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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착한 사랑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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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96,107회 작성일 20-10-29 17:44

본문

민기가 아리를 처음 만난 것은 10살 때였다.
한창 장난의 묘미에 빠져 좋아할 나이인 10살에 2살 생일에 맞춰 작은 아버지 댁에 입양된 아기인 아리를 처음 본 민기는 새로운 생물을 접한 호기심 어린 아이처럼 아리를 한참 동안을 바라보게 된다. 형과 누나만 있던 민기였기에 동생에 대한 선망이 없진
않았지만, 작은아버지가 데려온 아이라는 아기는 너무 작아 함부로 만져볼 수 도 없을 정도로 신기하게만 느껴졌기에 한걸음 

떨어져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고, 낯을 익히 듯 민기와 눈을 마주쳐주던 아이는 방긋 웃어주며 민기에게 계속해서 미소를 띄워

주었다. 


" 아리야~ 오빠가 좋아? 어머!~~ 얘 웃는것봐.... 여보 여기 와서 이것 좀 봐요."
 

그런 아이의 모습은 이제는 3년후 30줄이라는 중년이 되어가는 민기의 뇌리 속에서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었다.

세월의 흐름은 아무도 잡을 수 없었고, 아무도 뜻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 민기도 자신의 꿈과 희망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걸어가게 된다. 민기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민기의 가족은 산산조각이 나게 되었고, 민기 또한 그 영향의 범위에서 벗어 

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민기는 형이나 누나처럼 당장 거처에 대한 고민은 기숙사라는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거처에 

의해 해결될 수 있었지만,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까지는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 평범하고 일상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런  체육특기생인 민기였는데, 한 번의 이탈은 그런 민기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게 된다.


흔한 가장의 사업실패에 휴일에 돌아갈 집도 없어진 민기는 계속해서 기숙사에 남아 있게 되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체육특기생이라는 보통 학생들과는 다른 생활을 하던 민기의 일상에 뜻밖에 사건을 만들게 된 건 기숙사 뒤에 위치한 야산의 

산책로로 개발되어지고 있는 공사현장이었다. 옥상에 올라가 가볍게 몸을 풀고 있던 민기의 시선에 민기와 같은 학교 추리닝을

입고 있는 남자 세 명을 둘러싸고 있는 일곱의 무리들의 남자들이 금방이라도 폭력을 행사하려는 듯 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가만히 구경만 하기엔 민기는 너무 곧은 정의감이 넘치는 학생이었기에 단숨에 계단을 뛰어 내려가 담벼락을 넘게 된다.


민기가 도착했을 땐 이미 세 명의 같은 학교 학생들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아무리 유도특기생인 민기라고는 해도 한 번에 일곱 명의 학생들을 영화처럼 날라 단숨에 처치할 순 없다는 판단에 한걸음 뒤로

떨어져 폼 잡고 서 있는 두목으로 보이는 놈의 뒤로 달려들어 목 부터 암바로 끌어안고 있는 힘껏 조이기 시작한다. 

얼떨결에 뒤에서 급습을 당한 우두머리는 아무런 반항도 못한 채 낑낑대며 숨이 넘어갈듯 발을 바동거리는데 민기는 절대 손을
놓지 않았다.


만약 평소의 민기라면 이런 현장을 보고도 못 본 채 넘겼을 것이다. 그것이 운동을 하는 학생들에겐 항상 붙어 다니는 수식어인

무식한 놈들이라는 단어를 확인시켜주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니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폭력이라는 걸 스스로 택하게 되었다. 뒤늦게 자신의 친구가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일당들은 그 친구에게 달라붙은 민기를 때어내려고 많은 노력을 해보지만, 민기의 조이고 있는 팔의 힘을 쉽게 풀지 

못하자 때로 몰려 민기를 엎어트리고 밟고 찍기 시작한다. 그러나 민기는 이 손아귀에 잡혀 있는 이름 모를 대상에 대한 분노를

자신이 감추고 있던 감정의 폭발에 대한 제물로 삼으려는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힘을 주며 이를 악물고 더 조이게 된다.


