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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의 로망은 친구들의 엄마 - 4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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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작성일 23-01-16 18:36 조회 22,27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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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를 피하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지우를 끌어안고 한발 한발 힘들게 옮긴다. 몇걸음 옮기기도 힘들다. 게가 옆으로
움직이듯 
아주 어렵게 그렇게 재윤과 석훈에게서 수 미터를 떨어지고 나서야 바위 투성이의 해변 바닥에 지우를 안다치도록
조심스럽게 눕힌다.
 

“지우야.. 지우야!.. 정신차려 괜찮아??.. 얘... 괜찮니??... 말좀해봐.......” 

“으응... 수경이구나.. 헤헤.. 너 무사한 거야..?... 흐헷.. 나는 괜찮아.........”

“너 어쩜.. 이렇게.. 흑흑.. 이 꼴이 이게 뭐니.........”

“울지마.. 헤헤... 그 이쁜 얼굴 망가진다.. 야... 다친 곳은 없어?..........”

“지금 니가 나를 걱정할 때야??... 지는 맞아서 얼굴이 엉망이 되서는.. 미워잉.........”

“하하.. 멀쩡하니까 됐잖아.. 나는 아무렴 어때.. 너만 무사하면 되지..............”
“그런 말이 어디있어.. 니가 다치면 내 마음이 어떠겠니..........” 

“휴~ 그건 일단 이따가 얘기하자.. 아흑... 나 온몸이 아파 죽긋네... 으으.........”

“무리하지마... 너 엄청나게 맞았어 아까.........”

“알고 있어... 그래도 정신은.. 용케 돌아왔다.. 끄흑.. 으... 그놈들은... 2학년 개새끼들은?...........”

“저기 있잖아.. 아직 근처야... 봐바......”
 

수경이 가리키는 손 방향으로 지우는 아직 지척에 있는 두 놈을 보았다. 둘다 나란히 보기 좋게 피떡이 돼서 바닥에 드러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대번에 상황파악이 되면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머저리 같은 놈들 아무리 내 여친이지만 여자
하나 못 이겨서 얻어터지긴 
쿡쿡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지우의 웃는 얼굴을 보고 수경도 같이 웃는다.
 

“바보들이네 저거.. 너 혼자 둘다 때려눕힌거야?... 너 진짜.... 야... 굉장하다........”

“별거 아니던데 뭘.. 둘다 허우대만 우렁차지... 실속은 개뿔도 없어... ㅎㅎ........”

“개뿔..?... 야... 너 그런말도 하네... 확 깬다.........”

“말하다보니 나온거야... 말 조심해서 할게... 칫.........”

“아니야... 귀여워... 그런 모습도.. 우리 애기 이리와봐............”
“꺄앗.. 여기서 이러지마 야아~ 으악.. 너 피 나한테 다 묻잖앙~~”

“어허.. 주인님 피가 좀 묻으면 어때?.. 그렇게 싫어?..............”

“응!... 싫어!... 히힛~ 너는 좋은데 피는 싫거든.. 아이 또 그렇게 울상이야?.. 농담이잖아.. 조금만 장난쳐도 삐지니?.......”
 

수경은 지저분해진 지우가 자신을 마구 껴안자 앙탈을 부렸다. 진담 농담 섞어서 놀리다가 지우가 정말 새침한 얼굴이 되자
그냥 안아줄 수 밖에 없다. 
애기라니까 아 이렇게 여유작작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언제 저 괴물들이 정신 차릴지 모른다.
노파심에 수경은 지우를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물었다.
 

“지금.. 저놈들 기절하긴 했지만 잠깐이야... 금방 정신차릴 수도 있어........” 

“알아 나도 무슨 말인지... 지금 얼른 도망가자는 말이지?.........”

“응.. 너... 걸을 수 있어?... 내가 부축해줄까?...........”

“걸을 수는 있지.. 몸에 힘은 빠져도 움직이는 건 가능하니까.. 으갹!...........”

“거봐... 걷는것만 겨우 되지... 다리 절뚝거리고 비틀거리네.. 일루와... 내가 부축해줄게.............”

