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선의 선택 - 10부 (완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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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줄...
은선은 임신테스트기에 나온 선명한 두줄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가방안에서 하나를 더 꺼내 해봐도 결과는 같았다. 은선은
요사히 매일 피곤한데다 유두가 브라에 닿을때 쓰라리고, 가슴도 좀 커진 것 같아 생리 할 때가 되어 그런가 생각했지만,
지난달 생리를 거른 것이 의심스럽고, 지난번 송 영감과의 관계때 질안에 사정을 한 것이 걱정스러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에서 구입한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 테스트 하였다.
은선은 잠시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송 영감의 투자 때문인지 홍보용 란제리 브로슈어 때문인지 어쨌든 란제리 추가 이후 직원도 2명더 뽑을 정도로 바쁘고 매상도 올랐다. 그 때문인지 은선은 매일 피곤해 하여 동철이 보약이라도
지어 먹어야겠다고 했었다. 잠시 후 은선은 송 영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왠일이야? 전활 다하고... 어차피 내려 갈 참인데..”
“저.. 지금 매장 아니예요”
“그래? 어디?”
“ㅇㅇ 사거리 아시죠? 거기 씨에스타라고 2층에 커피숍 있는데 거기서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어..그래..난..모텔이 더 좋은데..”
“어휴..농담 그만하시고요. 거기서 기다릴께요”
“알았어. 금방 갈께”
은선은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잠깐 들어갔었던 건물에서 나와 커피숍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내내 괜히 송 영감에게 말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고,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다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커피숍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는데 송 영감이 들어섰다.
“무슨 일인데 매장에서 안보고 여기로 오래?”
“일단..앉으시고 주문하세요”
“뭐 할래?”
“전..커..아니 오렌지 주스 요”
송 영감은 이전과 다른 은선의 모습에 약간 긴장이 되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은선의 눈가에 눈물이 보여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마실 것을 주문하고 송 영감이 재촉하자 은선이 입을 열었다.
“저..저 임신한 것 같아요”
“뭐? 뭐라고?”
송 영감은 은선의 말에 깜짝 놀랐지만 내심 흥분되었다. 사실 송 영감은 은선이 임신이 되기를 바래서 그 동안 은선과의
관계때 은선이 극도로 불안해 하는 것을 알며서도 질내사정을 했었던 것이었다.
“정말이야? 병원 갔다왔어?”
“아직이요.... 임신테스...”
종업원이 마실 것을 가져오자 은선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종업원이 가기를 기다렸다.
“임신테스트기로 테스트 했는데...”
“내 애 맞아?”
“그이는 둘째 낳고 수술했어요. 그리고 근래에 안에는 사장님만...”
“그거 정확한거야? 병원 한번 가보자”
“어떻해요.... 제가 그랬잖아요. 그때...안에 하시면 위험하다고...어떡해요...”
은선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송 영감은 자리를 옮겨 은선의 옆으로 다가와서 은선의 어깨를 팔로 감싸며 앉아 주었다.
은선은 잠시 그렇게 있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화급히 송 영감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위를 살폈다.
“누가 보면...”
“누가 본다고 그래. 어서 일어나. 병원가보게”
송 영감은 은선을 데리고 커피숍을 나섰다. 은선이 동네 병원을 죽어도 못간다고 해서 둘은 차를 타고 최대한 멀리 떨어진
모르는 동네 산부인과에 들어갔다. 은선은 그곳에서도 주위를 살피면 불안해 했다.
“축하합니다. 임신 7주째 되셨네요”
의사의 말에 은선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송 영감은 옆에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고, 은선은 그런 송 영감이 제정신인지 의문이
었다. 병원을 나서자 마자 은선은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할 지 너무나 큰일이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런데 송 영감은 자신의 아이가 생겼다며 좋아하고 있으니 은선은 이 상황을 자신이 초래했지만 너무
후회스러웠다.
“일단 동철이한테 가자”
“네? 남편한테요?”
“그래. 가서 임신 사실을 알려야지”
“네? 정말 어떻게 되신거 아니예요? 그이가 알면...”
은선은 정말 송 영감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알 수 가 없었고, 그의 행동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동철이 알면 송 영감과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것 같았고, 그로 인해 가정이 깨지는 것이 두려웠다.
