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사냥꾼 - 마지막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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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달빛 사냥꾼 -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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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2,320회 작성일 24-05-02 20:02

본문

그렇게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경기도 외곽 정도로 생각되는 한적한 전원주택 나는 대도이자 희대의 탈주범이 되고야
말았다. 
이곳의 지하는 무슨 벙커처럼 생긴 상황실과도 같아 보인다. 100여평이 넘는 넓직한 지하 상황실 온갖 무선장비들
수많은 빨갱이 놈들...!!.... 길다란 탁자위에 나를 끌고왔던 놈과 마주앉았다.
 

"멍청한 니놈 때문에... 남조선 경찰들이 니놈의 집구석을 수색하다가 컴퓨터에 저장해둔... 김미령집의 음성기록이 걸려서...
 경찰과 남조선의 대공수사관들이 은밀히 니놈 주변을 수사중이다... 
그일로 우리 지부가 지금 잠시 해산을 했다... 그리고
 그틈을 타서... 김미령이 모녀가 
지금... 어디론가 사라졌다.............................."
 

".................................."

"한가지만 묻겠다........................"

"............................."

"김미령이... 어디에 있나??..................................."

"잘... 몰라요...................................."


"그년과... 그 딸년이... 우리 공화국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자료를 훔쳐서 달아났다... 니놈이 김미령이 딸년과 내통한다는거
 잘 알아................................................"
 

"내가 영아에게 속은거 뿐이에요... 잘 몰라요................................"


"니놈이 멍청하게 붙잡히지만 않았다면... 어디에선가 만나기로 했을꺼 아닌가??............................"

"그건 잘 몰라요... 저도 그 두 모녀가 도둑이자 스파이었는지... 얼마전에 알았어요.............................."

"거짓말 말아!!!..... 우리는 오랫동안 니놈을 주시하고 있었다.............................."

"영아네 집에 자주 놀러간건 사실이지만... 함께 작업을 꾸몄거나... 그런적은 절대 없어요......................"

"솔직하게 말해!!... 우리의 정체를 안 이상... 니 놈을 남조선 경찰에 넘기지 않고... 그냥 죽여버릴수도 있으니까..........."
 

"네????????????..... 진짜 몰라요... 진짜요... 그 음성기록대로라면... 나를 북한에 넘겨 자기네 빈자리를 매꾸는 도둑으로
 만들고... 자기네는 외국같은데서 숨어 산다고 했었어요... 
거기까지만 알아요... 진짜에요..................."


"훗!!... 너처럼 머저리는 우리 공화국에서 받아주지도 않는다........................."

".............................................."


그때였다. 문이 열리면서 왠 남자한놈이 들어온다. 이 벙커 안에 있던 놈들이 모두 기립하더니 거수경례를 한다.


"최동무... 김미령이와 그 딸년의 행방은... 알아낸거야??............................"

"이놈도 잘 모르고 있는거 같습네다... 지부장... 동무............................."

"도대체... 일들을 어떻게 하는거야?????... 지금 이상황들을 어떻게 상부에 보고를 하냔 말이야!!!!!................."

"지부장... 동무... 좋은 생각이 있습네다......................................."

"뭐야............................."

"저... 멍청한 도둑놈을 공화국으로 보내서 수집원 교육을 받게 하면 어떻습네까??..........................."

"아니... 최동무 정신이 어케 된거야????... 저 반동을 공화국에 보낸다고??.. 공화국에서 저런 얼간이를 받아줄거 같아???..."
"저... 놈이 남조선 최고의 대도라고 신상기록을 좀... 튀겨서리.................................." 


"그런다고해서... 김미령이와 그 딸년... 그리고 북조선에서 필요로 하는 그년들이 훔쳐달아난 그 신기술의 자료를 대신할 수
 있을것 같소??..............................."
 

"최소한의 출혈은 줄여보자는 것이지요.............................."

"이거... 어쩐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네다... 지부장 동무................................"

