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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착한 사랑 - 2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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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40,287회 작성일 20-11-20 17:14

본문

곧 도착한 검은색의 승용차에서 민기와 강철이가 내렸고, 다가온 동민에게 대략적인 말을 듣고선 얼굴이 굳어진다. 철문을
열고 두 사람의 그림자를 보며 들어선 민기는 작고 나약해 보이는 여성을 바라보며 동민에게 퉁명스럽게 질문을 한다.


" 저 건 뭐냐?" 

" ...예?"

" 저 년은 뭐냐고?"

" 같이 도망가던 걸 잡았습니다."


" 야!! 나 없어지면 애들이 당장 찾으러 온다고!!! 후회하기 전에 이거 풀어라!!?"

" .... 아저씨..."

" 뭐?!!! 네가 이 양아치들 대빵이냐?"

" 대빵인진 모르겠는데... 이놈들이 형이라고 부르긴 하는데...."

" 그럼 넌 말이 통하겠네.. 나 석구 놈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야!! 너 들어봤지!!! 한가진이라고!!"

" 그래?? 한가진 하고 잘 아는 사이라고...."

" 그래 이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아!!"

" 흠~.."


팔을 뒤로해 줄로 상체를 속박당한채 주저앉아 있는 만해는 민기의 반응에 으름장과 허세를 부리며 빨리 이 줄을 풀라는 듯 상체를 비틀어 등을 보인다. 


" 그건 알았고, 너 이 새끼 아리 알지.." 

" 무..뭐라고!! 이..이 새끼!!?? 이 어린자식이!! 뭐?!!!"

' 퍽!' 

" 꺅!!!!~~~~" 


흥분해 소리를 지르는 만해의 배를 전혀 힘들이지 않고 발로 걷어찬 민기였다. 준비동작도 없이 그대로 서있던 자세를 

유지한 채 발을 뻗은 것뿐인데, 명치를 정확히 가격한 민기의 발끝에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며 괴로운지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만해의 모습에 같이 끌려온 여자는 기겁을 하며 눈을 감고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아가씨... 그 입 속에 있는 거 다 끄집어 내기 전에... 입 다무소...." 

" 흑흑..."


여자는 곧 입을 다물고는 손까지 올려 입을 틀어막으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 25? 27살???" 

" .....흑....흑..."

" 나이도 어린 거 같은데.. 뭐가 좋다고 이런 늙다리를 쫓아다녔데.... "

" 흑...."

" 왜? 놀아날 땐 좋았는데.. 이렇게 끌려오니 후회되는가?"

" ...."

"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입만 뻥긋하면... 확 돌려버릴 테니까... 저 놈들이 요즘 많이 굶주려서 말이야.. 알겠지?!"

" ...."


여자가 휘둥그레진 눈동자로 고개를 연신 끄덕이기 시작하자 민기는 고개를 돌려 옆으로 쓰러져 끙끙대고 있는 만해에게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 으~ 저...여자한테.. 으~~.... 소..손 만 대 봐...넌 죽을 줄 아..알아.." 

" 미친놈....지금 사태파악 안 되지?!.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아리라고 아시냐고...."

" 으~........"

" 하긴.. 한대 맞고 다 토해내면 재미가 없지...."


'퍽!~~' 

" 악!!~~~..으윽..." 

" ......." 

" 아..알아!! 안다고!!!!"

" 왜 그랬냐..."

" ........으윽."

" 하필.. 왜 아리 학생한테...."

" 이....씨발 새끼들아!...내가 누군지 알고.....악!!"


'퍽!~~'

"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그 더러운 입 또 마음대로 벌리면 이번엔 주댕이 속을 차버릴테니까.." 

" 으~~~~.."

" 아리네 집에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냐? 아니면 그냥 만나고 보니까 아리 엄마였냐?"

" ......그..그냥 돈 좀 있는 년으로 보였다.."

" 그런데....여기서 한가진 이름이 왜 나와?"

" ...."

" 너 혼자 알아서 한 거잖아... 그런데 왜 한가진 이름을 들먹거리냐고.."

" 하..한가진에서 내 뒤를 봐준다... 상납금이라고 들어봤냐?! 내 뒤를 봐주고..."

" ...언제부터?"

" .....크크.. 넌 좆됐어... 나한테 윽!!"


'퍽!~'

" 쓰읍!~~~ 언제부터?" 

" 시..십여 년 됐어... 그..그만 때려..으~윽...."

" 너 같은 양아치가.. 한가진 하고 알고지낸지 십년이나 됐다고? 그 새끼들이 그런 양아치들이냐?!"