“걱정마. 아무일 없어. 오히려 일이 술술 잘 풀릴거야. 하하하하하... 오늘 정말 기분좋다. 하하하하 ”
은선의 송 영감의 행동이 부를 결과가 너무 불안하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나, 송 영감은 은선을 이끌고 병원을
나섰다.
매장이 있는 송 영감의 건물 앞에서 은선은 도저히 들어갈 수 가 없었다. 머뭇거리는 은선을 위해 송 영감은 자신의 열쇠를
주면서 집에 가있으라고 했고, 은선은 불안한 마음에 열쇠를 받아들고 송 영감의 집으로 올라갔다. 송 영감은 은선이 자신의
집으로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은선의 매장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송 사장님”
“응.. 우와..손님 많네...”
“아..예, 덕분에... 요즘은 좀 괜찮습니다”
“지금 시간 좀 있어?”
“왜요? 하실 말씀이라도..”
“응, 자네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네..그런데 집사람이 아직 안들어와서...”
“은선이? 우리집에 있어”
“네? 애들 엄마가?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글쎄, 같이 가서 이야기 좀 할게 있으니 같이 가서 하자구”
“네..네..그러죠. 잠시만요”
동철은 은선이 송 영감의 집에 있다는 말에 적잖이 놀라며 일하는 직원들에게 잠시 나갔다 올테니 무슨 일 있으면 핸드폰으로
전화하라고 말해놓고 송 영감을 따라 나섰다. 송 영감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송 영감은 말이 없었고, 동철은 무슨 일인지 너무 궁금하여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좋지 않은 일인것 같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잠시후 둘은 송 영감의 집
문앞에 다달았다.
“들어가지”
“...네”
두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 쇼파에 앉아 있던 은선이 동철을 보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여보..”
“어..당신 왜..?”
“잠깐..내가 설명할테니까 두사람은 일단 내말을 들어..자.. 이리로...”
송 영감은 동철에게 쇼파에 와서 앉으라고 손짓했고, 은선에게도 그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
긴 소파에 동철이 가운데 앉았고 그 옆으로 조금 떨어져서 은선이 천천히 앉았다. 동철은 은선이 자신과 조금 거리를 두고
앉는 것과 그녀가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송 영감은 두사람이 다 앉은 후 동철과
가까운 쪽의 1인용 쇼파에 앉아서 그들을 보았다.
“자..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게”
“네..무슨 일이신지...”
“자네 처, 그러니까 은선이가 임신 했네”
“네? 뭐라고요?”
동철은 깜짝 놀라 소리치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 영감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송 영감과 은선을 차례로 둘러봤다.
송 영감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고, 은선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뭐라고 말씀하신거예요? 누가 임신을 해요?”
“자네 처 말일세”
“에이..뭐예요? 장난 하지마세요. 뭐야? 은선아, 말 좀 해봐. 뭐야? 말해봐”
동철은 송 영감이 농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은선을 보면서 팔을 뻗어 은선의 팔을 잡아 흔들며 물었다.
은선은 눈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동철이 흥분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일어나 은선의 양팔을 부여잡고 일으켜 세우며 소리쳤다.
“뭐야, 씨발..어떻게 된거야! 말해봐! 말해보라니까!”
송 영감이 그렇게 흥분하는 동철의 뒤목덜미를 한손으로 움켜쥐고 다시 소파에 끌어 앉히며, 소리질렀다.
“자네, 가만히 못 있어?”
“왜요? 왜요? 씨발.. 지금 무슨 상황인데”
동철이 거칠게 반항했고, 송 영감의 오른손이 동철의 왼쪽 뺨을 갈겼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은선이 울면서 놀라 일어나
송 영감을 제지하고 나섰다.
“제발..제발 그만하세요..흑흑..”
“은선이는 앉아 있어”
“자네도 그만 흥분하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
동철의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후 물었다.
“그러니까 둘 사이에 애가 생긴겁니까?”
“그렇네... 그렇게 되었어”
“..참...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여..여보..미안...해..요”
“다..당신이 말해봐. 진짜야?”
“...미...미안해요”
“미쳤어, 다들 미쳤어. 지금 제 정신이야?”
동철은 예전의 노래방 사건이 떠올라 다시 흥분을 시작하며 소리를 치자, 송 영감이 무섭게 동철을 노려보며 소리질렀다.
“가만히 있으라했다!”