소녀는 다친 남친이 안쓰러워서 얼른 옆에서 감싸듯 포옹해주었다. 지우의 피가 뚝뚝 아래로 땀방울처럼 떨어진다. 온통
바위뿐인 바닥에 방울 방울 떨어지는 피가 닿아 똑 똑 소리가 났다. 
으으 끔찍해 피는 진짜 싫어 얼마나 아플까..? 다친
지우를 힘껏 감싸주며 수경은 떠듬 떠듬 지우를 천천히 옮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 과정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눈이
있었다. 
백준기다. 똘마니 김재윤과 문석훈이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듬직한 체형의 친구인 임성태는
안보인다.
 

뭐야 저건 또? 수경은 눈 앞에 누군가 가로막고 서 있는걸 보고 멈춰섰다.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게 나무 뒷 그늘에서 숨어
있던 준기가 
수경이 마침 자기 쪽으로 걸어오자 스윽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놓치면 다시는 기회는 없다. 수경이 반 일행과
합류하기 전에 잡아야한다. 
힘 하나 안들이고 소녀를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나타난 모양이다.
 

“뭐예요... 또?... 일행.. 인가요?.........” 

“클클클... 일행이라니~?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아니에요... 느껴져요... 조금 전까지 저희를 못살게 굴던 사람들하고 분위기가 똑같거든요... 솔직히 말해요... 누구예요...
그쪽은?.......”


“뭐라구요?... 이번주.. 아니.. 꼭 당장은 아니라도 곧!... 같이 여행 떠날 것처럼 얘기하지 않으셨어요?...........“

“그게.. 그.. 그럴 생각이긴 했는데 얘........”

“말 더듬는거 보니까 누나도 당황하셨네?...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봐요...........”

“아이 참!... 야... 너 진짜~ 그렇게 재촉하면 하려던 말도 쉽게 안나와.........”
 

현준은 수학여행을 다녀온 후 오랜만에 만난 영애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몹시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다. 왜이리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지 
히야, 선녀로구나 제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들이 많다고 해도 우리 맘씨 고운 누님 앞에서는 비교도 안되지
싱글 벙글 웃으면서 속으로 되뇌인다. 감정에 지극히 충실하고 단순한 놈 현준은 가만히 몸을 있질 못하면서 가볍게 몸을
부르르 떨었고 
금방이라도 이성을 잃고 영애를 껴안을 지경이다. 제법 흥분해서 팽창한 얼굴로 사랑하는 누나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데 
영애는 그 눈길이 부담스러워 마주보지도 못하고 그저 어색하게 “... 호호...” 살짝 웃어주었다.
 

이 타이밍에 나올 이야기는 미리 정해져 있다. 꿈처럼 달콤한 나의 누님과 드디어 기념적인 첫경험을 나눌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은 오랜만의 얼굴을 마주보며 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했다. 어랍쇼 근데 아직 대화가 결론난 것은 아니지만 영애의
말이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나오고 나서’가 다르다. 
아니 뭐라는 거야 지금 장난쳐요?
 

“일본!... 일본 가자면서요!?... 비행기 티켓 다 끊어놨다고 안 그러셨어요!?.........”

“아휴.. 진정해봐... 얼굴은 벌개갖구.. 목소리도 너무 크다... 야............”

“아... 죄송해요... 저 흥분하면 금방 잘 이래요.. 알잖아요... 누나.........”

“킥... 모르거든... 남자가 혈기를 다스릴 줄도 알아야지.. 흐흠... 너어~ 해외 여행간다고 해서 많이 싫어?.......”

“저는..... 꼭 일본을 떠나서..... 어디 해외여행이란걸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요..... 사실은 쪽바리 새끼들 많이 미워해서 썩
 내키지도 않아요... 
그래도 여행은 또 다른 이야기잖아요..... 이번에 온천도 가고 맛나는 거 마니 묵는다해서 기대가
 컸다구요... 
씨이~~”
 

“어어..? 지금 혹시.. 나한테 욕하는 거야~?” 

