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의 로망은 친구들의 엄마 - 1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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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심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아니면 일부러 밀착하는 걸까 지우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수경에게서 나는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며 기분이 몽롱해진다.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수경은 허리를 구부려서 지우의 머리를 살피고 핸드폰을
신기한 듯 구경하며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문제는 지금 자세가 아주 야릇하다. 똑똑하고 센스있고 현명한 수경은 의외로 허당
기질이 강하고 백치미가 있어서 지금 같은 경우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벌떡 일어날 수도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지우의
배 위에 히프를 깔고 올라타서 조금 야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지우의 배 양 옆으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다.
지우는 수경이 무겁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민망하고 어색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정작 그의 위에 타고 앉아 포근한 감촉을
전해주며 살을 맞대고 있는 예쁘고 천진난만한 이 아가씨는 핸드폰만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수경.. 아... 저.. 우리........”
“응...? 왜........”
“나... 내 위에 올라와 있는데... 이상하지..않아...?”“뭐가... 이상해..? 호호.. 내가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무거웠구나.. 미안...........”
“아니, 그게 아니고.. 바보야.. 우리 이렇게 가까이 살을 대고 있는데.........”
“아.. 미안해.. 난 이상하게 생각을 안해서.. 그냥 핸드폰... 어...??”
수경은 푸르르 약하게 떨리는 눈망울로, 벌떡 허리를 그대로 일으킨 지우를 보았다. 이쁜 다리를 구부려 한쪽으로 모으고
있던 수경은 급작스럽게 일어난 지우에게 꽈아악 끌어안는 소년의 품에 쏙 안겨버리고 만다. 당황스러운 얼굴로 금방 화끈
거리며 얼굴이 온통 붉어진 어여쁜 소녀 얘가 대체 왜 이러지?? 하는 눈빛으로 혼란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고 몸만 부들부들
가볍게 떨고 있다.
“지우야...?? 왜, 왜 갑자기 이래......”
“수경아... 우리.. 키스하자.........”
“키스..하자구...??....”
“그래... 나 못참겠어, 네가 좋아.. 키스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아...........”
“잠.. 깐만, 지우야..??.. 갑자기.. 키스라니..? 얘... 기다려.........”
수경은 새빨개진 얼굴로 파르르 떨리는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이 쿵쾅 쿵쾅 거렸다. 그리고 입술을 열려 해도 그 다음의 말은
꺼낼 수 없었다. 지우가 더 이상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수경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와락 끌어 안고 강렬하게 입술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라는 단어는 어쩔 때는 참으로 신기하고 묘한 운명의 뉘앙스를 안겨 주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수경이 지우의
집에 처음 놀러온 바로 그 날 월요일 오후 현준은 정확히 한주만에 다시 영애를 만나게 되었다. 사전에 서로 만나자는 약속을
정해놓은 것도 아니었다. 현준은 학교가 파하자마자 서둘러 버스를 타고 방이삼거리 앞에서 하차한 뒤 용케 지난번에 영애의
집에 왔던 주소를 기억해서 그 단지의 입구에 서 있었다.
정확한 동 호수는 몰랐고 자신을 자꾸 만나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피하는 영애를 어떻게 해서든지 만나야겠다는 고집에
그녀에게 말도 안 하고 불쑥 찾아온 것이다. 지금은 배째라 는 심경으로 영애의 차만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좀 아까 문자를
교환했다. 하긴 했는데 뭐하냐고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묻는 현준의 질문에 영애는 지인을 만나러 나갔다가 곧 집으로 들어갈
예정이라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면 집에 당도하겠다. 나름대로의 통밥을 굴리고 이렇게 재빠르게
집 근처에 와서 대기중인 것이다.
물론 모험이다. 영애가 진짜 그 말대로 나갔는지 이미 귀가해서 집에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전화로 연락을 여기까지 온
마당에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여기서 끈기 있게 기다려 볼 참이다. 현준의 감이 맞았다.
