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 3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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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여승무원 -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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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1,089회 작성일 24-11-18 18:21

본문

그러더니 이번엔 호기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힘들다고들 그러시죠??...........................................................”
 

뭔가 동의를 구하는 듯한 그녀의 물음이었다. 자기가 피곤하니 그런 걸 물어 보는거지 상당수 애들은 여전히 열심히 잘하고
있다. 
네가 아직 사회생활을 좀더 맛 봐야겠구나. 하지만 시침 뚝 떼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참... 이상하죠?... 얘들 대부분 1년 정도는 매우 신이 나서 열심히 하는 것 같더니... 그 다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축 처져있고요... 또 어느 순간부터는..............................................”
 

그녀의 표정이 밝아진다.
 

“헤헷... 맞아요... 또 어느 순간부터는 피곤해 하죠??..............................................”

“네... 그러게 신이 나 있을 때 체력관리 좀 잘하지들 말이에요........................................”

“헤헤헷..............................................................”
 

그녀의 어느 정도는 경계하던 마음이 풀어지고 있었다. 나는 쉴 틈을 주지 않고 미소를 섞어가며 말을 이었다.
 

“많이... 피곤한가 봐요?... 특별히 티를 내시네... 쇼맨쉽이 풍부하신건가??............................................”
 

그녀가 약간 당황한 듯 하지만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그래도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 아뇨...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요... 사실은 좀 많이 피곤해서요..........................................”

“제대로 쉬지를 못했구나?... 데이오프 때.....................................................”

“네... 좀 그런 것도 있었고요... 흠... 비행이 자꾸 연달아 이어져서요............................................”

“어디... 다녀왔는데요?..................................................”

“뉴욕이요... 뉴욕 갔다가 지금 다시 바로 이어서 비행하는 거에요.............................................”

“아... 도착하자마자?... 정말 피곤할텐데... 오늘은 퀵턴이겠네?...................................................”

“퀵턴... 후훗... 네... 그렇죠..................................................”

“그래도... 다행히 홍콩 퀵턴이네... 마닐라 퀵턴이었음 죽음이었을텐데..........................................”

“어머!... 어떻게 아세요?.......................................................”
 

그녀가 살짝 놀란듯한 표정을 짓는다. 여승무원들에게 특별히 어려운 노선이 몇 곳 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어떤 노선이
힘들다 어떤 노선이 수월하다를 
얼굴을 익히고 정이 어느 정도 들기 시작하면 일일이 이야기해 준다. 후배들은 그런가 하고
있다가 직접 체험해보고선 "아! 정말 그렇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마닐라 퀵턴도 그 중의 하나다. 대부분 처음 할 땐 무척
힘들어 한다. 
피곤해 있을 때 그런 노선이 연이어 걸리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승객 입에서 그런 말이 툭 튀어나오니 당연히
놀랐다.
 

“말했잖아요... 친구들... 농담인줄 알았구나?..............................................”

“아... 아뇨.........................................................................”
 

혼자서 생글생글 거리더니 갑자기 말한다.
 

"그런데... 친구분들이랑 너무 친하신거 아니에요?... 너무 많은걸 알고 계시네요... 적당히 거리 좀 두세요......................"
 

그러더니 까르르 웃는다. 이것봐라?? 초면에 농담도 곧잘 하네? 생각보다 더 귀엽다.
 

“오... 당돌하시네... 사회생활 제대로 배웠다고 그래요?... 선임들이?...........................................”
 

이것은 승무원들끼리 흔히 쓰는 표현이다. 그녀는 이내 알아 듣고 더욱 친숙한 웃음을 짓는다.
 

“헤헷... 열심히만 하는 시기는 그래도 지났어요...................................................”
 

여승무원들끼리는 흔히들 이야기하곤 한다.
 

“신입 애들은 정말 부지런해.... 부지런하기만 해서 문제지.......................................”
 

내가 놀랐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허~!... 놀라운 뉴스군요... 전... 아직도 안 지났으면 어쩔뻔 했나 싶었는데....................................”
 

제스처와 표정을 적절히 섞어서 이야기하면 상대방에겐 글보다 훨씬 와 닿는다. 그녀는 이제 자연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다.
벌써 눈이 표정과 함께 웃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말을 이어 나갔다.
 

“주기가 있나 봐요... 대부분... 어느 단계에서는 어떤... 상태가 되고... 또... 어느 단계에서는... 어떤 상태가 되고... 남자들
 군대생활도 마찬가지에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승무원들도 마찬가지겠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네... 그런 것 같아요... 어떨 땐 어떻더라... 저렇더라... 말씀들은 하시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별 수 없네요.....”
 

또 웃음을 지어보인다. 웃는 얼굴에 나타나는 보조개가 무척 귀엽다. 졸려서 어쩔 줄 몰라 할 때는 눈까지 풀려있더니 이제
보니 눈 웃음도 무척 사랑스러운 녀석이였다.
 

“그럼... 자기가 뭐 특별한 줄 알았던 거니?..........................................................”
 

뾰루퉁한 듯 장난기 섞인 묘한 어투의 내 농담에 그녀가 까르르 웃는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했다.
 

"귀여운 것... 오빠가 이제부터 살살 녹여줄께..........................................................."
 

그녀의 귀여운 보조개와 눈처럼 흰 피부 늘씬한 다리를 눈치 채지 못하게 아래 위로 훑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여승무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나는 점점 더 그녀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때마침 이 날의 기내에 승객은
많지 않았고 그것은 그만큼 더 나와 그녀에게 좀 더 많은 시간과 여유를 안겨주고 있었다.
 

