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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착한 사랑 - 2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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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38,739회 작성일 20-11-26 17:08

본문

어울리지 않게 꽃을 들고 병실을 찾는 민기다. 그나마 하루를 푹 쉰 민기는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면도까지 말끔히 하고
 
문병을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데 동민이 직접 모신다는 말에 무슨 꿍꿍이인가 내심 걱정하던 민기에게 갑자기 큼지막한 

꽃다발을 들이밀며 역시 문병엔 꽃이 최고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민기를 부추겼고, 예상했다는 듯 민기는 어쩔수 없이 그
꽃을 받아들고 아리가 있는 병실로 향하게 된다.


3인실의 작은 병실이 왁자지껄했기에 문안으로 들어서던 민기는 돌아간다는 생각도 못하고 당황해 그대로 빈 침대를 향했고, 민기의 등장에 아리를 둘러싸고 있던 여학생들이 수군거리길 시작했다. 낯 뜨거운 현장을 목격한 민기처럼 병아리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무작정 빈 침대위에 꽃을 올려놓고는 간의 의자에 앉아 무작정 자는 척을 하게 된다. 그런 민기의
사정은 전혀 모르는 듯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교복을 입고 병실을 채운 여학생들의 수다는 끝날 생각도 없는지 한동안
계속 되었다.


결국 참다못한 민기가 벌떡 일어나 병실을 걸어 나오려는데 갑자기 아리가 크게 웃기 시작한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는 눈물
까지 글썽이며 웃기 시작한 아리였기에 친구들도 어리둥절한지 그런 아리를 뻔히 쳐다보기 시작했고, 민기는 더 당황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발걸음을 옮기는게 된다.


" 오빠!!!" 

" ....." 


갑작스런 아리의 부름에 민기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 오빠?" 

" 무슨 오빠?"

" 누구야?"

" 아리 너 오빠도 있었어?"

" 오빠라니??"


민기의 식은땀이 흐르는 등 뒤로 여자들이 저마다 의구심이 잔뜩 묻어 있는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어디가요!! 얼른 일루 와요.. 제 친구들 소개시켜 줄게요." 

" .....나..난 그냥 갈려고.."

" 참나.. 사람 이렇게 만들어 놓고.."

" 아..알았어.... 아..안녕하십니까..."


" ......"

" ...."

" .."


민기가 넙죽 허리 굽혀 인사를 하자 전부 말문이 막힌 듯 그런 민기의 정수리를 뻔히 쳐다본다. 자신도 모르게 형님식 인사로 90도 굽힌 허리를 민망함에 들지도 못한 채 그러고 있는데 아리가 더 크게 웃으며 숨이 넘어가는지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 배아파... 오빠 일부러 그러는 거죠??" 

" ....아..아니야." 


" 누구세요?" 

" 이름이 뭐에요?"

" 몇 살이에요?"

" 오빠라면 친오빠는 아니고? 무슨 관계에요?"

" 키 크다.. 몇이에요?"


민기의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들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여
질문하는 학생들로 바쁘게 옮기던 민기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을 올려 손바닥을 보여 여학생들의 입을 막는다.

긴 한숨을 쉬는데 민기는 도저히 이 자리에 단 1분도 더 못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어떻게 빠져나갈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고, 그런 모습에 아리는 눈물을 닦으며 친구들에게 말을 한다.


" 야! 울 오빠 힘들어하잖아.. 그만 가!" 

" 참나.. " 

" 얘 뭐냐.."

" 별꼴이야...."

" 그래! 이 계집애야!! 잘 먹고 잘살아라!!"

" 하여튼.. 남자 생기면 다 변한다고 하더니!!"

" 근데 누구래?!!"

" 가자!! 아리가 울들을 버리신단다!!"

" 나쁜 기지배..."