30분 정도 지나자 저 멀리서부터 빌리지 입구를 향해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오는 눈에 익숙한 영애의 빨간색 미니 쿠퍼가
보인다. 현준은 입에 침이 바싹 바싹 마르고 있었다. 긴장해서 손에 땀이 다 난다. 영애는 아직 그를 보지 못했다. 영애 차
뒤엔 다행이 따라오는 차가 없다.
두근 두근 떨리는 심정으로 현준은 에잇-! 하며 주차장 쪽으로 향해오는 영애의 차 앞에 팟! 갑자기 뛰어들었다. 끼이이이익
강렬한 제동음을 내며 영애의 차가 멈춰섰다.
“현... 현준아...?!?....”
“헤헤.... 누나.. 잘 지냈어요..?...........”
“이.. 이게 무슨 짓이니..? 달리는 차 앞으로.. 뛰어들다니.... 괜..찮아?.........”
“응... 보다시피 말짱해요.. 헤헤.......”
“너...너... 왜 이런... 하아... 일단, 얼른 차에 타...........”
영애는 당황해서 창백해진 하얀 얼굴로 덜덜 떨며 차 앞에 쓰러진 사람을 확인하러 내렸고 놀랍게도 그것이 현준이라는 것을
알자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감정이 동시에 교차하며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반갑지도 싫지도 않은 알 수 없는 얼굴 일단
사고는 나지 않아서 다행이고 이 아이를 태워서 얼른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부우웅 현준을 태운 영애의 차는 그렇게 단지
밖으로 유턴해서 어딘가로 향한다.
현준은 영애의 눈치만 조용히 곁 눈질로 살피고 있다. 영애는 가만히 침묵을 한참동안 지키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가 입을
열 때까지는 지은 잘못이 있기에 겁이 나 절대 입을 열지 않으려는 현준 마침내 영애가 한참만에 무겁게 살짝 젖어 있는
예쁜 음성으로 입을 연다.
“어쩔려고 그랬어?... 무슨 생각이었니... 대체?.......”
“미안해요.. 죄송해요.. 누나... 누나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냥 와버렸어요...........”
“온 것만 묻는게 아니잖아.. 어쩌자고 위험한 짓을 했니..?........”
“그야.. 집 주소도 모르고... 앞에서 나타나자... 이런 생각밖엔 없었어요..............”
“사고라도 났으면 어쩔 거냐고 묻고 있잖아!!!!.............”
영애는 도저히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현준은 처음 보는 영애의 분노하는 모습에 얼이 휙 빠져 버렸다.파들파들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진심어린 얼굴로 화를 내는 영애의 모습 파래진 얼굴로 몸은 미약하게 흔들리며 아름다운 여인은
눈물을 글썽거린다. 당황해서 청년은 그녀를 쳐다본다. 여인은 후흐 가쁘게 호흡을 토하고 침을 작은 소리로 삼키며 달리던
차를 5호선 오금역에 다다르자 세웠다. 힘없이 시트를 뒤로 젖히는 그녀의 하얀 얼굴 위로 주르르 눈물이 떨어진다.
영애의 기백에 압도당한 현준은 차가 정지하고 나서 하아 하아 가벼운 숨을 들이 쉬며 몸을 약하게 떨고 있는 영애를 아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손을 가져가 안쓰러운 등을 어루만진다.
“누나.......”
“미안해.. 아까는 정말 놀라서.. 화를 내버렸어.... 미안해........”
“아니예요... 제가 죽을 죄를 지었는데요... 뭘... 이제는 괜찮아요..?”
“응... 괜찮아.. 아깐 너무 화가 나서 나 스스로 진정을 못한거야......”
“후후후... 다행이군요... 눈물부터 좀 닦아줄게요.........”
현준은 아직도 가볍게 떨리고 있는 영애의 작은 몸을 사랑스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며 품 안에 담았다. 눈물을 닦아주겠다
해놓고 막상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자 가슴이 떨리고 다시 두근거려서 도저히 못참고 그냥 껴안은
것이다. 영애는 현준의 품에 와락 안기며 비로소 떨리는 가슴을 겨우 추스른다.
