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교향곡 - 8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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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작성일 25-11-24 19:38 조회 30 댓글 0본문
땀때문에 아주 끈적끈적함이 있었지만 평소보다 여위어진 선생님의 얼굴은 왠지모를 친근함을 가져다 주었다. 아주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피부를 만지다가 문득 자신이 무슨짓을 하고 있다는것을 깨닫자 흠짓 놀랐다.
[내가 돌았나?... 선생님의 얼굴을 만지고........................]
혹시 아이들이 봤을까봐 주위를 돌아본 선규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을 하고 안도를 했다. 다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문배달을 하면서 처음 그녀를 만났을때 찬바람이 불었던 얼굴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러자 가슴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던 그녀의 차가웠던 인상이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한동안 그녀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으니 선생님 남편이라는 사람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다.
[귀여운 자식들과 이런 아내가 있는데... 왜 그러지?... 선생님이 마담보다는 백배 낫구먼... 하긴 아빠도 엄마와 나를 버리고
그랬는데..........................................................]
착잡한 심정이 들어 방바닥에 가만히 앉아 선생님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녀와 아이들을 돌보느라 방들을 왔다갔다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국음식을 시켜 아이들과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보니 지갑에서는 돈이
다 떨어지게 되었으나 이상하게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어린 아이들이라 그런지 아주 일찍 잠이 들었다. 애들의 이불을 덮어주다가 혁재의 얼굴을 보니 문득
착잡한 심정이 생겨났다.
[얘도 크면... 나처럼 저 아빠와 똑같이 굴겠구나.........................]
그리고는 방을 나와서 시계를 보니 9시가 넘고 있었다.
[이러다가 내일도 학교에 못 나오시겠네... 그나저나... 나도 여기서 밤을 지새울수는 없는데... 도대체 남편이란 사람은 어디
있는거야?... 오늘도 마담하고 있나?.......................................]
불현듯 마담을 생각하자 오늘 그녀의 집에 가지 않은것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일었으나 선생님을 아프게 한것은 그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껴져 화도 치밀어 올랐다.
[옛날에 결혼한 남자가 도망갔었다고 그랬지?... 자신이 그렇게 당했으면 남한테는 똑같은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거 아니야...
그런 여자한테 오늘 안가길 잘했어.........................................]
선생님 남편에게 낮부터 몇번이고 전화를 했었으나 헛수고였다. 다시 선생님 방에 들어가서 어둠속에서 얼마동안 침대 옆에
앉아있는데 고요히 잠들어 있던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음...................................................."
멍하니 방바닥에 앉아있던 선규는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선생님 옆으로 갔다.
"응...................................................."
그녀가 일어났나해서 반갑고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는데 선생님은 눈을 비비며 상반신을 조금 일으켰다.
"일어나셨어요?.................................."
"....................................................."
그말에 그녀는 선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정신을 덜 차렸는지 멍한 표정이었다.
"이젠... 괜찮으세요?.........................."
"선규니?.........................................."
"네................................................."
이상한 얼굴로 쳐다보던 선생님은 그제서야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여기에는 왠일이니?................."
"오늘 찾아뵙는다고 그랬잖아요........."
"맞아... 그랬었지... 내가 깜빡 했다... 그런데 지금 몇시니?........"
"저녁 9시 반정도가 됐어요..............."
"뭐?............................................."
그말을 듣고 선생님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럼... 네가 여태까지 여기 있었단 말이야?..........................."
"네... 선생님이 이렇게 아프시고 애들도 혼자 있어서 갈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그냥 여기에 있었어요........"
"그래도 그렇지... 밥은 먹었니?... 아니면 내가 지금 차려줄게....."
"먹었으니까... 신경쓰시지 마세요........................................."
"애들은 지금 어딨니?......................"
"자요..........................................."
"밥을 안 먹었을텐데......................."
그녀가 근심하는 표정을 짓자 선규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부엌일을 할줄 몰라서 애들에게 피자와 중국음식을 사줬어요... 선생님의 허락없이 그래서 죄송해요........"
"네가?........................................."
입을 벌리고 놀라던 그녀는 이내 그의 손을 잡고서 미안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말에는 여전히 아픈 사람같이 힘이
없었다.
"미안하다... 선규야... 나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그냥 보냈구나... 애들에게 사준거 얼마니?... 내가 돈 줄게........."
