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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의 로망은 친구들의 엄마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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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작성일 22-12-09 18:30 조회 40,97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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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주먹을 꽈악 움켜쥐며 길 한복판에서 부르르 몸을 떨고 있는 소녀는 충분히 열받는 상황인데 아까부터 언놈이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뭘봐, 이 자샤! 하는 얼굴로 수경이 찌릿 쳐다보자 조금 전의 고교생은 ‘히익.. 성질머리는
드럽네’ 하면서 금방 사라졌다.
 

‘흥... 누굴 놀리나... 바보같은 여자애가 길 가운데서 움직이지도 않고 치를 떨고 있으니까... 뭐... 저런 해괴한 뇬이 있나...
 라고 생각했겠지... 저걸 확..!’
 

수경은 매력 넘치는 미모나 환상적인 몸매로 볼 때 왠만한 대학생 언니들 민망하게 만들만한 어여쁜 자태가 연예인 같다는
평가를 어쩌다 듣는 아이인데 
이상할만큼 자기 자신의 외모에 대한 큰 관심도 없고 특출나게 잘난 줄도 모른다. 주변에서
이쁘다고 치켜 세워주니까 그럴 때는 ‘에이 말도 안돼..’ 
하는 식으로 반신반의하고 그래도 고맙다고 표현은 할 뿐이다.
이런 스스로의 근사한 미모에 대해 자신감이 결여된 이유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수경이 어릴때부터 동경해오던 친언니의
치명적인 아름다움 
둘째는 친하게 지내는 지우의 박한 인물 평가 때문이다.
 

내심 호감을 갖고 있는 지우 놈인데 이 녀석은 자길 여자로 거의 봐주지 않는 것 같다. 처음부터 하두 선머슴아처럼 들이대고
짖궂은 장난을 쳤기 때문일까 
이제 와서는 그냥 동성 친구처럼 어쩔때는 ‘아놔.. 나도 여잔데, 이렇게 막 대해도 되냐..?...
이 나쁜 새끼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험하게 대할 때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고 지금 길을 잃었다. 성내 3동이라고 해서 종이에 적힌 주소지만 보고 일단 어떻게 되겠지 하고
왔는데 
주택들이 빼곡하게 밀집된 거주지역에 있다는 체육관이 찾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륵 이마에서 흘러내린 한줄기의
땀이 톡 어깨에 떨어진다.

‘가만.. 나는 머리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보였나봐.... 이 개고생 안하고... 부동산에 가서 물어봤으면 됐잖아.....
 아... 차수경.....’
 

그길로 가까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사아악 수경의 긴 머리카락을 기분 좋게
날려 준다. 
서늘한 바람에 금방 더위가 식느라 기분이 좋아진 수경 숱이 과하게 없으신 중년의 아저씨가 여고생을 보더니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어이쿠~! 어서와요... 허허허... 이렇게 이쁜 아가씨가 찾아주셨네... 이리와요 이리와...............”

“아... 저.. 아저씨... 상담같은 게 아니구요... 그냥 잠깐 길 좀 여쭤보려구요.........”

“아하.. 그래요?... 얼마든지 물어보시구려... 허허허........”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흘리는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에 시원한 음료수까지 제공 받고 아주 기분이 산뜻하게 업된 아가씨가
씩씩하게 걷기 시작한다.
 

“킥킥... 진짜 좋은 분이네... 이런 마실 것도 주시고 아저씨 감사합니당~~~ 그나저나 나도 참 돌머리야... 이 주소는 역 바로
 앞이자나...........”
 

지도를 제대로 잘 보고 나왔어야 하는데 알고 보니 아주 익숙한 길가에 있었다. 평소에는 체육관이 있는 줄도 모르고 시장을
갈 때 뭐사러 다니던 길인데 
여기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수경은 터벅 터벅 계단을 올라갔다.
 

‘좀... 오래된 건물이라 낡은 냄새가 나긴 한다.. 그래도 깔끔한 편이네... 3층인데.. 이 뒤로 돌아가야 하나..? 문이 잠겼어..
 아... 이쪽인가보다.............’
 