“귀엽다니까... 하여튼.. 다 큰 어른이 걸핏하면 눈물이나 흘리고... 크큭... 이렇게 귀엽게 덜덜 떠는 모습을 보면... 안 설렐
수가 없지요..........”
“치이... 미워.. 바보야.... 이렇게 막 끌어안는 건 반칙이라구.............”
“하하하.. 그래요... 옐로 카드?... 이런 반칙은 실컷 퇴장당해도 괜찮겠네요... 키키키..........”
“흥.... 바보.... 혼 좀 나야.. 정신차릴려구.....”
현준은 잔뜩 긴장했던 조금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학교가 끝나고 바로 일주일 전의 월요일처럼 얼마나 설레이고 힘들었는가
아무런 사전 연락도 없이 반 미친 척을 하고 냅다 버스만 타고 익숙치도 않은 길을 찾아 이 촌놈이 용기를 발휘해 찾아 온
것이다 까짓거 와서 영애가 이미 집에 들어가 있거나 여차한 사정으로 못 만나면 어떤가? 그런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돌발 행동이라도 하지 않고서는 가슴이 터지고 미쳐버릴 것 같은 극심한 통증과 뜨거운 갑갑함을
견딜 수 없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것이 지극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영애는 그렇게 현준의 연락을 피하고 전화를 일부러 안받고 문자 답장도 주지도 않고 요리조리 현준의 접근을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을 요 일주일간 계속 주었기 때문에 차라리 이런 식으로 충격 요법을 주는 편이 정신도 번쩍번쩍 들게 하고
스토커처럼 보일 수야 있겠지만 자꾸 피하려 드는 마음을 효율적으로 확 붙잡기에 가장 좋은 수가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내 품 안에 안겨 있잖은가? 위험하고 무모한 짓을 했지만 성공했으니까 됐지 뭐!.. 현준은 기분 좋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품에 안긴 영애의 등을 다독거린다.
“어디 다녀 왔어요?..... 오늘 옷차림이 화려하고 이쁘네............”
“응.. 이뻐..? 고마워 히힛... 칭찬해줘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분 동생이.. 오늘부터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는다고 그래서..
삼성역에 있는 갤러리 다녀오는 길이야.. 후훗........”
“그랬구나... 어쩐지 패션이 다르다 싶더니.. 역시... 누나는 진짜 이쁘고 멋지다니까요...........”
“쿡쿡쿡... 기분 좋아... 그런 아첨도.. 호호...........”
“어어~? 그냥 막연히 듣기만 좋으라고 하는 아부 이런게 아닌데요..?? 흐흐흐 진짜로 눈 빠지게 이쁘고 근사하다구요...
누나는.. 최고로 이쁜 사람이예요......”
“호호호.. 알았어... 알겠으니까.. 거기까지 적당히 하고 그만 좀 해.. 학교.. 끝나고 아까 곧바로 온 거였어?...........”
“그렇죠... 잘 모르는 길이라 낯설기는 한데... 저번에 누나랑 같이 차 타고 온 기억이 있으니까... 떠듬떠듬..... 어떻게든
떠올리면서 버스 타고 왔어요... 대충은 기억하니깐요.........”
“하하하하... 잘 했어.. 키득.. 머리 좋네.. 한번 온 길을 기억해내고.. 똑똑하다..........”
“그런가?... 헤헤헤... 누나를 보기 위해서라면... 없던 기억도 막 되살아나게 되죠..........”
현준과 영애는 오금 공원 구석의 한적한 주차장에 차를 일단 세워 두고 차에서 내려 가볍게 심호흡을 한다. 시간은 아직 오후
4시 50분 해가 쨍쨍하다.
“여기가 어디예요?..........”
“응.. 오금 공원이야.. 우리 집에서 좀 멀지.. 일부러 여기까지 데리고 왔어..........”