"아니에요... 저도 먹었는데요..........."
그가 쾌활하게 대답하자 그녀는 말없이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았다. 그러는 선생님이 왠지 매우 쓸쓸하게 보였다.
"혁재 아버지께서는 아직 안들어 오셨어요................"
선규가 고개를 숙이면서 조용히 말을 하자 선생님은 그와 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괜한 말을
해서 침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싶어 그는 얼른 옆에 있는 약 봉다리를 내밀었다.
"선생님... 식사하시고 이거 드세요........................."
그러자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선규 손 안에 있는 약 봉다리를 보았다. 그러는 선생님의 눈은 어딘지 모르게 아주 빨갛게
보였다.
"그게 뭔데?....................................."
"약이에요... 제가 낮에 약국에서 사왔어요.............."
"약?..............................................."
선생님이 놀란 표정을 짓자 선규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저희 엄마가 약사이세요... 그래서 아까 전화를 해서 엄마한테 처방을 받아 약을 지어온 거에요... 저도 어깨너머로 배워서
증상을 볼 줄 아니까 걱정마시고 드세요................"
선규의 말을 듣고 선생님의 얼굴에는 감동과 고마움의 표정들이 섞여졌다.
"너에게 뭐라 할말이 없구나... 애들을 돌봐준것도 고마운데... 어머님께 꼭 내가 감사하다고 전해라............."
"네................................................."
"네어머님을 뵐 낯이 없다... 괜히 나때문에 네가 공부도 못하게 만들고..................."
"우리 엄마는 아픈사람을 보면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는 성격이시니까 걱정하시지 마세요..........................."
"그래도 그렇지... 어머님한테는 네가 어떤 자식인데..... 스승이 되어서 제자에게 공부나 방해하고..............."
선생님이 씁쓸한 인상을 지으며 한숨을 쉬자 선규는 그만 가야겠다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이 일어나신걸 봤으니까 저는 이만 가볼게요... 푹 쉬세요............"
"갈려고?........................................"
"네... 제가 있으면 쉬시지도 못 하시잖아요......................."
그말을 듣고 이불속에서 일어나던 선생님이 그만 비틀거리자 선규는 얼른 그녀를 잡아 침대 위에 앉혔다. 어찌나 땀을 많이
흘렸던지 그녀의 옷은 물에 젖은것 처럼 축축했다.
"오늘 드신게 없으셔서 기운이 없어 그러세요... 저혼자 갈테니 선생님은 그냥 누워 계세요..........."
"그래도... 네가 애들과 나에게 잘 해줬는데... 내가 배웅이라도 해줘야지......................."
"괜찮아요... 그러다가 진짜 병나시면 어떡해요?.................."
"아니야... 그냥 이렇게 너를 보내면... 내마음이 편치않을거 같아서 그래......................."
선규의 가슴에 잠시 기대고 있던 선생님은 부시시한 머리카락들을 쓸어넘기며 창피한 듯이 조용하게 말했다.
"너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서 미안해................."
"아프신걸 가지고 뭘 그러세요?......................"
희미한 웃음을 짓던 그녀는 그를 붙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선규도 할수없어서 그런 그녀를 도와주기만 하고 있었다.
"잠깐 나가서 기다릴래?... 내가 금방 씻고 옷 갈아입고 나올게..........."
"혼자 하실수 있으시겠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너털웃음을 내지었다.
"나 씻는거까지 네가 도와줄래?......................"
그말에 선규는 얼굴이 빨개지며 얼른 방문쪽으로 갔다.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제신경 쓰시지 마시고 천천히 하세요............"
그리고는 방문을 열고 나갈려고 하는데 다시 선생님의 힘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규야......................................"
"네?.........................................."
"너 집에서도 어머님께 이렇게 잘하니?............"
"그건 왜 물어보세요?..................."
"난 태수가 집에서 이렇게 효자 노릇을 하고... 너는 그냥 개구장이 인줄로 생각했었거든............"
그러자 선규는 크게 웃었다.
"선생님께서 정확히 보신거에요... 저는 엄마속을 썩이는 그런 평범한 아이거든요....................."