겨우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저마다 할 말은 다 하며 병실을 빠져나간다. 또 90도 인사를 하며 학생들을 배웅한 민기는 무슨
쓰나미가 휩쓸고 간 후처럼 거칠게 넥타이까지 반쯤 풀고는 진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다시 병실로 들어오게 된다.


" 휴~~ .. 도저히 꼬맹이들은 적응이 안 되네...." 

" 큭큭큭.."

" 웃지마!... 차라리 10대 1로 싸우라고 하면 싸우겠다.. 이건 뭐.."


" 안녕하세요."

" 이건 뭐.....아..안녕하세요."

" 저.. 아리 단짝친구 중에서 가장 친한 친구 김미슬이라고 하는데요.."

" ...예??.. 아.. 저..전 고기민이라고 합니다..아..안녕하세요.."

" 그거 저 주시려고 가져오신 거 아니에요?" 


말을 끝내며 간의 의자를 끌고 들어와 펼치던 민기는 그제야 아직 한 학생이 아리의 병실을 지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동글동글한 얼굴에 큰 눈망울로 귀엽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을만한 여자 아이는 민기를 무섭게 노려
보기 시작했고, 그런 미슬의 시선에 왠지 모를 죄를 지은 남자처럼 어렵게 펼친 간의의자에 앉는 민기였다.

그런 민기에게 아리가 옆 침대에 놓은 꽃을 달라는 듯 손짓하며 말했고, 민기는 머쓱한지 어색하게 꽃을 들어 아리에게
건넨다. 꽃송이에 코를 박고 향기를 가득 마시는 아리에게 미슬이 툭명스럽게 물어본다.


" 넌.. 저 사람 때문에 그동안 나 따시킨거야?" 

" 아니야... 말했잖아.. 집안 일이 복잡했다고.."

" 근데 이 사람은 누구야?"


" 풋~."

" ...."

" ....."


앳된 목소리에 꿀려 보이지 않으려는 듯 점잖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미슬의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게 된
민기다. 그 웃음이 비웃음으로 들렸는지 얼굴이 붉어진 미슬이 민기를 노려보며 퉁명스럽고 직설적으로 갑자기 입을 연다.
 


" 뭐에요?" 

" ...예?"

" 지금 비웃은 거예요?"

" 아..아니요.. 그냥."

" 아저씨! 우리 아리랑 무슨 사이에요?"

" ......."

" 혹시 아리 다친 것도 아저씨 때문에 다친 거 아니에요?!!!"

" ........"


" 아니라니까.. 집에 있는데 강도가 들었다니까.."

" 내가 바보냐?! 강도가 들었는데 뉴스에도 안 나와?!!"

" 별로 안 다쳤잖아.. 하루에 대한민국에 강도가 얼마나 많이 드는데.. 살인사건 아니면 뉴스엔 나오지도 않아.."

" 웃기지마.. 저 아저씨 생긴 것도 제비나 뭐 그런 거 같은데..."

" 제..제비??" 

" 왜요? 찔려요?!" 

" 큭큭... 제비?"

" 넌 웃지 마 지지배야!"

" 오빠보고 제비래요..하하하하하하하... 아야....."


" 아..리야.. 너무 심하게 웃으면 상처 벌어져.."

" 아아야...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막 배 땡겨요...미슬아.. 그런 거 아니야.." 

" ....나 갈래. 기분 나빠.."

" ...미슬아."

" 안녕히 계세요.."


" 참.. 고거 성격도.."

" 풋~..진짜 깡패 맞아요?" 

" 아따!!! 계속 깡패 깡패 할래?!!...듣는 깡패 기분 나빠지는구만.."

" 큭큭.. 오빠.. 심각하게 전업을 생각해보시는 건 어때요?"

" ....전업?"

" 코메디언으로..크크.."

" 음~~.. 하긴 내가 좀 재미있지... 요즘 여자들이 재밌는 사람 좋아한다며.."

" 피~.. 그것도 나름이지..."

" 배는 좀 괜찮아?"

