도 다시 바쁘게 색연필을 

든 손을 놀렸습니다.


그것보다 정면에서 아내를 본 저도 아내 못지않게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까부터 뭔가 이상하다 여겼던 것을 이제서야 눈치를 챘던 것입니다. 아내는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얀 티 속 비쳐 보이는 유방을 감싼 검정색 비키니 브라 앉아있는 그 자세에서 역시 검정색 비키니 하의를 입고 있는 것이 

보였던 것입니다. 


소심해 노출을 꺼리던 아내가, 여름의 무더운 더위에도 단정해 보이는 옷만을 고집하던 아내가... 

저런 야한 느낌의 비키니를 입고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 놀람에 찬 제 시선을 똑바로 받지 못하고 아내는 창백해진 낯빛을 한 채,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었습니다. 

맞지않은 작은 옷을 입은 어린 계집아이처럼 아내는 불안한 표정으로 두 손으로 비키니에서 노출된 피부들을 이리저리 

가리려 했습니다. 아내의 몸이 부들부들 조금씩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사모님, 힘드시죠? 조금만 참으세요. 거의 다 됐습니다."


그런 아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젊은 화가가 아내를 격려하는 멘트를 했습니다. 

춘식이는 제가 등장한 이후에도 변함없이 아내를 끌어안은 자세를 고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아내의 귓가에 입을 대고 

뭐라고 조그맣게 속삭였습니다. 

그러면서 주위에 애정을 과시하듯 아내의 허리를 두른 두 팔에 힘을 주어 아내의 몸을 자신에게로 꼭 끌어당겨 안았습니다.


그 사이에도 아내의 골반이 보일듯 말듯 조금씩 앞뒤로 흔들리는 걸 보니 성난 춘식이의 그것이 아내의 히프 골짜기에 자릴 

잡고 작은 움직임으로 피스톤질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정말 대담한 녀석이었습니다. 

몇 사람 없다지만, 이렇게 공공연한 장소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알 수 있는 저런 성적 행위를 할 수 있다니... 

그것도 남의 아내를 끌어안고... 


그리고, 아내는 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지... 왜 그걸 받아들이고 있는지...

왜 남편인 제가 나타났는데도 여전히 침묵한 채 춘식이에게 안겨 있는지... 왜 오빠라는 말에 경게하듯 놀랐는지...

왜? 왜? 왜? 


저기에 있는 커플룩에 야한 비키니를 입고 있는 여자는 제가 알고 있는 이현수라는 제 아내가 아닌 것같았습니다.

뜻밖에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현장을 목격한 남편처럼 거센 분노가 저를 휘감았습니다. 


탁, 


"엇?"


젊은 화가의 캔버스 위에서 종이를 낚아챈 저는 그걸 들고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장난 그만치고, 나와, 임마."


춘식이는 잠깐 저의 얼굴을 관찰하듯 살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제가 지금 녀석이 꾸민 장난에 동조하지 않으리란 걸 깨닫자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하하하, 미안, 미안, 장난 좀 쳐봤다."

"이거나 들고 비켜. 저 분 그림 잘 그리던데 여기 온 기념으로 나도 한 장 얻어가야겠다." 

"그렇지? 나도 지나가다 봤는데 괜찮더라니까. 제수씨, 그 동안 장난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하." 


녀석은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태연하게 웃으면서 제가 건넨 종이로 불룩한 하체를 가린 채 아내를 풀어주고 그제야 일어서서 

뒤로 물러났습니다.

녀석을 따라 일어선 아내는 저와 눈을 마주치치 못한 채 얼굴을 떨구고 어쩔 줄 몰라 엉거주춤한 모양새 였습니다. 

저는 그런 아내의 뒤로 가 아까 녀석처럼 둥근 의자의 위에 앉고서는 아내의 가느다란 팔을 잡아당겨 아내를 안았습니다. 


"어멋!"