" 아..아니.... 지..지금은 안계시지만.. 그전 보스하고.. 감방에서 같이 알고 지내다가.....호형호제 하게 된 거야.....

 지금도... 그래서 지금도 내 뒤를 봐준다고.."


" ......알았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어쩔 건데.."

" .....무..뭘?"

" 뭐긴 뭐야!! 아리 문제지!!!"

" .....개털이라고... 다 빨아먹고.. 이젠 개털이라고!! 뭐..뭘 어쩔 수 없단 말이야.."

" 보험!!......"

" ....."


개털이라는 만해의 말에 민기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보험이라는 말을 꺼낸다. 철저히 조심한다고 조심했고, 거기에 같이
데리고 다니는 저 여자한테도 보험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만해였기에 민기의 입에서 보험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얼굴이 더 사색이 되어 말을 잇지 못한다.
 


" 어..없어.... 돈 없어서 다 끌어 썼는데... 보..보험이 남은게 어딨냐고.." 

" 아직.. 덜 맞았네...XX생명에.. 하나 있는걸 기억나게 해 줄까?"

" XX새...생명??? 모..몰라.. 정말 모른다고!"

" 그래?.."


천천히 무릎을 세우며 민기가 일어난다. 그리곤 발로 차는 것이 아닌 고개를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구석에 있는 드럼통으로
향하는 민기였다. 그 안에서 끝에 연결파이프가 달려있는 쇠파이프를 꺼내선 드럼통을 몇 번 두드리고는 다시 천천히 만해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민기의 구둣발소리와 함께 쇠가 바닥을 끌며 들려오는 '드르르르륵~~'이라는 섬뜩한 마찰음을
들려주며 만해의 옆에 다가온 민기는 파이프를 지팡이처럼 바닥에 대고 세우곤 다시 앉아서 묻게 된다.


" 정말 모른다는 거지?...." 

" ...그..그래.."

" 동민아.. 난 어제 힘 좀 썼더니 힘이 없다... 가볍게 다리부터 시작해라.."

" 예 형님..."

" 무..뭐하려고... 이것 봐....저..정...."


'빠각~~~'

" 아악!!!!! 아고...아~~~" 

' 부웅~~' 

" 아...알았다고.. 알았으니까!!.. 그..그만..." 

" 이제 생각 나셨나..." 

" 흑...으윽..."

" 동민아..."

" 그..그거 나 혼자 먹는게 아니란 말이야... 벌써 한가진 하고 나누기로 얘기가 되어있다고..."

" 그럼.. 그동안 빼돌린 돈은?"

" 무..뭘 빼돌렸다고..."

" 이거 왜 이래!! 네가 꼬드겨서 대출받게 한 회사가 한일금융인거 뻔히 아는데!! 그 한일금융이 한가진인거 모를 거 같아!!!"

" ....."

" 첫 번째 3천!! 두 번짼 4천!!!! 그리고 마지막에 1억해서 있는 거 없는 거 다 빼돌렸잖아!!! 

 이 시발놈아 아픈 여자 보고 치료할 생각은 안하고 몰래 보험부터 들어??!!! 남은 사람들은 생각해 봤어!! 이 개새끼야!!!"


'퍽!!!퍽!!! 퍽!!!' 

" 아악!!! 악!!악!!!!!! 그..그만....악!!!! 윽!!!" 


다시 발로 짓밟기 시작한 민기의 폭력에 몸서리를 치며 여자가 눈을 감았고, 만해는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잔뜩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결국 동민이 말리고 나서야 민기의 발이 멈추게 된다.


" 후~~~...어차피... 걸려든 년이 재수없다는건 이 세계에선 암묵적인 룰이지만... 그것도 적당이 해야하는 거 아니냐!!" 

" 으..윽....죄..죄송합니다....죄..죄송합니다..."

" 마지막으로...."

" 으~~~"

" 너... 아...리.. 학생... 건드렸어?? 안 건드렸어??"

" ,,,,,예?"

" 아리 몸에 손댔냐고!! 이 쳐 죽일 새끼야!!"

" 아..안 건드렸습니다.. 손..끝 하나... 아..안 댔어요...."

" ..........."

" 사..살려주세요... 아..아리하고 무슨 관계신진 모르겠지만...저..정말 손도 안 댔습니다....으~~..."

" ....."

" ....아..아리.... 한테 다 돌려주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모..목숨만은....."

" 너.. 돈 있냐?"

" ...어..어떻게든...."

" 동민아..."

" 예 형님..." 

" 석구한테 전화 넣어라...." 

" 예??.....서..석구한테 말입니까??"