은선은 흥분한 동철과 송 영감이 부딪힐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자제 시키려고 동철의 팔을 붙잡았으나, 동철이
매정하게 뿌리쳤다. 송 영감이 다시 소리치자 두사람이 자리에 앉았고, 송 영감이 잠시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기왕이렇게 된거 어쩔거야.. 낳아야지”
“네?..”
“자...자... 내말을 들어봐. 은선이가 내 애만 낳아주면 그 애가 딸이건 아들이건 돐이 될때 생일선물로 이 건물을 그 아이
앞으로 바꿔준다”
“네? 뭐라구요?”
동철은 깜짝 놀라 송 영감을 바라보았다. 은선도 흐르던 눈물을 멈추고 놀라 송 영감을 쳐다봤다.
“놀랄것 없어. 그 정도는 해야 내가 보답이 되겠지 않겠어? 아이가 태어나면 자네 호적에 올리고, 1년후에 아이 앞으로 건물이 생기는 거야. 자네도 대충 알지? 이 건물이 싯가로 얼마나 가는지? 그리고 한달에 세가 얼마는 들어오는지 대충은 알거야”
그랬다. 동철은 은선의 매장이 세들어 있는 건물이 싯가로 계산하면 자신이 평생 만져 보지 못할 금액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비록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성인이 될때까지 약 20년을 자신이 관리할 수 있다는 것과 그렇게 되면 그에
따른 금전적 이익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계산되었다.
“단 한가지 조건이 있어. 은선이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돐이 될때까지 은선이는 나와 함께 살아야돼”
“네?”
은선은 송 영감의 조건에 고개를 저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동철도 송 영감의 조건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조심스러웠다.
“뭐..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어차피 자네도 짐작하다시피 은선이하고 나는 여러번 살을 섞었어. 그리고, 자네가 동의하든
안하든 앞으로도 그럴거고... 그러니까 자네 없는데서 계속 그러느니 내 조건만 들어주면 엄청난 부가 자네 가족에게 돌아
갈거야. 인생 뭐 있나? 어차피 몸뚱아리는 몸뚱아리 뿐이야. 한 인생 편하고 즐겁게 살다 가면 그만이지. 자네 나 부동산 좀
있는 거 알지? 또 아나? 은선이랑 살면서 은선이 잘하면 다른 재산도 넘겨줄지...? 나 가족 없는 거 자네들도 알잖아”
송 영감은 은근히 미끼를 더 뿌렸다. 동철과 은선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상황이 너무 반전되어 어떤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혼란스러웠다.
“자..자.. 너무 어렵게들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일어들 나서 집으로 돌아가서 은선이는 가방 싸가지고 오면 돼. 아니..동철이
자네가 좀 데려다 주지. 가방은 많이 싸올것도 없어. 내가 새로 다 사줄테니까..껄껄껄”
송 영감은 말을 못하는 두사람을 일으켜 집 밖으로 내몰았다. 송 영감은 보고 싶었다. 동철이 자진해서 은선의 가방을 들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 앞으로도 탈없이 당당할 수 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틀 뒤 늦은 밤 동철은 은선을 데리고 송 영감의 집을 찾았다. 이틀이 지나는 동안 송 영감은 은선의 매장에 모습을 나타나
지 않았고, 은선 부부도 매장에 나가지 않았었다. 매장 직원들은 무슨 일이 있는지 사장부부가 한번도 같이 동시에 매장을
비운적이 없었는데 이런 일이 있자 당황스러웠지만 전화로 지시만 받고 일을 하였다.
“어서 들어오게..허허허”
“...”
두사람은 말없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동철은 은선의 짐으로 보이는 여행가방 1개를 끌고 들어왔다.
“그래.. 제대로 결정했구먼..잘 했어. 잘했어..허허허”
“그럼 저는 이만...”
동철이 그냥 돌아가려하자 송 영감이 동철을 붙잡았다.
“술한잔 할까?”
“괜찮습니다”
“그냥가지 말고 술 한잔 하고 가게. 내 할말도 있고...”
