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교향곡 - 35부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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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모자들의 교향곡 - 3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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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69회 작성일 25-09-18 18:52

본문

저녁준비를 하던 명숙은 선규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서 돌아보다가 그만 두 눈이 아주 커다랗게 떠 졌다. 선규는 웃으면서
장미 몇송이를 들고 있었다.

"왠... 꽃이야?........................................................."

"엄마 줄려고 사왔어... 엄마를 걱정시켰던게 미안해서... 받아........."

결혼한 후에는 한번도 누구에게 꽃을 받아보지 못했던 명숙은 아주 놀랍기도 하고 아주 감격스럽기도 했다. 어렸을때 선규가
어버이날이라고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는 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녀에게 꽃을 안기는 선규를 보니
그동안의 무거웠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마냥 흐뭇하기만 했다. 선규는 미소를 짓는 엄마를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

"응... 누구에게 꽃을 받아보기는 오래간만이네... 정말 고마워... 선규야.............."
 

"마음 같아서는 한아름 사주고 싶었지만... 꽃을 사봤어야지... 이렇게... 비싼줄은 몰랐어... 나중에 내가 돈을 많이 벌면 그때
 꽃집에 있는 꽃들을 다 사줄게.................................."

명숙은 꽃의 향기를 맡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네마음을 충분히 아는데... 엄마는 이게 꽃 만송이보다 더 좋아....."

그말에 선규는 기분이 좋아져서 입이 찢어졌다.

"엄마가 좋아해서 다행이네... 어서 씻고 올게.............."

그러더니 엄마를 껴안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음 방으로 사라졌다. 명숙은 그런 선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저렇게 행동하면 얼마나 좋아?... 내마음을 풀어준다고 꽃도 사들고 오고 제법이네............]

다시한번 꽃향기를 맡다가 꽃병을 찾아내서 물을 담은다음 그곳에 꽃들을 꽂았다. 그리고는 저도모르게 콧노래가 나오면서
다시 마저하던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혜영은 하루종일 태수생각으로 몹시 괴로웠다. 자신이 태수의 인생을 망쳐놓은것
같아서 너무나 미안했고 죽은 남편을 볼 면목도 없었다.

새벽에 배달을 나가는 태수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나가서 얘기를 해볼려고 그랬지만 부끄러움과 죄책감 때문에 차마 몸을
일으킬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속에서 태수에 대한 새로운 감정이 일어나고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애를 쓰면서
일어나는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면서 단단히 마음을 잡을려고 노력했다.

[아직 성인도 아닌 애를 더이상 혼란스럽게 만들면 안돼... 그애도 자기 인생이 따로 있는데 내 욕심때문에 뺏을수는 없어...]

가슴속에 일어나고 있는 갈등으로 심란한 마음을 주체못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태수가 들어왔다. 혜영은 얼굴을 들다가
아들을 보고 아무말도 없이 앉아있었고 태수도 문 앞에서 그녀를 어두운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둘은 한참동안을 그러고
있다가 혜영이 먼저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여기에 앉아봐....................................................."

태수가 천천히 다가와서 앉자 혜영은 그를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어서 시선을 다른곳으로 옮겼다. 한동안 적막이 흐른 뒤에야
혜영은 이윽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일은 내 잘못이야... 내가 뭔가에 쒸였었나봐... 너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말이 없어.............."

"......................................................................."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래야 되는데... 내가 그런 기회를 너에게서 빼앗아서... 그저... 미안할 뿐이야... 네가 나를
 탓한다고 해도 할말이 없다... 이 주책없는 엄마를 용서해다오...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거야..."

태수는 그에게 용서를 비는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엄마한테는 잘못이 없어요... 저한테도 책임이 있으니... 엄마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아니야... 아직 어린 너를... 혼란스럽게 만든 내가 잘못이야... 어른인 내가 너를 옳은길로... 이끌었어야 하는데... 어떡하다
 이런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겠다... 나는 네 엄마라는 자격이 없어....................................................."

고개를 떨구는 엄마를 바라보던 태수는 가슴속에 품고있던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사랑해요.............................................................."
 

그말에 혜영은 고개를 들고 약간 상기되어 있는 태수를 쳐다보았다.

"엄마로서뿐만 아니라... 여자로서도요......................."

혜영은 벌여졌던 입을 다물며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태수를 설득했다.

"그... 그렇게 생각하면 안돼...................................."