" 그럼! 지금 내가 누굴 말하는 거 같냐?!"

" 예 알겠습니다..."


'석구'라는 이름이 민기의 입에서 나오자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만해가 더 놀란 듯 입을 벌린 채 그런 민기를 

쳐다본다. 가만히 그런 만해의 시선을 뒤로하고 민기는 천천히 걸어가 벽에 세워져 있는 간의 의자를 펼쳐 앉고는 입에 

담배를 문다. 


" 뭘 봐!! 그리고.. 누가 누워 있으래!! 무릎 안 꿇어!!!" 


민기의 신경질적인 말에 만해는 고통스러운지 낑낑대며 어렵게 무릎을 꿇고는 민기를 다시 보게 된다. 


" 저.. 새끼 눈깔을 확 뽑아버릴까...."

" 형님.. 연결 됐습니다.."


" ....여보세요."

[그래 누구라고?]

" 권기민이라고 합니다..형님."

[형님? 날 아냐?]

" 예.. 지금 김만해란 놈을 잡아 놓고 족쳤는데 말입니다... 형님 이름이 나와서 말입니다.."

[뭐? 김만해? 이 새끼가 지금 장난치나.... 뭘 족쳐??]

" 그래도 한 식구 아닙니까... 족칠 때 족치더라도 이렇게 얘기라도 드리는 게 예의 같아서 말입니다..."

[너..이 새끼 뒈지고 싶구나....]

" 글쎄요.. 지금 뚜껑 열려서 눈에 좀 뵈는 게 없긴 합니다.."

[이 씹새꺄!! 간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냐? 약쳐먹었냐?!!! 이 새끼가 감히 어디라고 함부로 주댕일 나불거리는데?!!!! 

 너 시발놈아 어디야?!! 어디냐고!!]


" 아따... 점잖은 형님이 무슨 걸레를 삶아 드셨습니까.. 다짜고짜 욕부터 하십니까..."

[무..뭐??? 뭐 이새꺄?!!!]

" 지금 여기 XX동 123-45번지니까. 면상함 봅시다..."

[이..새끼가 미쳤나!!! 너 거기 가만있어라!! 아주 대가리를 두쪽내버릴라니까!!! 가만히 엉덩이 붙이고 있으라고 새끼야!!]

" 크크크크크.. 거 말 많네......"

[뭐!!! 야!!! 이......]


'딸깍..."


핸드폰의 폴더를 닫고는 조용히 담배를 깊게 들이마신 민기는 다리를 꼬으며 길게 담배연기를 내 뿜는다. 담뱃불로 인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는 민기의 표정에 만해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끼며 앞으로의 사태에 불안감을 감출수가 없다.

자신이 건드린 아리가족에 대해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이런 상황까지 이뤄질 무엇인가를 찾지 못한 만해의 얼굴은 

다시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고통에서 오는 일그러짐이 아닌 잘못하면 정말로 초상을 치를 수 있다는 생각에 이곳을
뜨고 싶어 하는 몸의 본능을 족쇄처럼 채워진 밧줄로 인해 꼼짝 못하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일그러트리게 된다.


" 어쩔까요? 아그들 좀 부를까요 형님?" 

" 뭔 아그들?"

" 석구가 혼자 오겠습니까? 있는 놈 없는 놈 다 불러 오겠지 말입니다..."

" 크크크.. 그래서?"

" ..예?"

" 지금 밖에 강철이도 있고.. 찬이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 ......그래도 말입니다."

" 기다리자....."

" 혹시... 십여 년 전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형님.."

" ......글쎄."

" 전 형님이 묻어두시려고 마음 먹으신 줄 알았습니다.."

" 나도 그러려고 그랬지..."

" ......."

" 그런데 말이다... 이게 운명인가 보다..."

" ... "

" 아닌가... 아리 학생 집이랑.. 내가 살던 집이 멀지 않은 곳이었으니... 당연히 한가진 놈들하고 연관이 있을 거라는 걸.. 

 너한테 만해 저 새끼 입에서 한가진 이름이 나온 순간 예감했었던가.. 그런데 말이야.... 그 새낀 모르잖아...."


" 예??"

" 지금 석구 말이다.. 그때 있던 전 오야봉이라도 기억날까말까 할 텐데.... 고딩 하나 쳐 넣는 일로.. 

 거기에 연관된 형사란 걸 알겠냔 말이다..."


" 형사를 조진 일인데.. 그걸 잊겠습니까?"

" 우리.. 일 받아서 할때말이다... 왜 그런지 묻고 일 받냐?"

" 예??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 ....."

" 밖에 애들한테.. 준비나 하라고 전해라...."