" 배요? 이제 안 아픈데.. 퇴원하려고 아침에 의사선생님한테 말씀드렸다가.. 장난치지 말라고 한소리 들었어요....
 정말 괜찮은데.."


" .......퇴원해서? 또 일하려고?"

" ....일해야죠.. 병원비도 많이 나올.."

"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라고... 나 때문에 다쳤는데.... 병원비 같은 건 걱정 말고 이참에 몸이나 좀 더 추슬러라...
 먹고 싶은 거 여기 카드 놓고 갈 테니까 다 사먹고!!"


" ...싫어요."

" 또!! 넌 무슨 청개구리냐? 내가 무슨 말만 하면... "

". ..내가 달려든 건데.. 왜 오빠 때문이에요?"

" 아씨!! 그 놈이 나한테 달려든 거잖아!! 그 새끼가 칼침을 겨눈게 난데!!"

" ......"

" ...그러니까.. 그런 걱정 말고..... 퇴원할 생각하지 말라고...."

" ....치~.. 좀 있으면 시험인데...."

" 책 가져다줄까?"

" 벌써 친구들이 놓고 갔네요..."

" .. 그리고 아리야."

" ...응?"

" 아니다.. 몸 좀 추스르고 얘기하자.."

" 뭔데요?"

" ...아니야."

" 치~~~ 사람 잔뜩 궁금하게 해놓곤...."

" ...."

" 말을 꺼내지 말던가... 뭔데요!!??"


아리가 애교를 부린다. 생전 감정표현과 내색하지 않던 아리였는데 눈을 흘기며 뽀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아픈 배에도 바짝
무릎을 굽히고는 머리를 30도 돌려서 입속에 잔뜩 공기를 물어 볼을 있는 대로 부풀리곤 민기에게 손을 뻗는다. 침대 옆에
앉아 있으니 당연히 무릎을 꼬으고 있던 민기의 무릎에 손이 닿았고, 잡은 옷깃을 흔들며 당기기 시작한다.
 


" 얘...얘가 왜 이래..." 

" 응?~~~ 으응~~~~"

" 가..갑자기 왜 이래... 지..징그러... "

" 피~~.. 뭔데요?"

" ....그..냥........우리.. 같..이..... 살....까해서.?"

" ......"

" 아니.. 꼭 그런게 아니고.. 너 몸도 불편하고.. 알아보니까.. 도우미 아줌마도 싸더라고.. 어차피..
 난.. 집에도 잘 안 들어가고... 넓은 집도 비우기 아깝잖아... 테..텔레비전도 있고.. 그거 교육방송인가도 볼 수 있잖아....
 그리고 고시원에서 공부하기도.... 위험하잖아.."


" 위험?"

" 아니.. 나 때문이긴 한데.. 그래도..... 그래 그.. 편의점 새끼가 마음에 안 들어!!! 그 새끼 눈빛도 안 들고!!!"

" ...오빠가.. 더 위험하지 않아요?"

" 아..아니야!! 우리 집은 아무도 몰라!!.. 도..동민이만 알고.. 나머지는 아무도 몰라.. 아무도 올 사람도 없고....조용해..
 저녁에 막 시끄럽잖아 고시원... 거기에 왜 고시원을 지었는지 이해가 안가더라고... 공부 안 되지?? 내가 그 곳을 학원가로   만들던가.. 아니면 유흥가로 통일을 시켜야지.... 솔직히 그 고시원에 고시생이나 공부하는 놈이나 있냐??
 순 보면 중년 아저씨들이나 시다바리들이...."


" .. 그래서요?"

" 그러니까... 내 말은 빈 집에서 마음 편하게 공부하라고....그리고 안전한대 있으면.. 내 마음도 놓일 거 같고..."

" 싫은데...그리고 도우미 아줌마라니.....참나 돈이 막 샘솟나...?."

" ...... 역시.. 이상하지?? 그냥 그렇다고..."

