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교향곡 - 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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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두운 방안에서 누가 끙끙 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의문이 든 태수는 불을 켜보니 방바닥에서는 엄마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있었다.
[어디 아프신가?... 아침에 책방을 나갈때는 멀쩡하셨는데.......................]
걱정이 되서 잠을 자는 엄마의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였다.
[이렇게나 많이 아프시잖아!... 어떡하지?............................................]
기겁을 한 태수는 아무생각없이 선규의 집으로 달려가 벨을 누르며 문을 두들겼다.
"아줌마!... 아줌마!........................................................................."
문이 열리며 놀란 선규엄마가 나왔다.
"태수구나... 무슨일이니?................................................................"
"엄마가 많이 편찮으세요... 빨리 와 주세요........................................"
"뭐?..........................................................................................."
발을 동동 구르는 태수를 보면서 경악을 한 명숙은 급히 약상자를 들고 태수의 집으로 달려갔다. 밖에서 일어난 소란을 들은
선규도 놀라며 뒤따라 달려왔다. 방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혜영를 살펴본 명숙은 얼굴이 하얗게 된 태수를 바라보았다.
"감기몸살이 드신거야... 괜찮아질거니 너무 걱정하지마....................."
"병원에 안 가셔도 돼요?.............................................................."
"응... 주사맞고 약을 먹으며 2~3일간 안정을 하면 나을실거야... 엄마가 밖에서 오래 계신적이 있었니?............."
"일주일동안 집에 공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먼지가 나가게 거의 하루종일 마루창문을 열고 있었어요... 갑자기 무리를
하신데다 찬공기를 많이 맞으셨나봐요.........................................."
그러자 명숙은 혀를 찼다.
"쯧쯧... 그러면 우리집에 올것이지... 어찌 네 엄마나 너는 생각이 꽉 막혔냐?.................."
태수는 대답도 못하고 머리만 긁었다.
"주사를 놓을테니... 선규와 마루에 나가있거라................................"
태수는 앓아누운 엄마를 다시한번 쳐다보고 선규와 나왔다. 선규도 태수를 나무랬다.
"우리 엄마말이 맞아... 너라도 그생각을 했었어야지... 아줌마가 큰 병이 나시면 어떡할려고 그랬어?... 안그래도 몸이 약하신
분인데..................................................................................."
"나는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지?.................................................."
"어쨋든 그만하기에 천만다행이다... 이제 집은 다 고쳐졌어?............"
"응........................................................................................"
"그동안 어디에서 잤니?............................................................"
"공사를 안하는 방에서 엄마와 잤어............................................."
"아줌마와 같이 잤어?..............................................................."
"응........................................................................................"
태수는 엄마가 너무나 걱정이 되어 선규의 말은 잘 들리지도 않고 닫혀진 방문만 쳐다보았다. 잠시후 선규엄마가 나왔다.
"됐다... 이제 괜찮아지실거야... 내가 나중에 약과 미음을 써 올테니 그걸 잡숫게 하고 항상 집안을 따뜻하게 해야한다....."
"네... 아줌마... 너무나 감사드려요... 지금 이 시간에 약국문이 모두 닫혀있을텐데... 그나마 아줌마가 옆에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명숙은 웃으면서 태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에 아무도 없는데 우리가 서로 도우며 살아야지... 네가 많이 놀랬겠다... 당분간 네 엄마 책방에 못나가시도록 해... 너도
시간이 없다면 아예 며칠간 책방문을 닫던가 그래... 사람이 우선이지 그깟 돈이 중요하니?......................................."
"아줌마 말씀대로 할게요........................................................."
태수는 나가는 선규엄마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를 했다. 선규는 침대 위에 누워서 어두운 방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도
태수엄마 때문에 놀라서 오늘밤은 자위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잘해줬던 태수엄마가 그만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우리집에서 자라고 했을텐데... 아줌마는 엄마와 같이 자고 태수는 나와 함께 잤으면 됐잖아?... 바보같이
왜... 말하지 않았냐?.............................................................]
그러다가 태수가 그동안 태수엄마와 함께 잤다는 말이 기억났다.
[태수는 좋았겠다... 아줌마와 한방에서 잘수있어서... 나도 그런 기회가 없나?... 그러면 엄마가 자는모습도 보고 몰래 엄마의
몸도 훔쳐볼수 있는데... 갑자기 같이 자자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그러자 선규는 혼자만의 방을 쓰고싶어서 그동안 가끔씩이라도 엄마와 같이 잠을 자지 않은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한밤중에
태수는 어두운 방 안에서 엄마 옆에 앉아있었다. 걱정이 되고 또 언제 엄마가 깰지 몰라서 부엌으로 가서 선규엄마가 가져온
미음을 여러번 뎁히고 있어서 잠이 오지를 않았다.