“으잉?... 제가 언제 욕을 했어요?... 이건 그냥 입에서 새는 소리죠..........”

“키득 키득... 장난이야... 이번에 일본 가는건.. 쭌아... 일정상 너무 시간도 빠듯하고.. 게다가 맘편하게 놀러갈 상황이
 아닌 것 같애... 
여러 가지 이유가 많아... 항공여행 성수기도 올해는 6월달부터 일찍 시작됐다고 그러공.......”
 

“좀 이상하네...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마세요... 무슨 성수기가 지금 벌써... 보통은 칠팔월즈음 아니에요..?..... 지금 아직
 티켓이 널널할텐데요?......”

“올해는 그렇대... 여행사마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접속해봐도 다 비슷비슷해~”

“이따 집에 가서 내가 직접 티켓 있나없나 찾아봐야지.......”

“자꾸 따지고 들거니 너... 해외여행을 너희들 방학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다녀온다는게 말이 되는 이야기라 생각해?.......”
 

현준은 영애가 조금 차갑게 눈빛을 반짝거리자 금새 주눅이 들었다.
 

“솔직하지 못하신 것 같은데... 헤헤... 그러면 차라리 첨부터 누나가... 방학을 하고 나서 뭘 하든지 라고 말을 하셨어야죠...
 처음에 일본 가자고 신나서 제안한 사람이 누구였는데 그래요?..........” 

“음... 듣고 보니까 쫌.. 쭌이 너 말도 맞긴 해... 푸흡... 부끄럽다 야~ 내가 내 모습을 기억하거든... 힛.. 근데.. 그렇게 내가
 신나서 말했니?... 눈빛도 반짝거리구?..........”

“그럼요?.. 말도 마요... 어린 초딩이 좋아서 방방뛰는 줄 알고 새삼 놀란 기억이 나네요... 어떻게 잊을 수가~ 하하.......”
“씨이~... 또 나이많은 누나를 어린애 취급한다.........”

“어어?... 지금 혹시 저한테 욕하시는.......”

“-_-...”
 

자리를 옮긴 둘은 분위기 괜찮은 프렌치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 아주 넓고 쾌적한 공간과 곳곳에 세심하고 아기자기한 실내
디자인이 돋보인다. 
건물의 2층에서 바깥으로 내보이는 테라스를 통해 조금전까지 붙어 앉아 재잘거리던 공원의 전경이
보였다.
 

“맛있어요.. 냠냠.. 피자 같은 것 먹을 생각으로 나왔는데.. 좋은 식사 사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헤헷.........”

“얼씨궁.. 여행 다녀오더니 철좀 들었네~ 후후.. 맨날 볼멘소리만 할줄 아네.. 싶더니 곧바른 소리도 잘하고... 끄응~
 오랜만에 먹었더니 좀 느끼한 거 있지... 나 배부르당... 쭌아.........”

“그러게요~?... 여기 있는 그릇들 다 누나 혼자 드셨으니까요............”

“또.. 거짓말 할꼬야?... 자기 그릇이랑 합쳐논 거면서 장난쳐..................”

“킥킥... 근데 누나 솔직히 나는 이렇게 좋은 가게도 좋지만 패스트푸드가 제일 땡겨요... 여기 디게 비싸보이거든요........”

영애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작게 들리도록 목소리 톤을 낮춘다.
 

“후훗.. 나도 사실 여기 왜이리 비쌀까.. 가끔 얄미울 때가 있어.. 호호.. 그리고 나도 애들 입맛인거 알잖아... 현준이 너
 오랜만에 만나서 든든하게 잘 먹여야지.. 오늘은 이 생각뿐이야.. 
누나랑 같이 있을 짧은 동안이라도... 맛난거 위주로
 먹어야지 않겠니...........“

“그래요.. 근데 들리기에 따라서는 같이 있을 동안이라고 하니까... 왠지 조금 이상하게 들린다........”

“무슨.. 어감?... 호호.. 아무 뜻 없는데.........”