그말을 듣고는 선생님은 그와 함께 웃음을 짓더니 화장실로 가 버렸다. 거실에 나온 선규는 집에 전화를 걸어서 엄마한테 곧
간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는 얼마를 기다리고 있자 새 옷을 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은 선생님이 나왔다. 그녀는 택시비를 주며
큰길까지 나오겠다고 했으나 선규는 간신히 만류하며 대문 앞으로 나왔다.
"버스타면 금방인데... 뭣하러 택시를 타요?... 그리고 선생님이 나오시면... 애들이 집에 혼자 있게 되는거잖아요..........."
"그러면 이 돈이 나마 가지고 가... 내가 미안해서 그래............................"
"그러시지 마시고... 그돈으로 애들한테 맛있는거나 사주세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선규가 끝내 돈을 안 받자 선생님은 아쉬운 기색으로 마지못해 돈을 집어넣었다.
"내일 학교에 나오실수 있으시겠어요?......................"
"내일부터 음악시험들이 줄줄이 있는데... 나가봐야지 네가 이렇게 나를 간호해줬으니까... 내일은 틀림없이 괜찮아질거야..."
"너무... 무리히시지 마세요... 선생님이 병 나시면... 저와 태수는 학교에서 고생해요... 저희들은 선생님이 안계시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알았어......................................"
그녀가 웃으며 대답을 하자 선규는 인사를 하고 대문을 나섰다.
"선규야......................................"
"네?.........................................."
"오늘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 제자한테 이런 대접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야............"
그러자 선규는 쑥스러워져서 고개를 숙였다.
"당연한 일을 한건데 뭘 그러세요?... 편안히 쉬세요... 저는 내일 뵐게요.................."
다시 인사를 하고 가는 선규를 선생님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집으로 가던 선규는
선생님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저도모르게 마담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남편이 마담과 같이
있을거란 예감이 계속 들었다.
[아무리 부부싸움을 했다고 하지만... 아내가 아픈데도 집에 늦게까지 안 들어오는 사람이 어딨냐?... 정말로... 마담과 같이
있으면... 어떡하지?...............................]
아파트 앞으로 다가가서 마담 집의 창문들을 올려다보니 불은 꺼져있었다.
[마담은 아직 가게에 있는가 보구나...........]
그리고는 집으로 갈려고 하는데 저멀리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보였다. 무심코 다가오는 차를 바라보니 그것은 술집앞에서
보았던 선생님 남편의 차와 똑같은 모델이었다. 그래서 설마하는 생각으로 얼른 다른 자동차의 뒤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그의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 안은 어두어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나 주차하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살펴보니 바로 저번에 외웠던
선생님 남편 차의 번호와 일치했다.
[설마... 진짜로?...................................]
긴장이 되어 숨소리도 내지않으며 유심히 보고있으니까 이윽고 라이터와 시동이 꺼진 차 안에는 두 남녀와 나와 서로를 아주
다정하게 끌어안고 아파트 입구로 걸어왔다. 선생님 남편과 마담을 확인하자 선규는 절망감으로 그만 두 눈을 질끔 감았다.
[뭐 이런 남자가 있어?... 전화도 안받고 그러더니 역시 마담과 같이 있었던거구나... 아내는 집에서 앓아 누운줄도 모르고...]
극심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선생님 남편과 마담을 때려눕히고 싶었다. 하지만 제 삼자인 그가 잘못 끼어
들었다가는 괜히 남의 집에 평지풍파를 일으킬수가 있어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참았다.
[이 남자가 집에 들어갈려나?... 이거 선생님이 진짜로 엄마처럼 되시는거 아니야?.................]
일어나서 선생님 남편과 마담이 들어간 입구를 한참동안 노려보던 선규는 뒤를 돌아 버스정류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명숙은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선규가 돌아오지를 않자 아주 몹시 초조해졌다. 그동안 시간을 잘 지키며 들어오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를 않으니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안 오는거야?... 선생님 집에서 나온 애가 설마 이상한 곳을 간건 아니겠지?.....]
그러면서 거실 안을 서성거리는데 선규가 들어오자 급히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아까 출발한다고 전화 해놓고는 왜 이렇게 늦은거야?... 어디 들렀다 온거야?............................"
그녀가 신경질을 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규는 알수없는 표정으로 명숙을 쳐다보다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시험때문에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다가 늦었어... 미안해..............."
"그... 그랬어?... 그럼 전화라도 해주지......................................"
