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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좋은 아내 - 4편

페이지정보

글쓴이 19가이드 조회 10,643 조회 날짜 20-03-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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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어느새 저는 잠이 들었던 것같습니다. 

"으음~."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뜨는 저를 보고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던 춘식이가 피식 웃었습니다.


"많이 피곤하냐? 이젠 나이도 있는데 적당히 좀 해라."


그렇게 말하는 춘식이 역시 까칠한 수염에 눈 밑에는 기미가 끼어 있었습니다. 

저는 벌거벗은 채였지만, 녀석도 그 옆에서 자고 있는 지윤씨도 이미 욕의를 몸에 걸치고 있었습니다.


"넌 안 자고 있었냐?"

"아니, 조금 잤어. 나역시 이번엔 좀 힘이 부치더라." 


격의없는 웃음을 짓는 춘식이에게 전 애매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웬지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이 어색해진 우리는 서로 시선을 피했습니다. 

고갤 돌린 우리 둘의 눈이 자연스레 멈춘 곳에는 격렬한 정사의 흔적을 몸 여기저기에 남긴 채 미처 뒷정리도 못하고 

알몸으로 누워 있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자고있는 그녀의 표정은 조금 전까지도 그렇게 미친 듯이 흐느끼던 여자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고 청순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담배를 다 피운 춘식이가 갑자기 일어나 자고 있는 아내의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아내가 실눈을 떴지만, 그 눈동자는 아직 꿈 속에 있는 것처럼 흐릿했습니다. 


"깼어? 몸은 좀 어때?"

"...몸이...산산조각 난 거같아요." 


아내가 몽롱한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어젯밤은 굉장했어."

"그런 말은 싫어요..." 

"목욕이나 하자, 피로가 풀릴 거야." 


춘식이가 다정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며 아내의 몸을 안아 올렸습니다.


"알몸은 어떻게... 입을 것을 좀. "

"알았어." 


춘식이는 떨어져 있던 욕의를 집어 적당히 아내의 몸을 덮었습니다.


"그럼 다녀올께."


춘식이가 힐끔 저를 보고 말하더니 아내를 안은 채로 방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그것을 지켜 볼 뿐이었습니다. 

잠시 후, 지윤씨가 "으~응"하고 소리내며 실눈을 떴습니다. 방에 저밖에 없는 것을 보고는 말을 했습니다. 


"춘식씨와 언니는?"

"온천에 갔어." 

"정말...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나봐." 


그녀는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잠들어 버렸습니다.


잠시 후, 저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노천온천탕 입구의 유리문에서 환한 아침 햇살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그 문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유리문 너머로 아내와 춘식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른 손님은 없었습니다. 

춘식이는 아내를 들어올려 안고 서서 그 자세로 아내와 몸을 섞고 있었습니다. 


지난밤 내내 그렇게 시달려 지쳐있었을텐데도, 아내는 춘식이의 목을 꼭 끌어안고 허공에 뜬 두 다리로 녀석의 굵은 허리를 

둘러감은 모습으로 난잡하게 매달려선 자궁 깊숙이 녀석의 우람한 자지를 받아들이며 격렬하게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가뿐 숨을 내쉬고 있는 아내의 얼굴은 진심으로 섹스의 즐거움을 음미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춘식이의 단단한 근육질의 커다란 육체와 아내의 여성스러운 아기자기한 몸이 멋진 대조를 이루어 고대 그리스의 신들을 

그린 유럽의 회화를 연상시켰습니다 


한동안 그런 두 사람의 정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저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깔고, 혼자 잠을 청하고 있자니 아내와 춘식이가 돌아오는 기척이 났습니다. 

잠시 후, 제 옆자리로 아내가 조용히 들어왔습니다. 저는 계속 눈을 감고 자고 있는 시늉을 했습니다. 

깨어나면, 우리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을 생각하다가 저는 어느샌가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눈을 떠보니 벌써 한낮이 가까웠습니다. 


"여보, 일어나세요. 곧 체크아웃할 시간이에요."


눈 앞에 아내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처럼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아내의 얼굴에서 피곤함이나 여윈 기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제 입에서 나온 것은 다음과 같은 엉뚱한 말이었습니다. 


"...아침은 먹었어?"

"취소했어요. 춘식씨네는 볼 일이 있다고 아침 일찍 떠나셨고, 당신은 피곤하신 것 같아서요." 