깜짝 놀라 그제야 절 쳐다보는 아내의 동그란 눈을 무시한 채 전 아내를 벌린 다리 사이 오른쪽 허벅지 위에 앉히고, 오른손을 

아내의 등 뒤로 둘러 받히고 아내의 배 위를 두른 왼손과 깍지를 끼었습니다.


"내 목을 껴안아야지."


부드러운 제 말에 아내는 여전히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는 눈치면서도 약간 안심을 한 듯 순순히 가느다란 두 팔을 올려 제 

목을 감싸안았습니다.

그제야 완성된 커플의 자세가 그럴듯하다고 속으로 흐뭇해하며 전 앞의 젊은 화가를 바라보았습니다. 

주위의 호기심어린 어수선한 분위기는 무시하려 애쓰면서... 


"제가 진짜 이 여자 남편입니다. 저 녀석은 제 친군데 가끔 짓궂은 장난을 친답니다. 이번에는 도를 넘었지만... 

어쨌든, 그림을 둘러보니까 실력이 좋으시던데, 아까처럼 저와 아내의 모습을 한 장 그려주지 않겠습니까? 

아, 기다리던 분이 계시다면 일어서구요."


"아, 아뇨. 약속된 분은 없는데... 예, 잠시만요. 됐습니다. 이제 그릴게요."


젊은 화가는 이 난감하고 어색한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쓰며, 황당하게 만들어진 새로운 커플을 흰 종이 위에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손을 놀리면서도 힐끗 힐끗 저와 아내, 그리고 뒤에 사타구니를 자신의 캐리커쳐 종이로 가린 

춘식이를 호기심과 의구심이 가득찬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그것은 주위에 있던 몇몇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커다란 몸집의 건장한 춘식이의 포스에 큰 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네들의 소근거림은 보이지않는 비난의 채찍이 되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저와 아내를 때리고 있었습니다.


춘식이는 이걸 노리고 있었던 겁니다. 

설마, 제가 이런 창피를 감수하고 자신의 장난을 깨뜨리라곤 생각 못했을 겁니다. 아니, 녀석은 상관없었을 겁니다. 

남편인 제가 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연극에 동조하면 태연히 제 앞에서 아내를 희롱하며 즐겼을 

테고, 거부하더라도 낯이 두꺼운 녀석보다는 저희 부부가 더 창피스러운 일이 될 테니까요. 


공공연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제 여자가 외간남자에 희롱당하는 모습을 제가 침묵한 채 보고만 있게 만들려는 것이 녀석의 

못된 장난의 목표였을 겁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아내는 외간남자의 곤두선 페니스를 엉덩이 골짜기에 끼운 채 그 움직임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남편은 졸지에 사랑하는 아내의 오빠가 되어 무기력하게 그걸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을 겁니다. 


대중의 시선이란 칼날같이 무서운 것이니까요.

지금 저희 부부를 바라보는 주위 저 사람들의 이 상황을 짐작한, 악의어린 호기심어린 시선이 춘식이의 장난을 깨려 용기를 

낸 저에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니, 제가 없는 동안 소심한 아내는 오죽했을까요? 

춘식이의 희롱을 견디면서 이 자리에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내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에 대한 분노는 춘식이에 대한 분노도 지금은 내색않고 있을 뿐 제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사회적 금기를 어기는 흥분을 바란다 해도... 녀석은 이번에야말로 착각을 한 것입니다. 

저는 결코 제 추한 모습을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사적인 비밀공간에서 즐기길 원했으니까요. 


그래서, 녀석의 이 불쾌한 장난에 대한 제 마음 속 분노는 아내와 춘식이에 대한 관음적인 질투의 흥분을 넘어섰던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녀석의 장난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였던 것입니다.


"아, 어쩐지 아까부터 여자분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남편분이 따로 계셔서 그랬구나, 죄송합니다. 

제가 아까 눈이 삐었나봐요. 이렇게 두 분을 뵈니 정말 환상적인 커플이시네요. 

두 분이 서로를 보는 눈빛에서 팍팍 불꽃이 튀기는 것같습니다. 하하." 