할말이 없어진 명숙이 부끄러워서 우물쭈물하자 선규는 다가와서 그녀를 다정하게 껴 안았다.
"다음부터는 꼭 전화할게...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왠지 선규가 힘이 없어 보여 명숙은 어리둥절했다.
"선생님은 괜찮으시니?.................."
"응... 엄마한테 감사하다고 전해달래......................"
"선생님 남편은 아직 들어오시지를 않은거니?.........."
그러자 선규는 슬프게 보이는 눈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명숙은 옆에 있는 아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선규는 풀이 죽은 듯 내내 아무말이 없었고 얼굴표정도 마치 넋이 나간듯이 보였다.
"선규야....................................."
"응?........................................."
"선생님 집에서 무슨일이 있었니?........................."
"아니... 왜?.............................."
"그냥... 네가 힘이 없어 보여서....."
"피곤해서 그런가봐... 오늘 하루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선생님을 간병했었잖아........"
"네가 그래서 선생님이 감동하셨겠다....................."
"그거가지고 뭘... 아프신 선생님에게 제자가 그러는건 당연한건데........................"
등을 돌리고 있는 선규가 조용한 소리로 말하자 명숙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선규가 착하기는 착해... 다른애들 같았으면...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러자 그녀의 가슴속에는 아들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스러움이 충만해져 뒤에서 선규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선규는 그녀가
안아주는것을 무척 좋아했고 그녀도 그를 안고있으면 마치 이리저리 방황하는 새를 품 안에 안은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다.
한동안 그녀의 품 안에서 침묵하고 있던 선규는 별안간 착잡하게 들리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엄마..................................."
"응?...................................."
"엄마는 아빠가 바람핀걸 처음 알았을때 기분이 어땠어?............."
그말을 듣고 명숙은 순간적으로 경직이 되었다.
"그건 왜 물어보는데?............."
"갑자기 궁금해서 그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얘기하는 선규의 말을 듣고 그녀는 의아해 했다.
[또 무슨생각이 나서 이러는거야?......................]
하지만 그때의 일이 떠오르니 마음이 괴롭고 착잡하기도 해서 어둠속을 가만히 응시했다.
"처음에는 믿겨지지가 않았어... 아니 믿지를 않을려고 했었지........."
"......................................."
"그런데... 계속 증거가 나오니까... 세상이 무너지는것 같은 절망감이 생기고... 네아빠에 대한 배신감이 들어 화가 나더라...
그리고는 내가 뭘 그리 잘못해서... 내남자가 바람을 피우게 됐나하는 의문이 들었고..... 내 자신한테도 문제가 있는것 같아
속이 많이 상했었어..... 다른 여자들처럼 내 남자만은 그러지 않을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거든..................."
선규에게서 떨어져 바로 누운 명숙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계속 했다.
"결혼을 했었을때는... 세상을 다 가진것 같아... 행복이 영원할줄 알았는데... 그러고보면... 인간의 일이란 한치의 앞도 모를
일이야............................."
그러고나니 속이 울적하고 허탈해서 멍하니 누워있는데 선규가 몸을 돌려서 그녀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허리를 마구
끌어안고 얌전하게 있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명숙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다음에... 너는 네 처한테 그러지마라... 결혼이라는거는 약속이나 다름없는데... 그걸 어길바에는... 뭣하러 결혼하니?...
결혼이 아니라 사귀고 있을때도 그러지말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 나중에 너한테도 그런일이 난다..................."
그러자 선규는 얼굴을 들고 어둠속에서 한참동안 그녀를 응시했다.
"아빠한테도 상처를 받는날이 올까?............."
"모르지... 생각하기도 싫다........................."
그러고 있는데 그녀의 몸에 닿아있는 선규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착잡한 심정에서 놀라움과 이상함으로 뒤바뀐
명숙은 본능적으로 떨고있는 아들을 달래주기 위해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얘가 요즘따라 왜 이렇게 불안감을 주지?.....]
그러는데 별안간 선규의 뜨거운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다리에서 전해져오는 아들의 발기가 되어
가는 성기를 느끼고 내일이 월요일이라서 그의 행동을 멈추게 할려고 했지만 왠지모르게 마음 한구석에서 그를 감싸주고
싶은 충동이 나서 그녀도 선규를 껴 안고 함께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의 육체를 마구 애무하던 아들의 손은 곧 잠옷을 모두 벗기고 두 다리를 벌렸다. 명숙도 선규의 옷을 전부 벗겨주고 그의
온 몸을 더듬어 주었다. 호리호리한 아들의 몸은 오늘따라 금방이라도 깨질것처럼 연약하게 느껴졌다. 잠시후 선규의 성기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오자 명숙은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휘어감으며 두 팔로 그의 상반신을 얼싸안았다.