"저놈을 남조선 최고의 대도로 만들어서... 북으로 보낸다??...... 흐음.........................."

".........................................."


"저... 그냥... 저좀 풀어주시면... 안돼나요??... 제가 김미령이와 이영아를 꼭 찾아내서 그 기술자료를 빼내어 드릴께요....."
"조둥아리... 닥치라!!!... 한번만 더 나불거리면... 그냥 죽여버리갔어??... 어?????.............................." 

"....................................."


이놈들이 나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심각하게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그냥... 처리해버려..............................."

"우리 지부는 책임을 면하기 힘듭네다.................................."

"그렇다고 저 얼간이를 공화국으로 보내???... 수집원 교관들이 저놈 실력을 확인하면 금방 밝혀질텐데................"

"그때까지... 공화국에서 기뻐할만한 공적을 세우면 되지 않캅습네까??... 지부장 동무..................."

"우리 지부가 지금 해산한 마당에... 무슨 공적을 세운다는 거야????... 그냥... 죽여....................."

"알... 알갔습네다........................................"


내 목숨이 결정지어지는 순간이다. 그때였다. 이 건물이 아주 순식간에 정전이 되어버린다. 순간 벙커안의 이 빨갱이들이
웅성거린다.
 

"뭐야!!!..............................." 

"빨리 밖으로 나가 확인해봐!!!.................................."

"알갔습네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잠시후 어둠이 눈에 익자 아주 서서히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바깥의 문을 열고 나가려던 놈이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계단을 굴러 내려온다.


"머... 머야????... 최루가스????... 콜록!!... 콜록!!................................."

"켁!!!... 켁!!!... 머야!!... 어... 어떻게... 콜록!!!!!......................."


온통 매캐한 연기에 눈물과 콧물과 침이 범벅이 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누군가의 억센 손길에 이끌려 죄다 끌려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대 테러복 복장의 남자들에게 이 집이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빨갱이들 역시 죄다 잡혀 바닥에
눕혀진 채 포박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 테러복 복장의 남자 한놈이 어디엔가 무전을 한다.
 

"쿨럭!!... 쿨럭!!!... 누... 누구세요............................" 

"닥치고 가만히 있어... 자!!... 본사에서 과장님과 요원들 오기전까지 환기좀 시켜두고... 이자식들 차량으로 연행해..!!....."

"네!!..............................................."


바깥으로 끌려 나왔다. 밖에는 정장차림의 [영아]와 [김미령]이가 서 있었다. 나와 함께 끌려나오던 빨갱이들도 이 모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는 마찬가지이다.


"영... 영아아...!!!!........................."

"이..!!... 개... 반동..!!!!................................"

"호호... 지부장 동무와 부 지부장 동무...... 잘 가시오.............................."

"이... 반동 애미나이!!... 니래 그러고도 무사할꺼 같아????????????.............................."

"무사하고 안 무사하고는 두고보면 알지 않겠소??... 국정원에서 친절히 조사할 것이니... 조사나 잘... 받으시오..!!....."

"이..!!... 이!!... 개 반동!!!........................................."

"어서 차에 타!!!!.................................."

"영아야!!!........................................"

"...................................................."


[영아]는 나를 쳐다보지 않으려 애써 고개를 돌리며 외면을 해 버린다. [영아]와 [김미령]이는 이미 오래전 한국의 국정원에
포섭되어 버린 이중간첩이었던 것이다. 
결국 대남 적화 지부당의 지부장과 조직원들 그리고 이들의 본부인 상황실을 알아내
일망타진을 하기 위해 
나를 교묘히 이용했던 것이다.


내가 설치해둔 녹음기 [영아]와 [영아]의 엄마인 [김미령]이는 일부러 나를 속이기 위해 거짓녹음이 되도록 한거고 [영아]가
나의 이옷 저옷에 설치해둔 위치추적용 발신기와 내 방에 설치한 초소형 녹음기 덕택에 
나와 [상구]형이 붙잡힌 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속행으로 집행된 재판에서 나는 징역10년형을 [상구]형은 징역 5년이다. 반년 후 청송교도소..
 