" .... 방은.. 몇개에요?"

" 응?? 3개.."

" 혼자 사는데 방이 3개에요?"

" 응.....어쩌다보니까.."

" .....깡패가 돈 많이 벌어요?"

" 쓰~... 또!!!!"

" 생각해볼게요.."

" 그래.. 그냥 내 마음이 편할 거 같아서 한 말이야. 역시 남자랑 단 둘이 사는.... 뭐?? 생각???"

" 동생 분들한테 욕 안한다고 약속하고.. 안 때린다고 약속하면.. 생각해 볼게요.."

" .....욕??"

" 오빨 개조할거에요.."

" ...개조라니?"

" 착한 사람 프로젝트!!!"

" 무..뭔 젝트?"

" 오빨 개과천선하게 만들어야지... 도저히 안 되겠어요... 사람은 착한데 할 짓이 없어서 깡패 짓이나.. 쯧쯧쯧~~"

" .....그럼...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거야?"

" 생각해 본다니까요.."

" .........."

" 그러니까 잘하란 말예요!!"

" ....참나."

"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 요즘 깡패는 이렇게 자유로운 건지... 정말 깡패가 맞긴 해요?"

" 자꾸....깡패 얘긴 하지 말자..."

" 크크크.."

" 그리고... 아리야..."

" 응?"

" 우..우연히.. 만해씨를 만났는데...."

" 만해씨?"

" 그... 엄마 애인..."

" ......."

" 그... 사람이 꼭 너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보니까,, 엄마 그렇게 되시고 나서 정말 많이 후회한 거 같더라고...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개과천선한 거 같긴 하던데...나보고 꼭 아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해줄것도 있고...
 사과를 꼭 해야겠다고..."


" ....우연히 만났어요?"

" 응??......응."

" 정말로요?"

" 그..그럼... 내가 한가한 사람이냐? 그 딴 놈이나 찾아다니게??!.. 우연히 만났다니까.."

" 어디서요?"

" 그거야....."

" 오빠를 그 사람이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고요?"

" 응...아..아니... 내가 알아보고..."

" 오빠는 어떻게 아는데요?"

" ......"

" 증말.. 오지랖은....."

" ..........."

" 휴~~.. 깡패가 깡패다워야..하는데... 이왕 할 거면 멋지게 하던가.... 퇴원하고 오빠 집으로 갈 테니까.. 각오하세요!"

" ....우리 집?"

" ........"

" 정말?"

" ....진짜 매너 없다...지금 얼마나 내가 용기내는건데.. 그걸 제차 확인하냐..."

" ....."

" 큭큭.."

" 그럼 그 놈은 어떻게 할까?"

" ..... 그 놈이라고 하지 말아요... 그래도 엄마가 좋아했던 사람인데.."

" ..."

" ...오빠......저 마음 정리 좀 하고.. 만나도 될 가요?"

" 그래.. 지금 당장 만나라는 게 아니고.. 느긋하게 생각해...그럼.. 쉬어라.. 난 일하로 갈게.."

" 예?? 벌써요?"

" 응?? 쉬어야지... 갈게.."

" 참나... 싱겁긴..."

" 넌!!! 가끔 말하는 거 보면 애늙은이 같다는 거 아니?"

" 오빠는 가끔 아이 같다는 거 알아요?"

" 한마디도 안 져요... 쉬어!"

" 옙!....쿡쿡.."


점잖게 아리의 병실을 나온다. 멋진 남자의 뒷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한걸음 한걸음에 무게를 실어 병실을 걸어 나간 민기는 복도의 끝까지 그대로 걸어간다. 복도의 끝에서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갑자기 주먹으로 엘리베이터의 벽을 크게 강타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민기를 쳐다보게 되자 멋쩍은지 머리를 긁적이며 조아리기를 반복하고는 구석에 몸을 기대며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런 민기의 입가엔 분명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 야! 가구점부터 들려!!" 

