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교향곡 - 6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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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미처 생각하지를 못했었는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엇인가를 간절히 집착하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아까 선규의 담임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길래... 선생님이 선규의 얼굴에 그늘이 있는걸 보셨을까?..............] 
그리고는 옆에 누워있는 선규를 바라보다가 팔을 툭 건드려 보았다. 그러자 선규가 그녀를 보면서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안자?..................................................."
"응........................................................"
"아직도 화가 안 풀렸어?..........................."
"이젠 풀렸어.........................................."
"다시한번 미안해... 나도 아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네가 잘못했다는걸 깨달았으면 됐어.........."
그리고는 잠시 아무말 없이 아들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돌려 어두운 천장을 응시했다.
"선생님이... 네 얼굴에서 그늘이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
".........................................................."
"왜 그런거야?........................................"
"엄마한테도 그렇게 보여?........................"
"가끔 그래... 엄마와 단둘이 사는게 안 좋니?.............."
"안 좋긴..............................................."
"그런데... 왜 그래?................................."
"그냥... 내 얼굴이 그렇게 보이는거겠지....."
"태수도 그렇다는데?.............................."
"태수도?.............................................."
"그래... 너희 둘한테 무슨 고민거리가 있니?..............."
 
한동안 조용히 있던 선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애들은 다 그런가봐...................."
 
그의 어조가 왠지 서글프게 들려서 명숙은 더이상 묻지를 않고 선규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고민거리가 있으면 마음속에 담아두지말고 언제든지 엄마에게 털어놔... 알았지?..........."
그러자 선규는 그녀의 얼굴을 아주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가슴속으로 안겨왔다. 이틀 후 태수와 선규는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로 가고 있었다. 교무실에 가기를 꺼려하는 선규는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선생님이 왜 부르시는거야?...................."
"내가 아냐?... 넌 죄지은것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선생님을 만나는걸 싫어하냐?..........."
"몰라... 교무실에 들어가는것도 싫고... 첫인상이 그래서 선생님을 보는것도 여전히 내키지가 않아........."
"나도 같이 부르신건데... 너무 걱정하지마....."
"너야... 원래 선생님의 비서잖아.............."
 
고개를 내젓는 태수는 웃음을 지으면서 여전히 못 마땅해 하는 선규를 데리고 교무실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그들을 쳐다보고
포장이 된 두개의 선물들을 가방에서 꺼내 건네주었다.
 
"이거 어머님께 갖다드려라....................."
"이게 뭔데요?......................................"
 
"너희들 어머님들께서... 선물을 사가지고 오셨기에... 내가... 감사해서 내가 답례로 드리는거야... 포장을 뜯지말고... 그대로
 갖다드려야한다........................................."
 
"네...................................................."
 
진지하게 말하던 선생님은 부드러운 얼굴 표정으로 바꾸더니 미소를 지었다.
 
"어머님들이 미인들이시더라.................."
 
그말을 듣자 태수와 선규는 어린애들 처럼 활짝 웃었다. 그러는 그들을 보며 선생님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어머님들께서 너희들 걱정을 많이 하시니까... 속썩히지 말고 어머님 말씀 잘들어... 알았지?.................."
"네... 명심할게요................................."
 
교무실을 나온 선규는 들고있는 선물이 궁금한 듯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게 뭘까?........................................"
"책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선물을 보던 선규는 걸음을 옮기며 태수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봐?................................"
"태수야... 넌... 내 얼굴에 그늘이 지어 있는것 같니?........."
"글쎄... 매일 보는 얼굴이라서 잘 모르겠다....................."
"나도... 네 얼굴을 암만 봐도 모르겠어..........................."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너와 내 얼굴에 그늘이 져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래... 아줌마한테 못 들었어?.........."
"아니... 그런 말씀 안하시던데... 아줌마가 그러셔?.........."
"응... 너도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이상했거든.................."
"아마... 엄마와 어렵게 살아서 그렇게 보이는가 보다... 근데... 너는 왜 그래?......................"
"나도 같은 이유지... 뭐......................"
그러자 태수는 선규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들겼다.
"우리가 그렇게 보인다면... 우리 엄마와 아줌마의 속은 어떠시겠냐?... 그러니 아줌마께 잘 해드려.........."
"내 걱정말고... 너나 잘해드려라........."
 
선규는 피식 웃으며 말하고 태수와 함께 교실로 들어갔다. 저녁에 집으로 들어온 혜영은 방 안에서 옷을 갈아입을려고 하는데
태수가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
 
"엄마... 선생님이 이거 엄마에게 드리라고 하시던데요......................."
"그게 뭔데?...................................."
"그저께... 엄마한테 선물을 받으셔서 답례로 드리는거래요................"
태수가 들고있는 포장이 된 선물을 보자 혜영은 순간 겁이 났다. 
[액수가 너무 적었나?... 선물을 보니까... 책인거 같은데...................] 
촌지에 대해서 경험이 없던 혜영은 선생님이 돈 액수를 보고 언짢아서 자신이 선물했던 책을 돌려보낸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래서 태수가 보는앞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어보니 그안에는 그녀가 선물했던거와는
전혀 다른 수필집이 들어있었다.
 