“헤헤.. 아니에요... 우리 언제 나가요?.........”

“기다려봐.. 후식은 뭘로 먹을래?... 호호... 여기 디저트도 맛있어.............”
 

딸기와 블루베리가 곁들여진 달콤 시원한 디저트를 먹으면서 현준은 영애의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너무나 귀엽다는 듯이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기 있잖아요. 누나... 우리 해외로 가는 것은 어렵다치구요.. 국내 여행지로 어디 다녀오는 건 안되나요?.........”

“이거 맛있다... 야~ 크... 응?... 모라 그랬어... 여행?... 가면 되지... 그게 뭐가 어렵다구... 이번 주말에 너 가보고 싶은데
 있니?........”

“가보고 싶은곳??... 내가 고르면 가실 거예요?............”
“응~ 후후... 일본도 못갔는데 가자는 곳은 어디든 가야지... 단~ 부산처럼 너무 먼 곳은 하루 당일치기로 못가고........”
“오... 꺼져가던 희망이 되살아나는 이 느낌..?! 당일치기로 가다니요. 가려면 최소한 하루 이상은 자고 올 생각을 해야지...”
“어우 야... 그거는 좀.. 그래...........”

“뭐가.. 어우.. 야예요?... 하루 정도밖에 시간이 안되시나봐요..........”
“잠깐.... 아니다..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어디 가서 며칠씩이나.. 그러니까 여러날 있다 오는게 어렵다는 뜻이었어.......”
“아하... 그럼 당일치기가 아니라... 딱 1박 정도는 되겠네요?............”

“응...... 하루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할거야........”

“진짜?? 진짜죠!??... 또 다른 소리 하기 없기예요.........”

“그래... 실없는 말 안할테니까 걱정하지 않기... 호호~”
 

지우와 선우 그리고 남편 앞에서는 우유부단한 모습이 드물고 강직하며 분명하게 자기 주장을 잘 내세우는 편이다. 그런데
현준과 대화를 나눌 때는 
요상하게 그런 자기 주도식 이야기의 흐름이 안풀린다. 지금도 거절하기 무척 미안해서 말꼬리를
슬며시 흘리다가 빌미를 주고 말았다.
 

“오케이!... 지금 바로 출발해요.........” 

“뭐?... 지금.. 차타고 떠나게?... 그건 안돼~ 주말이 어떠냐고 했잖니... 오늘은 지우랑 선우랑 뮤지컬 보러 가기로 저녁에
 약속 잡아놨어.............”

“하... 뮤지컬이라니... 좋겠다... 애들은.. 나랑도 그런 문화생활 같이 가고 좀 그래요... 누나...........”

“히히... 알겠어.. 아직 만난지 얼마 안되서 기회가 없었잖아... 아... 시간 점점 간다 쭌아... 이제 일어나자...........”
 

옷과 핸드백을 챙기고 바삐 계산하느라 영애는 현준을 제대로 못 보았다. 지우와 선우가 엄마와 함께 공연보러 간다는 말을
들을 때 
현준의 얼굴은 쓸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지금 함께 있고 며칠 후 넉넉한 시간만큼 같이 있기로 약속을
했지만 
새삼스럽게 평상시의 오후 일과를 정상적인 가족 관계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두 아이들이 굉장히 부러워진다.
차에 올라탄 영애는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핸드폰 화면을 점검하며 현준에게 눈길을 제대로 주지 않고 말했다.
 

“이크... 늦었다, 늦었어... 쭌아~ 누나가 허둥대서 미안한데... 거기 조수석 앞 서랍에 열어보면 지도책이 있을거야......”
“어디~ 응... 여네요... 이건 왜요?..........” 

“그걸로.. 미안한데 내가 지금 오늘 저녁외에 누구 만나기로 되있어서 또.. 아휴 진짜 미안해.. 연락이 조금전에 또 왔어.....”
“엇... 지금요?... 오늘은 그럼 잠깐 보고 헤어지는 거네..........”

