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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아버지의 정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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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42,420회 작성일 21-05-11 17:12

본문

어느덧 지하철은 도착했고 우리는 경인이 엄마가 있는 근무하고있는 XX여고 이사장실을 찾아갔다. 경인이는 아버지가 없다.
경인이가 3살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경인이 할아버지때부터 운영해오던 사립학교재단을 경인이 아버지
대신 어머니께서 지금껏 운영해오고 계
셨다.


- 똑똑... 엄마 나 경인이...! 

- 어서들어와... 


경인이는 너무도 익숙하게 이사장실 비서들을 제치고 곧장 문으로 가서 노크했고 경인이 어머니에게 우리가 온 걸 알렸다.
경인이 어머니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 어머님.. 한선군입니다. 처음 뵙게되서 반갑습니다. 

- 아... 한군. 반가워요. 얘기들는 것보다 더 듬직하니.. 남자답네요... 우리 애가 집에만 오면 한군 얘기에 귀가 따가울 지경
이에요... 호호..!


- 엄만. 참... 내가 거짓말을 했나... 뭐! 


경인이 어머니는 경인이와 밖에나가면 자매로 착각할 정도로 젊게 보였다. 도저히 사십대 중반의 나이로는 여겨지지 않았다.
아마도 경인이가 어머니의 미모를 그대로 빼다박은 것 같다. 너무도 보기좋은 두 모녀였다.


- 엄마.. 그런데 군오빠는 왜 오라고 그랬어? 


경인이는 내가 어색해할까봐 단도직입적으로 자기 어머니에게 물었다. 


- 으응... 내가 한군에게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서... 

- 부탁이라뇨? 

- 다름이아니라.. 경인이에게는 고1짜리 남동생이 하나 있네... 그건 경인이에게 들어서 알고 있겠지? 

- 예.. 압니다. 

- 그녀석이 태어난 그해에 경인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지.. 아버지없이 자라서 그런지 도무지 통제가 안되서 말이야...
마침 경인이에게 전해들으니 한군이 과외도 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 호야를 자네에게 맡겨봄이 어떻
겠나하고 부탁하려고
불렀네...


- ........!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물음에 당황해서 선뜻 대답을 못했다. 


- 오빠.. 망설이지 말고 그렇게 해줘요... 우리 호야 착해요... 군오빠 말 잘들을거야... 경인이도 군오빠가 우리 호야를
책임지면 정말 좋겠어...!


- 맡아준다면 과외비는 넉넉하게 줄테니 잘 좀 챙겨주게... 

- 아니요... 그거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처음에는 우물쭈물했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경인이 두 모녀의 애정어린 부탁에 녹아들고 말았고 할 수없이 그 녀석을
맡기로 대답하고 말았다.


- 흔쾌히 허락해줘서 고맙네... 그런데 지금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그랬나? 

- 예. 그렇습니다. 

- 그러면 마침 잘되었네. 우리 호야도 맡을 겸해서 아예 우리집에 들어와서 살면 어떻겠나? 우리집은 세 식구가 살기에는
너무 넓거든... 그렇게 해줄 수 있겠나?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주겠네.


경인이 어머니는 동생 과외 부탁에 한술 더떠 숯제 들어와서 살것을 권하고 있었다. 


- 와! 그럼... 좋겠다... 맨날 오빠와 같이 학교 다닐 수도 있구. 군오빠 그렇게 하도록 해.... 경인이와 같이 사는 거 싫어?
왜.. 말을 안해... 응!


-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경인이의 협박에 굴복하고 말았다. '아~~ 자유로운 학창생활은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뒷머리를 강타하고 있었다.
 

- 것봐... 엄마... 내가 뭐랬어... 군오빠는 경인이 부탁을 다들어 준다고 했잖아...! ㅎㅎㅎㅎ~~ 

- 이녀석도 참.. 