조금 복잡한 구조의 건물이라 길을 헤메다가 드디어 체육관을 찾았다. xx 복싱 체육관이라고 나무 현판에 아주 크게 새겨진
입구에서 
수경은 바로 들어가진 못하고 좀 떨려서 긴장한 포즈로 서있었다.
 

‘막상 오니까 떨린다... 남자들만 잔뜩 있는 곳이라 어쩔 수 없어... 휴우... 나... 들어가면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까...? 이상한
 짓을 당한다거나... 흑흑..............’
 

불안한 생각을 하며 서성이고 있다가 에잇 용기를 내자! 주먹을 불끈쥐며 문을 밀었다. 살짝 떨리는 음색으로 긴장을 누르며
약간 크게 소리를 지른다.
 

“저어~~ 계시나요...? 사람을.... 찾으러~~ 왔는데요오...~~!!” 

“아이구... 시끄러... 무슨 일이야?.... 오옷~~?... 이런 귀여운 여학생이! 아가씨 등록하러 왔어요?..........”

“네..?? 아뇨.. 그게 아니구요... 사람을 찾으러... 여기 혹시 서 주원이라고.. 있나요?............”
 

평범한 체형의 젊은 남자 하나가 나타나 수경을 쭉 훑어보았다. 얼굴은 순하게 생겼다. 나이는 2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느낌
직원인 것 같다.
 

“아아... 주원이?... 있지 그럼... 오늘도 열심히 땀흘리고 있지... 그녀석 아주 열심히거든요... 아가씨 그녀석 친구??.. 아니면
 친 누나... 일리는 없고... 프하하... 왜 찾아요?..........”

“누나 아니예요... 친구.. 그래요... 친구라고 해두죠... 불러 주실 수 있나요..?”

“음... 한창 삘 받아서 신나게 운동하는 중인데... 건드리면 싫어하거든요... 쉬잇... 아가씨도 알겠지만.. 이 놈이 성질머리가
 보통 괴팍해야지..... 알죠?... 큭..............”
 

“하하... 그렇지요.. 성격이.. 헤헤.. 그럼 어떻게 하죠.. 많이 기다려야 할까요?...........” 

“샌드백 치기가 보통 3 라운드로 연습하는데... 욕심이 많은 놈이라 조금 더 해요... 그러다 걸리면 혼나지만, 오늘은 관장님
 안계시니까.. 고삐 풀린거죠 뭐.. 하하.. 한 5분이면 될거예요... 
바쁘지 않으면... 여기 잠깐 들어와서 앉아요... 나랑 얘기나
 하자구요... 히히~”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카운터 안에 들어가기는 좀.. 저 그냥 여기 서있을게요... 신경써주시는데 죄송하지만... 호호...”
“그래요... 그럼... 나 이상한 사람 아닌데... 흑.......” 

“아뇨... 그런 뜻은 아니예요... 에궁... 히히.............”
 

얼마 안있어 시계를 보더니 남자는 주원을 데리러 갔다. 수경은 주원을 만나려니까 조금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왔다고요?... 여자라니... 이 나를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어..?!... 반장!... 여기 왠일이야... 아니다.. 니가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담임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아 뭐라고 말하지... 체육관 이름을 인터넷에서 찾으셨나봐... 이름은 너희 부모님이
 말해주신 것 같아..........”

“우리 꼰대가??... 여기 이름을 알려줬어?... 아.. 시펄 또 빡치게 만드네 노망난 영감탱이.....”

수경은 역시나 욕지거리를 일삼는 주원의 버럭하는 모습을 보고 겁이 나서 슬금 슬금 뒤로 물러섰다.
 

‘아.. 이래서 내가 오기 싫었어...........’
 

그런데 주원은 혼자 흥분해서 중얼 중얼 알아듣지도 못할 헛소리를 떠들더니 잠시 후 얼어붙어 있는 수경 쪽을 돌아 보고
성큼 다가 왔다. 
뒤로 물러서느라 멀어진 아이에게 두 걸음 다가온 것뿐인데 수경은 겁이 덜컥 나서 한 대 맞는 줄 알고 두
손을 움찔 들어 몸을 보호했다.
 

“뭐야 그건... 내가 널 건드릴 줄 알고?... 사람을 뭘로 보고... 야... 안 건드니까 겁내지 말어... 우리 꼰대가 담탱이한테
 꼰지른 건 지른거고... 
그래서 넌 심부름으로 여까지 쫄래 쫄래왔냐?............”