"저한테는 엄마밖에 없어요... 죽을때까지 엄마와 사랑하며 살고 싶어요................."
"나... 나는 네엄마야... 부모와 자식은 그렇게 살수 없어......................................"

"엄마가 원하시면 어제밤과 같은 일을 안해도 되요... 그저 사랑하는 연인으로서 서로 안아주며 살면 되잖아요..........."

"커서 네짝을 찾아야지... 어떻게 엄마가 네여자가 될수 있니?... 내가 너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그래... 크면... 다 잊게되고
 네 여자가 될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타날거야............"
 "다른 여자는 필요없어요... 엄마만 있으면 되요........."

"태수야... 제발 내말을 들어라... 응?......................."

혜영은 막무가내인 태수를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지를 몰라 어쩔줄을 몰랐다.

"엄마도 다른 남자는 필요없고... 저만 있으면 된다고 그러셨잖아요................"
"그... 그게........................................................."

태수의 말을 들으면서 혜영의 마음한구석은 크게 흔들렸으나 더이상 아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모질게 먹고 간절하게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태수를 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너를 아들로서만 생각해... 나에게 남자는 네 아버지뿐이야.................."

그러자 태수는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가슴이 내려앉았다. 혜영은 말을 계속 했다.

"네가 나를 위해주는 마음은 너무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아들을 남자로 생각할순 없어............."
 

안면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아들을 보며 찢어지는 가슴으로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그동안 너를 네 아버지로 착각했었던 거야... 너에게 상처를 줘서 너무 미안해... 나를 그저 엄마로만 생각해줘....."

태수는 가슴이 산산조각나며 매우 슬퍼져서 도저히 엄마앞에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지금의 엄마는 아주 다정다감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예전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엄마였다. 비틀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난 태수는 그를 무표정으로 바라
보는 엄마를 보며 뒷걸음질을 해서 책방을 나가버렸다.

힘들게 마음과 표정을 굳게 하고있었던 혜영은 책방문이 다시 닫히자 그만 책상에 엎드려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태수에게 상처를 준 자신이 원망스럽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더군다나 그녀가 먼저 저지른 일이기때문에 몹시
죄책감이 들었다. 생각같아서는 태수의 청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흑흑... 태수야... 정말 미안해... 우리들은... 이루어질수 없는 운명이야... 나중에... 엄마로서 너에게... 더욱 잘해줘서 네가
 상처받은걸 갚아줄게...............................................]

한참을 울면서 태수가 받은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바랬다. 태수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으나 끝내 돌아오지를 않자 혜영은
책방을 정리했다. 어린 마음에 받은 상처이어서 쉽게 잊기가 힘들거라 생각하고 그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애를 하면서 받는 실연의 상처를 자신이 아들에게 줬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의 말을 듣고 극심한 충격을 먹은 태수는 책방을 나와서 발걸음을 옮기다가 혼자 집에 돌아갈 엄마가 걱정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다시 엄마를 볼 용기가 안나서 멀리 떨어진 바깥에서 서 있었다. 이윽고 책방을 나와 셔터를 내리는 엄마를
보고는 얼른 달려가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고 지켜보기만 했다.

아주 애절한 눈으로 쳐다보는 태수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기가 힘들거라는걸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마음한 구석에는 어느정도의 희망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엄마의 말을 들으니 그저 눈 앞만 캄캄해지고 세상이
끝난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살고싶은 의욕도 나지 않았다.

엄마가 버스에 오르자 그도 얼른 뒤를 따라 타서 그녀와 멀리 떨어져 사람들속에 몸을 숨겼다. 몰래 엄마의 얼굴을 훔쳐 보니
매우 어두워 보였다. 엄마가 그를 거절했다고 해서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섭섭했다. 더군다나 혼자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너무나 조그맣고 약하게 보여서 엄마의 몸이 흔들릴때마다 달려가서 잡아주고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그녀의 뒤를 몰래 밟으며 쓸쓸하게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조금만 건들여도 아주 쉽게
무너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해야 안심이 될거 같았다. 아주 천천히
걸어가는 엄마를 보니 지난 이틀동안 그녀를 업어주던 생각이 나서 엄마의 체취가 그리워졌다.

이제는 더이상 엄마와 그렇게 할수없다고 생각하자 저도모르게 슬퍼졌다. 엄마가 이윽고 집에 들어가자 태수는 아파트 앞에
서서 잠시 망설였다. 자신도 들어가야하나 했으나 지금 들어가면 엄마가 불편해 할것 같아서 이따가 그녀가 잠든 후에 들어
가기로 했다. 그런다음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엄마가 했던 말을 떠 올렸다.