" 예?? 갑자기 무슨 가구점입니까?"

" 그냥 가구 점 부터 들려라........."

" 참나..갑자기 무슨 가구점을??"

" 동민씨..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그냥 가구점으로 가주세요... 예?!! 확 아스팔트위에 던저버리기 전에.."

" ...예 형님.."


동민이 운전하는 차 뒤로 커다란 봉고차가 뒤 쫓아 민기가 살고 있는 빌라의 주차장에 들어섰다. 

서둘러 차에서 내린 민기는 동민이 내리기도 전에 용달차로 향해 호수를 가르쳐주곤 황급히 문을 열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 여..여기.. 그 책상은 여기에 놓고요.." 

" 형님.. 갑자기 책상을... 그리고 여기다 책상을 놓으면 그리고 침대도 작던데...."

" 뭐? 침대?? 그래 이거 장롱 갖다 버리자.."

" 예???"

" 아리가 공부하려면 이 방이 딱이잖아.. 넓고....."

" 참나.. 아리랑 살림 차리십니까?"

" 이 새... 이 노.... 아 씨발.. 하여튼 너 다시 한 번 함부로 입 놀리면 진짜 호치케스로 박아버린다!!"

" .......아무리 그대로.. 여고딩인데.. 그러다가 잡혀가십니다.."

" 야 이 새끼야!! 사촌 오빠랑 동생이랑 같이 사는 게 뭐가 문제야?!!"

" 뭐... 그러시던가.."

" 이..이새끼가!!"

" 그래도 말입니다.. 여기가 뻔히 안방인걸 알 텐데.. 아리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바보도 아니고..."

" .."

" 아니.. 형님이 바본가... 안방까지 내주고..."

" ... 너 안 되겠다.. 호치케스...가......"

" 아..아닙니다 형님.. 그냥 이치에 맞게 하자는 거지..."

" 이치는 무슨 이치?"

" 아리 학생이 부담 갖고 여기 들어오겠냔 말입니다... 무슨 감언이설로 아리 학생을 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말입니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혀 있는 돌 차버리는것도 아니고.. 아리 학생 입장에선
 당연하게 느낄 텐데.. 생각이 이렇게 짧아서야.. 어디 여편네 엉덩짝이나 핥아 보게..ㅆ...냔.....죽여주십시오 형님..."


민기가 한 번도 사용해본적 없는 철민에게 선물 받은 골프채 중 때리기 좋은 놈으로 고르는 모습에 동민이 서둘러 사과를
하게 된다.
 


" 그래.. 죽여줄게.. 너... 거기 가만히 서 있어라!!" 

" 혀,.형님!!!! 사..살려주십시오.."

" 이 새끼가.. 너 왔다 갔다 할래!!!"


" 아저씨.. 이거 어디다 둬요!! 무거워 죽겠구먼..." 


" 아!..그..그건.." 

" 아저씨 여기 이 방에 넣으세요."

" .... "

" 그리고 침대도.. 여기 들어갈라나?... 충분하겠네.. 근데.. 뭔 집이 이리 휑하데.. 올때마다 빈집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막상 자세히 보니까 더하네.. 쯧쯧..아.. 형님 살림도 좀 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아리 학생한테 의심 안 받으려면..."

" ....."

" 와~~ 예술이구만... 옷장이 완전 펭귄 마을도 아니고.. 순 깜장 양복만 걸려 있냐....참나...
 이거 무슨 강박증 환자가 사는 집도 아니고.. 흰색 와이셔츠..깜장 양복..흰색 와이셔츠..깜장 양복.."

" ................."

" 허.. 애도 아니고.. 팬티는 죄다 삼각이네....."

" ...."

" 요즘 하얀 팬티 입는 사람도 있구나....크크~ 양말도 죄다 깜장이다.. 이거 아리 학생 꼭 보여줘야지..
 아마 배꼽잡고 웃....을........ 제가 좀 심했지 말입니다 형님...."