순간 아차 싶었다. '어쩌면 이 모든게 경인이의 꿍꿍이고 자기 엄마와 짜고쳤던 고스톱에 내가 당한 것은 아닌가' 라는
때늦은 후회
도 이젠 소용이 없었다. 두 모녀의 협잡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그날부로 나는 기숙사를 나와 경인이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팔자에도 
없는 데릴사위 생활이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내가 경인이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난 다음부터
방학이 끝나는 오늘까지 내 일상은 거기서 시작되었고 거기서 마
쳤으며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편안한 나날이었다.

처음 경인이 어머니의 제안이 있었을 때는 데릴사위로 들어가 그 집의 남자가 해야할 일을 도맡아할 줄 알았다. 
즉, 그 집안의 머슴으로 들어가는 줄 알고 속으로 '고생길이 열렸구나'라고 생각하며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보니 내
짐작이 보기좋게 빗나가 버렸다. 이 집에서 나는 지금껏 어느 곳에서도 누려 본적이없
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이 집안
사람은 나를 자기들의 틀에 묶으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심한 간섭도 하
지 않았다.


나는 특별히 학교에는 갈 일이 없었으므로 남은 방학기간 내내 도서관 열람실보다 더 넓고 더 조용한 경인이와 나의 공간인
경인이의 집에서 신혼부부처럼 오순도순 지냈다. 
평일에는 생활하며 부딪히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기껏 나와 경인이, 집안일
돌보는 가정부 아주머니, 집안 전체를 
구석구석 관리하는 청지기 노인 이렇게 네 사람이 전부였다. 나머지 가족들은 자기
일이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하
고 주말에만 가끔씩 같이 아침식사를하는 정도였다.


경인이 어머니는 학교일로 늘 바쁘셔서 항상 아침 일찍 집을 비우신다. 그리고는 저녁 늦게 들어오셔서 모든 일과를 정리하니 그 집에 살고 있어도 몇 번 뵙지 못하고 어쩌다 내가 과외를 마치고 늦게 귀가하면 따스한 눈빛을 보내며 잘지내고 있는지
안부만 묻곤 했다. 
동생 경호는 예상외로 나를 친형처럼 따랐다. 여자들 뿐인 집안에 내가 떡하고 들어가니 처음에는 약간
경계하는
것 같았는데 나하고 한 두번 수업하고 나서는 경계심을 버리고 친형처럼 따르게 된 것이다.


'이 집안 사람들은 다들 붙임성이 좋은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호는 금방 적응했다. 그런 경호를 나또한 친동생처럼
아꼈고 일요일이면 나와 경호는 같이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지냈다. 지금은 자신의 일상생활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고민을 털어놓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그렇다고 경호와의 접촉은 그렇게 많진 않았다. 왜냐하면 평일에는 과외 시간을 제외
하면 보충수업으로 아침 일
찍 학교에 등교했고 자율학습까지 마치고 오면 늦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시간이
나는데로 경호를 챙겼
고 선배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내가 예상못한 생활 속에서 경인이는 나를 상전(?)처럼 여기며 받들었다. 자기집에 얹혀사는 내가 불편할까봐 항상
내 곁에 붙어서 궂은 일 마다않고 집안에서 나와 일거수일투족을 같이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지극 정
성으로 챙겼고 그것이
자신의 천성인냥 행복해하며 했다. 
다른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난 다음까지도 일어나지 않는 나를 깨울 생각은없이 내가
일어날 때까지 그냥 침대 옆에 
걸터앉아 나의 잠자리를 지켜주었고 비로소 잠이깨어 눈을뜨면 다정한 웃음을 보내며 모닝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
고는 내가 씻을 물을 손수 받아놓았고 내가 씻을 동안 입을 옷과 식사 등을 일일이 챙겨 놓았다.


경인이는 내가 잘때도 식사할때도 공부할때도 TV볼때도 하루종일 싫은 내색없이 나를 챙겼고 집안에서 자신의 모든 생활을
나에게 초점을 맞추어 주었다. 남들이 이런 모습을보면 이건 숫제 내가 얹혀 사는게 아니라 경인이를 내
가 거느리며 사는 것
같았다.