어딘지 모르게 굳어있는 말투였지만 아내는 제가 물끄러미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언제나처럼 제 눈길을 피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춘식이네는 왜 떠났을까요? 일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평범한 남녀라면 아침이 되어 저희 부부와 얼굴 마주치는 것이 어색해서라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춘식이와 지윤씨는 그런 

상식적인 평범한 남녀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일어났습니다.

어젯밤은 옷이니 뭐니, 정사의 흔적들로 그렇게 어지러웠던 방이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척척 이불을 개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아내를 응시하면서 저는 멍한 표정으로 이를 닦았습니다. 


여관을 나오자 밖은 아주 맑은 날씨였습니다. 여름 휴가도 모래로 끝이 납니다. 

저희는 역앞의 작은 찻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고야공항으로 가기위해 기차에 탔습니다. 

시골인 코잔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거의 비어 있었고, 승객은 저희 이외에 두세 명밖에 없었습니다.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녹음이 울창한 산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밝은 햇살 아래 펼쳐지고 있는 산들을 보고 있자니, 휴가동안 일본의 온천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꿈 속의 일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은 저와 아내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공기가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저..."


작은 목소리로 아내가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그... 어제는."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야." 


제가 말했습니다.


"현수가 사과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 이번 일은 다 나 때문이었어. 내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일이였어."


저는 지금이라도 모든 걸 고백하고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아니, 결과는 분명히 안좋은 쪽으로 정해지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말을 했습니다.


"...알고 있었어요."


아내의 대답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틀째 되던 밤에... 당신과 지윤씨가 목욕하러 간 후에 춘식씨에게서 모든 걸 들었어요. 

당신이... 절 춘식씨에게 안기게 하려고 그 두 분을 이 여행으로 끌어들인 일이랑, 전부 다요." 


"...춘식이가 왜 그렇게?"

"모르겠어요. 그 사람은 처음부터 그 생각으로 왔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당신들이 목욕하러 간 뒤에 저를 유혹하려 왔었어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해도 거기에 응하지 않자 그 이야길 하더라구요." 


"....."

"전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났어요. 제가 이번 여행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당신은 모르시죠? 그런데도..." 


차분하게 얘기하는 아내의 담담한 말투가 오히려 무섭게 느껴져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미웠어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것을 춘식씨에게 약속한 이기적인 당신이 미웠어요. 

그렇게나 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 놓고선 물건처럼 저를 춘식씨에게 안겨 주려는 당신이 너무 미웠어요."


"...."

"제 그런 마음을 알아챈 건지, 그 때 춘식씨가 수현이가 밉죠? 복수하고 싶지 않으세요?하고 묻더군요. 

분한 마음에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사람은 그렇다면 녀석을 진짜로 배신해 보는게 어때요? 

제가 볼 때 수현이는 그렇게 강한 놈이 아니거든요. 

수현이는 현수씨를 언제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수씨가 저에게 안기는 걸 보고 싶어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현수씨가 자신을 배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현수씨가 실제로 저에게 안긴다면 수현이는 분명 깊은 상처를 받을 겁니다. 

현수씨를 먼저 배신한 녀석에게 멋지게 복수하시게 되는 거죠. 

그게 수현이의 의도대로 그 장단에 놀아나는 일이라고 현수씨가 싫다고 하신다면야.., 뭐, 저도 상관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


"당신이 저를 언제나 맘대로 할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춘식씨의 말을 듣고 그때, 전 정말 화가 났어요. 

이번 일만 보더라도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복수를 위해 정말 춘식씨에게 이대로 몸을 맡겨볼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때는 결심을 할 수가 없었어요. 

춘식씨는 결론은 지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제 말을 잘 생각해 보세요.라고 말하고 나갔어요. 

저는 그대로 정신이 어지러워 누워버리고 말았고요. 그리고, 당신이 돌아왔어요. 

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당신이 목욕탕에서 지윤씨를 안은 것, 그리고 제가 춘식씨에게 안긴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어요. 저는 그날 밤, 자고 있는 당신을 계속 보면서 한숨도 잘 수가 없었어요."


그 때 제가 느꼈던 어둠 속의 시선은 아내의 것이었던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에 춘식씨가 파트너 교환을 제안했을 때 저는 그 사람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 때는 저도 당신에게 복수하겠다고 결심을 굳히고 있어서, 춘식씨의 제안에 찬성한 거예요. 

당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그 사람에게 안길 생각이었어요."


"......"