“응... 그렇게 되었어... 이따 막간에 전화할게.. 그러니까.. 그 책자좀 펴봐.. 지금 천호동부터 갈테니까 니가 얼른 보렴......”
“제가 가고싶은 여행지를 찾으라... 이 말이군요.............”
 

서운한 감정을 숨기며 지도책을 한두장씩 넘겨본다. 아주 태연한 표정이지만 머릿속은 조금 짜증이 났다. 일주일만에 만나는
날인데 
지금 만난지 한두시간도 안됐는데 선약 때문에 바쁘다고 성질나네 가만히 자리에 앉아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지도를
살피면서 
애써 화를 낼일도 아니니 침착하자 후~ 호흡을 내쉰다.
 

“슬슬 다왔어... 미안해 쭌아.. 히이.. 이제 내려야겠다...........” 

“뭐야.. 진짜...........”

“왜 그래... 뭐.. 잊은 거라도 있니?.........”

“아뇨.. 그게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에요...........”

“후훗.. 집에 가면서 생각이 나면 전화해줘... 누난 맘이 급해서 이제 가볼게............”

“알았어요... 쳇... 내가 정하는 대로 가기로 약속한거예요!..........”

“킥.. 알겠어.............”
 

저녁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에 현준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우가 곁에 있을까봐 전화하기 눈치보인다는 문자에
영애는 씨익 웃으며 잠시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일어섰다. 아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조용한 분위기의 까페에 앉아 맛나는
와플과 파르페, 과일빙수를 깔아놓고 
저들 나름대로 오늘 봤던 공연에 대해서 제법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응... 화장실로 들어왔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라니.. 목적지 정해지면 전화한댔잖아요.........”

“아.. 그래 맞아... 히히... 미안...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정했니?........”

“응~ 있잖아요... 충남 당진이나.. 서산쪽 바닷구경 어때요?..........”

“당진.... 태안?... 음.. 바다가 보이는 서해안 쪽이라.. 괜찮은데?... 호호............”

“헤.. 좋아하실 것 같았어요... 누나도..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맞아 맞아... 센스있어~ 게다가 아주 멀지도 않지만... 서울에서 어느정도 떨어진 곳이기도 하고?.........”

“쳇.. 아무렴 내가 알아서 잘 골랐을까봐서요........”

“근데 현준아... 서산쪽이면... 너 원래 태어난 고향쪽이 아니었니?..........”

“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누나한테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제가?........”
 

영애는 현준과 대화하며 집중하느라 아주 환하게 웃으며 자기도 모르게 몇걸음 앞뒤로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오늘 현준이
틀림없이 
짧게 끝난 데이트에서 서운함을 느꼈음을 눈치채고 있었는데 지금 같은 때에 이렇게 작은 서프라이즈를 해줄
기회구나 싶었다. 
현준의 톤이 높은걸 보니 의외로 많이 놀란 듯하다.
 

“왜.. 몰라?.. 본인이 말해놓고도 기억을 못하니.. 쿡쿡.. 우리 왜.. 내가 학교에 수업갔던 그날.. 처음 만난 날에 말이야.....
 둘이 붙어 앉아서 이야기 나눌 때 네가 자기 소개를 해야겠다며 많이 진지해져서.. 후후~ 이것저것 고향이나 지금 사는 곳
 등등을 이야기했잖아............”
 

“그랬다구요?.. 정말?.. 저는 기억이 안나는데... 그럼.. 그.. 잠깐 나눴던 대화를 누나는~ 다 기억하고 있어요??.......”

“너두 참... 왜 기억을 못해?.. 그리고..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인데 쭌아.. 그 정도는 기본으로 머릿속에 담아둬야지......”
“우와.. 누나 쩌네요.. 내가 민망해지네... 저는 정작 말한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헤헤헤헤.........”

“후훗.. 아무튼 나는 잊지 않았어... 충남 당진~ 거기에 어디쯤이 고향이니?.........”
“어디더라.. 음 대산읍이에요... 가족이랑 계속 살다가 나중에 아부지랑 안산으로 올라왔어요... 엄마는.....”