“그... 그런 거지... 선생님이 간곡하게 부탁을 하시니까... 그리고 난... 반장이니까 학교에 계속 안나오는 널 챙겨줄 의무도
 있고..........”
 

“쳇... 의무는 무슨 의무... 나같은 놈은 안챙겨줘도 돼... 안 그래도 바쁘면서... 학교는 솔직히 가기 싫지만... 일주일만 더
 지나면 
내가 알아서 제발로 갈 생각이었다구!... 근데... 씨발... 내가 지금 기분 나쁜건... 나를 못믿으니까 이딴 개수작을
 부려서.. 썅... 
꼰대고 담탱이고 간에.. 너를 선동해서 꼬셔보라고 보냈다는 그 생각이.. 그게 존나 화가나.........”
 

“주원아.... 그게 그렇게 화낼 일.. 까지는 아닌 것 같아.. 어른들은 다 너를 걱정하셔.....” 

“스톱!... 설교 따위 할 생각이면 거기서 입도 뻥긋하지마... 무슨 말 할지 다 알거든..........”

“.............”

“간다... 다음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갈거야... 그렇게 알고... 넌 얼른 돌아가라..........”

“정말?... 정말로 다음주는 학교에 나올거니?... 그냥 믿고 이대로 돌아가도 되겠어 내가??.........”

“아니면 어쩔건데?... 내가 무슨 각서같은 거라도 써주리?... 쿡쿡...........”
“그런 말은 아니야... 어?? 잠깐만... 너 머리 좋다!?... 나도 그 생각은 못했는데~~ 하하하... 그래! 각서.. 음 각서라고 하긴
 그렇고... A4 용지같은 데다 
반드시 꼭~ 몇월 며칠에는 학교에 복귀하겠습니다.. 라는 내용을 적어줘... 우후후.....”
 

“크읏... 갑자기 뭐야..... 이 가스나가...?? 뭘 써달라는 거야......”
 

주원은 괜히 각서 드립을 날렸다가 귀찮게 되자 인상을 팍 구긴다. 그래도 수경은 좋은 생각이라고 꺄 꺄 거리면서 주원의
아이디어를 반기며 좋아했고 
좋게 말할 때 그냥 가라 하고 협박하려다 그 밝은 모습과 웃는 얼굴을 보고 스륵 마음이 약해진
주원 잠시 머뭇거리더니 
안내 데스크로 다가가 직원도 없는데 드르륵 서랍을 열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싸인펜 하나를
꺼내서 스스슥 민첩하게도 적어내려간다.

수경은 처음 주원을 만났을 때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그의 눈만 뚫어지게 겨우 용기를 내어 쳐다보고 말을 했고 몸은 바라볼
엄두를 못냈었다. 
지금은 등을 돌리고 각서를 적고 있는 중이라 조금 여유 있게 그의 몸을 둘러 본다. 학기 초에 주원을 본
수경의 기억으로는 이놈은 상당한 돼지였다. 
뱃살은 디룩 디룩 쪄 가지고 키는 별로 안큰데 몸통이 워낙 크고 어깨도 넓은
데다 
결정적으로 이 타고난 더러운 인상 그리고 저음의 걸쭉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위협하듯 툭 툭 무섭게 던지는 말투
때문에 초반부터 반의 짱으로서 포스를 냈었다.
 

녀석이 원체 무섭게 생겼으니까 남학생들의 생각은 이놈 심상치 않은데 가만히 앉아있다가 얻어맞기 전에 먼저 알아서 셔틀
이라도 뛰어야 하나..? 
하고 눈치만 조심스럽게 살피기 일쑤였다. 그런데 주원은 사실 크게 뭘 시키거나 빵셔틀을 강요하진
않았다. 
다만 자신으로 인해서 주변 아이들이 불편해 하고 약간 꺼림칙하게 느낀다는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것뿐이다.
 