" 예 형님.."


'부~~웅~~~ 끼익~~~' 

봉고차 두 대가 민기가 있는 창고 앞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거칠게 멈춰 섰다. 

그리고 곧 열린 문으로 쏟아지듯 십여 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내렸고, 작정한 듯 손에는 제각기 각목이나 쇠파이프가
들려져 있었다..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직 제대로 된 도구는 꺼내 놓지 않고 그나마 노련한 모습을 보이며 한가진
애들이 한 무더기로 그 창고의 입구를 에워싸기 시작했을 때 먼저 친 것은 찬이와 강철이었다.


뒤쪽에 골목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철과 찬이는 그대로 뒤를 보이고 있는 여러 명의 남자들 중 각 한명씩 종아리를 아작 내며 이상한 형태로 휘어지게 만들었고, 급습에 놀라 당황한 떼거리들은 곧 반격을 시작해보지만, 강철과 한기의 폭력은 거의 

일방적이었다. 거기에 동민까지 문을 열고 나와 가담하기 시작하자 예상보다 너무 싱겁게 제압된 일당이었다.


한가진에 몸을 담고 있던 남자들도 나름 잔뼈가 굵은 놈들이었다. 공사장의 불법거주자라고 이름 불려진 불쌍한 사람들을
개인사정은 무시한 채 일방적인 폭력을 사용해 제압 아닌 제압을 해나가던 놈들로서 사람을 치명상 없이 만드는데 도가 튼
놈들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 저항이 미력한 일반인들을 상대할 때의 얘기였다.

그만큼 한가진파는 폭력으로 먹고 사는 남자의 세계에서 제대로 된 싸움을 많이 해본 적 없는 철민파라는 커다란 간판의
비호아래서 편한 가해자일 뿐 피해자나 동등한 위치에서의 폭력엔 취약한 딜레마에 빠진 조직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동료의 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두 동강이 났을 때부터 이미 전세는 기울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석구와 행동대장격인 스타킹이란 별명을 가진 남자가 끝까지 저항을 하며 반항을 해보지만, 곧 나온 민기에 의해 손쉽게 

무릎을 꿇게 된다. 아무리 기습이라고는 해도 너무 싱겁게 끝이 나버린다. 만해처럼 십여 명의 남자들이 무릎을 꿇고 창고
안에서 있었고, 민기는 그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는다. 
그리고는 동민을 시켜 의자를 하나 더 준비하게 한다.


" 석구형님.. 앉으십시오.." 

" 흑.. 이..새끼... 너..너 누구야.."

" 형님.. 저 모르시겠습니까?"

" 누군데?!!! 어느 조직이냐고?"

" ..... 동민아.. 나머지 좀 내보내라...."

" 예 형님.."

" 어이~~ 만해씨는 그냥 좀 있지..."

" ...." 


민기의 말을 듣고 엉거주춤 일어나던 만해는 민기의 말에 다시 인상을 찡그리게 된다.


" 저.. 권기민이라고 합니다." 

" 구..권기민? 그게 누군데?"

" 노랭이 형님은 아실 겁니다.."

" 노..노랭이 형님은??? 너...너 누군데??"

" 그냥.. 한 식굽니다... 우선 말도 없이 까기부터 한 거...죄송합니다 형님..."

" 죄..죄송?? 이...개차반 같은 새끼야 너 누구냐고??"

" .. 조직에서 큰형님 대신에 더러운 일 맡아서 하는 놈이라고만 알고 계십시오...."

" ...더..러운 일???"

" 제가 사과드린 건.... 이번 일이 제 개인적인 일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서 사과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넓은 아량으로 제 얘길 들어주십사 해서 모셨습니다.."


" .....그게.. 나랑 무슨..."

" 사실.. 저 새끼가 한 일에 대해 추궁한다는 게 저도 웃기긴 합니다만... 그래도 사람 자식새끼라면 선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사람 배때기에 칼을 쑤시고.. 대갈통을 깨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놈들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일반인한테는 그 선을 지키는 게 진정한 협객이고 깡패 아니겠냔 말입니다..."


" ...무. 무슨 소리야?!"

" 제 말을... 끝까지 들어달란 말입니다...."


민기가 위협적으로 무섭게 노려보며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낸다. 칼자루는 민기가 잡고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석구였기에 체면을 유지하려 불같이 화를 내긴 하지만, 민기의 어투가 달라지자 이내 꼬리를 내리며 조용해졌다.
 