그렇게 두사람은 주방으로 갔다. 이미 식탁위에는 위스키 한병과 김 등의 간단한 마른 안주가 놓여있었다. 은선은 자신은 뭘
해야되는 지 몰라 거실에 서있었고, 송 영감이 다시 거실로 와 은선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와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자..자..한잔하게”
지난번보다 훨씬 편안해진 것 같이 보이는 동철이 두손으로 송 영감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하지만, 동철의 속은 편할리
없었다. 10년을 넘게 같이 살아온 와이프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을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과 그것도 모자라 그 남자와
같이 살게 하는 머저리 같은 남자인 것 같아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 동안 집에서 은선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내린 결론은 그냥 그렇게 물흐르는 대로 상황이 이끄는 대로 하자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판을 다 깨고 이혼하고 나서의 엄청난 삶의 변화가 두려웠다. 그리고 누워서 자는 아이들을 봤을때 그
아이들이 불쌍했다.
눈 딱감고 약 2년만 버티면 다시 원래대로 아니 원래대로는 아니지만 보다 훨씬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항상 돈에 쪼달려서 은행구좌만 들여다 보는 그런 삶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희망적이었다.
은선이 먼저 결심하고 동철을 설득했다. 동철도 마지못해 동의하고 양가에는 은선이 좋은 기회가 되어 외국에 패션공부를
하러 가기로 했다고 둘러댔다. 태어날 아이는 나중에 기회봐서 양가에 이야기 하기로 했다.
“이제..자네하고 나도 한 가족이 된거야. 그러니까 자꾸 이상한 관계라고 생각말고 편해지자고..알겠지?”
“...알겠습니다”
은선의 부탁으로 조만간 송 영감과 은선은 경기도 양평에 팬션을 빌려 이사가기로 했다. 주변의 보는 눈도 있어서 지금의
송 영감이 거쳐하는 이 건물에 그대로 은선이 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술이 몇 순배 돌아가고 동철이 일어났다.
“나중에 좀더 편해지면 한번 놀러 오겠습니다”
동철은 따라 나오려는 은선을 뒤로 하고 재빨리 송 영감의 집을 나섰다. 그리고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 차를 타고 떠났다.
은선은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려서인지 자동차가 멀어져 보이지 않는 것인지 몰랐지만, 창문을 통해 동철의 자동차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바라보았다.
“자..늦었네. 들어가지”
<6개월 후>
동철의 차가 은선이 사는 양평의 어느 팬션 앞에 섰다. 동철은 은선이 떠난 후 며칠을 술을 마시며 나태하게 보내다 본가로
보내진 아이들이 눈앞에 어른거려 마음을 고쳐먹었다.
동철은 2년후 은선이 돌아오면 번창한 사업을 보여주리라 다짐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일에만 매달려 의류사업의 매출을
거의 3배 가까이 불렸다. 그의 탁월한 사업수단과 뒤에서 받혀주는 송 영감의 자본력이 합쳐져 매출신장을 이뤄냈고,
송 영감의 인맥으로 단발성이었지만 중국에도 판로를 개척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동안 은선과 몇번 전화 통화를 하였지만,
동철은 은선을 볼 자신이 없었다.
은선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술을 마시게 될 것 같아 만남을 미뤄왔다. 오늘은 은선의 생일이라 아이
들이 엄마에게 주는 카드도 있고 해서 큰 마음 먹고 은선이 송 영감과 임시로 살고 있는 양평의 팬션을 방문했다.
저녁에 간다고 했는데 일찍 갔다 오려고 동철은 서울에서 점심먹고 출발하여 일찍 도착하였다.
차에서 내려 흰색 나무 울타리가 쳐진 입구 쪽으로 걸어가니 가슴 높이까지 오는 흰색 나무 울타리 너머에는 아주 넓은 잔디
마당이 펼쳐져 있었고, 그 잔디밭에는 수영장에 있는 등받이를 눕혀 선탠하는 비치의자가 2개 있었다.
나무 울타리 문의 왼편으로 2층 건물이 있었고, 통유리로 된 거실 창이 잔디밭을 정면으로 보고 있었다. 동철은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거실 창을 통해 은선의 모습이 봤다. 잔디밭을 정면으로 보게 놓여진 긴 쇼파에 송 영감이 앉아 있었고,
은선은 그의 다리를 배고 누워 있었다. 옆으로 누워 잔디밭을 보면서 잠이 든듯한 은선은 흰색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하의는
입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송영감은 자고 있는 은선의 가슴을 옷위로 주무르고 있었고, 잠시후 옷을 끌어올리자 은선의 유두와 유륜이 진한 갈색으로 바뀐 유방 한쪽이 드러났고, 아래는 흰팬티만 입고 있었다. 은선의 배는 임신 8개월째 로 많이 불러있는 것 같았다. 송영감의 손가락이 은선의 유두를 간지럽히자 은선이 눈을 뜨고 웃으며 송영감을 제지하는 모습이 간지러 죽겠다는 듯 깔깔 거리는 소리가 유리창을 통하여 들리는 듯했다.