"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통수가 뜨거워진 걸 느끼게 된 민기다. 갑작스런 충격에 민기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손에 힘이빠진다는걸 알았을 땐 이미 흰자를 드러낸 채 거품까지 물고 몸을 축 늘어트린 두목이 바닥에 뒹굴어 쓰러지고 나서였다.
뒤통수에 손을 가져다 댄 민기의 손바닥엔 낯선 뜨거운 액체가 묻어 손을 데우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쓰러지는 민기의 시선에 뒤에 서 있던 놈들중 한명의 손에 돌이 들려있는걸 보게 된다. 아련해지는 시선에 바로 몇 발자국 앞에 축 늘어진 그 복수의 대상에게 달려가는 일당들을 보며 무거운 눈꺼풀을 닫고 잠에 빠지 듯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끼며 기억을 잃게 된다.
 

" 이거 보여요?  이보세요!~~ 이거 몇 개에요?"
" .....두..."
" 이건요?"
" ......세..개."
" ......"

처음 눈을 떴을 때.. 민기의 시선엔 천장만큼이나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여자를 보게 된다. 다짜고짜 손가락을 치켜세우곤 질문

부터 하는 영문 모를 행동에 당황한 민기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대답을 하고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는데 

천장만큼 흰색과 회색의 조합이 어색한 공간에 어리둥절했고, 이내 벽에 걸린 인체해부 사진들과 여자의 목에 걸려 있는 청진기로 병원인줄 알게 되었다.


" ...눈은 괜찮은 거 같고...  머리 아프죠?"
" ...예."
" 오바이트같이 속이 메스껍거나, 아니면 시야가 어지럽진 않나요?"
"  ......괜찮은 거.. 같은데요."
" ..... 그래도 모르니 하루는 입원해요."
" 예?? 이.. 입원이요?"
" 그럼? 머리를 11바늘이나 꿰맸는데! 그냥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11바늘.."
" 아무것도 기억 안나요?"
" .....싸움."
" ....참나.. 무슨 깡다구로 그런 무모한 짓을 했데.. 고딩 맞죠?"
" ........"
" 밖에 경찰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가서 얘기하고 올게요. 누워 있어요."
" ...."

민기는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싸움을 한 것이 후회가 되는 것이 아닌 너무 무모한 행동이었다는 것에 후회 한다. 

그러기보다는 차라리 도구를 이용해 단방에 기절을 시키고 상대방들의 전의를 상실 시킨 후에 나무를 등지고 한두명씩 상대하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손으로 만지게 된다. 붕대가 감겨 있는 머리에 거울을 찾게 되는 민기였는데 문이 열리고 낯선 어른 두 명이 들어왔고, 다짜고짜 민기의 이름을 되묻기 시작했다.

" 권 민기군이 맞지?"
" 예?...예..."
" 여기 어떻게 온 건진 알고 있고?"
" ....."
" 민기군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있나?"
" 상황이요?"
" 살인 미수야.. 아무리 미성년자 운운한다고 해도.. 갑자기 사람 목을 조르는 게 얼마나 무서운 짓인지 알고나 한 짓 있니?"
" 가.. 갑자긴 아닌데요.. 저희 학교 친구들이 집단 폭행을 당해서 구하려고..."
" 집단 폭행? 자네 같은 동무들은 그 반대로 얘기하던데.."
" ...예?"
" 지금... 고 2지?"
" ......"
" 보자.... 태권도 전공에... 허~.. 유도까지 병행하는 건가? 그게 가능해?"
" ......."
" 입상 경력이... 쯧쯧.. 이런 유망주가.. 아무리 가정이 그 지경이 됐어도 자신 앞날을 생각해야지..."
" ........."
" 지금 중환자실에 자네가 죽이려던 친구는 혼수상태로 누워 있다고!.. 친구들끼리 놀고 있는데 갑자기 달려들어서  죽이려고 

했다던데.. 왜 그랬어?"