쓸데없이 목에 힘을 주고 그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짓은 분명 욕먹어 마땅하다. 그래서 아마 현준의 눈밖에 나버려서
언제 기회만 되면 저 새끼를 잡아 족쳐야지 
라고 현준이 생각하게 만들고 계속 눈여겨보게 했을 것이다. 여자애들한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오직 단 한 사람 반장인 수경에게는 함부로 못된 기를 뿜어내지 못했다. 짐작컨대 반장이라는 직책에
대해서만큼은 
질서에 순종하고자 하는 주원의 양심이 아니었을까 그도 아니면 수경의 빼어난 미모를 보고 내심 호감을
가져서 쉽게 못 대했다.
 

살이야 학기초에 비해서는 좀 빠졌지만 몸은 봐주기 힘든 수준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겨우 보름 좀 지난 그 사이에 상당히
잔 근육이 생겼고 
전반적으로 탄탄하고 균형잡힌 근육들이 제법 근사하게 바뀌었다. 남자 몸에 대해서는 식스팩 밖에 모르는
수경이 보기에도 
살짝 가슴이 두근 할 정도로 다부지고 매서운 몸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하긴 녀석의 나시티만
입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보니까 
체육 시간에도 몸을 덮는 춘추복만 입었으니까 막연하게 저질 몸이라고 편견을 가졌던 건
아닐까 
수경은 짧은 사이에 주원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조금은 다시 보게 되었다. 스스슥 막 휘갈겨 쓰고 있는데
아까 전의 직원이 오더니 뭐하냐고 묻는다. 
그러더니 종이를 보고 자신도 펜을 들어 뭔가 적기 시작했다.

“형... 뭐하는 거예요?... 나 적고 있는 중인데..........” 

“가만 있어봐... 보증인도 필요할 것 아니냐... 니가 속이고 이렇게 써놓고 약속 어기면 어쩔래..........”

“참나.. 너무~ 못믿으시네~ 나를... 아예 도장도 찍지 그래요..?”

“어!... 그것도 괘안네. 크크큭... 학생... 분명히 들었지??... 이놈이 알아서 지장을 찍고 싶다네~~ 보자~~ 인주가~~”

“뭐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내가 왜 찍어 그걸..?! 아악 안돼!! 내 손.........”
 

수경은 쿡쿡 거리면서 덩치 큰 주원이 꼼짝도 못하고 직원 남자에게 붙잡혀 강제로 엄지 지장을 찍는 걸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신기했다. 
저 무섭게 생긴 아이가 그에 비해서 날렵하고 가벼워보이는 이 남자한테는 꼼짝 못한다는게
은근히 고소하고 고거 꼬시다~ 싶어 자꾸 웃음이 터졌다.
 

“자... 여기 있으니까 읽어봐... 경민이 형이 보증까지 써준다고 껴들어서 짜증은 났지만 그 정도면 어느 정도 그럴듯하지?..”
“고마워.. 히히.. 참 자상하구나.. 주원아.. 호호호.. 안 도와줄 것처럼 얘기하면서 은근히 각서도 써주겠다고 직접 말하고
 지장도 찍겠다고 그러고... 키키킥........”

“그... 그거는... 야이 문디 가스나야... 내가 말이 막 헛나온거라니까........”

“알았어... 호호.. 그럼 나는 이제... 아... 아저씨 오늘 옆에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저씨이...??”
 

29세의 이경민이라고 하는 남자는 주원과 수경이 체육관 큰 문 앞에서 이야기중일 때 보고 있다가 수경이 이제 가려고 말을
건네자 입을 헤에 벌렸다.
 

“학생... 나 아저씨 아니야... 이래뵈도 아직 서른도 안됐고... 흐흑.... 어려보인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죄송해요... 아저씨라는 말은 취소할까요..? 나쁜 뜻은 아니었어요... 호호..........”
“무슨 추태예요... 이게.. 케케. 형 아저씨 맞자나요?... 스물아홉이면 열 일곱 살한테 거의... 캬캬........”

“아!.. 슴 아홉이세효?... 그럼 저하고 동갑은 맞네요~! 띠동... 히히히........”

“그러네..? 하하... 어험!! 아무튼 나는 아저씨는 아니라고... 아직 꽃다운 나이여... 흐헤헤! 암튼... 고생많았어요... 하하...
 이거 하나 가지고 가요.........”
 