동철은 그런 두사람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들어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잠시 울타리 밖에서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갑자기 은선이 송 영감의 반바지 속으로 손을 넣자 송 영감이 얼굴을 찡그리며 두 손으로 은선에게 빌었다.
그렇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흡사 진짜 부부 같아 보였다. 이윽고 두사람은 키스를 시작했고, 송 영감의 손이 은선의 팬티 속으로 들어갔다. 은선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간간히 송 영감의 손을 잡아 그의 움직임을 멈추고 반대쪽 벽을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동철도 은선이 바라본 쪽으로 보니 벽시계가 있었고, 은선은 동철이 올 시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은선이 자세를 바꿔 송 영감의 바지를 벗기려하자 송 영감이 엉덩이를 들어 쉽게 벗어주었다. 반바지와 속옷이 같이 벗겨지며 단단해진 송 영감의 페니스가 솟구쳤고, 은선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자연스럽게 그의 물건을 쥐고 입안에 넣었다.
송 영감의 다리사이에 앉아 그의 페니스를 빨던 은선은 몸이 무거워 힘이 드는지 자세를 자꾸 바꿨다.
동철은 두사람이 성행위가 마치 남의 부부의 성행위를 훔쳐 보는 것처럼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남성도 발기되었다.
은선이 일어나서 팬티를 벗었다. 동철은 아무렇지도 않게 팬티를 벗고 송 영감에게 다가가는 은선이 더이상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은선의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보통의 부부사이 같았다. 은선은 앉아 있는 송 영감의 페니스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으려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 보았다. 동철은 순간 은선이 창밖을 보는 것 같아 재빨리 울타리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본 것 일까?’
동철은 은선이 자신을 봤을 지 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 거렸다. 동철은 한쪽 눈을 감고 나무 틈사이로 창쪽을 보자
은선이 한쪽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커튼을 끌어다 허리까지 가리고는 바깥을 살폈다.
동철은 마치 아는 여자의 나신과 성행위를 보다가 못 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에 숨을 죽이고 울타리 너머에 숨어서
틈 사이로 지켜보고 있었다. 은선은 가슴을 가리던 손을 뻗어 다른 쪽에 있는 커튼을 끌어왔고, 그 순간 잠깐이었지만,
동철은 은선의 배부른 나신을 완벽하게 보았고 이내 커튼이 닿히며 그녀가 커튼 뒤로 사라졌다.
동철은 너무 아쉬웠다. 흡사 이웃집 유부녀의 성행위를 결정적인 순간에 못보게 된 것 같았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잠시 기다
렸지만 닿혀진 커튼은 열리지 않았다. 세워둔 차로 돌아간 동철은 차 안에서 자위행위를 하였다. 옷위로 자신의 페니스를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머릿속에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또 다른 남자의 정액을 받아 마시고, 또 다른 남자가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그런 상상을 하다가 그대로 사정을 하였다.
그날 저녁 은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여보, 왜 안오셨어요?”
“어..잘 있었어? ... 어..바빠서... 미안.. 생일 축하해”
“고마워요... 그리고..미..”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어차피 다 지난일이고... 같이 결정한 일이니...”
“애들은 잘..지내..요?”
“응..걱정마.. 언제야?..... 예정일”
“....다다음달 3일이요.”
“그래..몸 조심하고...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
“네...건강하세요”
그 전화를 끊고, 다음 은선의 소식을 들은 건 은선이 건강한 딸을 순산했다는 송영감의 전화였다. 동철은 병원으로 가서
은선을 볼까 하다가 산후조리원에 한달간 들어간다기에 어차피 거기엔 송영감도 없으니 그곳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가기로 했다.
<1년 후>
인천공항에 막 도착한 동철은 시계를 보았다. 빨리 가면 늦지 않을 것 같아 모범택시에 올랐다.
“르네상스 호텔이요. 조금 서둘러 주세요”
택시를 타고 가는 동철은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으니 지난 1년간 사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이 발전되었다고 생각했다.