“왜요?.. 집 앞에 좋은 호수 공원도 있으면서...........”
“으이구.. 바보야.. 이럴 땐 누가 어린 애 아니랄까봐.. 쿡쿡.. 생각을 해봐... 우리 집 근처에서 자꾸 왔다갔다 하다가.. 누구
눈에 띄면 위험하잖아.........”
“아~~ 역시.. 용의주도한 누나네.. 하하... 난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이 안 났어요.. 히히.......”
“푸훗..... 바부.. 여기 경치 좋은 곳이야. 가끔 지나가다 들르거든.. 우리 좀 걸을래... 현준아?... 바람 쐬자.....”
“좋아요..........”
두 사람은 영애의 표현대로 집에서 일부러 먼 곳까지 차를 타고 왔다. 하지만 사실 멀리 온 것도 아니었다. 그래봤자 작은
송파구 내의 반경안에 머물 뿐 현준은 살며시 영애의 작은 오른 손을 꼬옥 감싸 쥐었다. 그러자 영애는 주위를 살짝 둘러보며
현준의 손가락 깍지를 포옥 끼우며 더 살갑게 잡는다.
“저기 보이는 데가 오금역이야.. 봐봐?... 생각난 김에 알려줄게.. 지하철 타봐서 알지?.........”
“응... 알죠!... 그 정도는 알아요.. 아무리 촌놈이라두... 큭큭큭............”
“호호.. 미안해... 혹시 몰라서.. 지난 번에 어디 산다고 그랬지.. 방이동?............”
“어.. 아니에요.. 그렇게 말했구나 그때는.. 누나가 차 타고 데려다준다고 하길래, 멋쩍어서 거짓말을 좀 했어요... 우리 집은
더 멀어요.. 천호동 현대백화점 알죠?... 그 뒤에 있어요...........”
“뭐야~~ 왜 사람한테 거짓말을 해? -.- 나는 몽촌토성 쯤인 줄 알았네.. 혼난다.. 또 뭐 속이고 그러기만 해봐.. 쿡쿡.. 암튼..
음.. 천호역도 편해!.. 5,8호선 환승역이니까.. 이대로 쭈욱~ 타고 가면 바로 너네 집이야.......”
“아는데요... 뭐하러 이런 걸 설명해줘요?..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닌가..? 크크크~~ 전철 한두번 타본 것도 아닌데......”
“그... 그래?... 혹시나 잘 모를까봐서... 미안..? 호호..........”
오랜만에 만나서 고작 하는 얘기가 이런 지하철 노선 얘기였다. 가볍게 화제를 나누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이런 느낌이
오히려 살갑고 좋지 않은가 현준은 영애의 밝고 경쾌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무척 행복해졌다. 조금 출출해진 모양이다.
아까 그 난리 쇼를 벌이며 무리를 했더니 꼬로록~~ 울리는 배를 쥐고 무안해진 현준은 영애의 눈치를 살핀다. 역시나 영애는
소리를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한다.
“키득키득키득... 건강하다는 증거야... 얘.. 얼마나 몸이 정직하니..? 쿡쿡쿡......”
“헤헤... 오늘도 에너지를 너무 썼나봐요.. 누나... 나 배고파.. 밥 먹으러 가요...........”
“그래... 호호... 오늘은 현준이한테 뭘 얻어 먹으러 갈까??...........”
“잉??... 그런 무서운 말을 하면.. 나 돈 없는데.. 누나.......”
장난으로 한 마디 던져봤다가 현준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아주 심각한 얼굴이 되자 영애는 빵 터지며 현준의 볼을 꼬옥
꼬집었다. 둘은 송파 경찰서 뒷 골목을 타고 조용한 한식집으로 들어갔다. 현준은 영애와 같이 걸으려니까 어째 ‘경찰서’라는
현판이 눈에 보이기만 해도 양심에 꺼림찍한 기분이 들어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 영애는 그런 현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살짝 웃는다.