엄마는 아직 식은땀을 흘리면서 열이 있었으나 주사를 맞은 덕택인지 끙끙거리지는 않았다. 엄마가 아픈게 자신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괴로웠고 자신을 몹시나 자책했다.
[내가 나쁜놈이지... 엄마를 지켜드리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는데 불현듯 낮에 유진이 들려줬던 존 레논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도 그사람처럼 엄마가 잘못되시기라도 한다면.....................]
혼자남을 생각을 하자 겁이 벌컥 나며 엄마를 그리워할거 같아서 저도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나를 키우시느라고 고생을 하셨는데... 그런일이 나면 절대로 안되지... 엄마는 꼭 오래 사셔야 돼...............]
열이 있는 엄마의 손을 잡으면서 한동안 앉아있다 보니 어느새 우유배달을 나갈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배달을 나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미음과 약을 드셔야 하는데... 내가 없을때 엄마가 일어나시면 어떡하지?........................]
하지만 배달은 빠질수가 없었다.
[빨리 돌아올게요... 엄마....................................................]
태수는 몇번이나 엄마를 쳐다본다음 내키지않는 발걸음을 움직여 밖을 나갔다. 우유배달을 끝낸 태수는 허겁지겁 뛰어와보니
엄마는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아직 안 깨셨나보지?...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쉰 태수는 엄마 옆에서 한동안 책을 읽다가 엄마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어제보다는 식은땀도 줄어들었고 열도
많이 내려져 있었다.
[주사를 맞아서 나아지시나보지?.......................................]
엄마의 얼굴은 헬쓱해졌지만 많이 평화스럽게 보였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엄마가 평소에 보았던거보다 더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고 고운 엄마의 얼굴을 보니 아버지가 이해되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따로 없네... 젊으셨을때는 이거보다 더 예쁘셨겠지?... 아버지가 쫓아다니실 만도 하셨겠어......]
그러는데 엄마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으... 응......................................................................"
"일어나셨어요?............................................................"
혜영은 힘없게 눈을 뜨자 근심과 기쁨으로 가득찬 태수의 얼굴이 보였다. 몸이 좀 무겁고 정신이 몽롱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촛불과 방 안이 제법 환한게 낮인것 같았다.
"책방에서 일찍 나왔니?................................................"
태수는 창백한 엄마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오늘은 월요일이에요... 어제부터 엄마가 아프셨어요........"
"뭐?... 정말이야?........................................................"
"네... 그동안 공사때문에 무리를 하시고 찬바람을 맞으셔서 감기몸살이 나신거에요... 어제 선규엄마가 오셔서 주사를 놓고
약과 미음을 주셨어요... 며칠 쉬시면 괜찮아진데요........."
혜영은 어리벙벙해서 태수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렇게나 오래 잔거야?... 어제 네가 나간 후에... 정리를 계속하다가 몸이 무거워서... 잠깐만 잘려고 누웠었는데.....
일어났을때... 아직 일요일 낮인지 알았어......................"
천장을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태수를 보았다.
"밥은 먹었니?..........................................................."
"이 경황에서 제 걱정이 나세요?..................................."
"그래도... 내가 누워있었잖아......................................"
"어제 저녁은 선규엄마가 갖다줘서 먹었고... 아침은 제가 차려 먹었어요....................."
"선규엄마가 고맙구나... 너까지 챙겨주고......................"
그러자 태수는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엄마... 죄송해요....................................................."
"뭐가?..................................................................."
"제가 조금만 신경썼었더라면... 엄마가 아프지 않았을텐데요...................................."
태수의 얼굴을 보니 죄책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혜영은 미소를 지으며 태수의 손을 잡았다.
"네 잘못 아니야... 그리고 너라도 아프지 않으게 얼마나 다행이니?............................"
"그래도요... 다음부터는 엄마가 아프지않게 신경쓸게요.........................................."
자신을 걱정해주는 태수의 마음이 고마워서 쳐다보니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
"어제밤에 한숨도 안 잤니?........................................"
"네... 계속 엄마 옆에 있었어요.................................."
"왜 그랬어?... 피곤했었을텐데... 감기옮으면 어떻게 할려고....................................."
"저는 괜찮으니 걱정마세요......................................."
"배달은 갔다왔니?.................................................."
"네......................................................................"
그러자 혜영의 머리속에 책방이 문득 생각났다.
"지금 몇시니?........................................................"
"아침 10시가 넘었어요............................................"
"어떡하니?... 책방에 나가야 하는데..........................."
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하자 태수가 얼른 그녀를 다시 눕혔다.
"안돼요................................................................"
"무슨 소리야?... 나가봐야지...................................."
"엄마를 며찰간 쉬시게 하라고 선규엄마가 그러셨어요... 나중에 제가 나가든가 아니면... 며칠 문을 닫으면 되잖아요....."