"제가 춘식씨의 제안에 찬성한 것에 당신이 놀라는 것을 보고 저는 고소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당신에게 반항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춘식씨와 거리에 나와 호텔로 들어가려고 했을 땐 더 이상 걸음을 뗄 수가 없었어요."


아내는 제 눈을 똑바로 쳐다봤습니다.


"아마도, 우리부부는 닮은꼴인가봐요. 

서로 상대방을 배신하려 해도 막상 그때가 되면 겁을 먹고 마는 겁쟁이. 그것이 우리들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럴지도."


저는 아내의 눈을 피하며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


"춘식씨가 그런 저를 보고 억지 부리지 않고 괜찮다며 오히려 절 위로했지만, 전 춘식씨가 절 무기력한 여자로 생각할까봐 

부끄러웠어요. 또,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희들은 얼마간 거리를 관광하다 숙소에 돌아왔어요. 

잠시 후에 당신과 지윤씨가 돌아왔어요. 

꽤 늦게 들어오길래 저희들처럼 어느 호텔에 갔다 온 건 아닌가 생각돼서 당신에 대한 질투와 슬픔, 분노로 제 마음이 

가득 찼어요."


그때 저는 돌아온 아내와 춘식이를 보고 둘 사이의 대낮의 정사를 망상했었는데, 아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밤이 되어, 지윤씨가 갑자기 알몸이 되서 당신에게 안기는 것을 보고 그것이 당신의 작전인 걸 알면서도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당신이 정말 미워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당신에게 되갚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춘식씨가 유혹하는대로 지윤씨와 똑같이 옷을 벗었어요. 그래도.."


아내는 거기서 잠깐 말을 멈추고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어떻게 말을 계속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당신의 눈 앞에서 옷을 벗고, 춘식씨와 지윤씨에게 알몸을 보이려 할 때는 분명히 제 마음엔 복수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벗고나선.. 그때는 뭐랄까.. 그것이 아니었어요. 

아무 생각도 안나고 오직 부끄러워서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어요....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걸 뭐라고 말해야 할 지...."


"......"


"그러는 사이에 당신과 지윤씨가 제 눈앞에서 그래도 그것을 보고 있자니 조금 전까지 질투뿐인 마음은 아니었어요. 

잠시 후, 춘식씨가 제 몸을 만졌을 때 저는... 많이 느꼈어요."


"......."


"저는 제가 어떤 여잔지 모르겠어요. 저속한 생각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는데도, 그 때 저는 흥분해 버린 거예요. 

남편의 눈앞에서 다른 남자가 제 몸을 만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제 앞에서 지윤씨와 어울리고 있는 당신을 저질이라고 생각했는데, 똑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저 자신도 음란한 여자였던 거예요. 남 부끄러운 일을 무엇보다 싫어하고 남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바엔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던 평소의 저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려서... 오히려, 그런 일이 굉장한 쾌감을 주는 거예요. 

제 자신도 언제나 제 그런 성격이 답답하다고 생각했지만, 본래의 성격이라고 체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땐, 그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온 듯 자유로웠어요. 

당신의 눈앞에서 춘식씨에게 애무를 받고 느껴 버리는 음란한 제가, 무너져 가는 제가 왠지 사랑스러웠어요."


그렇게 말하는 아내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색기어린 요염한 얼굴이어서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습니다.


"점점 무너져 가면서 저는 이대로 춘식씨에게 안겨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저길 봐. 수현이도 지윤이랑 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유혹하는 춘식씨에게 저는 마침내 허락의 눈길을 보냈어요. 

춘식씨는 저에게 구실을 준비해 주었을 뿐이었어요. 음란한 것은 저였어요."


"......."


"그런데, 그러다가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저는 그 순간 평소의 저로 돌아왔어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내디디면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되돌릴 수 없다고 정신을 차리려고, 춘식씨를 거절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곧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되어버리더군요.

이젠 어떻게 돼도 좋아, 이 갈증이 채워지기만 한다면, 느낄 수만 있다면 뒷일은 어떻게 돼도 좋아...  

그렇게 생각해 버렸어요. 휩쓸려 버렸어요. 이래서는 당신을 탓할 자격도 없는거죠. 저는 정말 음란한 여자예요." 


아내는 슬쩍 시선을 떨구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보고 있는 앞에서, 춘식씨와 몸을 섞었어요. 처음에는 역시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어요. 

그렇지만 바로 기분이 좋아지고... 당신이 보고 있는데도, 아니, 당신이 보고 있어서 더, 저는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짐승같은 제 모습을 당신 눈 앞에 드러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흥분을 불러일으켰어요."