“아... 그래... 어머니 말씀은 일단 쩜프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 것보다... 네가 익숙한 곳이고... 추억도 생각나서 가보고
 싶어졌어?...........”
 

“겸사겸사죠.. 아니 꼭 거길 가고 싶진 않아요... 이제 와서 기억 하나도 안나고.. 근데 지금 어디세요?... 지우는 옆에 있는거
 아니죠.........”

“응.. 괜찮아.. 동생이랑 둘이 신나서 얘기하느라 엄마가 없어져도 신경 안써.. 히잉............"

“아들들한테 외면당한 엄마네... 잠깐 나랑 얘기하다... 뭐.. 중요한 전화왔었다 하고 나가요..............”
“그럴 생각이예요.. 쿠쿠.. 집이야?... 뭐하고 있어... 우리 쭌이~”

“식사는 좀전에 마쳤구요... 방 침대에 누워서 전화하는 거예요.........” 

“킥... 티비라도 보든가 그러지 심심하겠다... 그 얘기로 돌아가서... 여행가는 날짜는... 말이 나온 김에... 이번주 금요일
 저녁 즈음이 어떠니?........”


“아주 적극적으로 나오시네요~ 흐흐.. 나한테 미안한 감정이 있어서 그러시나?..... 금요일에 가서 그 다음날 오기~ 아니면
 일요일까지는.. 어렵나요?.........”

“이.. 일요일...??... 금욜밤에 자고 토요일은 늦게라도 올라와야지... 하루 더 있고 싶어?........”

“네!!... 기왕에 여행가는거 1박이 뭡니까.. 2박 3일은 달려야죠.......”

“풋.. 뭐야... 그렇게 이틀씩이나 집을 막 비우는건 어려워.........”
“뭐.. 좋아요.. 그건 그때 그때 알아서 정하면 되고... 누나... 뭔가 세워놓은 좋은 계획은 있으시겠죠?.........”

“계획이라니 뜬금없이.. 놀러가서 어떻게 지낼거냐는 말이니?......”

“아니~ 그건 그래도 남잔데 내가 해야지.. 자잘한 거 말구요. 이틀간 둘러댈 핑계거리 말하는 거잖아요... 아놔........”
“아~ 킥킥... 알아.. 무슨 말인지... 그리고 다 생각해둔 나름의 해결책이 있으니까... 염려마.........”
 

“어디 갔다왔어?... 찾았잖아.........”

“미안.. 통화하느라.. 잘 놀고 있었죠~ 우리 이쁜 멋쟁이들?.. 야.. 이게 뭐야아..! 비싼거 놓고 왜 요것밖에 안먹고 그러니...”
“배불러... 얘가 하두 안먹어서 이거 빙수도 내가 다먹은거야... 으... 속쓰려... 참 엄마~ 유미 아줌마한테 전화왔다.....
 왜 이렇게 통화가 안되냐고 그러든데..........” 

“유미가..?..............”

“응... 문자보내기 귀찮아서 그냥 나한테 했대........” 

“알았어... 오늘 상의할 일이 있었거든... 근데 어떻게 네 번호를 알지..? 알려준 적이 없는데.......”

“싸가지 주나은이 보나마나 엄마~ 내가 지우꺼 줄게~ 하면서 꼬리쳤겠지.. 클클........”

“야.. 너는 이 자식이.. 그래도 나은이가 두 살이나 많은데.. 이쁜 누나한테 싸가지라니... 표현이 그게 뭐야??... 걔가
 겉보기만 그렇지.. 얼마나 속이 깊고 착한 앤데..........”

“옴마~ 왜 그런걸로 화를 낸대..........”

“엄마... 우리 언제 집에가?...........”

“응~ 아들~ 우리 애기 심심했구나?.. 호호... 자 이제 가자... 지우야 가방 잘 챙겨.........”
 