어수선한 뒷 수습을 하기위해 정신을 챙긴 젊은 화가가 주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억지스런 멘트를 하며, 이제서야 저희 

부부를 향해 서비스정신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의 말없는 체찍질은 여전했습니다.


결코 몇마디 말로서 가라앉을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스와핑, 불륜, 외도, 쓰리섬... 사회적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단어들이 

지금까지 아내와 춘식이의 작태를 보았던 사람들의 머릿 속에 맴돌고 있었을 겁니다. 

조금 전의 광경은 친구의 아내에 대한 짖은 장난이라고 대중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이었으니까요.


"정말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네요. 제가 지금까지 봐 온 손님들 중에 가장 잘 어울리시는 것같아요. 두 분 다 서로에게. 하하하."


계속 부담스런 멘트와 억지 웃음을 남발하는 젊은 화가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화가의 눈은 저희 부부를 특히, 저를 동정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 청년은 아마도 아내가 춘식이와 불륜관계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같았습니다. 

남편인 제가 사회적 체면때문에 참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같았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미녀와 야수로 그려놓는 건 아니겠죠?"

"예? 하하, 천만에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그려드리겠습니다." 

"그건 비극아닌가?" 


장난스레 얼굴을 찌푸리며 제가 말을 했습니다.


"엣? 이런 실수. 그럼, 어떤 컨셉으로 그려드릴까요?"


"글쎄요, 어떻게 할까? 현수야, 어떻게 할래? 저 분 그림 괜찮던데 지금 그리는 걸로 이곳에 온 기념품으로 할 생각인데... 

어떻게 그려달라고 할까?"


"알아서, 알아서 해 주세요. 예쁘게, 행복하게 그려주세요. 그럼 되요."


억지로 포즈를 취하며 제 품에 안겨 있던 아내는 제 재촉에 화가쪽으로 고개를 돌려 간신히 그런 말을 했습니다.


"예, 물론이죠. 기대해 주십시요."


젊은 화가는 그렇게 큰 소리를 치곤 작품 창작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해요." 


제 품의 아내가 주위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습니다.

저는 그런 아내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조금 충격에서 벗어난 듯 얼굴의 핏기가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순진하게 초롱초롱 빛나는 아내의 까만 눈동자. 용서를 구하는 듯한 애절한 그 표정에 제 마음 속을 지배하고 있던 화도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옷은 왜 이래?"


저도 역시 아내에게 남들이 못 들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얘기했습니다.


"수영을 하고 나오는데 찢어졌어요. 그래서."

"왜?" 

"춘식씨의 장난으로..." 

"장난? 춘식이가 수영복 속으로 손이라도 집어넣었던 거야?" 

"아, 아니예요. 바다에서 나오는데 춘식씨가 절 잡아당기려다 손에 제 등 쪽 수영복이 걸려서 그만...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곧 싸움 비슷한 일이 저희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질 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아내를 끌어안고 캐리커쳐의 모델이 되어, 저희 부부가 다정하게 소근거리자, 실망해서인지, 아님 저희부부가 

화해한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주위의 분위기는 차츰 진정되어 갔습니다. 

젊은 화가는 여전히 저희부부를 보며 말없이 손을 재빨리 놀리고 있었습니다. 

아까 춘식이와는 잘도 얘기를 주고 받더니, 차마 지금 이 어색한 상황에서는 더이상 수다를 떨기가 어려웠던 모양이었습니다.


"비키니랑 이 커플룩은 어디서 났어?"


"전 괜찮다고 찢어진 부분을 부여잡고 당신에게 가려 했는데 춘식씨가 미안하다며 억지로 끌고가서 이걸 사줬어요. 

돈도 없고, 입고 있던 수영복도 많이 찢어져서, 어쩔수 없이 춘식씨가 골라준 이걸 입을 수 밖에 없었어요. 

이 티셔츠는... 제가 춘식씨의 문신때문에, 같이 있는 걸 부끄러워 했더니 함께 입으면 자신도 입는다기에... 미안해요, 

정말. 당신에게 바로 가려 했는데, 돌아오는 도중에 춘식씨가 이곳에 온 기념이라며 여기에서 이렇게 또..."