"......"


"그 후는 당신도 아시는 대로에요. 당신, 춘식씨, 그리고 지윤씨까지 모두에게 사랑 받고 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느꼈어요. 

당신에게 보란 듯이 야한 자세를 취하면서, 춘식씨가 퍼붓는 모욕적인 욕설과 지시들에 노예처럼 순종하면서, 당신들에게 

더욱 강한 행위를 요구하는 파렴치한 말을 하면서 저는 흥분되고 더욱 흥분되서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


"아침에 일어나 춘식씨에게 온천으로 끌려갔을 때도 제 안에 음란한 불씨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서, 제가 먼저 

춘식씨를 졸라 그 자리에서 몸을 섞었어요. 저란 여잔.. 정말 어쩔 수 없는 여자예요. 

아무리 빌어도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말하게 해 주세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아내는 거기까지 말하고 말문을 닫았습니다. 짧은 침묵 속에 기차가 달리는 소리만 들려왔습니다.

다음에 이야기한 것은 저였습니다 


"난 어젯 밤 현수를 보고 정말 비참했어."

"......" 

"당신이 먼저 스스로 배신해 놓고 뭐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랬어. 

춘식이의 말처럼 나는 현수를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여자라고 오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도 실제로 춘식이에게 안기는 너를 보니까 너무 괴로웠어.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


"그런데... 춘식이에게 안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너를 보고 있으니 난 슬프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흥분이 됐어. 

니가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였다는 걸 그때서야 처음 안 기분이었어. 

아까 네가 자신이란 여자를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도 나를 잘 몰라. 내 안엔 또 다른 내가 있는 것같아.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데도 다른 남자에게 안겨주려는 또 다른 나. 

그리고, 현실이 된 그 장면을 목격하곤 못 견디게 괴로우면서도 흥분하고 마는 또 다른 나. 나는 그런 모순이 가득 찬 존재야. 

이런 변명이 비겁할지 모르지만, 개인차는 있겠지만 인간이란 모두 그런 존재일거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내면에 숨겨져 있는 모순을 드러내 버리면 자신이나 자기 주변의 사람을 파멸시켜 버릴지도 

모른다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 강한 계기가 없는 한 스스로 정한 경계선 밖으로 나오려고 하질 않는 거겠지."


"그 경계선 밖으로 나온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아내가 불쑥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아내에게도 저에게도 가슴을 에이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모르겠어."


끝까지 비겁했던 저는 그렇게 대꾸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대신에 떨고 있는 아내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았습니다. 

소리죽여 우는 아내의 오열을 가슴으로 들으며 저는 한동안 창 너머로 빠르게 달려가는 바깥 경치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창 밖에 시선을 둔 채 안고있던 아내의 귓가에 맹세의 위로를 속삭였습니다.


..언제까지나 이현수의 손을 잡고있을께. 제 마음을 담아서...


계절은 여름. 

우리를 태운 기차는 아름다운 녹색 산들 사이를 누비 듯 천천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넌 그렇게 살기엔 너무 뜨거운 여자야... 라고 남자가 말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정력적인 남자의 앞에는 부들부들 가녀린 몸을 떨면서도 지지않겠다는 듯 물기어린 눈으로 노려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넓은 공원, 둘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느껴져 지나가는 어떤 이가 호기심에 힐끔 훔쳐볼 정도였다.

그렇지만, 구리빛 건장한 남자와 하얀 피부의 가녀린 여자는 잘 어울려 보여 사랑싸움을 하는 연인들로 여겨졌다. 

남자는 노려보는 여자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한동안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 

그 얼굴에는 상대를 비웃는 듯한 조소가 걸려있었다. 


이윽고, 담배를 비벼 끈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두려워 뒤로 물러나려는 여자의 팔을 순식간에 잡아챈 남자가 여자를 거칠게 당겨 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여자는 미친듯이 몸부림을 치며 저항했다. 

어느 순간, 윽.. 남자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며 여자는 남자의 구속에서 풀려났다. 


대단한걸, 전혀 그때와는 다른 여자로 보여... 하지만... 네 뜨거운 피가... 언제까지 숨겨질까? 네 사촌오빠처럼 말이야.

놀라 크게 뜬 여자의 눈과 조금도 동요가 없는 남자의 눈이 만났다. 

뭐, 좋아. 네 말대로 떠나주지. 거부하는 여자를 안는 건 내 취향이 아니거든... 