" ..."

" 지금 들고 계신 그 골프채로.... 정말로 절 때리려고 하시는 거지 말입니다...."

" ..."

" .............."

" ...."

" 아저씨!!! 침대하고 책상을 그렇게 놓으면 어떻게 합니까!!! 창문 다 가리는구만!!! 이래서 주인이 직접 봐야 한다니까!!"

" 야!!!"

" 어허~~ 다시 옮겨요!!"


서둘러 가구가 옮겨진 중간 방으로 도망가듯 이동한 동민은 아예 일꾼처럼 사람들의 중간에 서서 짐들을 옮기기 시작했기에 골프채를 든 채 빤히 바라만 보게 된 민기였다. 아리에게 받아온 고시원 키를 다른 손으로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던
민기는 오버하며 가구를 몇 번이고 옮기는 동민을 보곤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 어..어디 가십니까?" 

" 아리 짐 가지러 간다."

" 예?? 짐....고시원 가십니까?"

" 그래.."

" 제가 모시겠습니다."

" 됐다.. 짐도 별로 없을 거다.....그리고 오다가 병원에 들를 테니까.. 문 닫고 집으로 가라.."

" .......예 형님."


고시원으로 향한 민기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밀린 금액까지 지불하고 아리의 짐을 챙겨 나오게 된다. 엄마의 유품격인 큰 바퀴달린 가방 하나와 정작 아리의 짐은 큰 봉지 하나를 다 채우지도 못하는 양이 전부였기에 몇 번이고 다시 고시원 방 안을
살피게 된 민기였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아리가 뒤로 돌라며 숨겨뒀던 돈을 깨낸 기억이 떠올라 찬찬히 소리가 났던 책상을 뒤져본다. 


책도 별로 없던 빈 책상에서 분명 서랍 여는 소리를 들은 민기는 3개뿐인 책상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보지만 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기에 가만히 서서 책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만약 아리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 번 책상을 아예 꺼내
그 넣는 공간까지 확인하게 되는데 뒤쪽에 붙어 있는 흰 봉투를 발견한 민기는 얼굴에 잔 미소를 띠곤 그걸 뜯어 손에 털기
시작한다.
 


" ........"


빈 봉투에 허탈감과 함께 아리 엄마란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분명 두 달 이상치의 월급을 꼬박 모았을 아리였는데 그걸
단번에 쓰게 만든 그 여자를 떠올리다 분을 참지 못하고 봉투를 구겨버리고는 이내 죽은 사람에 대한 원망이 얼마나 부질
없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흔들게 된다.


" 아리야.. 짐 다 챙겨 왔는데 확인.." 


병실로 들어서던 민기는 아리의 짐이 들려 있는 봉지를 들어 올리다 말고 그 앞에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에 얼어붙게 된다. 


" 까르르르르~~~~ 정말요?" 

" 그렇다니까.. 아들놈이 워낙 고집이 세야 말이지.....어! 이제 오냐.."

" 오빠!!! 아!.. 정말 오빠가 왜 가끔 대박으로 웃긴지 이제 알겠어요.. 부전자전이라고 하더니..큭큭.."


" 혀...회장님..."


" 회장은 얼어 죽을... 근데 아리 학상.. 그렇게 웃어도 배는 괜찮은감?"

" 예?? 그렇지 않아도 아저씨 때문에 지금 터지기 직전이에요.."

" 허!~~~ 그람 안 되재.. 기껏 꿰맸는데.. 또 꿰매면.. 근데 그게 A/S아닌감?"

" 큭큭... 아..아저씨... 그만 해요.."

" 허허~~~"


한참을 웃던 아리와 철민은 멀뚱히 서있는 민기를 보곤 갑자기 조근거리며 흉을 보기 시작한다. 언제 와서 이렇게 친해졌는지 사태파악도 좀처럼 하지 못하게 된 민기는 봉지를 든 채 그런 두 사람을 또 멍하니 쳐다보게 된다. 