“이런데.. 경찰서가 있어요..? 크다.......”
“응!... 우리 같이 나쁜 짓 몰래 하는 사람들 잡아가려고 상시 대기중이지 쿄쿄쿄.........”
“뭐라구요..? 캬캬캬.. 누나 화끈하네.....”
“호호.. 장난이야... 자, 뭐 먹을까요~~ 일단 메뉴판부터 봅시당~”
생선양념구이와 두부젓국찌개를 시켜놓고 맛있게 먹는 두 사람 영애는 한우를 먹고 싶다며 고집을 부렸지만 그렇게 이쁘게
차려 입고 와서 냄새 배게 철딱서니 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현준에게 혼나기만 했다. 풀이 죽어서 순순히 말을 들으면서도
배시시 웃는다. 후딱 맛있게 밥을 파바밧 먹어 치우는 영애 현준 현준은 사실 영애가 밥을 이렇게 빨리 먹을 줄은 몰라서
신기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역시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먹고는 행복하게 웃는 그녀 둘은 식혜를 마시며 이제 뭐할까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뭘하지?.. 집에 들어가기도 애매한 시간이고... 오늘은 우리 지우.. 선우 둘다 집에 있을거야.. 시간대가 어중간하네.......”
“에이... 누나 집에 안가요~ 위험하게.. 지우랑 마주칠 수도 있는데.. 일단은 나가서 좀 걷죠.. 차에 가서 정해요.......”
“싫어~ 안돼... 킥킥... 나는 미리 정해놓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 나가는 스타일이란 말야.........”
“까다롭네.. 하하.. 그래요... 그럼 뭐... 모텔이나 가든가........”
“뭐....? 모.. 거기를 왜가...?”
장난으로 한 마디 휙~~ 던져 놓고, 모른 척하고 고개를 돌리며 웃고 있는 현준 짖궂은 장난인줄 알면서도 영애는 빨개진
얼굴로 찌릿 귀엽게 노려본다. 은근히 성희롱 비슷한 농담을 가끔 던지는 것도 재밌겠네 하며 키득키득 웃는 소년은 잠시
무안한 얼굴로 새치롬해진 영애 현준이 아무 말이 없이 그냥 웃자 피시식 자기도 따라 웃는다.
“일단 나가자... 그럼.. 어디를 가든.. 모.. 테... 그런 데를 가든지 말이야.......”
“뭐라구요?... 모테..엘에 가겠다는 말이예요..??”
“쉬잇!... 조용히 해 여기 아직 가게 안이잖아.. 바보얏........”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 영애는 현준의 단단한 가슴팍을 가볍게 툭 밀쳤다.
“으휴~~ 못 말려.. 그런 말은 크게 하지마.. 현준아.. 쿡쿡쿡........”
“하하하... 미안해요.. 눈치가 없었네요.. 좀 전에 너무 놀라서... 히히.. 그.. 근데.. 진짜.. 모텔 갈.. 생각이 있어요..?......”
“안 가지!... 바보야... 누구 좋.. 좋으라고 그런 데를 가겠니.......”
“누구 좋기는요.. 혹시라도 가게 되면 서로 좋아지는 거 아닌가..?..........”
“또 장난쳐.. 혼나려구..?...........”
“큭큭큭.. 재밌잖아요.. 장난을 치는 건 맞는데.. 툭 까놓고 그럼 얘기해봅시다.. 모텔 가면 또 어때요??.. 가서 그냥 건전하게
둘이 껴안고 영화 보고.. 잔잔하게 누워서 좀 쉬고.. 그러다가.. 편안하게 휴식하고 나오면 되는 거죠.. 요즘 모텔은 그런
데예요.. 꼭.. 그.. 섹스만.. 하는 곳이 아니라.. 에헴...........”
자기가 생각해도 좀 유치하고 말이 안되는 구차한 얘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일부러 말을 질질 끌어가면서 이런식으로 반 농담삼아 영애의 반응을 살펴보고도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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