" 저 새끼..혼자라면 이렇게 복잡하게 상황 벌리지도 않을 텐데... 조금 꼬여서....... 그나저나.. 이 새끼가 한 년을 낚아서 

 제대로 한몫 챙겼는데...거기까지라면... 그냥 놔뒀지 말입니다.. 지 어미 목숨 값으로 나온 돈까지 챙기려고 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더군다나... 그 어미 목숨 값을 받을 아이가.. 제가 알고 있는 사장님의 딸년 같은 아이라는데... 제가 가만히 

 있어야겠습니까?" 


" ......."

" 형님도... 챙긴 게 있으시니.. 대략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뭘 원하는 건데?"

" 그 목숨 값이요..."

" ....아..아직 나오지도 않은 돈을 어떻게 달라는 말이냐..."

" .........."

" 그리고 그 돈은 이미 상부에 보고를 해 놨단 말이야.. 가장 말단에 있는 나 같은 놈이 어쩌고 할 돈이 아니라고..."

" 보고가 됐다는 건... 이 번일을 위에서도 알고 있다는 겁니까? 노랭이 형님도 알고 있으시다??"

" ....."

" 동민아!!!"

" 예 형님..." 

" 노랭이 파에 산하조직이 몇 개냐?"

" 8개입니다."

" 그중 가장 하끝발이 한가진이고?"

" ...조사 대로라면 맞습니다.."

" .... 노랭이 형님한테 전화 올려라.."

" 예..."


" 자..잠깐만... 혀..형님한테 왜?" 

"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제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장님이 아끼는 사람 일인데... 이렇게 일을 크게 벌려놓고..거기에 위까지   연관되어있다는데 여기서 끝낼 순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아무리 말석이라도 노랭이 형님이 자기 가족 챙길 건 눈에 

 보듯 뻔 할 테고.. 철민형님을 모시는 비서인 제가 벌인 일이니 당연히 고민 끝에 결론을 내 주시겠죠... 절 쳐 내든.. 

 아니면 한가진파를 없애버리든......"


" 형님 한가진은 노랭이에서도 거의 별개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번일도 한가진 독단이거나 기껏 알아봐야 노랭이파 밑에 있는 다른 조직하고 연관이 있을까말까..."


" 조용히 해라.. 어른들 얘기 하시는데...."

" 그..그래서? 전화를 한다고? 네까짓 게 전화해서 뭐..뭐라고?!!" 

" 그러게 말입니다... 제까지게.... 싸나이가 칼을 뽑아들었고 아무리 밟아놨어도.. 그 상대가 형님인데.. 

 당연히 문책을 받아야죠.. 이번 일이 아예 없었던 일이면 모를까....."


" ..이..새끼가......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사람을 이렇게 개 패듯 패놓고.. 지형님을 묶기까지 해 놓고!!?"

" 참... 말 많네.... 그런데 한가진파가 달랑 세 명한테 다 얻어터졌다고 소문 함 나보십시오... 

 것도 족보도 좀 의심스러운 놈들한테..... 어디 장사 계속 하겠습니까?? 가뜩이나..."

" 이..이....."


" 참.. 세상에는 스쳐지나가는 일들도 많은데 말입니다... 저야 뭐.. 오히려 형님들한테 얘길 잘 해드릴 수 도 있지 말입니다..
이번에 제 동생같이 여기는 여식의 일에 발 벗고 나서주셨다고.. 물론.... 저기 엎드려 있는 새끼는 별개로 제가 처리한다는 

말씀도 덧붙이겠지만 말입니다.."


민기가 가만히 고개를 돌려 만해를 노려본다. 그 말뜻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그 눈빛에 오싹함을 느낀 석구는 본능적으로
이놈이 자기가 속한 부류중에서도 위험한 놈이란걸 느끼게 해 준다. 민기가 말을 했듯 깡패 중에도 여러 가지 타입이 있었다.

그 중 한가진 같은 약소 조직이 지금까지도 그 간판을 걸고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밥그릇을 남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했었다는 것과 그 무슨짓에서도 분명히 선을 긋고 그 범위를 넘지 않는 철저함을 보이며 살인까지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는 규칙인 룰을 지키며 공사장과 위에서 내려오는 떡밥을 받아먹고 생활하는 족속들이었기에 민기의 시선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잘 알게 된 석구는 본능적으로 이놈과 상대하면 좋을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그..그럼...... 이 새끼 넘겨주고.. 그 보험 건에서 손때면??" 

" 없었던 일이 되는 거지 말입니다.. 오늘 저녁에 있었던 모든 사태는.. 그냥 단순히 집에서 텔레비전에서나 나오는 상황으로 아무도 모르고 지나간다는 말씀입니다..거기에..... 윗 큰형님한텐 제가 당연히 보고를 해야 하지만.. 노랭이 형님이 아닌 

큰형님한테 말입니다..그때 절 도와주셨다고..."