" 근데요.. 아까 얘기 계속 해주세요!" 

" 아~~~ 저 놈이 성질이 불같잖냐.."

" 맞아요.. 쌈도 못하면서.."

" 그니까!!! 그 지랄 맞은 성질로 지 애비는 또 얼마나 위하는지.. 물불을 안 가려요..."

" 아~~ 그래서.... "

" 내가 이 생활을 저 놈보다 곱절은 했는데.. 글쎄 그 많은 놈들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근데 저 놈이 나한테 아부지는 제가  지킵니다!! 딱 이러더니 밑에 있는 동생 놈들을 하나씩 맞짱을 신청한 겨.. 원래 영화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또 신청하는
결투는 마다를 못해요~~ 그렇게 30명하고 1:1로 싸우는데.. 내 아들놈이지만 캬~~~~~"


" 그래서요?" 

" 딱!!! 4시간 동안의 사투였지..." 

" 정말요? 4시간 동안이나.. 쌈박질을 했어요?"

" 어허~~ 쌈박질이라니.. 결투!! 우린 결투라고 하거랑.."

" 와~~.. 맨날 쥐터져오는 줄 알았는데.."

" 내 아들이라서 그런 건 아닌데.. 저 놈이 또 심성이 착해서 말이야.. 지 얼굴이 쥐터져야 발동이 걸리걸랑..."

" 예??"

" 무조건 선빵 맞아주고, 다이다이 뜨는 거지.."

" 선빵?...다이...?"


" 회장님..."

" 넌 가만있으라니까.. 그렇다니까.. 착한 놈은 사람을 먼저 못 때리는 경향이 있다는 걸 내가 저 놈 때문에 알았다는 거
 아니냐.."
 

" 아~~...그럼 맞고 시작하는 거네요.."

" 그라지!!!! 요즘 것들 같지 않게 아리 학생은 말도 잘 통하네!!"

" 크크크.. 그럼 맨날 쥐터지고 나서 싸운다는 건데... 그러다가 그 선방이란 거 맞고 기절하면요?"

" 저놈이 쌈도 잘하지만.. 체력이 끝장이야.. 그건 무슨 말이냐!! 원래 꼬맹이들 싸울 때 보면 먼저 울거나 코피 흘리면 지는
 거 알지?"

" 큭큭.. 예."

" 울 세계는 기절하면 지는거거랑.. 근데 저놈은 맷집이 장난이 아니라 이거지... 맞아도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거지.."

" 아~~~~"

" 예전에 동네 시끄럽게 하는 폭주족 놈들이 동네 아이들을 괴롭혔는데 글쎄 저놈이 그걸 알고 단신으로 한 놈씩
 찾아다녔다는거야."


" 폭주족을요?"

" 그렇다니까.. 사실 그런 놈들이 더 무섭걸랑.. 생각도 없지~~ 뵈는 것도 없지~~~"

" 맞아요.. 저도 보면 오토바이타고 그게 뭐하는 짓인지..."

" 딱! 그런데!! 저 놈이 한두 명씩 모여 있는 아지트란 아지트를.."


" 회장님.. 부탁드립니다..."


민기가 허리를 숙여 부탁을 하듯 인사를 한다. 

민기의 정수리를 정면에서 본 철민은 피식 웃고는 무릎을 소리 나게 치더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아고~.. 이놈의 조댕이가.. 하여튼 늙으면 말이 많아진다더니.. 아리 학생 그람 데이토 잘 하시라고..
 이 늙은것은 빠져줄테니까.. 저 놈이 눈치 없다고 욕하겄어.."
 

" 아저씨.. 가지 마세요.. 좀 있으면 저녁시간인데.. 식사하고 가세요."

" 으..응???"

" 오빠.. 같이 식사해도 되죠?"


" ....회장님 바쁘셔서 안 돼."