궁금함이 들어서 책을 만져보니 볼록 나온게 책 안에 뭔가가 들어있는것 같았다. 무심코 책을 열어보니 그 안에서는 두개의
봉투가 나왔다. 하나는 그녀가 마련했던 돈 봉투였고 다른 하나에는 편지지가 들어있었다. 불길한 마음이 들어 떨리는 손으로
편지지를 꺼내보니 깔끔하게 보이는 글씨들이 적혀있었다.
 
태수 어머님께...
저에게 선물을 해주신 책에 다시한번 아주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교사로서 당연한 일을 하는건데 이렇게 마음을 써주시니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답례로 저도 한권의 책을 드리니 받아주시면 대단히 감사 하겠읍니다. 주신 선물을 열어보니까 실수로
넣으셨는지 제가 받으면 안되는것이 있었읍니다. 혹시 찾으실까봐 태수편으로 보내드립니다. 어머님의 마음을 제가 충분히
아오니 너무 걱정하시지 마시고 태수를 잘 보살펴 드리겠읍니다.
만사두루 평안하시기를 빌겠읍니다. 정희경 올림.
편지를 읽은 혜영은 손이 파르르르 떨리고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었다. 편지에서는 그녀가 부끄러워하지 않게 배려를
해가며 적은 선생님의 노력이 확연하게 보였지만 그래도 선생님에게 추한 모습을 보인거 같아 창피하고 민망했다.
"이게 무슨 말씀이에요?... 실수로 넣으셨다니요?......................"
 
태수의 말이 들리자 그제서야 혜영은 그가 옆에 있었다는걸 깨달아서 조금 두려움이 덜컹 들었다. 그러는데 태수가 돈 봉투를
집어들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돈이잖아요... 그럼 엄마... 혹시?......"
 
태수가 아주 놀라면서 두 눈을 아주 커다랗게 뜨자 혜영은 순간적으로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서 그만 주저앉을뻔 했다. 비록
아들이었지만 이런짓을 한걸 보여준다는게 무척 부끄러웠고 또한 이상하게도 신신당부하던 그의 말을 어긴것 같아서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어 몸들바를 몰랐다. 
그것은 마치 남편의 말을 어긴것 같아서 태수가 그녀를 야단칠까봐 겁이 나 어찌해야 좋을지를 몰라 매우 당황하기 시작했다.
태수는 여전히 놀라는 표정으로 믿을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기어이 선생님께 돈을 갖다드린거에요?........................"
태수에게 추궁을 받자 혜영은 너무나 무서워져서 저도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오며 두 손을 모으고 싹싹 빌었다.
 
"태... 태수야... 내가 잘못했어... 다... 다음부터는 네 말을 꼭 들을테니 한번만 용서해줘..............."
 
그러자 태수는 기겁을 하며 얼른 그녀의 두 손을 잡았다.
 
"갑자기 왜 그러시는거에요?..........."
 
하지만 혜영은 태수가 화를 내며 야단칠것만 같아서 계속 빌었다.
 
"다시는 안그럴테니까... 야단치지 말아줘..............."
"네?..........................................."
 
그녀와 함께 당황하던 태수는 곧 부드러운 표정을 짓더니 따듯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엄마를 야단쳐요?... 진정하세요... 왜 이렇게 놀라세요?.........."
"야단 안 칠거지?.........................."
 
그말을 듣자 태수는 이해가 안된다는 얼굴로 웃음을 짓더니 여전히 벌벌 떨고있는 그녀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마를 놀라게 해드렸으니까... 야단맞을 사람은 바로... 저인거 같아요... 그런데... 정말 왜 이러시는거에요?... 갑자기 저를
 무서워하시고... 제가 엄마를 무섭게 해드렸어요?.........................................."
 
그리고는 그녀를 껴 안고 등을 다독거려주자 혜영은 그제서야 안심을 하며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았다.
 
"미안해... 네말듣고 나도 안그럴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런다는 말이 자꾸 생각나서......."
"괜찮아요... 엄마... 이제 그만 진정하세요........."
"화 안났지?................................................."
"제가 엄마한테 화를 내는걸 보신적이 있으세요?... 그리고... 저를 위해서 그러신건데 오히려 감사드려야죠........."
 
아들의 상냥한 말을 듣자 혜영은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태수는 안고있던 몸을 떼고 아주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았다.
 
"이제는 진정이 되셨어요?............................."
"응..........................................................."
"저를 무서워하시지 마시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제가 도리어 엄마를 무서워해야 되는데... 이러시면 제가 죄송하잖아요....."
그말에 혜영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알았어...................................................."
 