오늘은 아들에게 쾌락을 주기보다 포근한 품 안을 제공해 불안정하게 보이는 그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온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가 아기를 안아주듯이 아주 부드럽고 따듯하게 끌어안았다. 선규는 흐느끼듯한 작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허리의 움직임을 가속화 시켰다.
그러면서 얼마동안 눈을 감고 자신의 배속에서 나온 몸의 감촉을 음미하며 질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아들의 성기를 느끼는데
갑자기 선규가 하던 행위를 중단했다. 의아심에 눈을 뜨자 여전히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있는 그는 가쁜 호흡을 내쉬며
미안하고도 울적한 소리로 속삭였다.
"미안해... 엄마... 오늘은 더이상 못 하겠어...................."
아들과 성행위를 하면서 한번도 이런일이 일어난적이 없어 명숙의 경악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뜻밖의 상황에 다리에 힘이
풀리자 선규는 말 없이 그녀에게서 내려와 다시 등을 돌리고 누웠다.
[왜 이러지?... 정말로 이제는 나한테서 만족을 못 느끼나?.............]
몹시 당황한 명숙은 얼른 선규를 안고서 그의 반응을 살폈다. 꼼짝을 하지않는 그를 보니 왠지모를 아주 커다란 두려움까지
드는 것이었다.
"왜 그래... 선규야?... 피곤해?........................"
".........................................."
"그러면 내가 거... 거기를 빨아줄까?..............."
"됐어...................................."
침울하게 들리는 선규의 가라앉은 소리를 듣고 명숙은 가슴이 철렁했다. 아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싶어 겁이 났고 그녀에게
싫증이 났구나라는 생각에 눈 앞이 캄캄했다. 그것은 홧김에 이혼을 하자고 하자 남편이 아주 순순히 그러자라고 말했을때의
느꼈던 감정보다 훨씬 더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떨리는 가슴을 잡고 선규에게 매딜리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이제는 내가 싫어?.................."
"내가 왜 엄마를 싫어해?.........."
"그럼 왜 그래?... 한번도 이런일이 없었잖아....."
"........................................."
선규에게서 무슨 대답이 나올지를 몰라 말을 꺼내기가 무서웠지만 명숙은 심호흡을 한다음 애써 차분함을 가지며 물었다.
"마음속에 누가 있니?............."
"........................................"
"그런거야?.........................."
"........................................"
[여자가 생겼구나.................]
아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명숙은 남편이 바람을 피웠을때 가졌던 배신감이 느껴지지않고 커다란 서글픔이 엄습해 왔다.
[그래서... 아까 나의 의중을 떠볼려고... 그런 질문을 했었구나..................]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나 선규가 그녀의 품안을 떠나게 될거라는것을 알고있었지만 막상 닥쳐오니 아들을 잃은다는 생각에
섭섭하고 슬펐다. 더군다나 극심한 외로움까지 스며드는 것이었다.
"내 마음에는 엄마 밖에 없어......................."
조용하게 들려오는 선규의 말을 듣고 명숙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말 정말이야?..........................."
"진심이야... 앞으로도 그럴거고......"
그러자 그녀는 안도를 하며 가슴에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선규는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음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내 몸안에는 아빠의 피가 흐르고있어 바람을 필지도 몰라... 아들은 아빠를 닮는대잖아.........."
"..............................................."
선규는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엄마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절대 내 마음을 주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그런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너무 속상해
하지마......................................"
대관절 선규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으나 어쨋든 지금현재 그에게 아무도 없다는것이 그저 감사하고 다행으로 여겨
명숙은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아들앞에서 얼떨결에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다. 다음날 선규는 학교에서 멍한 상태로 있었다.
태수가 말을 걸어도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선생님은 여전히 수척해 보였지만 그외에는 아무런 점들을 발견할수가
없었다. 어제 선생님 남편이 들어갔나를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계속 선생님의 사적인 일을 물어 본다는것은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꾹 참았다.