"김희준이 면회다..............................." 

".............................................."


교도관과 함께 길고 긴 복도를 지난다. 면회실로 들어간다. 철창과 아크릴로 막힌 칸막이 너머 [영아]가 서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비스듬히 서 있는 [영아] 
한쪽 벽면을 응시하고 있는 옆 모습 펑퍼짐하고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다.
살이찐건지 반년이 지났을 뿐인데 많이 변한듯 보이는 얼굴 여전히 나를 쳐다보지 않고 있다.
 

"오랜만이네... 니가 여길 다오고................................" 

"몇번 오려고 했는데... 바빴어.............................."


"니 정체는 얘기 들었다... 그동안 내 앞에서 봉사 시늉하고... 애정없는 잠자리도 하고... 너 참 대단하다..................."

"오빠... 이용한거는 미안해... 조국을 위해 그러다보니... 그렇게 됐어... 대신 용서해달라는 말도 안할꺼야............. "

"조국???... 조국 좋지... 그래서 나하고 [상구]형 하는일도 니 때문에 딱걸려서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거니까..............."
 

"물론... 나하고 엄마가 없어지면... 오빠를 납치해갈 빨갱이들의 본부 소탕하는것도 목적이지만.... 오빠의 신변보호 문제도
 그 이유가 있었어... 
오빠가 도둑질하다 잡힌... 그 문제는 본의 아닌거지만 정말 미안해.........................."


"훗... 미안하다는 말한마디로 10년이나 빵에서 썩어야 하는 내 인생이 참 처량하기만 하겠군....................."

"........................................."


[영아]는 여전히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여지껏 도둑질한 범죄에 대해서는 반성은 커녕 [영아]에 대한 원망이 더
큰 나에게 차마 
미안한 심정때문에 나를 바라보지 못하는것 같기도 하다. 이윽고 [영아]가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가지만 물을께......................................" 

"뭐??................................"

"경찰과 검찰조사 받을 때 왜... 나하고 엄마 얘기는 안했어??.............................."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

"그냥... 내코가 석자인데... 니네가 빨갱이라고 얘기해봤자... 득될 것도 없고............................."

"그게 다야????.........................................."

"그래... 그게 다야............................"

"정말이야??.................................."

"그래............................"

"..............................................."


나에게 무슨대답을 원했던 걸까?? 또 이제와서 그런 얘기가 무슨소용이 있을까?? 그렇게 [영아]와의 면회가 끝났다. 징역
10년의 실형을 살아야할 팔자 
앞으로 9년 6개월이나 남았다. 지금의 [상구]형의 나이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놈
빵 안에 들어와 벽에 기대어 앉아있다. 하얀 얼굴의 [영아] 사실 경찰서와 검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영아] 모녀얘기를
안한건 
아무리 빨갱이고 나를 북한으로 보내려했던 [영아]였지만 [영아]를 사랑했던 마음이 아주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될 때 경찰서 정문앞에서 나에게 비웃음을 지어보이며 가운데 손가락을 펴고 뻑큐를 날렸던 [영아]
하지만 그런 [영아]였지만 내 마음속 깊숙히 자리잡아 있는 [영아]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여전히 [영아]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었다. 
[영아]는 그걸 의아해 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10년간 빵살이를 해야할 처지에 나에게 면회온 [영아]에게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내 마음을 더이상 보여주기 싫었다.
 

한국의 북한 지부당 세력이 몽땅 다 소탕된 이상 더이상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줄타기하듯 이중 간첩생활을
청산하고 어디에선가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주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교도소 생활은 계속되었다. [영아]는 더 이상
면회를 오지 않는다. 
5년후 작년에 출감했다던 [상구]형이 면회를 다 왔다. 벗겨진 머리가 시원스레 더 벗겨져 완전 대머리
아저씨가 되어버린 [상구]형이다.