수경은 친절하고 재미있게 환송해주는 경민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주원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체육관을 나섰다.
뿌듯한 표정으로 아, 해냈구나~~ 하면서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경민은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주원은
‘저 냥반이 왠일이래.. 허...’ 하면서 등을 돌렸다.
 

“야야... 잠깐만 주원아... 거기 좀 서봐...........” 

“아.. 왜요... 또... 관장님 오기전에 빨리 두들겨야 하는데.............”

“그게 아니고... 잠깐만 물어볼게 있어서... 저 아가씨가 혹시... 너 요거냐..? 크크.................”
 

경민은 장난기 넘치는~ 므흣한~ 표정으로 오른 새끼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러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원은 벙 찐 모습
그 자체였다.
 

“보면 몰라요?... 사람 열받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시나.. 참나!... 저런 애가 나한테 관심을 갖게 생겼는지 생각을 해봐요...
 형... 상식적으로... 
그리고 쟤 수경이가 우리 반 반장이라서 온건데...........”

“아... 반장이었구나?... 그렇군... 특별한 사이는 아니라... 이거지..? 음음...........”

“궁금한 것도 많으시네요... 크큭.. 난 이제 운동하러 갑니다..............”

“그으래... 너도 시달리느라 고생했다..............”
 

신이 나서 빵긋 빵긋 해맑은 미소를 얼굴 가득 띄우는 수경 소기의 목적도 무사히 달성했고 저 인상 더럽고 험악하게 보이던
주원과도 약간이나마 
친분을 쌓게 돼서 그것도 큰 소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저씨라고 놀리긴 했지만 호리호리하고
젊은 경민에게도 
은연중에 호감을 살짝 느끼기도 한 것이다.
 

‘착하게 생겨가지고... 얼굴도 그 정도면 깔끔하고 괜찮은 편이려나.. 고마운 아저씨.. 다음번엔 오빠라고 한번 불러줘야지...’


지우는 반에서 가장 절친인 기태와 석촌역 앞의 종합학원을 다닌다. 서로 같은 학원에 다니는 줄도 몰랐는데 학교 같은 반이
되고 나서 
저기 있는 지긋한 놈이 와보니까 여기에도 있네? 이런 꼴이었다. 이 놈은 수학이 아닌 영어 단과를 지우와 똑같이
월수금을 다닌다. 
지루해 죽겠는 두시간 짜리 수학 수업 한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 둘은 복도에서 또 썰을 풀고 있다.
주제는 학교 같은반 여학생들 
지우는 학교에서도 모자라 학원에서도 이 놈의 수다를 듣고 있으니 아주 지친다.
 

“이게 예진이가 가지라고 준 편지지야 캬캬... 나 내가 이렇게 은근 인기 있는 줄은 몰랐어............” 

“뭔... 놈의 인기야... 새로 산 편지지 이쁘다고 자랑하는데.. 하두 앞에서 껄쩍대니까 할 수 없이 불쌍해서 준거겠지.. 크크..
 많이 뿌듯하냐?... 이쁜 애한테 받으니까 좋아?............”

“당연히 좋지!... 얼마나 마음씨가 이쁘냐... 흐헤헤... 아아 예진아........”

“이 자식이... 우리 엄마한테 그렇게 열광할 때는 언제고............”
“어!! 맞아.. 영애 누님을 잊고 있었다니 아아... 저를 용서하세요!... 누님... 엄마는 잘 계시지?... 여전히 아름다우시고?! ~”
“뭐~ 언제나와 같지.. 키킥.. 요즘은 요가에 아주 푹 빠져서 바쁘대 하하... 또 뭘 배우려고 하는 거 같아.......”

“오.. 그렇구나.. 몸매가 아주 좋은데 거기에다 또 요가라.. 상상만 해도... 흥분...에헴, 아니.. 이거 좋은데?... 으흐흐......”
“또... 음탕한 상상하냐... 적당히 좀 해줘 제발.. 그래도 우리 엄만데..........” 

“으.. 음탕하다니!! 나의 순수한 팬심을 이상하게 표현좀 하지 마라 제발... 아흑... 키키키... 엄마는 그럼 지금 집이 아니고
 외출중이시겠네... 뭐... 배우러 다니느라?...........”

“응... 그러겠지... 보통 이 시간엔 그러니까..............”
 