정말 아내는 바보같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외간남자에게 휘둘릴 수 있단 말인가?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꼭 끌어안긴 채 외간남자의 페니스를 엉덩이에 밀착하고 있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단 말인가? 

이미 한번 몸을 섞었기 때문일까? 아님, 춘식이의 매력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대고 있는 것일까? 

그럼, 어제의 호소와 절망의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실제론 악어의 눈물같은 가식이 아닐까?


그러나, 전 그런 질문들을 아내에게 직접 물어 볼 수 없었습니다. 


"선을 넘지 마." 


아내가 완성된 캐리커쳐를 보고 뭔가 마음에 안드는지 젊은 화가의 옆에 서서 얘기를 주고받으며 그림을 고치고 있는 동안, 

그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춘식이와 함께 담배를 피우며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다, 전 불쑥 춘식이에게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경고를 했습니다.

춘식이는 제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맛있게 담배 한 모금을 빨고는 공중으로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고의는 아니었어. 오랜만에 제수씨의 피부를 만지니 갑자기 성욕이 당겨서 말야, 제수씨가 어디 보통 매력적이어야 말이지."


여전히 녀석 특유의 썩소와 함께 태평한 얼굴로 말하는 춘식이의 얼굴을 전 물끄러미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대로 녀석의 목을 조르고 싶었습니다.


"뭐, 별로 손도 안 댔어. 제수씨가 만져달라고 눈 앞에서 엉덩이를 살랑거리는 데도 참았단 말이지. 

그리고, 이런 것도 조교의 하나라고. 물론, 제수씨가 소질은 타고났지만, 한번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자꾸 이렇게 작은 일들이 쌓여가야 결국은 완전히 내가 바라는 여자가 된다는 거지, 

아, 물론, 네가 바라는 새로운 여자로 바꾸는 일 말야."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춘식이의 얼굴을 전 물끄러미 차가운 시선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 비키니도 그래. 제수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었겠냐. 

내가 억지로 입힌 것도 아니고, 입고 난 후엔 수줍은 척하면서도 오히려 스쳐가는 남자들의 시선을 즐기는 눈치더라. 

역시 타고난 화냥년이라니까... 아, 미안. 타고난 미인이란 말이야."


변함없이 조롱하 듯 말하는 춘식이의 얼굴을 전 물끄러미 차가운 시선으로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알았다. 이젠 네 허락 없인 이런 짓 절대 안할게. 약속한다."


마침내, 춘식이의 입에서 나온 확답에 그제야 저는 시선을 다시 아내에게로 돌렸습니다. 

뭐가 좋은지 젊은 화가가 그리는 그림을 들여다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내였습니다.


"너무 위험한 일이었어. 의외로 좁은 세상이야. 만약 이게 사회에 알려진다면, 난, 그리고, 아내는 살 수가 없을거다. 

우리부부의 인생이 그대로 끝장날 수도 있는 일이었어. 네가 장난으로 한 일이 말야."


"아, 새끼, 소심해선. 걱정마라, 누군가 이걸로 너희 부부에게 해꼬지하려하면 그대로 끌고가 산 속에 묻어버릴 테니까."

".........." 

"...그런데..." 


잠시 말없이 서 있다, 문득 옆의 춘식이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난 그렇다 쳐도, 제수씨가 먼저 선을 넘을 땐 어떻할래? 내게로 오고 싶어 너와의 부부관계를 깨고 싶어할 수도 있잖아? 

내가 워낙 그 쪽 방면으로 잘 나서 말야. 

나랑 떡치는 년들은 미워하니 어쩌니 말은 많아도 막상 헤어지자면 매달리는 일이 다반사라서. ...

뭐, 지금이야 제수씨가 저래도 미래엔 모르는 거 아냐? 그때는 제수씨도 변해 있을테고. 그럼, 넌 어떻할래?"