"하하... 동상... 고생 많지??................................." 

"사회 나갔으면 열심히 살지... 여긴 또 왜 왔어??............................"


"빵안에 있는 동상한테... 차마 할말은 아니지만... 여지껏 산것만크롬 더 개겨... 나가... 우리동상 나오면 두다리 쭉뻗고 살수
 있게코럼... 열심히 기반을 닦아 놓을테니께....................................."
 

"훗... 말뿐이라도 고마워.............................."


그렇게 시간이 간다. 40이 넘은 나이 이 지긋지긋한 철창 밖 풍경도 많이도 바뀌었다. 아주 오래전 잠깐이었지만 사랑했던
여자 장님 행세를 하던 
이중간첩 [영아]의 꿈을 어제밤에 꾸었다.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던 그 여자가 왜 내 꿈에 나타났는지
출역장에서 돌아와 입방을 하자 소지가 편지를 가져다 주었다. 나에게 온 편지 한장 영아였다.
 

순간 흥분이다.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나에게 편지를 보내주다니 편지봉투속에는 편지와 왠 사진이 한장 들어있다.
밝게 웃는 [영아]와 왠 꼬맹이 기집애의 사진이다. 



[오빠... 오랜만이야...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사진은 나하고... 내 딸 연지와 찍은 사진이야... 내딸... 이쁘지??... 엄마가
 그러는데... 눈은 애기 아빠를 닮았대... 
오빠랑 헤어진지가... 벌써 6년이 다되어 가네... 연지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부터
 아빠를 찾는데... 어쩌지???... 
아빠가 교도소에 있다고 얘기하기가 그래서... 외국에서 돈벌고 있다고 그랬거든.......]
 

"뭐??????????????..... 뭐야.!!!!!!!!!!!!!!!.................................." 


[오빠... 사랑해... 보고싶어... 어제는 오빠생각하면서 잠자다 일어나서 울었어... 하지만 연지 생각하면서 꿋꿋히 살아가고
 있어... 
연지 얘기 이제야 한건 미안해... 오빠가 언젠가 출감하면 꼭 다시 오빠랑 시작하고 싶어... 우리딸 연지와 함께.....]
 

편지를 눈 앞에 가까이 대고 깨알같은 [영아]의 글씨를 몇번이고 읽었다. 사진속 [영아]와 [연지]라는 꼬맹이의 사진도 코
앞에 대고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다. 
나도 모르게 두 볼이 마구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도둑의 삶을 살았던 어두운 인생 
어둠속에서 장님 [영아]를 만나 빛을 느꼈지만 우리의 사랑은 간첩소탕사건에 휘말려 
아쉽게도 끝을 내고야 말았었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영아]는 아니었나보다. 단순히 나를 간첩소탕용 희생양으로만 이용했던게 아니었구나.
과연 내가 밖으로 나가면 [영아]의 바램처럼 다시 이들과 시작할 수 있을까 자신은 없지만 왠지 꼭 그렇게 살아가고만 싶다.
남들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정직하게 그렇게 살고만 싶다.
 

시간이 지나간다. 아주 덤덤한 세월 요즘은 의료실을 자주간다. 외래진료도 받았다. 더듬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영아]에게
답장을 보내었다. 
그후에도 [영아]는 나에게 [연지]사진과 함께 편지를 많이 보내주었다. 면회를 오겠다는걸 나는 한사코
만류했다. 
지금 초라한 내꼴을 보여주기가 싫었다. 슬슬 부담스럽다. 행복하게 잘 사는 이들 모녀에게 짊이 될 지도 모른다.
 