지우와 기태가 이야기를 하는 바로 그 시각 영애는 바깥이 아닌 집에서 현준과 함께 있다. 약간 쌀쌀한 실내의 공기 아름다운
여인의 복장은 
가슴에 미키 마우스 캐릭터가 그려진 미드나잇 블루 컬러의 스웨트셔츠 아주 산뜻한 하얀 색의 수수한 롤업
반바지를 입고 있다. 
팔의 맨살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다리의 새하얗고 뽀얀 살결은 아름답게 반짝이며 빛이 난다.
 

옷차림은 차분한 색상 위주로 단정한 이미지를 주는 반면 목걸이는 적당히 고급스러우며 우아한 느낌을 주는 스와로브스키
실버 네크리스를 착용하였다. 
가운데는 탈부착 가능한 장식을 떼어내고 본인의 이니셜 ‘HYE’가 예쁜 글씨체로 새겨진 은색
펜던트를 차고 있다. 
수수한 의상에 언듯 보면 화려해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목걸이를 했는데 전혀 어색하다는 느낌 없이
은은하고 깔끔하게 잘 소화해낸다.
 

머리끈은 지금도 여전히 소녀 취향이어서 대개의 경우 단색이나 상큼하고 어린 소녀들이 좋아할만한 귀여운 디자인으로
즐겨 묶는다. 
오늘은 빨간 장미를 연상시키는 매혹적인 붉은 꽃송이 머리끈으로 찰랑이며 흘러 내리는 긴 머리 끝 부분만
가볍게 묶어 놓았다. 
짙은 검은색 머릿결이 아주 풍성하고 결 하나 하나에 매끄러운 윤기가 흐른다. 숱이 많지만 부스스하게
뜨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단아하게 가라앉도록 잘 다듬어 놓아서 헤어스타일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쏟는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청년은 여인의 눈부시게 고혹적인 자태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이성의 끈을 유지하려고 간신히 애쓰며 청초한
그녀의 가녀린 어깨와 부드러운 등마루를 어루만지며 
아주 사랑스럽게 꼬오옥 껴안고 있었다. 영애는 무슨 손을 쓸 새도
없이 현준의 품에 그대로 안겨버리자 
난감한 상황에 머릿 속은 하얗게 백지가 되었고 처음부터 과감하게 그녀의 작고 붉은
입술을 공략한 소년의 접근을 
손을 내밀어 다가오지 못하게 막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
 

그저 그녀의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이 순간 혼란스러움 어색함과 부끄러움과 가슴을 심하게 두드리는 설레임의 감정 싫은
기분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 순간을 모면해야겠다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적극적이지 않은 희미한 여인의 저항은
거의 무의미해 보일 만큼 
카리스마 있게 누르는 사내의 팔과 가슴팍에 묻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서서히 가라 앉고 있다.
현준의 입술은 영애의 작고 예쁜 앵두와 잔잔하게 입맞춤을 나누며 가볍게 여인의 촉촉한 입술을 천천히 어르고 달래주었다.
미끌거리고 윤기가 차르르 맴도는 매력적인 빛깔의 붉고 고혹적인 입술이였다.
 

보는 남자로 하여금 치명적인 함정에 빠트릴 것만 같은 팜므파탈의 매력 붉고 어여쁜 입술이 새하얀 얼굴의 밝은 피부 톤과
조화롭게 가꾸어져 있다. 
그 따스하고 보드라운 입술의 아늑한 온기와 감촉이 이 순간 모든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며시 그녀를 보듬어 안아주는 남자의 품 안에서 은은하고도 가슴 떨리는 사랑의 입맞춤이다.
 

수줍은 모습으로 저항도 하지 않고 아니 미약하게 저항하였으나 별 힘을 쓰지 못하고 그렇게 감미로운 입술과 입술의 소통을
나누고 있다. 
영애는 현준의 갑작스럽게 포옹하며 덮쳐오는 키스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매우 기분이 좋았고 오랜만에
나눠 보는 남자와의 
애정이 듬뿍 담긴 은은한 입맞춤이 너무나도 달콤하고 계속해서 입술을 내맡기고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고 싶을 만큼 
상냥하게 안아주며 배려하는 키스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 달달하고 배려하는 접근 스타일에 달리 힘을 쓰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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