남자는 깨물려 피가 배어나온 입술 상처를 매만지며 여자에게서 등을 돌렸다.

네가 의지하고 있는 그 녀석을 난 잘 알고 있지, 또 보자구..... 이 말을 남기고 남자는 떠났다.

여자는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듯 다리가 풀려 공원벤치에 풀썩 주저앉았다. 


일년이 지났다... 


콘스탄틴 버질 게오르규의 "25시"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명배우 안소니 퀸이 연기한 요한 모리츠라는 루마니아인 남자입니다. 

아내인 수잔나와 행복하게 살던 그가 수잔나를 탐낸 이의 모함에 유태인으로 몰려 수용소에 갇힌 이후 다시 아내와 

만나기까지 십삼년 동안의 인생역정을 그린 그 작품을 저는 때때로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재회, 마중나온 수잔나 옆에 매달려 모리츠를 낯선사람 모양 쳐다보는 아이들 중에는 아비모를 아이도 섞여있습니다. 

마지막 웃는 듯 우는 듯 울상이 된 모리츠의 늙어버린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영화는 끝납니다.

이십오시는 하루의 이십사시간이 모두 끝나고도 영원히 다음날 아침이 오지 않고 아무도 구원해줄 수 없는 최후의 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영화는 주인공부부에게 여전히 암울한 미래가 올 것임을 암시하며 끝을 맺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전 그 오랜 헤어짐 후에도 서로에 대한 변치않은 사랑을 간직한 두 사람을 보며 희망을 갖습니다. 

저희 부부의 일상에 서서히 다가오는 이십오시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맘을 찾습니다. 


"여보, 일어나세요. 벌써 아침이에요." 


조심스럽게 몸을 흔드는 손에, 그날 아침 저는 눈을 떴습니다.

앞에는 언제나처럼 아내가 보였습니다. 잠옷 차림인 저와는 달리 이미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이었습니다. 


"벌써 아침이야? 밤새, 별로 잠을 잔 거 같지도 않은데."


제가 말하자, 아내가 살짝 눈길을 피했습니다.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아내의 얼굴이였지만 같이 살을 부비며 살다 보니 지금은 미묘한 표정의 변화로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법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지금 아내는 부끄러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허리도 아프네. 역시 네 번은 너무 무리였나 봐. 현수는 어때?"


현수는 아내의 이름입니다.


"저는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로 간단히 대답하고 아내는 저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어서 일어나 씻으세요. 그런 얼굴로 출근하면, 회사의 여직원들이 웃을 거예요."


뒤에서 하나로 묶은 아내의 긴 머리카락이 아침 햇살을 맞으며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저는 어젯밤에 안았던 아내 몸의 

느낌을 떠올렸습니다.


"오늘은 늦어요?" 

"아니, 별일없으니까 평소와 같은 시간에 돌아올거야." 

"네." 


사람에 따라선 퉁명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아내의 말투는 옛날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신혼시절엔 그런 아내의 태도에 쌀쌀함을 느끼고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미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저는 현관에 서서 전송하는 아내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아내는 조금 동요한 듯 시선을 피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길게 마주보지 못하는 것도 옛날부터의 아내의 버릇입니다. 


"그럼 다녀올께. 쪽."

"...다녀오세요." 


아내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고, 저는 수줍어 고개를 살짝 숙인 아내의 전송을 받으며 바깥 세계로 걸어나갔습니다.

벌써 초여름 날씨를 느끼게 하는 햇살이, 역으로 서둘러 걸어가는 제 등에 따갑게 꽂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은 오후 세 시가 지났을 무렵에야 외근에서 해방이 되어, 저는 땀에 젖어 살갗에 달라붙는 셔츠를 불쾌하게 느끼며, 

마침 눈에 띈 카페로 더위를 피하려 들어갔습니다.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냉방이 잘된 가게 안에서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날은 살인적인 더위였기 때문입니다. 


장사가 잘 안되는 가게인지 손님이 별로 없는 공간에는, The Beach Boys의 Surfin U.S.A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쾌활한 노래를 듣고 있자니, 아아 또 올해도 여름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나온 아이스커피, 물방울이 맺혀있는 시원한 유리잔을 바라보면서 저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름이 온 것입니다. 


올해도 역시.....