" 말씀 드렸잖아요.. 제 학교 친구들이 당하고 있어서.."
" 그러니까! 그 친구들이 자네가 미친 거 같다고 했다고!.. 다 이해하니까 솔직히 말해.. 그래야 내가 정상참작이라도 해 줄거

아닌가?!!"
" ....."

민기의 머릿속에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정말로 잘 못 본건지 다시 한 번 그 상황으로 돌아가 기억을 되 짚어 보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최소한 삥을 뜯기고 

있던 학교 친구들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경찰의 말은 달랐기에 어린 민기로선 말도 제대로 못하고 기억만 되짚어 보게 된다.
 

" 솔직히 털어놓으면 아직 미성년자니까 감별소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친구들이 당하고 있었.."
" 어허!~~ 왜 이렇게 어렵게 구는가..!!  증인도 있고!  거기에 피해자도 저렇게 누워 있는데 어디서 발뺌을 하려고!!"
" ...."
" 미친척하고 병원에나 가려는 수작 같은데! 아무리 환경이 안 좋다고 해도 세상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
" ..."
" 에잇.. 근실하다고 선생이 하도 말해서 믿어보려 했더니... 이런 써글놈의 새끼는 선처고 뭐고 한번 살다 와야지 정신 차리지... 

고경위 그냥 처넣어!"

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반박이나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주장을 표력하기에는 너무 어린 민기였고, 강압적인 자백을 

요구하는 경찰의 협박과도 같은 어투는 민기를 겁에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무 말도 못하고 병원의 딱딱한 침대에 앉아 

있는 민기를 더 몰아치듯 경찰은 계속해서 자백을 요구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그 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 경찰 아저씨... 지금 일시적으로 머리에 충격을 받은 거 같으니 나중에 하시죠!"
" ..... 쯧쯧... 하여튼 여자란 게 초를 쳐요..."
" 예?!!!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 아님다... 내일 송치하러 올 테니까. 도망 못 가게 자넨 밖에서 대기하고.. 피도 안마른게 어른들 놀리려고 하고... 쯧쯧..."
 

연신 혀를 차는 경찰의 모습이 민기의 눈에 심하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천하의 망나니에 불량소년으로 보는 경찰의 

시선도 익숙지 않았고, 거기에 왜 이런 처우를 받아야 되는지도 잘 모른 채 욕을 몇 번이고 듣게 된 민기는 주먹에 힘이 실리는

걸 느끼게 된다.

" 저런 애새끼도 낳고는 미역국까지 마셨을 부모가 불쌍하지.. 아니지.. 그 나물에 그 밥인가.... 

야! 고경위 이 새끼 부모들 전과 조회해봐...쯧쯧.."

" 야!! 뭐라고!! 이 새끼가..."

더이상 참질 못했다. 아무리 사업 실패에 자신을 방치하듯 학교에 맡긴 엄마였지만 그런 엄마라도 민기에겐 불쌍하고 소중한 

엄마였다. 지금도 어디서 고생하며 괜한 자식들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을지 모를 엄마를 욕하는 경찰에게 화를 참을 수 없던 

민기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날리려 했다. 하지만 머리에 받은 충격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닌 듯 민기는 무릎에 힘을 주는 자신의

의사와는 달리 오히려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리를 지르곤 고꾸라지 듯 침대에서 떨어져 뒹굴게 된다.