[내가 선생님 일에 왜 이리 신경을 쓰지?... 우리집 같은 상황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되서 그러나?..............]
더욱 이상한것은 어제밤 엄마와 있을때 선생님이 머리속에 떠 올랐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몰래 바람을 피웠다는것이
자꾸만 생각나서 엄마를 똑바로 쳐다 볼수 없었고 섹스를 할때도 집중이 되지를 않았었다. 더군다나 엄마의 얘기를 들어보니
너무나 괴로워서 억장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믿고있었던 아빠때문에 그렇게 괴로웠었다니... 그러면... 나의 일을 알고는 얼마나 참담해 할까?... 아무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담과의 일을 하루빨리 끝내야 하겠어........................]
방과후에 태수와 교문을 나서던 선규는 마담의 차를 보고서 얼굴빛이 변했다. 무시를 해버릴까 했지만 어차피 그런다고 끝날
문제는 아니어서 일단 만나기로 했다.
[여기서 얘기를 하지 않으면 정말로 집에까지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생각한 선규는 얼굴표정을 바꾸고 태수를 돌아보았다.
"먼저 가라... 태수야... 나는 잠깐 볼일이 있어...................."
태수도 마담의 차를 봤는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도 왔었던 사람 아니니?... 누구냐?................."
"그냥... 우연히 알게된 사람이야.............................."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거 아니니?........................"
"문제는... 아무일도 아니니까 어서 가... 나중에 보급소에서 보자.............."
태수가 차 쪽을 다시한번 바라보다가 이윽고 사라지자 선규는 무표정을 짓고 마담에게로 다가갔다. 창문이 내려지자 그녀의
차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그런 그녀를 보고 순간적으로 겁이 났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함께 노려보았다.
"어제는 어떻게 된거야?... 그때 메모지를 받았었잖아............................."
"..............................................."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때보다 더 냉랭했다.
"차에 타...................................."
".............................................."
"말 안들을거야?........................."
"............................................."
꿈쩍도 하지않는 선규와 노려보고 있는 마담 사이에는 아주 무거운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는데 별안간 뒤에서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선규 아니니?... 집에 안가고 거기서 뭐하고 있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본 선규는 저쪽에서 쳐다보고 있는 담임선생님을 보고는 얼굴이 아주 새파랗게 변했다. 자신과
마담과의 일을 떠나서 선생님의 남편과 바람을 피고있는 마담을 그녀에게 보여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급히 마담을 보니
그녀도 호기심어린 얼굴로 선생님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난리야?... 잘못하면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나겠네..........]
등에서 식은땀까지 나는 선규는 얼른 마담에게 다급히 사정했다.
"차에 탈테니...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의 얼굴을 살펴보던 마담은 이윽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마................"
"안 그래요................................"
그리고는 선생님에게 부리나케 달려갔다.
"지금 댁에 가시는 길이세요?........"
"응... 몸이 아직 다 낫지를 않아서 집에 일찍 가서 쉴려고... 그런데 얼굴이 왜 그러니?... 무슨 문제가 있어?........"
"아니에요... 이렇게 일찍 선생님이 가시는걸 보니 놀라서 그런가봐요.........................."
"그런데 태수가 안보이네... 먼저 갔니?......................."
"네.........................................."
선규의 말을 듣고 선생님은 다시 마담의 자동차쪽을 바라보았다. 그걸 보자 선규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저분은 누구시니?...................."
"아는 친척분이세요.................."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오셨어?... 집에 무슨일이 있니?............."
"그냥 근처를 지나가시다가 제생각이 나서 들리셨데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선생님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서 가봐라... 기다리시겠다........"
"네... 살펴가세요......................."
"그래......................................."
커다란 안도를 하며 마담에게 갈려던 선규는 다시 몸을 돌려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응?........................................"
잠시 망설이던 선규는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혁재아버지께서 어제밤에 들어오셨어요?............"
그러자 선생님의 얼굴은 금새 어두워졌다. 그녀에게서 아무런 말이 없자 선규도 대충 짐작이 되었다.
"너무 하신것 같네요... 선생님이 그렇게 아프셨는데.........."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던 그녀는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너무 바쁘다보니 그랬을거야... 대신 네가 옆에 있어줬잖아........"