1년 후 흐릿한 교도소 흐릿한 앞날과 미래 하지만 [영아]에게 온 편지를 읽어주는 소지의 목소리만 들으면 눈 앞의 암담함
보다는 
밝은 미래가 보이는거 같아 너무나 행복할 뿐이다. 그동안 달빛을 쫒아서 지붕을 타고 다니며 참 몹쓸짓을 많이도
했다. 
늙고 병든 몸뚱아리가 되어 이런 처량한 신세에 처 해지니 이제서야 내 죄에 대한 깊은 후회와 반성으로 내 자신을
돌아다 보게 되었다. 
정권이 교체되고 대대적인 광복절 특별사면에 내 이름이 오르고야 말았다.
 

교정국에서 모범수에게나 있을 특별사면에 내이름을 올린것은 결국 몸이 좋지않은 나에게 형 집행 정지가 된거나 마찬가지
이다. 
육중한 청송교도소의 정문을 빠져나왔다. 뜨거운 여름햇살 환한 햇살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상봉소리 어디에선가
[영아]가 밝게 웃으면서 서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비참함을 보여주기가 싫다. 교도관에 이끌려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저... 괜찮아요..!!... 그냥... 혼자 갈께요................................." 

"누구 온거 맞아??........................"

"네... 부탁입니다... 그냥... 혼자 갈께요........................."

"그래... 그럼........................................."


하지만 교도관은 저만치 서서 조심스레 앞을 걸어가는 나를 바라보는 듯 하다. 뜨거운 여름햇살이 느껴진다. 그 햇살 아래
유난히도 하얀 형체 대머리의 반짝임이다.
 

"동상!!!........................." 

"상구형... 하하하...... 왔어...?..............................."


[상구]형이 다가와서 내 두 손을 맞 잡는다.


"동상... 고생 많았지??... 이거........................"

".................................."


[상구]형이 건넨 하얀 덩어리 두부같다. 밋밋한 두부를 한입물어 꾸역꾸역 씹는다.


"동상..!!... 왜... 특별사면 받은거 편지 안썼어??... 하마터면 못올뻔 했잖여??......................"

"......................................"

"동... 동상!!!!!..... 왜 이려???... 응?????????????........................"

"형... 미안해......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못썼어...... 잘 안보여서......................"

"머... 머시여????... 동상!!!!!... 시방!!... 어쩐일이여????... 왜... 이지경이 된거여??......................."

"........................................."


"이 개이 샹녀르 새끼덜...!!..... 빵살이 하는것도 서러운데... 이지경으로 만들어놔??.................."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나아진대........................."


"동상... 미안혀........ 괜히 나 때문에... 고생만 허고... 눈도 실명되고.........................."

"왜... 형때문이야???... 내가 저지른 죄... 내가 죄값 받은거 뿐인데... 그리고 아직... 실명 아니야... 걱정마............"


당뇨로 인한 백내장 수정체를 적출까지 하는 수술을 여지껏 받았으나 쉽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상구]형의 손에 이끌려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이다.


3개월 후 서울대병원 두꺼운 안대를 한참이나 푼다. 내 앞 의사 두명과 간호사들 [상구]형이 지금 숨을 죽이며 내 주변에
포진해 있다. 
드디어 다 풀린 듯 감긴 눈 주변이 시원하기만 하다.


"자... 천천히... 눈... 떠 보세요..............................."


눈꺼풀을 올리기가 겁이 나지만 천천히 눈꺼풀을 올려본다. 흐릿한 사람 형체 그전이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는건 마찬가지인
듯 하다. 
하지만 점점 더 또렷해 진다는게 느껴진다.


"어........ 어......!!........................."


"어... 어뗘???... 동상..!!... 나... 보이는감???????..."

"사..상구형...!!.. 보여..!!... 보인다!!!..........................."

"와아!!... 동상!!!... 진짜 나 보여???........................"

"보여!!!... 와... 하하하..!!!..............................."

"아이쿠..!!... 선상님들!!!... 감사합니다..!!... 간호사 언니덜도... 감사혀요..!!!......................."