"꺅!~~~"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듯 꼬꾸라진 민기는 다시 기억을 잃게 돼 버렸다.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 경찰이 욕을 퍼부으며 민기를 향해 침을 뱉는걸 보게 된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팔에 꽂혀있는 바늘이 조금 움직여졌고, 약간의 고통에 민기가 눈을 뜨게 된다.
이미 어두워진 병실 안에 붉은색 조명만이 사람의 형태를 분간 짓게 만들며 자신의 팔을 만지고 있는 사람을 느끼게 된 민기는

팔을 들게 된다. 그러나 그 행동도 무엇인가.. 익숙지 않은 차갑고 딱딱한 감촉에 자유를 박탈당한 채 손의 움직임을 막고 있었고, 어렵게 고개를 든 민기의 눈엔 은색의 빛을 받아 붉게 보이는 팔찌를 발견하게 된다.

" 어휴.. 머리도 이런데 어딜 도망갈 수 있다고 수갑까지 채워 놓는 건지....."
" ......누나.. 지금 몇 시에요?"
" 누,,나?"
" ...."

민기는 지금 자신의 누나를 부르듯 익숙한 호칭으로 의도하지 않게 낮에 있던 간호사를 부르게 되었다.
 

" 내가.. 왜... 네 누나냐?"
" ...죄송해요."
" .... 그런데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거야?"
" 지금 몇 시에요?"
" 11시..."
" 이게 수갑이에요?"
" 응... 네가 난동 부린다고.. 도망갈지 모른다면서 채우더라... 넌 그런 애가 아닌 거 같은데.."
" 예?"
" 나... 몰라?"
" ...."
" 자주 오잖아.. 대회 나갔다가 부상당하면 여기 와서 치료하고 갔는데.. 좀 섭섭하네.."
" .......여기가.."
" 금상병원... 그럼.. 아직도 어딘지 몰랐어?"
" ........."
" 그나저나 왜 그랬니? 대회에서 유망주라고 소문도 났던데..."
" 그 친구들이 하는 얘기.. 누나도 들었어요?"
" 아니.. 정말 친구들이 당한거야?"
" ........예."
" 그럼 그렇다고 더 말을 해봐.. 아까 경찰이 너 아주 제대로 눈도장 찍고 가던데... 이러다가 큰일 나.."
" 그.. 놈은요? 혼수상태란 게.. 정신이 없는 거 맞죠?"
" ......응."
" 그럼... 못 깨어나는 거예요?"
" 좀 더 두고 봐야지... 머리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이 안 된 건지... CT상으로는 괜찮은 거 같던데.. 

우선 아무 이상 없다고 소견 나왔으니까 괜찮을 거야.."
 

" 그런데 살인미수에요?"
" 글쎄.. 나도 법은 잘 몰라서....."
" ........후~~"
" 운동선수가 무슨 화를 못 참고..."
" ...."
" 정말로 집에 문제 있어서 그런 거야?"
" ......"
" 이 세상에는 너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거 모르니? 아무리 세상이 끝나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아도 자포자기

하면 안 되는 거 모르니? 그러니.."
 

" 아닌데요.."
"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세상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아.. 민기라고 했지? 민기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 예~~ 예~~.. 알겠습니다.. 교과서 같은 얘긴 저 경찰 아저씨한테 많이 들었거든요..."
" .....내 말은.."
" 알았다고요! 어차피 소년원에 가도 제가 가는 거잖아요."
" 소년..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 너 그런데 한번 가면.."
" 알았다고요!!!!"

민기는 괜한 화풀이를 이 여자에게 하게 된다. 민기의 시선에는 다 똑같은 자신의 말만 옳다고 세뇌를 시키는 어른들로 보였기에 경찰에게 풀지 못했던 화를 이 간호사에게 풀게 된다.

"성 질은.... 너 그러다 큰일 나..."
" ...."

잠이 오질 않는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겁도 났지만, 왜 그 친구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그 편으로 돌아서 자신을 곤경에 빠지는

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기에 운동에 전념해 성적이 나쁘긴 했지만, 어릴 때부터 머리 좋다는 얘길 듣던 칭찬을 뒤로하고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혹시 협박을 당해서 자신에게 이런 상황을 만들게 한건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로 한 패거리

였던 건지... 한참을 머리를 굴리던 민기는 결국 잠에 취하게 된다.