저는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올해 여름 휴가 때에는 다시 그녀를 데리고 어디에 여행이라도 다녀올까?하고 딴사람 일처럼 생각하다가 문득 어두운 

무엇이 마음의 틈새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밖으로 아내를 데리고 놀러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내가 생활에 필요한 장소 이외엔 거의 다니지 않는 것을 저는 몹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아직 삼십대 초반으로 젊고 아이가 없는데도, 그녀의 일상이 저희 부부생활에만 일관되어 있기에, 너무 갇혀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아내를 밖으로 데리고 다니며 좀 더 즐겁게 해 주고 싶다. 

인생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 제 바램이기도 했습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작년 

여름의 일이 마음 속에 떠올라 저를 동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일본의 어느 온천, 여관에서 일어났던 일... 저희 부부의 어두운 비밀...


담배를 비벼 끈 저는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찻집을 나와,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더위에 다시 배어 나오는 이마의 땀을 셔츠 소매로 닦으면서 문득 위를 쳐다보니 뭉게구름이 두둥실 푸른 하늘에 떠 있었습니다. 


"오늘 많이 더웠죠?"


셔츠를 다리며 아내가 하는 말에 "응."하고 대답하면서 저는 베란다 문을 열었습니다. 

미지근한 밤 공기가, 에어컨이 돌고 있는 실내로 느리게 밀려들어왔습니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꺼내는 저를 보고 아내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금연한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조금씩 양을 줄이고 있어." 


거짓말입니다.


"나팔꽃이 예쁘게 피었네!"


아파트의 작은 베란다에는 아내가 키우고 있는 화초가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그 때는 엷은 푸른색의 나팔꽃이 보기좋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당신, 이제 슬슬 건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에요."


속일 생각 말라는 듯이 아내가 조금 엄한 눈빛을 하고 말했습니다. 

결혼 초기에는 조심스러워서 저의 생활습관에는 거의 간섭하지 않던 아내였지만, 요즘에는 조금 바가지도 긁게 되었습니다.


"식사 후에 한 대 피우는 게 얼마나 맛이 좋은데... 어휴~, 알았어. 이제 곧 끊어볼게."

"정말 약속해 주세요!" 

"약속할게." 


아내의 재촉에 곧바로 대답하는 제 말이 건성으로 들렸는지, 아내는 다시 화난 눈을 했지만 곧 체념한 듯 휘익하고 등을 

돌렸습니다.


"저는 외톨이가 되는 것이 싫어요."


불쑥 그런 말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안방으로 들어가는 아내의 등을 담배연기 너머로 바라보며 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제 부모님은 아직 건재하시지만, 아내는 어렸을 때 양친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녀가 막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뒤 홀로 된 아내는 지방에서 숙박업을 하던 숙부내외에게 맡겨져, 저와 중매 결혼할 때까지 이십여년 간을 그 곳에서 

그분들과 함께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같이 사는 동안, 대학에 진학하지도 않고, 취직하는 일도 없이 계속 숙부의 숙박업소 일을 도왔다고 하니 아내가 세상물정에 

어두운 것이 그런 과거에 원인이 있는 듯 보입니다.


다행히 교양이 있던 숙모에게서 엄격한 훈육을 받은 탓에 가끔 아내의 거동이나 말씨 등에서 기품어린 면을 느끼게 될 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숙기 없는 아내가 용케도 찾아오는 손님들을 접대하는 일을 했구나, 싶어 감탄을 했습니다. 

예전에 농담처럼 그런 이야기를 꺼냈더니 아내가 조금 어두운 얼굴이 되어 입을 다물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뭔가 그 당시와 관련된 싫었던 기억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와 결혼하고나서 아내는 그 숙부내외와 연락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천애고아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아내는 거의 그것에 가까운 처지였습니다. 

만약 제가 죽는다면... 아내가 제 건강때문에 불안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지도 모릅니다.


잠시 후, 안방에 들어가니 아내는 이미 침대 위에 누워있었습니다. 

불을 끄고 저도 침대에 눕자 아내는 저를 피하는 듯 반대편으로 돌아 누웠습니다. ...아직도 화가 나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저는 슬그머니 손을 뻗어 아내의 가녀린 어깨를 만졌습니다. 

부드러운 피부 아래 솟아있는 뼈의 감촉을 손바닥에 느끼면서, 천천히 쓰다듬듯이 아내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미동도 하지않고 그대로 누워있었지만, 제 손이 가슴에 닿자 약간 몸을 움츠리며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저항은 하지 않았습니다. 

잠옷 겉으로 따뜻한 유방을 손으로 감싸자 아내의 맥박이 희미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수야!"