"그럼... 장사는?..................................................."
"건강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해요?... 그러시다가 병이 재발하면 어떡해요?..............."
혜영은 속으로 안절부절 했으나 태수의 단호한 얼굴을 보니 그의 고집을 꺾을수가 없었다.
"알았어... 그럼... 며칠간만 쉬지............................."
그러자 태수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잘 생각하셨어요... 제가 미음 가져올게요..............."
나가는 태수를 보면서 혜영은 의아해 했다.
[마치 나를 중병에 걸린 환자취급하네...................]
태수는 엄마가 깨어나자 마치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난것처럼 생각되어 뛸듯이 기뻐했다.
[엄마를 잘 간호해야지... 내가 아팠을때 엄마는 날 돌보느라 고생하셨잖아.........................]
미음을 뎁힌 다음 쟁반에 놓아서 약과 함께 가져왔다. 쟁반을 내려놓은다음 누워있는 엄마을 일으켜 앉혔다.
"미음 드세요...................................................."
"별로 생각이 없어... 나중에 먹을게......................"
"약때문에 드셔야해요........................................"
태수는 숟가락으로 미음을 뜬후 호호 불어서 엄마의 입으로 가져갔다.
"이리줘... 내가 먹을게......................................."
"아니에요... 제가 먹여드릴게요... 엄마는 힘도 없으시잖아요........................"
태수가 하도 걱정하는것 같아서 혜영은 할수없이 태수가 주는 미음을 받아먹었다.
[부모와 자식이 뒤바뀐거 같네... 애처럼 아들이 먹여주는 밥을 받아먹고........]
미음을 억지로 목구멍에 넘기면서 좋아하는 태수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기는 했다. 어렸을적 이후 이러한 대접을 받아보지
못했던 혜영은 마치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특별하게 여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태수아빠도 이렇게까지 해주지는 않았는데... 이런 대접을 아들한테 받아보네................]
미음을 다 먹고 약을 먹은 후 혜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일어나세요?... 누워서 쉬세요......................"
"이제 네 방에 가서 네 할일을 해... 옷이 땀에 젖어서 갈아입어야겠어............................"
태수는 계속 엄마옆에 있고싶었지만 엄마가 옷을 갈아입겠다는데 옆에 있을수가 없어 할수없이 일어났다.
"그럼... 제가 필요하시면 부르세요... 밥은 제가 알아서 먹을테니 걱정하시지 마시고요....."
"그래... 알았다.............................................."
혜영은 쟁반을 들고 나가는 아들을 쳐다보다가 불렀다.
"태수야......................................................."
"네?..........................................................."
"고마워......................................................"
"뭐가요?...................................................."
"내 옆에 있어줘서......................................."
그러자 태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별말씀을 다하세요... 엄마도 제가 아팠을때 그러셨잖아요......................"
혜영은 나가는 태수의 뒷 보습을 바라보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태수와 선규는 버스에서 내려 보급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줌마는 어떠셔?...................................."
"많이 좋아지셨어... 다 너희 엄마덕분이야....."
"다행이다... 연말에 감기걸린 사람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더라..............."
"너까지 걱정해줘서 고맙다........................"
"당연한거지... 그런데 책방은?..................."
"며칠 문을 닫아야지... 엄마가 완전히 나으실려면 다른 도리가 없잖아......"
"잘 생각했다... 감기 몸살은 확실하게 뿌리를 뽑아야 해........................."
태수는 책방얘기를 하니까 유진이생각이 났다.
[유진이 누나가 오늘 책산다고 온다그랬는데... 못 사겠네.....................]
한편 선규는 태수가 태수엄마와 같이 잤다는 말이 자꾸만 생각났다.
"태수야... 아줌마와 같이 자니까 어때?....."
"무슨 소리야?......................................"
"엄마와 자니까 좋아?..........................."
태수는 마음한구석에 찔리는것이 있었지만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렇더라... 엄마와 자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어?.. 그런데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너는 너희 엄마와 자주 안으며 살잖아..."
요사이 선규는 엄마를 보기만해도 흥분하는게 겁이 나서 엄마를 잘 안지도 못했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자 본지가 오래되서... 그냥 좋았나하고 물어본거야............."
"어린애 처럼 엄마의 품에서 자보고 싶어?....................................................."
"글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네................................................................"
"그럼... 아줌마한테 물어봐라... 너를 끔찍히 생각하시니 들어주시겠지.............."
"그럴까?........................................."
태수는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갑자기 왠 애타령이냐?... 빨리 가자... 늦겠다.............................................."
태수와 선규는 서둘러서 보급소를 향해 걸었다. 명숙은 혜영의 생각이 나서 일찍 약국문을 닫고 혜영의 집으로 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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