재판은.... 생각보다 싱겁고 간단하며.. 빠르게 진행 되어졌다.
그리고.. 민기는 전혀 낯선 감별**는 곳을 알게 된다. 가정법원이라는 곳을 거쳐 들어간 그 곳에서도 민기는 자유롭지 못했다. 

엄마에겐 일부러 연락도 하지 않았던 민기였지만, 당연히 보호자로서 찾아와 연신 눈물만 짓던 엄마의 모습에 더 가슴을 억누르며 소리 없이 흐느끼게 되었다. 변호사 같은 건 꿈도 못 꿔봤고, 국가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것조차 민기에겐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하다못해... 죄의 질로 인해 보호감찰이라는 단어는 듣도 못한다.

듣기에도 생소한 감방이나 경찰서에서 있다가 법원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경찰서로 송치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특별 케이스라는 딱지를 받아 신속하게 서울 소년 감별**는 곳으로 향해 생각지도 못한 감별을 받게 되었다. 간단히 미성년의 죄목에 소년원으로 

보낼 것인지 아니라면 집으로 돌려보낼 건지를 결정하는 곳이었다.


초범에 아직 합의 여부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상대가 좋지 못했다.
민기가 그렇게 혼수상태를 만들어 놓은 상대는 단순히 폭력의 위력으로 아이들 위에서 군림한 것이 아닌 걸 겨우 알게 된다.

XX경찰서의 경찰 서장... 그것이 민기가 때려눕힌 웅진이라는 친구의 아버지가 맡은 직함이었다.. 왜 이렇게.. 일방적이었는지... 

민기는 어렴풋 짐작할 수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일사천리로 모든 일이 진행된다.

즉결심판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민기는 별 다는 변론도 못한 채 그대로 XX소년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억울함에 치를 떨며 잠을 

이루지도 못했지만, 정작 민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른들을 위한 법은 민기에겐 통용되지 않을 뿐더러 허락되지도 않았다. 믿기지 않는 현실은 팔에 채워진 수갑과 포승줄에 족쇄처럼 사지를 묶이고 나서야 그 무게를 통감하게 된다.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애써 시선주지 않으려 애를 쓰는데 이런 불효를 하게 될 줄은 생각조차 못했던 민기는 아무리 억울한 누명이라고 해도 자신이 판사가 말한 폭력치사와 살인 미수라는 죄목의 죄를 지은 것 또 한 사실이

었기에 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버스로 올라타게 된다. 엄마의 모습을 마지막이라도 한 번 더 봤어야 하는데 민기는 평생 동안 

그걸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도착한 소년원엔 과정조차 민기에게 모멸감을 주며 발가벗긴 채로 엉덩이까지 남에게 드러내게 강요했다. 신체검사라는 면목으로 민기의 알몸을 수색하듯 검사한 의무관을 거쳐 민기가 배정받게 된 2반이라는 들어갈 때부터 전혀 낯선 냄새를 풍기며 민기를 위축 들게 만들었다. 듣기론 방안에 CCTV까지 설치되어 감시한다고 하던데 이곳의 어느 곳에서 카메라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낮의 삭막한 반 안은 민기를 건들지도 않고 방치하듯 빈 관물대에 간단히 배급받은 소지품을 놓으라는 가장 상석에 앉아 눈짓으로 말하는 놈으로 인해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다. 생각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소굴 안에서 민기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쪼그려 

앉아 있게 되었다. 줄지어 번호를 부르며 걸어 나가는 무리들에 민기도 얼떨결에 1023이라는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번호를 외치며 나갔고, 그 행렬이 식당으로 향한다는 걸 도착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콩밥인 줄 알았는데.... 그냥 쌀밥이었다.
겁을 잔뜩 먹도록 생각해낸 영화에서 보던 감방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일명 반장이라는 놈을 제외하곤 십여 명의 같은 반 동무들은 별로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운동으로 다져진 민기에겐 별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곰곰이 자신이 이렇게 된 상황을 다시 생각하며 9시 반에 찾아온 취침시간에 누워 눈을 감게 된다.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7세가 지나지 않은 것만이 유일한 민기의 가산점이었기에 2년이라는 세월동안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자신의 처지에 한숨을 쉬게 된다.
 