" .....어디 가서 나불거리지 않는단 말이지?"

"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형님 식구들 단속이나 잘 부탁드립니다... 하긴 창피해서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지만..."

" 이 자식이..."

" 어쩌시겠습니까?"

" ........이거 풀어!!!"

" ....알겠습니다..... 동민아.. 형님이 동생들 생각해주셔서 화를 푸시는가보네.. 풀어드려라...."


동민이 석구에게 걸어가 밧줄을 풀어준다. 손목을 쥐어 잡고는 무섭게 동민을 노려보던 석구가 욕을 중얼거리며 창고 밖으로 나가려는지 걸음을 옮길 때 천천히 일어난 민기가 석구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 형님......" 

" ........"

" 하지만 말입니다.. 어차피 전 이 짓하다가 배때기에 칼 맞거나 목이 잘리거나 할 거란 말입니다....

 저 같은 새끼가 객기 부린 거라고 생각해주시고... 다시는 형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 ....뭐?"

" 더러운 일 한다고 안했습니까.... 지 어미애비도 몰라보고 형님들 목 따고 다니는.....그런 놈입니다.. 

 아무리 위에서 시키는 짓이라도.. 그걸 하는 놈인데.... 형님을 다시 뵐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입니다... 

 만에 하나.... 제 이름이 노랭이 형님 귀에 들어가면.... 노랭이 형님입장에서는 더 곤란해 질 거란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실 거라고....믿겠습니다."


" 됐다!!! 나도 너 같은 새낀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

" 죄송합니다.. 형님.."


무슨 소린지 들리진 않지만, 분명 사색이 된 얼굴빛에 만해는 이제는 자신의 차례라는 걸 느꼈는지 몸을 떨기 시작한다. 

말을 다 끝낸 민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석구에게 정중히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고, 그 모습에 석구는 아무말도
못하고 입구를 향해 걸어나간다. 철문을 소리 나게 발로 걷어찬 석구는 그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봉고차에 올라탄다.
 

마지막으로 창고 밖에 나와 당시 정중하게 인사하는 민기를 노려보며 혀를 차듯 입을 몇 번 움직이곤 그대로 달아나버린 

봉고차의 꽁무니를 지켜보는 민기에게 다가온 동민이가 조심스럽게 걱정을 말한다.


" 이대로.. 돌려보내도 되겠습니까??" 

" 그럼?? 위에서 명령도 없었는데... 형님 엉덩이에 칼침이라도 놔주랴?"

" 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 사람을 상대하다보면.. 차라리 저런 얍삽한 놈들이 상대하기 쉬울 때가 있는 법이다... 걱정마라 동민아.."

" 아니 형님은 괜찮으시냔 말입니다.. 저 새끼들이 형님 어릴때.."

" 말했잖냐... 저 놈들은 털어도 모른다고... 그리고.. 이제 와서 옛일을 털어봐야 뭐 좋을 게 있다고......들어가자..."

" 예 형님.."



'끼~~익......철컹..."

" 혀..형님!!.. 사..살려주십시오." 


민기가 들어서자 갑자기 절을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만해다. 


" ..." 

" 지..진짜 몰랐습니다.. 모..목숨만 살려주신다면..."

" ..갑자기 왜 이러시나..."

" 잘못했습니다.. 정말 아리 고년... 아리가 이런분의 여자인 줄은 전혀.. 전혀 몰랐습니다."

" 나랑은 상관없는 아이라니까.. 아는 형님이 아끼시는.."

" 알겠습니다.. 아..아는 형님의 그런 아인지.. 전.. 죽어도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모..목숨만..."

" .....보험금이 얼마나 있으면 나온다고?"

" 하..한달....두달 안에는 나옵니다..."

" 이 새끼가!!!"

" 하..한달안에요.. 지금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달 안에는..."

" ................"


엘르로 돌아온 민기는 아리가 없다는 걸 알고선 서둘러 고시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엘르의 정규 휴일이란 것도 잊고 어제의 일에 대해 변명을 잔뜩 준비한 민기였기에 저녁 늦은 시간인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고시원을
찾는다. 
문틈사이로 불빛조차 없는 아리의 방문 앞에 서있던 민기는 안에서 혹여나 소리라도 들리진 않는지 귀를 바짝 

대 보지만 어떠한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방안으로 가만히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10시 32분.... 아리가 어딜 갔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처럼 연신 고시원 복도를 서성이던 민기는 담배를 하나 입에 물고
창문을 열어 어두운 밤거리를 둘러보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쏟아질 듯 달빛의 전부를 가린 먹구름들이 어두운 발길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는 길거리의 풍경에 걱정을 한가득 얼굴에 담고는 한없이 아리가 오길 기다리게 된 민기였다.