- 경인아.. 이렇게 안해도 된다. 이러면 내가 더 불편하다. 

- 군오빠... 경인인... 오빠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어... 경인인 오빠와 같이 생활하는게 너무 즐겁고 행복하단말야... 경인이가
행복해할 수 있도록 불편해하지말고 기쁘게 받아줘... 제발 부탁이야...


내 마음이 불편해서 경인이에게 그만두라고 말을 해도 경인인 오히려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이니 거부하지 말것을 부탁했다.
경인이에게 약한 나는 할 수없이 그녀의 환대를 허락했고 더이상 그것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하지
않았다.
'사람이란 쉽게 적응하는 동물' 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나는 그 생활에 차츰차츰 익숙하게 길들여
져갔다.

'전생에 무슨 복을 타고나서 이런 꿈같은 행복이 주어졌나' 생각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건 현실이 아닌 꿈일꺼야' 하며
내 허벅지를 꼬집어도 봤다. 그러나 이건 꿈이 아니었다. 엄연히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렇게 나만의 공간에서 경인이의 정성된 시중을 받아가며 꿈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 어느새 일상으로 느껴졌다. 물론
미진이도 한 두 번 찾아갔다. 예전처럼 자주 찾아가진 못했고 과외갔다가 허탕친 날에나 경인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쪼빗하게
들어가지 않고 미진이집에 들러 서 너 시간을 지내고 왔다. 
나는 그 서 너 시간을 미진이의 육체에 마음껏 쏟아냈다. 마음껏
욕정을 쏟아내고 난 다음 허겁지겁 알리바이를 맞
추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여름방학 내내 이렇게 동가식서가숙하며 지냈던 것이다. 이런 꿈같은 시간도 흘러갔다. 시간이 어찌 그리 빨리가는지
벌써 9월 첫째 날. 즉, 여름 방학 끝난 것이다. 
오늘부로 나는 늦잠자는 생활을 청산하여야만 했고 그 첫번째 행동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었다. 
경인이는 내가 그렇게 일찍 일어나리라고는 예상을 못한 것 같았다. 내가 눈을 떳는데도 여느
때처럼 내 옆을 지키
지 못했고 나머지 수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더 늦게 일어나리라 예상했는가 보다.


나는 경인이의 예상과 다르게 부스스 한 모습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딴 때와 다르게 손수 물을 받아 세수를 하였고 옷을
대충 챙겨입었다. 그리고는 곧장 밑으로 내려갔다. 부스스하게 내려오는 내 모습을 경인이가 발견하고
 밥숟갈을 내려놓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 군오빠... 좀 더 자지... 왜 벌써 일어나... 조금 있다... 경인이가 깨우려고 했는데... 

- 어머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이렇게 아침에 뵙는 건 오랜만이네요... 

- 아니야... 내가 곤히 자는 사람... 억지로 깨우지 말라고... 당부한 거니... 너무 마음쓰지 말아... 여기와서 앉아... 

한군과... 오랜만에 함께 식사하네...! 아줌마... 여기 한군 식사 좀 챙겨줘요... 


- 오빠.. 여기 있어... 맛있게 먹어... 


내가 내려가니 모두들 식사 중이었고 일찍 일어난 내 모습에 모두 깜짝 놀랐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모두들 반갑게 나
맞아주었다. 
나는 경인이 어머니의 지시대로 식탁에 앉았고 경인이 어머니는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밥을 차릴 것을 얘기했다.
그러나 누가 우리 경인이의 날렵함을 당할 수 있겠는가. 어느 틈에 움직였는지 아주머니가 손쓰기 전에 이미 내 식사를 챙겨
왔고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를 챙겼다.


- 한군은 운전할 줄 아나? 

- 예.. 대학 1학년때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군에서도 수송병으로 있어서 운전은 조금 자신있습니다. 