" 그람.. 그랄까?"

" 풋~~..예!!!"

" ,,,,저 놈이.. 싫은 거 같은데...."

" 오빠는 제가 꽉 잡고 있으니까.. 꼭 같이 먹어요."

" ...큭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기민이를 꽉 잡고 있다??"

" 그럼요!! 오빤 제 밥이걸랑요.. 아고.. 저 장실 좀 다녀올게요.. 너무 웃었더니 배 땅겨요.."

" 하하하하 그려~~빨랑 다녀오라고.. 이놈이 날 쫓아내기 전에.."

" 그러기만 해봐요!!!"


아리가 민기를 한번 흘겨보고는 링거가 매달려 있는 봉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 병실에 있는 화장실로 향한다. 

그 모습을 너무도 귀엽다는 듯 쳐다보는 철민이었고 불안함을 느끼며 민기가 입을 열게 된다.


" 언제 오셨습니까 형님." 

" ......"

" 여긴 어떻게..."

" 아리라... 이름도 이쁘네..어떻게 오긴, 내가 못 올 때 왔는감.. 오늘 너 좀 볼라고 전화했더만..
 동민이 놈한테 어제 너희 사무실에 비상 걸렸다는 얘길 듣고 꼬치꼬치좀 캐물었지...."


" ......."

" 근데 저 처자가 나이가 몇 살이지?"

" .....열 아홉입니다."

" 호~.. 다 컸구만..."

" ...아직 꼬맹이입니다."

" 흠.. 난 몸매보고 이십대는 넘은 줄 알았는데.. 대화해보니 아직 어리긴 하더군.."

" ...예. 꼬맹입니다."

" 참.. 옆에 두고 싶은 아이야...."

" .....회..장님."

"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준다고 해야 하나? 아니.. 마음이 편하게 만드는 감성을 가졌다고 하는 게 맞겠군...."

" ..과찬이십니다 회장님..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안한 학생입니다.."

" 그러게... 나이도 어린데.... 듣자하니 너 대신 칼침을 맞아 줬다고??"

" ...................예."

" 의협심인가.. 여자아이가 그런 말은 모를 텐데.... 본능적으로 지키려고 한 건가....?"

" ......"

" 말하는 중간 중간에.. 네 얘기 나올 때 감탄보다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던데 말이야...
 날 처음 봤을 때 저 아가씨가 뭐라고 했는줄아나?"


" .........?"

" 아그들하고 찾아 왔는데 말이야.. 기민이 아냐고 물었더니.. 나보고 대뜸 깡패 보스냐고 물어보더군..크크크크.."

" .."

" 감도 좋고.. 참 볼수록 탐이 나는구먼....그런데.. 저 여린것에 찌를 대가 어딨다고 생채기를 냈대냐.. 누구 짓이냐?"

" ......아리 어머니랑 눈 맞은 놈이었습니다."

" 뭐?? 허~~~ 뭔 사연이 그리 꼬였다냐.. 그래서? 그 새낀?"

" 우선 잡아 놨습니다."

" 잡아놔??? 네가 그냥 잡아만 놨다고?"

" .....아리가.... 결정하게 해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 허~~~....참 놀랄 놀 짜군.. 동민에게 대충 얘기 듣기론 네가 지 목숨보다 저 학생을 더 끔찍이 위하는 거 같더만...
 정말 저 아이가 하는 결정에 따른다??"

" ...."

" .. 네가 그 정도로 목을 맨단 말이지....."


뚫어져라 화장실을 보고 있는 철민의 모습에 불안감을 숨길 수 없는 민기였다. 

철민의 시선 안에는 분명 동생이 아끼는 여자를 바라보는 것 이상의 사심이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된 민기였기에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이 세상에서 단 한명의 명령만 듣고 그 명령이 아무리 악질적인 것이라도 지켜야만 했던 민기였기에 그런 철민의 시선은 부담을 넘어 긴장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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