그나마 학점으로 평가를 하여 형량이 줄어든다는 희망을 듣게 된 민기는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소년원은 일반 교도소와는 운영체계가 달랐기에 가능했던 생각이다. 짜여진 시간표와 학점까지 존재하는 학교의 연장이라고 민기는 생각하기로 한다. 혹독한 훈련으로 다져진 육체는 이런 곳에 별 다른 거부감이 오히려 없었다. 

기상시간 5시30분.... 그거야 원래 훈련기간엔 6시에 일어났으니 밥도 꼬박꼬박 챙겨주기까지 하니... 눈을 감고 천천히 잠이든 

민기는 머릿속에 온갖 잡 생각을 잠시 접기로 한다. 부스스르럭~

" 준비해.."
" ..... 이 새끼 쌈 좀 하게 생겼던데.."
" 뒤질래? 지랄하지 말고.. 신고 빵은 제대로 치러야지!"

부시시 눈을 뜨게 된 민기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어느 누군가가 속박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방심하고 있었던 민기는 낮의

평온에 자신도 모르게 피곤과 긴장이 풀어져 곯아떨어진 채 이런 상황까지 놓이게 된 자신을 탓하듯 입을 악물기 시작했다.

" 야!.. 참기름 주고.. 이 새끼 우선 바지부터 벗겨..."
" 형.. 이 자슥이... 히.. 힘을.....억~"
" 씨..발 새기가... 어디서 힘 질을 하는거야......헉!~"

잠시 바득되던 민기는 우선 몸에 온 힘을 뺀다. 반항을 포기한 듯 몸에 힘을 뺀 민기의 행동에 팔다리를 잡고 있던 낯선 그림자들이 잠시 손에 힘을 뺐을 때.. 민기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리를 잡고 있는 두 넘을 무릎을 굽혀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발에 온힘을 줘 뻗으며 벽으로 내 동댕이쳐 버렸다. 그리곤 두 팔을 억압하고 있던 두 명의 머리를 부딪치도록 팔을 오므려 마빡을 강타하게 

만들었다.

" 헉헉.. 이.. 게 미쳤나.. 너 앞으로 편하게 살 생각 없구나.."
" ....."
" 이.. 시발새끼가.. 야! 죽을래!!"
" 여기 감독관 있는 거 아니야? 들이닥치면 서로 골치 아픈 거 아니냐고..."
" 무.. 뭐?"
" 간단히 다이다이 뜨자고... 네가 여기 대빵 같은데.... 조용히 놔두던가.. 건들지만 않으면 그냥 조용히 지...윽!!"

민기의 등에 낯선 무엇인가가 살을 헤집고 들어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속에 이물질을 마취 없이 받아들인 민기는 그 고통보다 느낌에 당황하게 되었다. 피부를 뚫고 근육과 힘줄을 뚫고 들어온 그것은 조금씩 안을 헤집고는 비틀리기 시작했다.
 

" 이... 새끼가 어디서 나대려고.. 아주 겁대가리를 상실했지? 왜? 침빵 첨 맞아보냐? 이 새끼가."
" ..으....큭큭큭...."
" 무..뭐야?  너.. 미쳤냐?"
" 아프구나... 그런데.. 생각보다 덜 아프네....크크크크.."
" 무.."
" 퍽!~~"

자신의 뒤에 있던 작은 형체의 남자를 머리를 그대로 뒤로 젖혀 얼굴을 받아버린 민기는 아직도 옆구리 뒤쪽에 박혀 있는 그 

낯선 물건에 손을 대 본다. 빳빳하지만 분명 많은 솔들이 끝에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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