온 가족과 오랜만에 하는 아침 식사를 끝내고 후식이 차려지자 경인이 어머니가 나에게 운전할 줄 아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 그렇다면 잘됐네! 오늘부터 개학이지? 

- 예.. 그래서 학교갈라고 이렇게 일찍 일어난겁니다. 버스타고 지하철을 타고 갈라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 그렇지...! 그래서 내가 우리 인이랑 한군이 통학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나 싶어서 차를 한 대 준비했네.. 오늘부터
그 차로 둘이서 통학하면 어떻겠나...


- 네?.... 무슨 말씀이신지... 도통...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잘못들은 것은 아니겠지.' 하며 나는 경인이 어머니께 재차 물었다. 


- 응... 내가 한군과 의논도 안하고 일을 저질렀네... 그냥 우리 집에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으라고... 준비한거니 너무 부담
같지는 말게... 그리고 차타는데 드는 기름은 여기 카드로 결재하게...


- 와! 잘됐네... 오늘부터 오빠랑 단 둘이 차타구 통학 하겠네... 너무 좋아라... 오빠두 너무너무 좋지... 호호. 


한없이 다정하고 따스한 눈웃음을 지으며 경인이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내 어찌 그분의 성의를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옆에
앉은 경인인 너무나 신나했고 나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너무 좋아라하면 체신머리없다고 여
길까봐 내색은 못하고
못이기는 척하며 감사하게 차키와 카드를 묵묵히 접수했다. 그리고 허벅지를 살펴시 꼬집어 보았
다.


내가 차키와 카드를 접수하는 걸 확인한 경인이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시고 곧바로 출근준비를 하셨고 경호도 같이 일어나
나갔다. 그리고 나는 경인이가 재촉하는 바람에 경인이를 따라 차고에 갔고 넓직한 차고에서 어머니께 
받은 차키를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저기서 나의 신호를 받은 은색소나타가 삑삑거리며 나를 반겨주었다.


충만한 가슴을 안고 차를 운전하며 경인이와 함께 등교했다. 내가 문을 열어주자 경인이는 의젖하게 조수석에 탔고 앞으로
그 자리는 자기 이외에 누구도 허용할 수 없음을 나에게 못박았다. 그리고는 학교 등교하는 내내 옆에
서 조잘거리며 내가
심심하지 않게 해주었다. 
'어디서 이런 사랑스러운 복덩어리가 나에게 왔는지. 하느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라고 다시한번
더 마음 속으
로 하늘에 감사기도를 올렸다.


차를 안전한 곳에 주차시키고 수업시간까지는 꽤 시간이 남아서 우리는 여름을 끝낸 학교를 천천히 둘러보며 걷고 있었다.
나와 경인이가 다정히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한선군.... 선군아.... 

- 누고... 나를 부르는게 누구지...어... 너 미진이! 

- 어머... 언니....! 


경인이와 나는 날 부르는 소리에 같이 뒤돌아보았고 그리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누구인가. 나의 섹스파트너 미진이가
우리들을 부르고 있지 않은가. 길건너 저편에서 미진이가 경인이와 나에게 밝은 웃음을 보내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화사한 플레어스커트의 모습을 한 그녀는 한 떨기 장미같이 빛났다. 그녀 앞을 지나가는 남학생들은 손흔드는 그녀의 모습에
넋이 나가 서로 부딪혔고 나와 경인이는 너무놀라며 동시에 그녀를 불렀다. 놀라면서 그녀를 부르는 
우리에게 그녀는 함박
웃음을 머금고 또박또박 다가왔다.


- 안녕... 선군아...! 너. 경인이 맞지? 이제 숙녀가 다 되었네! 

- 언니... 경인이 맞아... 미진언니... 오랜만이야... 반가워... 


우리에게 다가온 미진이는 경인이를 알아보고는 경인이에게 아는 척을 했고 경인이는 미진이에게 인사를 했다. 인사하는
경인이의 눈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것 반 왠지모를 경계하는 눈초리가 반이었다. 
내 어찌 경인이가 그런 눈 웃음을
미진이에게 보내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는가. 이는 모두 나로 인해 나타나는 모습
이라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없었으며 둘은 예전의 다정함으로 돌아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 어쩐일로 학교에는 다왔노? 