그리고는 힘없이 몸을 돌려 가버렸다. 선생님의 쓸쓸하게 보이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선규는 이윽고 돌아서서 분노의 눈길로
마담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걸어와서 차에 올라탔다.
"가요......................................"
아무런 표정없이 그를 바라보던 마담은 차를 몰기 시작했다.
"오늘은 보급소에 곧장 가야하니까 가까운 곳에 가서 얘기하세요.............."
여전히 말이 없는 그녀는 선규가 일러준데로 보급소쪽으로 운전하다가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적한 주택가골목을
찾아서 차를 세웠다. 앞을 보며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쌀쌀맞기 그지 없었다.
"어떻게 된건지 얘기해봐... 왜 안왔어?.............."
"어린애를 건드리는것까지 모자라서 가정이 있는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이나요?..........."
"뭐?........................................"
냉정하게 있던 그녀도 그 소리에는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선규를 쳐다보았다.
"왜 잘사는 남의 집에 불행을 주는거에요?... 아주머니도 옛날에 남자때문에 불행하셨다면서요... 그러면... 그게 어떤건지 잘
아실거 아니에요?....................."
"네가 뭘 알아?..........................."
조금도 떨림이 없는 그녀의 두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어제밤에 남자와 집에 들어가는걸 봤어요... 보니까 저번에 술집에서 아주머니와 껴 안고 있던 사람이더군요........"
얼마동안 노려보던 마담은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너 지금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질투하는거니?.............."
"질투요?.................................."
선규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아주머니께 질투를 할거 같아요?... 착각하지 마세요....."
그러자 마담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럼 뭐야?... 네가 뭔데 내일에 참견이야?........................."
"............................................."
선생님 얘기를 차마 할수가 없어서 선규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담은 그의 머리카락들을 거칠게 잡고 얼굴을
그녀쪽으로 돌렸다.
"말해봐!... 무슨 이유로 그 얘기를 꺼낸거야?......................"
"............................................."
"말해두는데... 내일에 참견하지마... 너는 내말만 들으면 돼... 어제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그때는 정말로 용서하지
않을거야................................."
그리고는 머리카락들을 놓았다. 헝크러진 머리들을 쓰다듬던 선규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이제는 아주머니를 만나지 않을거에요................"
"뭐?........................................"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마담에게 선규는 지갑에서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야?..............................."
"한번 읽어보세요......................."
술집에서 받은 영수증을 복사한 종이를 읽던 마담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서?.................................."
"미성년자를 유흥업소에 출입시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시죠?... 거기다가 담배까지 판 증거도 있고요... 그걸 경찰이나
언론에 신고하면... 아주머니는 복잡해 지시겠죠?... 원본은 제가 따로 가지고 있으니까... 그건 아주머니가 가지고 가시던지
마음대로 하세요......................"
놀란 얼굴로 종이와 선규를 번갈아 보던 마담은 알수없는 미소를 지었다.
"너 지금 나를 협박하는거니?......."
"저도 이러고 싶지가 않지만 아주머니께서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어쩔수가 없어요................"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선규의 말을 듣고 마담은 다시 종이를 쳐다보았다.
"영수증을 갇고 갔다더니 이거 때문이었니?... 맹랑한 놈이네... 이런 생각까지 하고... 너같은 애는 정말 처음이다......"
"오늘은 아주머니께서 결정을 내리셔야겠네요......................."
마담은 종이를 선규에게 다시 주며 냉소를 흘렸다.
"이게 나에게 통할거라고 생각했니?... 경찰?... 언론?... 웃기고 있네..................."
마담이 동요하는 빛을 조금도 내보이지 않자 선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네가 생각하는것 만큼 세상이 그렇게 순진한줄 아니?............"
"............................................"
"내가 세상사는법을 가르쳐줄까?........................................"
"............................................"
선규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세상을 살려면 힘이 있어야돼... 그러면... 누구도 못건들이지... 내가 그런 힘을 가지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줄 알아?... 제법
머리를 썼다만 헛수고했어... 이런거 가지고 경찰이나 언론들 입막는건 아무것도 아니야... 전화 한통이면 돼............"
얘기를 듣던 선규는 점차적으로 겁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빛이 변하는걸 보고 마담은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이리와봐..............................."
더 이상은 반항할 생각이 엄두도 안나서 마담의 벌린 팔안으로 저도모르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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