그렇게 담배를 몇 개비나 바꿔 물었을 때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 속을 힘없이 걸어 오는 아리를 보게 된 민기는 

단번에 담배를 끄곤 계단을 내려갔고, 막 아리를 부르려 입을 열을려고 하였다. 


낯선.. 아니 가끔 편의점에서 담배를 살 때 마주쳤던 한 남자가 아리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바짝 벽에 기대곤 그 둘을 훔쳐보게 된다.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에 그 남자와 아리는 비를 피하듯 바로 옆 옷가게의 처마
밑으로 걸어 들어갔고, 뭐라고 말을 주고받는다. 힘없이 남자의 말을 듣고 있던 아리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모습과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한 번 뭐라고 말하는 남자의 모습까지도 지켜보던 민기는 곤란한 듯 자꾸 발걸음을 옆으로 옮기는 아리의 

행동에 우선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걸어 나가게 되었다.


민기가 복도를 내려와 거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아리에게 무엇인지 쪽지를 넘겨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아리는 입가에 미소조차 띄우지 않은 채 연신 쪽지를 건네려는 남자의 손조차 무색하게 받지 않으려는 듯 손을 내 

젓기 시작한다. 정말 곤란한 듯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리의 모습에 민기가 결국 문밖으로 나오게 된다.


"뭐하냐?" 

" 기..민 오빠??" 

" ....."

" 누구셔?" 

" 예?? 아!.. 저기....편의점 오빠요..."

" 편의점?"


" 안녕하세요.."

" 그래.. 본거 같긴 하네.. 근데 왜?"

" 예?? 아..아닙니다..."


민기의 모습에 당황한 남자는 아리의 손에 억지로 그 무엇인가를 넘겨주곤 민기에게 인사를 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 뭐야?" 

" .....사귀재요."

" 너랑?"

" 그럼... 저기 전봇대한테 말 전해달라고 저한테 얘기했겠어요?"

" ...사..귈거야?"

" 제가... 지금 남자 사귈 때에요?"

" 그거.. 받았잖아.."

" ........." 

" ..참 고거 귀여운 짓 하네..."

" ..순수한 거죠."

" 순수? 너한테 그런 말 들을 정도면 저 놈도 참...."

" 아저씬.. 이런 러브레터 한 번도 안 받아 봤어요?"

" ......그런 걸 요즘 누가 주냐? 버튼만 누르면 어디서든 통화를 할 수 있는데.."

" 피~.. 핸드폰도 없음서..."

" 그..근데 넌?..."

" 예?"

" 하루종일 어디 갔다 왔어?"

" ......엄마한테요."

" ......잘 계시던...?."

" ....잘 계시겠죠..."

" 아!.. 아리야 너 배 안고파?"

" ... 아직 ....아저씨랑 얘기 한다고 안했는데요.."

" 으..응??"

" 정말.. 다시 생각해봤는데.. 아저씨하고는 엮이면 안 될 거 같아요.."

" 여..엮이다니... 그 여자 때문에 그래? 진짜 그건 오해라니까... 그 년은 술 먹고 취하면 찾아오는 정신병자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냐? 2개월 넘게 나 보면서 내가 그럴 놈으로 보여?"


" ....예!"

" .......아리야~"

" 징그럽게... 알았으니까.. 일보세요.. 전 들어갈래요."

" 우리 밥 먹자.. 나 너 계속 기다리느라 밥도 못 먹었어!"

" 왜요?"

" .....왜라니?"

" 왜 저 기다렸어요?"

" 그..그거야......"

" ....... 혼자 드세요.. 전 밥 생각 없어요."

" 너 요즘 엘르에서 밥도 잘 안 먹는다며...."

" .....괜찮아요... 다이어트도 되고 좋아요."

" 거기서 뺄게 어딨다고...."

" ........응큼해...."

" ......"


처마 밑에 있는 아리와 달리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민기는 이제는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에 홀딱 젖어 생쥐 꼴로, 폼 

하나 안 나는대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아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고, 아리는 차마 그 모습을 외면할 순 없었는지
한 손을 뻗어 민기의 양복 소매 깃을 잡아끈다.
 


" 왜 비를 맞고 서 있어요...." 

" .... 가까이 가면 또 화낼까봐.."

" ....안 추워요?"

" .......추..워......."