- 으응... 그럴 이유가 있어... 나 조금 급하게 볼일이있어서 왔다가... 너네 둘이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붙잡은거야...
내가 두 사람 방해한건 아닌가 몰라...


미진이는 경인이의 눈치를보며 얘기를 이어갔다. 


- 아냐... 언니... 만나서 정말 반가워... 근데 급하게 볼일이 뭐야? 

- 응... 나 유학가... 유학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서류가 필요하데....... 그래서 학과사무실에 갔다오는 길이야.. 


이게 무슨 말인가. 얼마전 내가 미진이의 집에 갔을 때만해도 그런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얘기에
나는 한동안 멍했다.


- 유학? 그게 무슨 말이고... 

- 응.. 그렇게 됐어... 나 호주로 유학갈거 같애... 이번에 가면 평생... 이곳으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야... 


나는 가슴막막한 감정을 최대한 내색하지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재차 미진이에게 물었고 미진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연
스럽게 내게 대답했다.


- 너네들 시간 좀 내줄 수 있니? 

- 응. 언니. 군오빠랑 나... 1교시수업은 없거든... 그래서 여유가 많아... 왜? 

- 아니... 다른 이유는 없고... 나가서 차한잔... 하자고..... 

- 좋아.. 언니... 가자... 


경인이는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우리는 그 길로 커피숍으로 갔다. 커피숍에가서 경인이는 내 옆에 찰싹
붙어앉았고 미진이는 경인이 앞에 마주앉았다. 주문하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였다.


- 둘이 사귀는 구나. 좋아보여...! 

- 그래?... 언니... 고마워. 


미진이는 진심을 담은 표정으로 우리를 축복했고 경인이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마워했다. 나는 할말이없어서 묵묵히 듣고
있었다.


- 언니. 결혼생활은 어떡하구 유학가? 

- 으응... 경인아 언니 지금은 혼자야... 남편이 사고로 죽었어... 결혼 후 얼마안돼서... 


경인이의 물음에 미진이는 방금까지의 밝은 표정은 온대간대없고 우울한 빛으로 바뀌며 자신의 현재 처를 대답해주었다.
 

- 언니 미안... 경인인 그런줄도 모르고...! 

- 아냐... 경인아... 이젠 괜찮아... 처음부터... 원치않던 결혼생활이었는데... 그냥... 그 얘긴 그만하자... 


경인이는 미안함을 표시했고 미진이는 다시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돌아와서 경인이의 무안함을 감싸주었다. 나는 여전히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 학교에 복학할려구 했는데... 그러면 불편할 것 같아서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했어... 아무도 모르는 낯선 땅에서 새로
시작해보려구...


그말을 듣자 내 가슴은 미어질 것만 같았다. 그녀가 복학하면 불편할 것같은 사람이 과연 누구겠는가. 그런 이유를 아는 나는
미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끝끝내 감출 수 밖에 없었고 아무말도 해줄 수 없었다. 
분명 미진이가 학교에 온 건 복학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지라도 사랑하는 나를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려고 복학을 결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 경인이의 다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사려깊은 미진이가 자
기의 모든 것인 나를 위해서 호주라는 낯선 땅으로
떠나려는 것일거다.


- 언니... 그러면 날잡아서... 가기 전에 한번 만나자... 

- 그래... 조만간 내가 연락할께... 너네 집 전화번호 그대로지? 

- 응.. 그대로야..그리구 군이오빠도 우리집에서 같이 살아.. 동생과외선생님으로 있어..출국하기전에 오빠랑 같이 한번 봐..

- 그래... 그러자...