지난 날들을 떠올리니 입가 미소가 지어졌고, 빨리 가서 아내와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기분이 들떳다.
이윽고 차는 호텔에 도착했고, 동철은 서둘러 예약된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벌써 많은 가족, 지인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동철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하였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부부는 양쪽으로 이렇게 바쁘신데 도대체 언제 이렇게 예쁜 공주를 만드셨어요?”
“어..김차장님도 오셨군요. 고맙습니다”
송 영감과 은선 사이에서 태어나 동철의 호적에 오른 딸아이의 돐잔치가 동철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2년전 송 영감과 은선, 그리고 자신 만이 아는 그 약속의 당일이 된 것이었다.
“여보, 피곤하죠?”
“괜찮아.. 어때? 혼자 준비 힘들었지?”
“아니요. 송 사장님이 많이 도와 주셔서...”
“여.. 김사장, 반갑네”
“안녕하셨어요? 송 사장님”
“그래, 갔던 일은 잘 되었고...?”
“예, 덕분에.. 대박입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내가 무슨... 다 자네가 잘 해서지..”
“아닙니다. 사장님의 아니 회장님의 서포트가 아니면 제가 혼자 어떻게...”
“회장..? 무슨 말인가?”
“예.. 제가 사장이니, 당연히 회장이셔야지요”
“뭐라고? 하하하...회장이라...하하하... 말이라도 나쁘지 않은데...”
“감사합니다. 송 회장님”
“하하하..알았네... 그건 그렇고, 이따가 1204호 잡아놨으니까 조용해지면 은선이 데리고 올라오게”
“네..알겠습니다”
그렇게 돐잔치가 끝나고 가족, 친지들을 배웅한 은선과 동철은 송 영감이 기다리는 방으로 올라갔다. 두사람은 올라가는
가는 엘레베이터에서 2년전의 약속이 생각났는 지 말이 없었다. 룸에 들어가자 송 영감은 와인을 마시며 두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앉은 자리 앞 테이블에는 서류봉투가 있었다.
잠시 사업 이야기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송영감의 언급으로 그들만의 약속의 이행이 시작되었다.
“자..여기 보게.. 이미 등기는 끝났고, 등기부등본이 여기 있네, 확인해 보게”
“아..예.. 뭘 확인까지.. 이제 남도 아닌데... 안그래? 은선아?”
“맞아요”
“자..한잔씩들 하자”
“네..감사합니다”
그렇게 와인 한병을 나눠 비우고 송영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여기서 오랫만에 신혼의 느낌을 살려보라고..껄껄껄”
“벌써 가시게요...?”
“가야지. 가서 애들하고 놀아주고 있을테니 내일 보자고”
송 영감은 은선에게 손을 흔들고 문을 나섰다.
“은선아, 송 사장님 택시 잡아드리고 올께”
동철은 서둘러 문을 열고 뛰어갔다. 엘레베이터 앞에 송 영감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하러 나와”
“그냥..밑에까지만..”
“참..깜박했는데..자네 오늘밤 좀 놀랄걸세”
“뭐가요?”
“지난달에 중국에 은선이하고 갔을때 자네가 그랬지, 은선이 애 낳고 너무 헐거워진것 같다고... 나보고 안그러냐고 물었지?”
“네. 그랬었죠”
“사실, 그동안 나도 좀 그렇게 생각했었거든... 그래서 중국 갔다와서 은선이 수술시켰어”
“무슨..?”
“거기 좁히는 수술”
“아! 그래요? 그래서 어때요?”
“그거..죽이더만.. 아주 죽여주더라구..허허허..”
“그래요?”
“응..처녀 같아..허허허... 그 이후로 거의 매일밤...허허허.. 나 좀 말라 보이지 않나?”
은선은 동철을 기다리는 동안 샤워를 끝내고 가운을 입고 침대에 앉아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잠시후 문이 열리며 동철이 들어왔다.
“은선아..나 왔어”
“나도..다시 왔네”
은선은 지난달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이 생각나 미소를 지으며 두사람을 반겼다.
“두분 씻고 오시고... 한가지 말씀 드릴게 있어요”
동철과 송 영감은 옷을 벗으며 은선을 주시했고, 은선은 두사람에게 뭔가를 꺼내 보여주며 멋쩍은 듯 말했다.
“저..임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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