이름을 부르자 아내는 조금 부끄러워하면서 드디어 제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 몸을 힘껏 안았습니다. 

가슴과 가슴을 맞대며 아내의 팔이 조심스럽게 제 목을 끌어 안았습니다. 단정한 아내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갔습니다. 

이마에, 눈에, 콧잔등에, 뺨에, 쪽쪽쪽.. 아기에게 하듯 뽀뽀하며 놀리는 듯 웃자 아내가 뽀롱퉁해져 눈을 흘겼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입술을 내려 저는 아내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했습니다. 

입을 맞춘 채 아내의 귀에 손가락을 가져가자 아내는 그제야 화가 풀린 듯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긴 속눈썹이 흔들리며, 검게 빛나는, 촉촉하고 생기 있는 아내의 눈이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진한 눈빛에 매혹되면서 저는 얼굴을 떼고 이번에는 아내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갔습니다. 

아내의 어깨가 떨리며 제 등 잠옷자락을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그대로 가슴께까지 입술로 애무한 후 저는 살짝 몸을 떼고 아내의 잠옷 앞자락을 열었습니다. 

이제 아내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드러난 아내의 가슴이 어둠 속에서 하얗게 떠올랐습니다.

천천히 아내 위로 올라가면서, 저는 그 가슴의 정상을 이로 살짝 물었습니다. 

작은 신음소리가 어두운 방 안에 조용히 울렸습니다.


작년 여름 휴가를 얻은 저는 아내와 함께 일본 온천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안긴다. 

그런 배덕적인 목적을 가지고... 아내는 제 계획을 알지 못하고 평소처럼 말 수가 적은 채로, 하지만 기쁜 듯이 저와 함께 

집을 나섰던 것입니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지만, 그때의 저는 제 망상을 실현시키는 데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차분하고, 때로는 지루할 정도로 금욕적인, 언제나 감정없는, 무표정한 아내의 표정이 다른 남자의 손에 의해 제가 보지 

못하는 아내의 열락에 흐느끼는 얼굴로 바뀌는 것을 그런 순간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 소망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제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아내는...

아내는 엷은 어둠 속에서 연기처럼 희미해 보이는 하얀 허리를 꿈틀거리면서 제 손의 애무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촉촉하게 달라붙는 듯한 피부의 감촉에 흥분을 느끼며, 저는 슬슬 손을 옮겨, 아내의 탄탄하고 둥근 유방의 정점을 

손가락으로 집었습니다. 

조그맣게 솟은, 뽀족한 연한 분홍 빛의 젖꼭지를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자극하자 아내의 호흡이 조금씩 어지러워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흐트러진 머리결이 침대 시트에 흩어져 상기된 아내의 볼에도 살짝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제 눈앞에 드러내고 융기한 젖가슴을 헐떡이면서 필사적으로 신음소릴 죽이고 있는 아내의 귓가에 입을 가져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렇게 참지 않아도 괜찮아, 여기엔 저희 둘밖에 없으니까."라고 속삭였습니다. 

제 몸은 아내와의 친숙한 섹스단계를 천천히 밟아갔습니다. 하지만. 제 머리 속은 전혀 다른 정경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일본의 깊은 산 속 고풍스런 온천 여관의 어느 방 안. 깔려있는 소박한 일본식 돗자리의 냄새. 

근처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 창 밖의 깊은 어둠...

정적의 틈새를 깨뜨리는 듯한 신음소리. 서로 얽힌 육체. 살갗의 열기. 땀방울. 여자의 가는 허리를 움켜쥔 남자의 굵은 팔. 

뒤로 젖혀진 등. 살이 부딪치는 소리. 흔들리며 허공에 날리는 머리카락. 발개진 얼굴. 뒤틀린 입매. 


남자의 하체가 일격을 가할 때마다 밑에 깔린 여자의 몸이 크게 떨리며 흐느껴 우는 듯한 희열의 소리가 그 입에서 나옵니다. 

흐물흐물 녹아 남자가 공격할 때마다 접혀버릴 것 같은 허리는 그러나, 충격을 버텨내며 계속해서 탐욕스럽게 꿈틀거리며 

다음의 자극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자는 저를 보고 있습니다. 거의 정신을 놓은 듯 남자가 찔러 밀어넣을 때마다, 꿈 속을 헤매는 듯 몽롱한 눈동자가 초점을 

잃어갑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여자는 저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계속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견딜 수 없어 비명을 지르고 싶어집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긴 절망이 제 마음을 짓밟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둬!라고 외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여자만큼이나 저도 흥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육체에 있고 말은 거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저는 깨닫습니다. 