아무것도 모르는 경인이는 미진이의 출국을 기정사실화했고 미진이는 결심을 굳힌듯 보였다. 나는 묵묵히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었고 경인이와 미진이는 여러가지 얘기를 더나누고 헤어졌다. 
나는 수업받는 내내 미진이가 신경쓰여서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았다. 수업을 끝내고 경인이의 성화에 못이겨 모
처럼 동아리방에 가서 동아리 회원들과 새학기 인사를 아주짧게
나누었고 곧바로 과외 가야한다는 핑계를 대고 경인이
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온 다음 경인이에게는 과외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왔고 과외하는 집에는 공중전화를 걸어 몸이아파 하루 쉬겠
다고 통보했다. 그 길로 바로 자가용을 몰고 미진이의
아파트로 찾아갔다. 
내가 미진이 아파트에 찾아가자 미진이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를 맞아주었다.


- 어서와... 오늘은 두 번씩이나 보네...! 호호... 좋아라. 

- 미진아. 내가 왜 왔는줄 알제... 와 갑작스럽게 그런 결정 내렸노? 


나는 신발을 벗으면서 다짜고짜 물었다. 


- 군아... 미안... 계속 네 곁에 있으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꼈어... 그게 너한테 가장 좋을 것 같아서... 

- 경인이 때문이가... 

- 아니... 그런 것 아냐... 그냥 내 마음이 바뀐것 뿐이야... 나도 계속 이렇게 아무것도 하는 것없이 지낼 수는 없잖아...

- .........! 


자신의 마음이 바뀐것 뿐이라는 미진이의 얘기에 할 말을 잃었다. 더이상 무슨 말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 너네들 너무 좋아보여... 이건 진심이야... 경인이 걔 똑부러지는 애야... 너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 애야... 

- 언제까지 나만 바라본다고 했다 아이가... 그런데 이게 말이되나... 

- 그럴려고도 했어...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어... 그냥 그렇게만 알고 내말대로 해줘... 나 다음 달 중순 쯤에는
떠날거야... 부탁하나 할께.... 꼭 들어줘...


- 뭔데? 

- 우리 2-3일 여행가면 안돼... 마지막 여행 말야...! 

- 그래.. 그라자... 


나는 미진이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곧바로 경인이에게 전화했고 부산에서 연락이와 이 삼일 정도 급히 내려갔다
온다고 얘기했다. 내 얘기를 듣고는 경인이는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허락을 해주었다. 
미진이는 미리 준비했는지 내 승낙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행가방을 챙겼고 우리는 미진이의 차를 타고 김포 공항으
로 갔다. 거기서 바로 티켓팅하여 제주행 마지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와의 여행이 무에그리 좋은 지 미진이는 내 팔짱을끼고 연신 쫑알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얘기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내색은 안했지만 갑작스런 그녀와의 이별 여행에 마음이 무척 쓰라리고 아팠다. 
우리를 실은 비행기는 1시간 정도의 비행후
제주공항에 도착했고 거기서 택시를 대절하고는 택시기사에게 부탁하
여 제주시에서 제일 좋은 호텔로 갔고 택시기사가
안내해준 호텔에 도착해서 그 호텔의 로얄스위트룸으로 체크인
하니 호텔직원들은 우리들에게 연신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미진이와 나는 그들의 극진한 안내를 받으며 호텔객실
에 투숙했다.


객실에 들어가서 안내원에게 팁을 주며 식사를 시켰고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샤워를 했다. 샤워후 나이트 가운을
걸쳤고 나는 룸에 딸린 미니바에서 와인과 마른안주를 가져와서 미진에게 한잔 건넸고 나도 따라 마셨다.


- 군아 이렇게 오니까... 신혼여행 온 것같아...! 같이와줘서 너무 행복해... 고마워.. 


그녀는 한모금의 술을 마시고 발그레한 홍조를 띠우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얘기를
들었고 2박 3일 동안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리라 결심하고 있었다. 
룸으로 가져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난 다음.. 
즐거워하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어 침대에 사뿐히 내려놓은 다음 나는 가운을 벗어버리고는 그녀의 몸 위에 내몸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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