미래의 아내라... 전 공중으로 하얀 연기 고리를 연속으로 만들어 띄웠습니다.


몸정이란 걸 무시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남녀가 관계를 가지다 보면 이런저런 감정들이 사람인 이상 생기게 마련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저보다 월등한 섹스기술을 가진 춘식이에게 빠져 아내가 절 떠날 수도 있다는, 아니, 어쩌면, 그렇게 변한 아내를 제 쪽에서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그런 가능성들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흥분을 쫓아 망상을 실현하려 하는 건...

아내에게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어떤 경우에도 절 떠나지 못하리라는... 

그건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강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내를 만나기도 전에, "선 한번 볼래?"하며 친척이 건네준 낯선 여자의 사진을 본 순간 얻었던 강렬한 예감이었습니다. 

이 여자와 전 어떤 전생의 인연으로 얽기설기 매여 있다는, 결코 끊을 수 없는, 미신과도 같은 그 느낌. 

제로 쪼개져 있던 제 반쪽이라는 느낌. 이 여자로 인해 무료한 인생을 살던 제가 완전해지리란 느낌.

그걸 그 때 저는 첫눈에 반한거라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은...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하더라도 근본적인 것은 변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근본적인 것은 순수한 인간성, 저와의 부부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모험을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격한 흥분을 얻는 댓가로 그런 아내의 마음을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춘식이같이 위험한 녀석과의 관계로 아내와 절 연결하고 있는 이 정체모를 강한 유대감이 끊어질 수 있을까하는... 


"보낼거다. 현수가 원한다면. 진정으로 원한다면. 보낼 수 있어." 


전 춘식이에게 하는 대답이 아니라 제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말했습니다.

피식, 춘식이는 같잖다는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두 남자는 젊은 화가가 그린 그림을 들고 신난 계집아이모양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아내를 보며 툭 담배 끝을 

손가락으로 쳐 껐습니다. 


돌아온 아내는 비닐시트에 털썩 주저앉아, 바다를 향한 채 멍하니 화가의 그림을 보고 있었습니다. 

제 궁금증에 아내가 수줍게 보여준 화가의 캐리커쳐는 저와 아내, 두 사람의 얼굴의 특징을 잘 잡아낸 수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내가 만족하지 못해 화가에게 요구해 덧붙인 것은... 


그림 속 저희 부부는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헤벌쭉 웃고 있는 저, 그런 저에게 안겨 다정한 시선으로 제 얼굴을 바라보는 아내. 

그리고, 저희부부 사이엔 조그만 계집아이가 역시 활짝 웃으며 아내와 저의 다리를 한쪽씩 붙들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던 것은, 아내가 원했던 것은 저 캐리커쳐 속의 계집아이였던 것입니다. 

아내가 그렇게 아이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전 그런 아내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벌써 돌아가는거야?" 


저녁기운이 감돌기 전에 파라솔을 접기 시작하는 제게, 춘식이가 말을 건넸습니다.


"어. 너는?"

"나는 좀 더 수영하다 가려고." 

"체력이 좋구나, 넌. " 

"흐흐, 어딘가의 노인네와는 다르지." 


조금 전의 소동을 이미 까마득히 잊은 듯한 춘식이가 그런 얄미운 말을 하고 다시 바다를 향해 가다가 몇 걸음 걷다 말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너와 제수씨가 묵고 있는 방이 삼호실이지?"

"...그런데?" 

"오늘 밤에 놀러 갈께." 


언제나처럼 거리낌없이 말하고...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춘식이는 바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저는 잠시동안 그 작아지는 녀석의 등판을 바라보았습니다. 


돌아보니, 아내는 그림을 말아 쥔 채 일어서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얼굴은 어느샌가 아내 특유의 무표정한 냉정한 얼굴이었습니다. 

저는 그 시선에서 눈을 피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없이 파라솔을 마저 접고, 서있는 아내의 맨 어깨를 툭 치며 "가자."

하고 말했습니다.


약한 바닷바람이 아내의 젖은 검은 머리카락을 조용히 흔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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