" .....에휴... 알았으니까.. 들어가세요.."

" 엣취!~~~~"

" 헛... 진짜 감기 걸렸잖아요!!"

" ..가..감기는.. 코에 뭐가 들어...엣취~~"

" 참나.. 뭐가 들어가긴..... 정말 형님 맞아요?!"

" ...혀..형님?"

" 들어와요!! 갈아입을 옷 드릴게요.."

" 오..옷??"


굵은 빗방울을 먼저 뚫고 아리가 고시원의 입구로 달려갔고, 민기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아리의 뒤를 쫓게 된다. 

문득 전봇대 뒤에서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덩치 큰 곰한마리를 발견한 민기였기에 손을 내저으며 빨리
들어가라는 시늉을 하게 된다.


" 씨.. 진작 가라고 하던가....으~~.. 먼 넘의 날씨가....." 


" 근데.. 옷이 있어?" 


고시원 방안에 들어와 머리를 말리고 있는 아리를 쳐다보며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민기가 말을 한다. 


" 예??" 

" 오..옷... 내가 입을 만한 게 있냐고...."

" ...거기 가방 한번 보세요.."

" 가방?"


문 바로 앞에 놓여있는 여행용 큰 가방을 그제야 발견한 민기는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가방의 안을 확인하는데, 순 여자 

옷밖엔 들어있지 않은 가방 속을 허탈하게 쳐다보게 된다. 


" 이거.. 누구 건데?" 

" 엄마..요."

" 엄마?? 이걸 왜?"

" 빚쟁이들이 이미 다 가져갔더라고요.. 정리하는데 그것밖엔 없었어요...."

" 아니.. 이걸 왜 가져왔냐고.."

" ......"

" .....입을 것도 하나 없구만.. 그리고 찝찝하게 죽은..........."

" ....."

" 미안..."


잠시 방안은 침묵이 흘렀다. 

아리의 눈치를 살피며 민기는 가방을 뒤적이다가 뜬금없이 펑퍼짐한 치마를 꺼내 들고는 아리를 향해 추켜올렸다.


" 이..이거 입어도 될까?" 

" ......예? 그걸 입게요?"

" 다 안 맞겠는데.. 그래도 이건 입을 수 있을 거 같아.."

" .....그러세요..."

" 그리고.. 아리야.... 어제 그 여자는 진짜 나랑은 상관없는 여자야.. 그게 가끔 미쳐서 그렇지..."

" ..."

" 정말이라고.. 그 년...그 여자가 내가 너랑 있는 거보니까 괜히 질투 나서.."

" 질투? 그럼 그 분이 아저씰 좋아하는 거예요?"

" 아니야!.. 그런건 아니고. 그 여자 수원에 남친도 있어....그냥 내가 고딩하고 앉아 있으니까...."

" ...."

" 진짜야.. 내가 어디 여자한테 손대게 생겼냐?"

" ,.,,,,예."

" ........."

" 풋~.. 알았어요..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매일 엘르에 있는 아저씨가 연예 할 시간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도 들고.. 

 그 여자 분도 저 골려주는거 같았어요.."


" 그렇다니까.."

" .....우선 저 씻고 올게요."


아리가 잠시 화장실로 씻으러 간 사이 민기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게 된다. 

양복을 다 벗고 찝찝한 팬티까지는 차마 벗지 못한 민기는 달랑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짧은 월남치마 같은 장미꽃 무늬가
그려져 있는 그것만을 입은 채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며 위에 입을 옷을 고르기 위해 다시 가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문이 열리고 아리가 들어오다가 민기를 보곤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 위엔 입을게 없다....." 

" ....."

" 응?? 왜?"

" 그..게 뭐에요?"

" ...뭐?"

" .........."


아리의 시선을 쫓아 민기는 자신의 노출된 등판으로 눈동자를 돌려 내리깔게 되었고, 그제야 까맣게 잊고 있던 자신의 등에 그려져 있는 치켜 올리고 있는 한손엔 칼을 품안에 품고 있는 다른 한손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여불상을 떠올리게 되어 

황급히 등을 돌려 아리를 정면에서 바라보게 된다. 


" ........." 

" 이..이거 철없을 때.. 그냥 겉멋으로 장난친 건데.....하..한번 그리면 안 지워지는 줄 몰..몰랐어....."

" ....."

" ....?"

" ....머리 다 젖었어요..."


아리가 목에 걸고 있던 수건을 손에 들고는 젖어 있는 민기의 머리를 갑자기 말려주기 시작했고, 그 수건을 다시 민기의 

어깨에 걸치고는 천천히 민기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뚫어져라 민기의 등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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