여자가 내는 신음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맑아집니다. 

강해져 오는 자극에 꼭 모아진 눈썹. 여자의 입술 가장자리에는 흘러나온 침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이윽고 여자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며 오르가즘이 다가오는 걸 알립니다. 

저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빛에 얼핏 두려움같은 것이 섞여있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집어삼킬 듯 뚫어지게 여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결국 그 순간이 와 여자는 절정에 도달합니다. 

크게 헐떡이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남자의 페니스를 삼킨 여자의 엉덩이가 꿈틀거립니다. 

물고 있는 것을 꽉 조이는 질 안의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같아서 저는 순간 침을 삼킵니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순간, 여자는 한층 높고 긴 교성을 발합니다. 

꼭 모아졌던 미간이 풀리며 땀에 젖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듭니다. 

그 눈은 이번에야말로 촛점을 잃고 시선은 허공을 떠돕니다. 지금의 여자에겐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쾌락만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휩쓸어 채우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에서 해방된 듯한 표정. 고통스런 얼굴에서 깊은 열락이 깃든 얼굴로 변하여 가는 여자의 얼굴이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아주 뚜렷하게 제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거기서 문득 정신을 차린 저는 제 몸 아래에서 아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저를 올려다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아내가 바로 조금 전까지 환상 속에서 제가 보고 있던 여자와 동일한 여자라는 사실에 저는 아연해졌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코 잊을 수도 없습니다. 


아내를 제 품에 안을 때마다, 저는 항상 그때의 정경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빨려들어갈 것같은 감각입니다. 

저는 품 안의 아내와 관계를 맺으면서 그때의 아내를 떠올리고, 격렬한 흥분에 어느새 자신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저항할 수 없는, 격렬하고, 그리고 어두운 흥분이었습니다. 


"무슨 일 있어요?" 


정색을 하고 침묵하고 있는 저에게 아내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을 걸었습니다.

망상을 떨쳐 버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고, 저는 억지로 웃음을 띠었습니다. 


"아, 잠깐 딴 생각을 하고 있었어."

"이런 때에..." 

"미안 미안, 너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내버려두다니 내가 잘못했어." 


진심으로 말했는데 아내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놀림으로 생각했는지, 조금 얼굴을 붉히며 "별로 저는..."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저는 아내 옆에 누워 그 허리를 바싹 끌어당겨선 잠옷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당황해서 저항의 몸짓을 보이는 아내를 무시하고, 제 손은 잠옷 아래 팬티 속으로 들어가 부드러운 수풀지대를 쓰다듬었습니다. 

음부도, 손등에 붙는 팬티의 천도 흥건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이래도 변명할 거야?"라는 말이 제 입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아내는 그런 말을 들은 것처럼 느꼈는지 부끄러워하며 작은 

신음를 내고, 제 품에 파고들어 어깻죽지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찰랑거리는 검은 아내의 머리카락이 제 턱을 문질렀습니다.


제 손가락이 음모의 풀밭 속 닫혀있는 질구쪽으로 향합니다. 

습기를 띤 그곳 따뜻한 질근육이 오물거리며 제 손가락을 감싸줍니다. 

거기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 제 팔에 얼굴을 묻은 채 아내의 목이 움찔 떨리며 아내가 토해낸 뜨거운 숨결이 제 팔을 간지럽힙니다. 아내는 그대로 다리를 붙이고 제 손은 매끄러운 허벅지 사이에 갇힙니다. 

동시에 꽃잎 속 고리가 제 손가락을 옥죄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자세로 저희 부부는 잠시 조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손가락 끝에 아내의 열기를 느끼면서, 저는 옆의 아내를 바라보며 그녀의 호흡소리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의 반쪽, 수현과현수, 닮은꼴부부, 첫눈에 제 여자라는 확신을 주었던 무표정한 여인, 아내를 사랑합니다. 


행복...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확실히 그 때 저는 행복했던 게 틀림없습니다. 

회사일도 잘 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렇게 곁에 항상 현숙한 아내가 있어 줬습니다. 

저와 그녀의 안식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계속 아무것도 없을 터였습니다.


그러나... 

평온한 나날 속에서 제 마음 속에는, 억누르려 해도 억누를 수 없는 무언가가, 몰래 숨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저는 항상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원래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금단의 열매를 먹어버린 자만이 느끼는 우울한 충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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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UBOARD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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