엄마가 자신을 아버지로 착각하든 말든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위안을 삼아서 엄마가 외로움을 잊을수만 있다면
태수도 만족이 되었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을 한번도 남자로 여기지 않았다는것이 슬프고 섭섭했다.

[엄마에게는 내가 단지 아들이었나봐... 그게 정상이겠지... 하지만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 여자로 생각했었는데... 엄마한테는
 그게 힘드시나?...................................................]

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몸을 일으켜서 큰 길로 나가보았다. 마음이 심란해서인지 쌀쌀한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에는
커플들이 많이 있었다. 태수는 그들을 바라보며 엄마와 그를 그려보았다. 그렇게 하니 마음만 더 아파올뿐이었다.

[엄마가 싫으시다면 더이상 연연해 하지 말자... 엄마가 불편해 하시면 나도 좋을게 없잖아?....................]

그렇게 다짐을 해도 엄마에 대한 애정을 쉽게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오래간만에 나온 밤거리는 아주 신기했다.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연인들을 보며 그도 엄마와 밤거리를 테이트하고 싶은 마음이 은연중에 마구 생겨났다. 문을 닫은 가게들 안에 진열된
물건들을 아무생각없이 구경하며 태수는 그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혜영은 방 안에서 시계를 바라보면서 태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밤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 애가 아니라서 걱정이 되었다.

[생각보다 상처를 많이 받았나봐.............................]

아들을 생각하면 그저 미안함만 생겨서 애인이 되주는것만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초조하게 계속 시계를 보며
자신때문에 상처받은 태수가 그저 무사히만 돌아와주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러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태수가 자신을
여자로 여겨주기를 바랬었던것이 기억났다.

그런데 막상 그의 고백을 받고서 거절해야 했던것이 그녀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생각없이 행동했던 자신이 오로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정신없는 여자지...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으니......................]

그러나 태수의 고백을 받았을때 그녀의 가슴이 저도모르게 떨렸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녀의 머리속에는 태수와 죽은 남편이
점점 명확하게 구분되어져 갔다. 그러면서 태수가 그녀를 아주 끔직히 생각한다는 명숙이의 말이 떠오르면서 아들과 가졌던
달콤했던 시간들이 생각나서 가슴이 저려오고 태수에 대한 애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혜영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그런 감정을 애써 지웠다.

[안돼... 또 태수를 혼란스럽게 해서 상처를 줄수는 없어..................................................]

한숨을 쉬는데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태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혜영은 곧바로 달려나가 태수를 보고싶었지만
오늘밤 만은 서로 떨어져 있는것이 낫겠다싶어 방 안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태수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문을 조금
열고 바라보았다.

저 방 안에 상처받은 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쓰라려졌으나 그냥 문을 다시 닫고는 자리에 누웠다. 그러고있으니
옆에 빈자리가 자꾸만 느껴졌다. 그동안 태수와 같이 잠을 잤던 시간을 생각하니 혜영의 가슴에서는 은연중에 마구 행복감이
스며들었다. 태수가 옆에 있어서 외로움을 잊고 있었던것은 사실이었다.

몸을 뒤적거리며 생각해보니 그녀 말대로 옆에 남자가 있다면 그 사람이 태수이기를 바랬다. 무심코 어제밤 이 시간에 그와
사랑을 나눴던걸 기억하니 그녀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행위를 하면서 태수가 그녀를 매우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다루고 있다는것을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아직도 태수가 그녀를 애무해주던 손길이 느껴져 저도모르게 경련을 일으켰다.

[태수가 애인이라면 참 좋을텐데.........................................]

그러다가 문득 제정신이 든 혜영은 다시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또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태수는 단지 내아들이야!... 아들!......]

그러나 태수를 생각하는 아주 애틋한 감정은 좀처럼 떠나가지가 않았고 머리속에는 이상하게 카펜터스의 Close To You가
들려왔다. 세수를 하던 명숙은 문잡이가 돌아가다가 멈추는 소리가 나자 순간 가슴이 철렁해져서 황급히 문을 열었다.

"미... 미안해... 자꾸 나도모르게 문을 잠그네........................"

눈살이 찌푸러졌던 선규는 곧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들어왔다.

"세수하는거야?..............................................................."

"응..............................................................................."

이제는 선규가 눈살을 조금이라도 찌푸리거나 갑자기 말을 안하면 왠지모르게 또 토라졌나 해서 겁이 덜컹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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