지우는 엄마가 인상을 쓰며 나은을 감싸자 괜히 황당하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싸가지를 지우 본인에게 박힌
나은의 이미지는 언젠가부터 꼴통이었는데 뭐 
영애는 귀엽게 다리를 껴안는 둘째 아들을 부드럽게 웃으며 보듬어주었다.
차를 타고 집에 금방 도착해서 간단하게 씻기가 무섭게 전화를 건다. 유미에게 오늘 낮에 그렇잖아도 저녁에 꼭 통화하자고
메시지를 넣어두었다.

“기집애야... 왜 이제 연락해... 집에 들어갔어?.........” 

“늦었지 좀?.. 헤헤.. 집이니?........”

“집이지... 이쁜 따님이랑 영화보고 있다~ 후후후... 왜 전화하라고 그런 거야?... 아우... 야~!!~ 너는 가만히 좀 있어.....
 전화하는데.........”

“호호... 나은이가 내 목소리 들리니까 바꿔달래니?.......”

“응... 가시내가 엄마 통화하는데 지가 왜 바꿔달래... 휴~ 자... 방으로 들어왔어용... 뭔가 비밀스런 할 얘기가 있을테니까~”
“하하... 비밀 이야기인걸 어떻게 아셨을까나?..........”
 

나은이는 영애의 목소리가 들리자 굉장히 반가운 모양이다. 무턱대고 전화를 뺏으려는 성급한 딸래미의 얼굴을~ 저만치
밀어놓고 
방문을 달칵 조심스럽게 잠그고 화장대 앞 의자에 앉았다. 영애는 눈치 빠른 유미의 신속한 행동에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현준과의 여행 계획에 대해서 유미에게 상의를 나누었다. 오늘은 진작부터 저녁을 기다리며 가장 친한 친구인 유미와
의견을 교환할 생각이었다. 
정말 중요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흐음..... 재미있네......” 

“어때.. 다 듣고난 소감은...........”

“젊은 애가 참 적극적이다... 얘~ 누나 입장은 생각 안해주고?.........”

“ㅋ... 현준이가 성질이 조금 급해.........”

“뭐... 어때 좋지... 여우같은 너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힘 안들이고.. 쿡쿡쿡............”

“힘 안들이고 뭘..?... 그리고 여우라니 정유미씨 무슨 뉘앙스가 그렇지~?... 호호.........”

“아니야... 훗훗~ 부러워서... 보기 좋아서 뜸들이는 거다.. 그래서... 결론만 말하면... 준호 씨한테 내가 전화를 일부러
 걸어달라... 이 얘기지?............”
 

“으응... 부탁이 그거였어........” 

“아~ 아~ 전화하는 것도 꽤 부담스러운데... 너... 니 남편하고 상의는 그 뒤에 해본거고~?.........”

“어제 살짝 한번 더 귀띔했지.. 전에도 가볍게 말은 해놨으니까... 1박으로 다녀온다니까~ 그래?.. 하고서 별말 없었어.......”
“그랬다라... 흠... 아니 그랬다쳐도... 아흐~ 전화를 내가 어떻게 느희 서방님께 드리냔 말야........”

“부탁좀할게잉~ 그게 뭐 그리 어려워?... 호호.. 친구 좋다는게 뭐니.. 오늘.. 좀 있다~ 전화끊고 한시간 뒤에 꼭 해봐?.....”
“아..... 못살아.. 젤 친한 친구란게 이딴 난처한 부탁이나 맨날 하고.........” 

“호홋... 내일 만나서 우리 맛있는거 먹어............”

“글지 말고... 내일 다시 의논하고 그러고 전화하자... 응?........”

“안돼... 오늘 반드시 해야돼.........”

“야..!..........”

영애가 유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남편 준호에게 둘러댈 구실을 위해서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행선지는 유미의 고향인
전주로 이야기 되어있으며 
유미와 함께 오랜만에 그녀의 본가도 찾아보고 여행하기로 입을 맞춘 것이다. 어느 정도의 협의는
꼭 필요한 절차였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알리바이를 위해서 유미가 영애의 남편인 준호에게 구태여 전화까지 걸어줄 것을
부탁한다. 
이 일은 그렇잖아도 지난주에 아이들이 제주도에 가 있는 사이 미리 귀띔을 해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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