"하하... 수술경과가 좋습니다... 며칠 더 회복치료 받으시면 점점 더 호전될겁니다........................"

"감사합니다....!!!............................."


일주일 후 드디어 병원에서 퇴원수속을 밟았다. 아침일찍 찾아온 [상구]형과 병원1층 커피숍에서 마주 앉았다.
 

"그려... 동상... 그렇게 하기로 한거여??........................." 

"응..... 이제 그냥 평범하게... 달빛 쫒아다니지 않고... 살려구 해....................."

"허허... 고럼... 아무나 밤이슬 밟는게 아닌게 맞다니께.................................."

"하하하.........................."

"하지만 말여... 아직 훔칠께 하나 더 있잖여???... 안그려??........................"

"그건... 내가 확실히 훔칠 자신 있지................................."

"허허... 이거야 원..... 왠지... 불안허긴 헌데????.............................."


편지의 주소지로 가보았다. 낡은 한옥들이 즐비한 이곳 어느 집의 대문 앞 지번지수를 편지지의 지번지수와 확인해본다.
 

"아저씨... 누구에요??................................." 


뒤에서 똘망똘망한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나!!..................................."


[영아]의 엄마인 [김미령]과 왠 꼬맹이 기집애이다. [김미령]이 나를 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랜다. [김미령] 전설의 대도
번개 이자 이중간첩이었던 
[김미령]이다. [김미령]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꼬맹이 기집애앞에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춘다.
초롱초롱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연지]였다. 


"니가... 연지구나???........................"

"아저씨는 왜... 우리집 앞에서 놀아요??............................"


[영아]네 집의 툇마루 [김미령]과 함께 마주앉아 있다. [연지]는 꽃과 식물들로 가꾸어진 뜰앞에 앉아 흙장난을 하고 놀고
있다.


"흐음... 언... 언제 나온거요??............................"

"몇달되었어요................................."


"애 엄마가... 얼마전에 출감되었다는 소식과... 몸이 불편하다는 소식을 듣고... 여지껏 울고불고 하면서 수소문하면서 찾아
 다녔어요... 전화라도 해줬어야지요..!!........................"
 

"명목없습니다..... 치료좀 받느라고요..........................."

"그래... 지금... 앞은 보이는거요??................................."

"네... 수술이 잘되어서... 많이 좋아졌어요............................."

"...................................."

"저..... 영아... 어디있나요???..........................."


[영아]의 집근처에서 멀지않은 하나원 탈북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 전에 머무르는 곳 [영아]는 이곳에서
탈북자들의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다. 높은 담장에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위 그
곳에 올라가 걸터 앉았다. 
담장너머로 한무리의 어린이들과 [영아]가 보인다.


하얀얼굴 약간 살이 붙은듯 해 보이지만 그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은 여전하다. 영아 오랜만이다. 밝게웃는 해맑은 아이들에
비해 왠지 수척해 보이는 [영아] 
담장쪽으로 가지위를 기어가 슬쩍 담장을 넘는다. 6년이 지났지만 몸에 익은 대도의 습성은
아직도 여전한가 보다. 
[영아]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랜다. [영아]에게 다가갔다. 얼어붙은 듯 놀라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영아] 
떨리는 눈망울에 가득히 이슬이 맺혀있다. [영아]가 급하게 눈물을 훔쳐내고 나를 보고 또박또박 말을 한다.
 

"오... 오빠!!... 흐음!!..... 여긴... 뭘... 훔치러 들어왔어??..............................." 

"영아의 마음을... 훔치려구............................."

"사랑해 오빠..............................."


[영아]가 와락 안긴다. 너무나 따뜻하다. 사랑하는 [영아] 그리고 우리 딸 [연지] 장모님이 된 전설의 대도 번개 [김미령]
늦었지만 우리는 화목한 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중한 건 순도
99.9%의 금괴가 아니라 
소중한 가정의 건강과 행복이라는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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