여자들은 원래 조리있고 재미있는 화술을 가진 남자에게 많이 끌리는 편이다. 더구나 기내에서의 시간이란 것이 바쁠 때를
제외하고는 무척 무료한 편인지라 
깔끔하고 세련된 외모에 아주 재미있고 편안한 말솜씨로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있는
남자
에게 저절로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원래부터... 승무원이 꿈이었어요?.........................................................”

“흠... 네... 꿈이었어요... 흠... 고등학교 다닐 때쯤부터...?............................................”

“좋은걸요?... 목표를 이루셨네요... 결심했었던 것만큼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고요... 가끔은 졸기도 하면서... 그쵸?.....”

“흠헤헷...!.................................................................”
 

쑥스럽다는 듯이 웃는 그녀 자꾸만 조금 전의 일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딴 생각이 들기 전에 내가 계속 말을 했다.
 

“목표를 일찍 세웠고... 자신의 꿈과 열정... 끈기와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거네요..................................”

“아니에요... 너무 좋게만 말씀해 주시네요... 자꾸 좋게만 말씀해 주시면 정말인 줄 알고 까불게 된다는.....................”

“당차고 지혜로운 분이시잖아요...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믿으니까... 솔직하게 말씀 드리는거죠..............................”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시선을 잠시 아래로 향한다. 자신을 칭찬해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는 없다. 아부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너무 드러내지만 않으면 말이다. 진심을 섞은 듯한 어투와 표정이면 통하게 마련이다.
 

“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무런 목표도 꿈도 없었어요... 오직...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 뿐... 대학도 수능점수에
 맞춰서 갈 생각만 했었죠... 
그런데... 누구는 이미 고등학생 때 목표를 세우고 결국 목표를 이뤘다고 하니 후훗... 그 사람은
 저보다 훨씬 낫군요.................................................................. ”
 

그녀가 겸연쩍게 웃었고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원래 불문학과 출신이었다. 영어에 더욱 관심이 많아서
연수는 미국으로 다녀왔다. 
독서와 음악 인라인을 즐기고 댄스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할만큼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해보니 충분히 그녀의 밝고 명랑한 성격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감수성이 매우 풍부하고 단어 한마디한마디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등 나름대로 교양미를 중시하는 성격이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런 아이들은 자기관리에도 신경을 아주 많이 쓰는 편이고 욕심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런 점을
존중해주면서 세심하게 파고들면 쉽게 공략이 가능하다.
 

“그거 아세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고 계세요... 무척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무척 호기심을 보이는 그녀다. 당연하지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는지에 대한 여자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음... 처음에... 그러니까 졸기전에... 후훗... 일하는 모습이나 이런 걸 봤을 때는... 마치 고급드레스에 레이스 모자를 걸친
 도도한 숙녀의 느낌이었고....................................................”
 

“후헤헷................................................................................”
 

쑥스럽게 웃는 그녀였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까... 또... 하나는 마치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한장을 걸치고... 학교 앞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즐기며
 수다를 떨고있는... 발랄한 어린 여대생의 느낌이에요... 서로 완전히... 대비되면서도 은근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난 그런 좋은 느낌을 받게 되네요... 무척 산뜻한.......................................”

“산뜻이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살며시 피어오른다. 눈 웃음을 짓고 있다. 무척 즐거워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녀가 밝게 웃음지으며
시선을 잠시 아래로 향하더니 이내 내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묘사를 너무... 잘하신다........................................................”

“몇 점 주실건데요?.................................................................”
 

장난기 가득한 내 물음에 그녀가 순간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말을 이어서
나간다.
 

“한 골 들어갔으니 2점인가요?....................................................”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더욱 킥킥거린다. 저 쪽에 앉은 승객이 흘끔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도 의식했는지
얼른 표정을 고치려고 애쓰지만 웃음꽃은 그대로다.
 

“죄... 죄송합니다...................................................................”
 

승무원의 예절을 지키며 사과한다. 죄송하긴 귀엽기만 한데 이런 좋은 페이스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거다.
 

“아... 농구점수로 평가하지 않나요?... 축구점수로... 한골 들어간 걸로 인정한다면... 겨우 1점에 불과한데... 아... 이거...
 대략난감........................................................”
 

내가 능청스럽게 제스처를 취하며 난처해하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또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듯 하다. 그 귀여운 눈웃음과
보조개가 빛난다. 
그러고선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애인분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으시겠네요... 웃으랴... 점수 매기랴............................................”
 

드디어 여친에 관한 일을 묻기 시작했다. 내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아아... 이건 뭐람... 욕인가... 무엇인가... 순간 머리 속에 혼란이 휩싸이면서..................................”
 

그녀가 얼른 내 말을 끊는다.
 

“칭찬이죠... 당연히!.............................................................”

“휩싸이면서... 우울함이 몰려오다가... 한줄기 빛을 보았네!..............................................”

“쿡쿡...!.............................................................................”
 

이젠 슬쩍 던져보는 유치한 말 표현 하나에도 습관처럼 웃음이 나올만큼 길들여진 것이다.
 

“Thank you!.......................................................................”
 

내가 웃으면서 그녀에게 장난스럽게 윙크를 했다. 그녀는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띄고 눈웃음으로 나를 살며시 응시하고
있다. 
그러더니 다시 말을 했다.
 

“울... 남친은요.... 정말 말 주변이 없어요........................................”

“응??......................................................................”
 

내가 짐짓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당연하지 너 처럼 예쁜 애가 설마 남친이 없을까봐? 너처럼
예쁜 여자애를 남자들이 절대로 내버려두질 않는다.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했다.
 

“대신... 저는 그 묵직함이 좋아서..... 늘 곁에서 제가 쫑알대곤 하죠..........................................”
 

그녀의 눈빛을 보았다. 약간의 거짓이 섞여있다. 남친과 당연히 좋으니 사귀겠지. 하지만 그렇게 이상적인 사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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