"그리고... 이런거는 한번 드리게 되면... 계속 드리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그러시지 마세요... 돈 버시느라고
 힘드신거 뻔히 아는데... 이런일로 엄마의 마음을 무겁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네 말대로 할게........................................"
"어쨋든... 선생님이 좋은 분이시란걸 알아서 기분이 좋네요............."
"............................................................"
 
혜영이 반성하는 아이처럼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태수는 그녀의 손에 돈 봉투를 쥐어주었다.
 
"엄마가 쓰시고 싶은데 쓰세요... 공돈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말을 듣고 혜영이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을 들자 태수는 계속 미소짓는 얼굴로 일어났다.
"오늘은 제가 저녁을 차릴테니... 엄마는 그만 옷갈아 입으시고 씻으세요.............."
 
태수가 나가자 혜영은 그가 쥐어준 돈봉투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가 나가서 이제야 완전히 진정이 된 그녀는 방금전에 아들을
남편처럼 무서워하며 어린애 처럼 벌벌 떨며 울었다는것이 상기되었다. 
[태수 말대로 내가 엄마인데...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살며시 기어서 문을 조금은 열고서 저녁을 짓고있는 태수를 몰래 훔쳐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들이 야단칠까봐 울음을 터트리고 또한 그가 괜찮다며 달래준다고 안심이 됐던게 도무지 아주 이상하기만 했다.
그것은 마치 어렸을때 그녀의 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이나 아니면 남편에게 가졌던 느낌과 똑같았다.
 
[왜 그러지?... 마치 내가 어린애 같고 태수가 어른같잖아.............] 
그러자 낮에 명숙이 태수가 무섭다고 한말이 기억났다. 어렸을때부터 자기 할일을 다 해내고 야단칠 일도 없어서 혜영에게는
아들이 함부로 대할수 없는 어려운 존재로 느껴졌었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엄마로서의 위엄을 갖추고 대했었지만 속으로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태수에게 남편이나 아버지에게 느끼듯이 의지하는 마음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이 그녀의 가슴속에 무의식적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번에 태수에게 나는 네거란 말이
저도모르게 나왔었을때는 혜영도 매우 놀라서 그런 말을 한 자신이 믿겨지지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의 입에서 왜
그런말이 나왔었는지가 이해될것 같았다.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혜영은 그녀와 태수의 위치가 뒤 바뀌고 있다는것이 깨달아졌다. 선규는 신문대금을 받으려고
예전에 우연히 섹스하는것을 목격했던 여자의 집에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얼마후에 여자가 현관문을 열고 선규를 확인한
다음에 다시 지갑을 가지러 집 안으로 사라졌다. 
그가 요금을 받으러 올때마다 세련되고 매력적으로 생긴 여자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상냥하게 대해주어서 선규도 어느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왠지모를 아주 야릇한 미소를 지을때는 그때 보았던 여자의 나체와 섹스하는 장면들이
떠 올라서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다시 나온 여자는 돈을 받고 영수증을 끊어주는 선규를 또다시 아주 야릇한 웃음을 지으면서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이일을 오래 하는것 같네... 저번에 했던 애는 2~3개월정도 하고 그만두던데............"
"올해말까지는 할거에요........................."
 
선규가 영수증을 건네주면서 말하자 여자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름이 뭐니?......................................"
"고선규라고 해요................................."
"선규라... 고등학생이라고 했지?............"
"네... 고1이에요................................."
 
여자가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는것 같아 저도모르게 민망해지고 불편해진 선규는 얼른 인사를 하고서 아래층으로 내려갈려고
하는데 별안간 그녀의 손이 올라와서 그의 볼을 살포시 어루만졌다.
 
"정말 귀엽게 생겼다... 선규같은 동생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여자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자 선규는 귀 밑까지 새빨개졌다. 더군다나 그녀의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히 매혹적인 감촉의
손길을 느끼자 왠지모르게 경직이 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의 그러한 상태를 눈치챘는지 여자는 입을 가리고 눈 웃음을
치면서 조용하게 웃었다.
 
"부끄러워 하는거야?... 순진하네... 그럼 다음에 보자........................."
 
여자가 들어가고 난뒤 잠시 멍하게 서있던 선규는 아주 부리나케 아래층으로 달려서 내려갔다. 그제서야 자신이 숨을 못쉬고
있었다는것을 깨닫고 커다랗게 헐떡거렸다. 
[이... 이상한 여자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얼굴을 만지고 거기다가...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동생이라니.....
 우리 선생님과 비숫한 나이인거 같던데.........................................]
뜻밖에 당한 일이어서 마치 꿈을 꾼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곧 생각을 떨쳐버리고 앞에 보이는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아마 성격이 좋고... 털털한 사람이어서 그랬나보다... 그런데... 외모로 봐서는 그렇게 안 보이던데?.........] 
그러는데 안에서 누구냐는 소리가 들려 선규는 목청을 가다듬고 얼른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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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글모자들의 교향곡 - 66부 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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